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 9. 검신병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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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계획이야 완벽했다.
아무리 엘판테에서 이런저런 경비 마법을 준비해뒀다고 하지만, ‘비품실’은 세라 유저들에게 거의 초반부 앞마당 비슷한 곳이거든.
너무 많이 털면 결국 들켜서 페널티가 들어오긴 하지만, 그럼에도 필요한 물건 한두 개 꺼내쓰는 것 정도야 사실상 진행의 필수요소다.
어떤 루트로 어떻게 뚫고 가야한다는 것 정도야 눈 감고도 숙지할 수 있단 소리다.
그리고 나처럼 ‘포인트 상점’을 이용할 수 있고, 사용할 포인트까지 넉넉한 경우라면 가장 손쉽게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이거지.
◎ 헤이스트 포션
[ 아이템: 소모품 ]
[ 가격: 100pt ]
[ 복용자의 몸놀림을 잠깐 동안 빠르게 해줍니다. ]
◎ 그림자 가면
[ 장비: 액세서리 ]
[ 가격: 100pt ]
[ 착용자의 얼굴을 감추고, 목소리를 변조해줍니다. ]
◎ 캣워크 슈즈
[ 장비: 신발 ]
[ 가격: 200pt ]
[ 걸음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난답니다! ]
포션 복용 후 빠르게 움직여서 각종 경비망을 돌파하고, 곳곳에 배치된 화상 녹화 마법은 그림자 가면으로 신원을 감추며, 잠입 중 일어나는 기척은 캣워크 슈즈로 차단한다.
초반부 은신&잠입 가성비 조합이지. 이 정도만 있어도 아카데미에 있는 상당수의 경비 시설을 회피할 수 있다.
‘...포인트가 좋긴 좋아.’
당장 몇백 포인트만 써서 원래대로는 며칠 단위로 사전 작업을 해야 할 비품실 잠입을 순식간에 단축시켜버렸다. 성능으로 따지면 암살자 트리에서 C급 은신 스킬 정도는 넉넉하지 않을까.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진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온갖 종류의 아이템을 구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메리트지.
몇천 포인트를 넘어가는 비용을 요구하는 아이템들은 그것만으로도 위기 상황에서 일발 역전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니까.
“허억...”
낑낑거리며 기어오른 창문에서 반쯤 탈진한 상태로 뛰어내린다.
헤이스트 포션 덕분에 조금 민첩성은 붙었다지만 기초 체력부터가 올 스텟 F답게 가열찬 쓰레기다. 이런 간단한 운동도 힘들어.
‘죽을 것 같네...’
그렇게 생각하며 주머니를 뒤진다.
이럴 때 또 쓸만한 게 있거든.
◎ 원기회복 비스킷 x2
[ 아이템: 소모품 ]
[ 가격: 50pt ] x2
[ 몸이 예전같지 않으신가요? 이 비스킷으로 스태미너를 회복해보세요. 땅콩맛, 1봉에 10개입! ]
[ 남은 포인트: 2,000pt ]
“...”
어째 유난히 광고하는 것 같은 말투지만, 효과는 진짜로 쓸모 있다.
여기까지 진입하면서도 이래저래 잘 써먹었거든.
비스킷을 우물거리자 몸에 활기가 도는 것을 느끼며, 주변에 쌓인 물건들을 훑어본다.
찾던 건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지.’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향로. 의식에 사용하는 제구치고는 아담한 사이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띈다.
“음.”
비품실 안은 워낙 오래된 물건들이 얼기설기 쌓여 있다보니 정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거의 천장까지 대충 쌓여있는 물건 중 밑바닥에 박혀 있는 향로를 낑낑거리며 빼낸다.
신성의 울트리마. 고대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천 년 묵은 향로.
사실 그런 어마어마한 설명에 비해 자체적으로 대단한 성능은 없지. 오직 한 가지 간단한 기능뿐이다.
이건 말하자면 ‘전화기’다.
받는 쪽이 좀... 어마무시한 존재라서 그렇지.
‘제일 중요한 건 먹었고...’
추가적으로 챙겨갈 걸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린다.
원래대로 이걸 작동시키려면 온갖 종류의 레어 아이템이 필요하지만, 여기가 어디냐.
