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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 (7)화 (8/258)

Chapter 7 - 7. 암살 시도 (2)

 

 

“뭐야, 생각보다 별 것 없는데?”

 

“그, 그러게요...”

 

 

아니, 그건 니들이 학생 수준을 한참이고 벗어나서 그런거고.

 

엘리야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장 괴한들한테서는 신음 소리만 올라오고 있었다.

 

실력을 보아하니 꽤 오랫동안 칼밥을 먹고 산 이들이 분명한데, 아카데미 학생 수준에서 이런 인간들을 제압한 것이 말이 안 된다.

 

 

‘물론 그거랑도 비교가 안 되는 사람도 있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그쪽에서는 단신으로 나머지가 정리한 양의 배를 쓰러트린 인간이 조용히 검을 회수하고 있었다.

 

암살자들을 손쉽게 상대하던 다른 학생들도 이쪽을 바라볼 때는 거의 공포 섞인 경외심마저 엿보일 정도였다.

 

뽑지도 않은 검으로 이만한 인원을 제압한 사람에게 보일 반응으로는 아주 적합하겠지.

 

대륙 최고의 검술 명가. 그 중에서도 역대 최고의 재능으로 칭송받는 공녀.

 

그런 인간이 펼쳐내는 검술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녀조차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기예의 영역이었다.

 

 

‘저거 흉내라도 낼 수 있는 인간이 대륙에 몇 명이나 될까.’

 

 

트리스탄류 검술은 흉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천재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알려진 고등 기술이다.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무기를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상식을 파괴하는 위력을 발휘하지.

 

하다못해 그냥 막대기만 잡고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소리가 나돌 정도니까.

 

 

“...?”

 

 

그리고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엘리야의 시야가 문득 어떤 것을 포착했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엘노어의 손.

 

마치 뭔가를 극심하게 참아내고 있는 것 같은 기색이었다.

 

숙련된 검사의 시점에서 보자면.

 

마치 상대방을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 같은 상태겠지.

 

지금이라도 검을 뽑아서 뭐라도 죽이고 싶다고 온몸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

 

 

그녀가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자니, 그녀의 시선을 눈치 챈 엘노어가 손을 슬쩍 뒤로 숨기며 입을 열었다.

 

 

“...전부 제압한 것 같군.”

 

 

방금 본 것에 대해서 굳이 이야기하지 말자는 신호가 분명했고, 엘리야는 일단 거기에 동의하기로 했다.

 

지금 상태에서 건드리면 진짜로 죽자고 검이 날아올 것 같았으니까.

 

 

“네. 이 인원들은 전부 아카데미에 신병을 인도하면 될 것 같-”

 

그렇게 말하려던 엘리야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암살자의 몸에서 푸른색 보석이 번쩍이는걸 발견했기 때문이지.

근거리 연락용 마도구. 이전에 마수 토벌 때 몇 번 보았던 물건이다.

즉, 지금 이 건물 안에는 이 녀석들 말고도 이 '연락'을 보낼 인간이 남아있다는 뜻이겠지.

"-지는 않네요."

그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암살자 한 명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지금 여기에 있는 인간 말고 파견된 인원이 더 있나요?"

"..."

암살자가 묵묵히 그녀를 노려보자, 엘리야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렇게 쉽게 대답할 리는 없-

-!

그런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암살자의 팔이 부러졌다.

"...!"

소리도 없이 비명을 지르는 걸 보고 있으니 느끼고 있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했다.

엘리야가 어안이 벙벙해서 옆을 돌아보니, 엘노어가 콧숨을 내뱉으며 휘두른 검집을 다시 벨트에 걸고 있었다.

"말하지 않으면 다음엔 목을 부러트려주지."

"..."

"흠. 아니지. 방금 그건 적절하지 않았군."

엘노어가 그렇게 말하자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보던 엘리야도 피식 웃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런 살벌한 소리를 느닷없이 하는 건 좀...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전원의 목을 접어주겠네."

"..."

침묵이 주변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참으로 담담하게 사실을 토로하는 것 같은 기색이었지만, 덕분에 진짜로 그런 일을 할 것 같다는 느낌 정도야 모두에게 절절히 전해졌을 것이다.