세라 유저들 공식 개꿀템 노다지 파밍 장소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찾아서 품속에 집어넣는다.
불을 피우는데 사용할 일각수의 뿔을 갈아 만든 가루, 그걸 점화시킬 불사조의 깃털, 화로를 제어할 산호수 부채...
또 너무 많이 털어가면 나중에 꼬리가 밟히지만, 적어도 내가 추려온 물건 몇 개 가져가는 것 정도는 OK겠지.
“어이쿠.”
열중해서 물건을 가져가다보니 위쪽에 쌓여있던 것들이 스르륵 무너지긴 했지만, 딱히 커다란 소리가 날 정도로 와장창 무너진게 아니니 상관 없다.
“...?”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무너지는 물건들 사이에 파묻혀 있던 ‘사람’이 한 명 딸려 나오기 전까지는.
“...!”
나를 향해 직통으로 딸려 내려오는 조그마한 몸을 엉겁결에 받아낸다.
이걸 그대로 바닥에 직격하게 내버려뒀다간 더 큰 소란이 발생할 것 같은 직감에 행한 일이었지만.
받아든 인간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후회한다.
“...”
사슬로 꽁꽁 묶인 검을 끌어안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조그마한 소녀.
잠든 것만 보면 진짜로 곪아 떨어진 고양이 같은 모습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게 누군지 확인하자마자 전신에 소름이 주욱 돋아났지만.
그래. 누가 상상이나 할까.
이렇게 평화롭게 자고있는 사람이 살인을 세 자릿수 넘게 저지른 인간 도살자란 사실을.
“...으음.”
그리고 나로서는 불행하게도, 아무래도 방금 전 활동으로 잠에서도 깨워버린 모양이다.
내 품에 안긴 상태에서 소녀가 밍기적거리며 기지개를 켰다.
“하아아...암...?”
그리고 쭈우욱 팔을 뻗으면서 뭔가 이상한 걸 느낀 것처럼 하품이 점점 잦아든다.
노란색 눈동자를 멍하니 끔뻑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이내 나와 눈이 마주친다.
“...”
“...”
일단 내려놓자.
양손으로 소녀를 붙잡고 바닥에 똑바로 세워둔다.
그러기를 몇 초. 서로 멍하니 눈만 마주친 상태로 침묵한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가 자신이 생판 처음 보는 남정네에게 ‘안겨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물론 이어지는 행동은, 끌어안고 있던 검 손잡이를 번개같이 움켜쥐는 거다.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EX등급으로 적용합니다. ]
응.
난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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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안에서 인물이 악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분류 기준중 하나는 ‘카르마’다.
더 직관적인 단어로 바꾸면 ‘살인 횟수’겠지.
단순히 사람을 얼마나 쳐죽였냐에 따라 성향이 점점 악 분기로 접어들기 쉬워진다는 거다.
카르마 수치에 따라서 타락하기 쉬워지는 것도 그런 맥락이겠지.
시나리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악역인 악마 쪽에서 보통 카르마 성향 높은 놈들한테 먼저 접근하거든.
그리고 그런 시스템의 극단을 온 몸으로 표출하고 있는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그렇게 유해한 사람은 아니지.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
다가가면 무슨 일이 생기는진, 글쎄.
당장 기회만 있으면 사람을 베고 다니는 엘노어조차 따라갈 수 없는 압도적인 카르마 수치 1위가 바로 이 사람이라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지금 이 아카데미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게 바로 이 눈앞의 조그마한 소녀라는 거다.
“...!”
그리고 내쪽으로 날아오는 검격을 보고 있으니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정도는 넘치도록 이해할 수 있어 보인다.
주인공인 엘리야조차 EX로 강화된 절체절명 스킬에는 반응조차 못하고 원 펀치에 날아갔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내가 유리아가 휘두르는 검의 궤적에 반응하는 것이 고작이다.
“-...!”
진짜 생사의 기로라는 걸 자각하자 세상이 느리게 보일 정도로 집중력이 올라간다.
엘리야 때랑 다르게 오히려 이번엔 진심으로 죽이려고 날아오는 공격이라 더 그런 감도 있다.