팔이 부러진 암살자를 대신해서 누군가 떠듬거리면서 입을 연 것만 봐도 그러했다.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흘러나오는 문장을 쭉 들은 엘노어가 이내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현월의 하스메드라. 어떤 놈이든 죽여서 모습을 탈취하는 암살자라 했나."

 

그 말을 듣고 잠자코 침묵을 지키던 엘노어가, 조금 뜸을 두고 입을 열었다.

 

 

“그 암살자, 지금 너희들과 같이 이 근처에 와 있나?”

 

“뭐?”

 

“질문에 대답하게. 지금 이 건물에 너희들과 같이 있나?”

 

“...그건 지금 말해줄 수 없-”

 

 

그렇게 빈정거리려던 암살자가 말을 멈췄다.

 

아마 자신의 팔 한쪽이 검에 베여 날아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순식간에 검을 뽑아든 엘노어가 행한 일이였다.

 

 

“아, 어어억-!”

 

 

뒤늦게 찾아온 격통에 암살자가 사방으로 피를 뿌리며 비명을 지르는 사이, 엘노어가 얼굴에 튄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쪽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어둑어둑한 주변으로 붉은색 눈동자가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암살자가 여기에 와 있나?”

 

“아, 아아아악-!”

 

“대답하지 않으면 한쪽을 더 잘라주겠네.”

 

“이, 있어! 같이 왔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엘노어가 비명을 지르는 암살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러더니 어안이 벙벙해져서 가만히 있는 학생들을 모조리 내버려두고 뛰쳐나가는 게 아닌가.

 

 

“잠깐만요! 이게 무슨 미친 짓이에요!”

 

단순히 팔을 부러트리고 '협박'하는 것까지야 그렇다 치는데, 아예 진검을 뽑아서 신체를 날려버린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지금 엘노어의 모습은, 마치.

하스메드란 녀석이 있다는 소릴 듣자마자 성격이 아예 바뀌어버린 기색이었으니까.

급하게 그쪽으로 따라붙은 엘리야의 질문에 엘노어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받았다.

 

 

“급하게 대답을 들어야 했으니까. 목숨은 붙어있을걸세. 근처에 구급 장비도 있으니.”

 

“...”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을 순순히 저지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긴 한데.

 

 

“대체 뭐 때문에 그런...!”

 

“상대방을 죽여서 모습을 탈취한다고 했네. 그럼 지금 이 건물에서 노리기 가장 쉬운 대상이 누구겠는가?”

 

 

엘리야의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러고보니, 한 명 있었지.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굳이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나간 인간이.

 

 

“...설마 싶긴 한데요.”

 

 

엘리야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자신을 미끼로 써서 가장 강한 상대를 그쪽으로 유인한 건가요?”

 

 

사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분명히 억측이다.

 

애초에 그런 암살자가 온다는 걸 알고 있을 수도 없고, 백번 양보해서 그런 걸 알고 있다고 해도 굳이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그런 위험한 짓을 할 이유가-

 

 

-나, 그 사람 꽤 좋아하거든.

 

 

“...”

 

 

-있다고 하면 있을 수도.

 

지금 이 암살 시도는 트리스탄 공녀를 노리고 자행된 것이 분명해 보이니까.

 

그리고 엘노어도 대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무는 것을 보니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일단 그쪽으로 가서 확인해 봐야겠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둘이 대체 무슨 사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했지 않은가.”

 

 

엘노어가 그렇게 말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렇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지금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다는 목소리였다.

 

 

 

 

사실 엘판테 아카데미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교육기관이라고 봐주기는 힘들다.

 

일반적인 학교라면 절대 없을 만한 것들이 사방에 널려있다는 얘기는 이미 외부자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니까.

 

워낙 연식이 오래되고 불가사의한 장소다 보니 학교 자체에 온갖 ‘이상 현상’들이 존재한다나.

 

곳곳에 숨겨져 있는 비밀의 방, 일정 시간이 되면 출몰하는 유령, 전설의 환수가 깃들어 있다는 특정 건물...

 

그리고 하스메드 역시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숙지한 바였다.

 

그가 들은 것만 해도 얼추 몇 천 가지가 넘는 것들이지만, 이미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암기한 지 오래였다.