목으로 날아오는 초격을 손에 잡고 있던 향로로 받아넘긴다. 그래도 유물쯤 되면 공격 몇 방에 부숴지지는 않으니까 방패 대용이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튄다.
‘뭐 이딴 괴물이...!’
인간을 깃털처럼 쉽게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화된 완력에도 불구하고 전신이 시큰거린다.
잠에서 깨자마자 자세도 제대로 잡지 않고 날린 일격치고는 어이가 없는 위력이겠지.
다행이라면, 나는 이쪽에게 더 얻어맞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
전신을 뒤로 던지듯이 구른다.
사실 전투중이라면 바보같은 행동이다.
단순히 거리를 둔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움직임이니까.
하지만, 이 여자를 상대로는 분명히 유효하다.
바닥에 몸이 닿는 것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상대방과 나의 거리를 가늠한다.
‘세 발자국 반.’
아마 상대방에겐 한 호흡도 투자하지 않고 접근해서 날 베어 넘길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유리아는 그 자리에서 못 박은 듯 멈춰서있다.
‘자신의 세 발자국’ 안쪽으로 들어온 상대로는 반쯤 무적에 가까운 전투력을 발휘하지만, 반대로 이 여자 역시 ‘상대방의 세 발자국’ 안쪽을 침범할 수 없다.
모두와 강제적으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인간.
이 사람한테 걸린 ‘저주’는 그렇게 설계된 메커니즘이다.
[가만히 있어주시겠어요?]
물론 눈물 맺힌 눈으로 그런 문장을 허공에 띄워올리는 걸 보니, 외간 남자의 품에 덥석 안겼던 걸 그렇게 유쾌해 하지 않는 건 분명해 보였다.
“...그래야 더 썰기 편하니까?”
[예.]
좀 넘어가라, 그 정도는.
물론 그런 내 의사와는 별개로, 지금 내 상황이 진퇴양난인 건 확실하다.
등 뒤로는 벽. 앞에서는 검을 겨누고 있는 유리아.
세 발자국 이상 거리만 두면 안전하긴 한데, 이래서야 내가 빠져나갈 방법도 없다.
거 사람 몸 좀 닿을 수도 있지. 그거 가지고 저렇게 강렬한 적의를 불태우고 있지만 않았어도 협상이라도 해볼텐데...
“...?”
잠깐만.
협상.
협상이라.
머릿속으로 설정 몇 가지를 떠올린다.
모두와 거리를 두는 게 강제되는 인간답게, 유리아는 거의 부랑자나 다름없는 생활이 보통이다.
비품실 안에서 느닷없이 마주친 건 예상 밖이지만, ‘인적 드물고’ ‘그런 상태가 지속될’ 환경을 선호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아예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다.
교직원들도 용무가 없다면 잘 오지 않는 곳이니까 자기만의 보금자리 삼고 있었겠지.
그리고 그런 환경에 처한 인간은 항상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게 있다.
“...”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상대방을 자극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표명하는 속도로.
그리고 엄숙한 동작으로 아까 전에 내가 먹던 비스킷을 꺼내든다.
“...”
[...]
유리아의 시선이 내가 들고있는 비스킷에 콱 틀어박힌게 느껴진다.
눈앞에서 흔들거리자 시선이 그쪽을 따라 스윽스윽 움직이는 걸 보면 확실하지.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배까지 무진 꼬륵거리고 있지 않을까.
“츳츳츳.”
고양이 밥 주듯이 비스킷을 하나씩 휙휙 던진다.
내가 출구로 향하는 방향에서 이 녀석이 멀어지도록. 헨젤과 그레텔마냥 비스킷으로 진로 설정을 해준다.
[사람을 무슨 먹을 것 가지고 꼬시려 합니까?]
공중에 띄우는 문자로 소통하는 것의 장점은, 말하는 것과 입을 사용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날아가는 비스킷을 경이적인 운동신경으로 넙죽넙죽 받아먹으면서 그런 문장을 띄우는 것만 봐도 그럴 수 있지.
[무슨 동물도 아니고. 이런 거에 넘어가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하지만 몸은 솔직한 모양이지.
하나씩 먹을 때마다 점점 행복해지는 게 눈에 띈다.
우물우물 거리면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게 꼬리라도 있으면 진작에 살랑거리고 있을 분위기겠지.