 

아무튼 그는 업계에서도 제법 인지도가 있는 프로 암살자다. 이 정도 노력도 못한다고 해서야 그런 명성을 누릴 자격조차 없겠지.

 

그래서.

 

암기를 뻗은 그의 팔에 걸리는 반투명한 푸른색 ‘막’을 보았을 때, 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수호자의 혼...!’

 

 

불침을 목적으로 하는 방어 결계. 지정 범위 안에서 공격자가 휘두르는 무기의 위력을 대폭 경감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일부 건물에서 느닷없이 출몰한다고는 하지만, 그 시기와 장소 모두 무작위로 유명한 결계다.

 

그런데 이게 대관절 왜 여기서 튀어나온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눈앞에 있는 학생이 막대기를 들고 이쪽으로 접근했다.

 

 

‘어리석긴!’

 

 

하스메드가 코웃음을 치며 암기를 곧바로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결계가 있다고 해도, 충분히 훈련된 암살자는 그 존재 자체로 무기가 될 수 있다. 하물며 하스메드는 그런 암살자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실력을 가진 이다.

 

그런데 고작 저런 막대기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척 봐도 전투 기술 하나 수련하지 않은 약골의 몸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첫 일격을 맞기 전까지는.

 

 

-!

-!!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폭풍같은 연격.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신의 급소를 타격당한 하스메드에 입에서 차마 억누르지 못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런 육체적 고통 이상으로 정신적인 충격이 그를 강타하고 있었다.

 

 

‘궤도조차 못 쫒아가다니...!’

 

 

경지에 오른 암살자인 그가 그 근원조차 해석할 수 없는 검술은 대륙에 얼마 없다.

 

하물며 진검도 아닌 물건으로 이 정도 위력을 내는 검식이라면!

 

 

‘트리스탄류 검술!’

 

 

이런 걸 쓸 수 있는 녀석의 실력을 대체 왜 읽어내지 못했단 말인가.

 

 

‘...!’

 

 

문득, 어떤 깨달음이 번개처럼 그의 머릿속으로 찾아들었다.

 

이 녀석, 그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처음부터 건드리면 안 되는 녀석이었다...!’

 

 

무력하게 쓰러지면서, 하스메드는 간신히 그런 생각만을 떠올릴 뿐이였다.

 

 

 

 

[ 성공적으로 검식을 펼쳤습니다! ]

 

[ 특성: 트리스탄류 검술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

 

“...”

 

 

뭐냐 이거?

 

왜 이렇게 쎄?

 

당황한 눈초리로 쓰러진 하스메드를 바라본다.

 

솔직히 트리스탄류 검술이라곤 해도 숙련도는 기초밖에 안 되니까 별 기대는 안 했는데. 몇 번 휘두른 것 가지고 하스메드쯤 되는 놈을 바로 눕힐 줄은 몰랐다.

 

얘 그래도 메인 퀘스트 진행 도중 중간 보스 꿰찰 실력은 되는 놈이거든?

 

뒷세계에서 이름만 대도 어느 정도는 통할 만한 수준의 암살자라 그거다.

 

 

‘...끝까지 성장시키면 대체 어느 정도로 센거야?’

 

 

최종 보스가 쓰는 검술이니까 강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그게 이 정도일줄은 몰랐는데.

 

애초에 내 계획도 그냥 적당히 시간만 끌다가 도움을 요청하러 튀는 게 전부였거든?

 

 

“...하. 그렇군. 처음부터 유인책이었나.”

 

 

그러니까 눈앞에 쓰러진 녀석이 이런 말을 지껄이고 있으면 나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뭔 소리래?

 

 

 

“방법이야 알 수 없지만, 넌 분명히 이 자리에서 수호자의 혼이 작동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막대기를 무기로 고른 것도 그래서였겠지.”

 

 

그거야 게임 시스템이니까.

 

모든 건물에 존재하는 ‘세이브 포인트’에선 무기를 사용한 전투 행위가 불가능하다. 내가 이 녀석을 여기로 끌고 온 것도 그래서지.

 

 

“그리고 그런 방법을 쓰기 위해 처음부터 실력을 감춰 나를 유인한 건가. 일부러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도 그래서고. 트리스탄 공녀에게서 나를 떨어트려 놓기 위해.”

 

“...”

 

 

아닌데.