그리고 내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깨달았는지, 이내 헉! 하고 정신을 차린다.
[이, 이런 원초적인 수단에는 안 넘어갑니다! 전 인간이에요!]
그러냐.
“더 있는데, 먹을래?”
[...]
잠시 후.
유리아는 고로롱거리면서 내가 넘겨준 비스킷을 봉지째로 우적거리고 있었다.
진짜 동물같네.
[그런데, 당신 누굽니까? 여긴 왜 오신 거죠?]
“...”
역시 사람은 배부르고 등 따셔야 문명인 같은 의사소통이 가능하구나.
이런 질문이 이제야 나오네.
‘...그런데 솔직히 말은 못 하겠는데.’
도둑질하러 왔다고 어떻게 말하냐.
아무리 유리아가 반 들짐승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지금 보이는 것처럼 의사소통이 아예 불가능한 대상도 아니다.
혹시라도 다른 교직원에게 이야기가 흘러 들어가면 곤란하거든.
뭐 좋은 변명거리 없나...
아, 그렇지.
말을 하기 전에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향로를 슬쩍 바라본다.
지금 이걸 그대로 들고 나가면 이 녀석의 주목이 끌릴 것이다. 그러니까 좀 입을 털어보자.
“너 밥주러 왔다. 부탁 받았거든.”
이 녀석이 신경을 쓰일 수밖에 없는 화제로.
[...예?]
유리아가 멍하니 반문했다.
몸 주위로 물음표 수십개가 떠오르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당황했나보다.
“아는 사람이 그러더라. 너 좀 보살펴 달라고.”
[아는 사람이요...?]
사실 그런 사람 없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입을 털면 나중에 도움은 되겠지.
원작에서는 이런 식으로 변수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애초에 원작 게임이었으면 비품실에서 유리아를 만날 일도 없었다.
그럼 나도 미리 만난 김에 그 기회를 이용해야 하지 않겠나. 나중에 좀 더 원활하게 풀 수 있게.
“언니는 성황국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핵심은 이 정보를 미리 전달해 두는거다.
유리아의 몸이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하게 굳어졌다.
“법황은 당분간은 너랑 그쪽에 관심도 안 둘거야. 아직 아카데미에서 숨은 좀 죽이고 있어야겠지만.”
소녀가 한시도 몸에서 떼놓지 않는 사슬 칭칭 감긴 검을 강하게 끌어안는다.
동작은 작지만,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격렬하다.
이 녀석의 고향인 성황국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엘판테 아카데미까지 와서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건 다 그 양반 때문이니까.
원래대로는 2챕터에서나 자세하게 다룰 내용이긴 한데, 뭐.
적어도 이 녀석한테 하나뿐인 가족의 동향 정도는 알려줘도 되지 싶다.
“...”
내 시선이 유리아가 지금도 끌어안고 있는 저 검에 머무른다.
겉보기에는 아무 특징 없는 검이지만, 저건 세라 전체를 통틀어도 악독하기로는 순위권에 들어가는 물건이다.
유리아는 이걸 억누르는 일종의 ‘봉인구’ 역할이고. 세 발자국과 관련된 저주도 저 물건에서 나오는 거다.
엘노어보다는 못해도 수시로 정신적인 타락 위협에 시달리고 있을거라 그거지.
희망적인 소식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나. 고생하고 있을 텐데.
[당신, 당신 대체 누구에요? 어디서 온...]
“난 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까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건 또 그렇다.
‘애초에 그런 것 없으니까.’
어.
거짓말은 꼬리가 길어지면 밟히는 법이다.
가면까지 쓰고 있는 김에 신비롭게 퇴장하는 게 낫겠지.
아까 전 충돌의 여파로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향로를 주워든다.
성황국 출신이라면 분명히 이 물건의 가치를 알고 있겠지만, 방금 내가 한 말에 어지간히 충격 받았는지 유리아는 이쪽에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행이다...!
입 턴 보람이 있어...!
“...또 올게.”
그래도 작별인사 정도는 남긴다.
아마 비품실 들러서 물건 털어갈 일이 못해도 한 번은 더 있을 것 같으니까.
그때는 좀 봐줘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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