 

사실 시간 좀 적당히 끌다가 그쪽에 구해달라고 도망칠 예정이었는데.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됩니다! ]

[ 악당이 당신의 치밀한 계획에 경외를 느낍니다! ]

[ 기프트 탭에 보상이 추가됩니다! ]

 

“...”

 

 

뭔 치밀한 계획.

 

적당히 시간 끌다가 도망쳐서 제발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게 치밀한 계획?

 

세상 치밀함 다 죽었냐?

 

 

“정체가 뭐냐, 네놈? 트리스탄 공작가에서 미리서부터 키워둔 놈인가? 아니면 제국 중앙정보기관의 요원?”

 

“...”

 

 

남작가에서 소 키우고 농사짓던 사람인데요.

 

 

“대답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군. 좋다. 죽여라.”

 

“...죽일 생각 없는데.”

 

“죽이지 않는다고? 어째서지?”

 

 

내 말이 어지간히도 충격적이었는지, 하스메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해왔다.

 

그거야 내가 굳이 살인하고 싶지도 않고.

 

 

‘애초에...’

 

 

얘, 시나리오상 세 번째 챕터의 핵심축인 범죄 집단 ‘방랑자’ 소속원이다.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메인 시나리오에 대체 무슨 영향이 갈지도 모르는 데다가, 방랑자에서 보복을 하러 올 게 뻔하다.

 

하지만.

 

 

‘곧이 곧대로 말하면 안되겠지.’

 

 

그러니까 적당한 변명을 궁리한다.

 

최선의 선택지로 내놓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아, 그렇지.

 

 

“소문을 퍼트려. 트리스탄 공녀한테 접근하지 말라고. 너 정도 되는 암살자도 함부로 건드리려 했다가 죽을 뻔했다고.”

 

 

아마 이 녀석의 의뢰주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카데미 행사 도중에 이런 사고를 치는 걸 보면 보통 미친 인간이 아닐 확률이 높다.

 

이번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한 번 어떻게든 시도할 확률이 높다는거지.

 

그리고, 그거 아마.

 

엘노어의 ‘타락’ 스택을 계속 적립시킬거다.

 

회색 악마가 풀릴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 그거지.

 

그러니까 그런 시도 자체를 좀 원천 봉쇄해보자는 거다.

 

하스메드쯤 되면 그래도 이름 깨나 있는 암살자다. 이 녀석이 그런 짓을 하면 그래도 다른 녀석들도 의뢰를 받기 꺼리지 않겠어?

 

 

“...”

 

 

내 말에 하스메드의 표정이 묘해졌다.

 

 

“내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지? 이대로 돌아가면 다시 트리스탄 공녀를 노릴 수도 있는데?”

 

 

사실 그럴 생각 안 하는데.

 

원작의 ‘방랑자’가 어떤 놈들이었는지 생각하면 확실히 그렇다. 목숨을 살려준 사람이 시킨 일을 안 할 놈들은 아니지.

 

이상할 정도로 범죄자들 주제에 명예에 목숨 거는 놈들이라.

 

하지만 여기서는 입을 좀 털어보자.

 

 

“다시 해보던가, 그럼.”

 

 

피식 웃으면서 말을 잇는다.

 

 

“그때도 내가 지키고 있을 거니까.”

 

“...트리스탄 공녀는 네게 그 정도로 소중한가?”

 

“그렇다고 하지, 뭐.”

 

 

자세히 설명하기도 귀찮으니까 적당히 얼버무리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경외심까지 품고 있다고 했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적당히 알아들을...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합니다! ]

[ 스킬의 발동 효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

[ 악당의 호감이 대폭 상승합니다! ]

[ 악당의 호감이 대폭 상승합니다! ]

[ 악당의 호감이 미친 듯이 상승합니다! ]

[ 악당의 호감이... ]

 

“...”

 

 

뭐냐 이거.

 

말을 마치자마자 눈앞을 미친 듯이 뒤덮는 창에 식은땀이 삐질 흘러 나온다.

 

어.

 

설마.

 

 

“...”

 

 

고개를 슬쩍 돌려보자, 복도 끄트머리에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엘노어가 보인다.

 

방금 한 말을 전부 다 들은 게 분명한 모습이다.

 

 

“...”

 

“...”

 

 

큰일 났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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