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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 (14)화 (15/258)

Chapter 14 - 14. 마수 소동

 

 

신입생 환영회가 진행되는 버클리 회관은 엘판테 전체를 기준으로도 눈에 띌 만큼 거대하고 복잡한 건물 중 하나다.

 

대륙 각지에서 무더기로 몰려오는 신입생들을 한 번에 받아서 통제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크기의 건물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니까 그렇겠지.

 

즉, 신입생 환영회라는 친근한 이름과는 다르게 실제 행사 분위기는 시장 한복판 저리가라 할 정도의 북새통이란 소리다.

 

사방에서 고함을 지르며 어떻게든 학생을 통제하려 애쓰는 교직원들을 보니 안쓰러움마저 느껴진다.

 

따라서 다행인 점은,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쓸 여유조차 없는 통에 행사 도중에는 ‘들킬’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진다는 거다.

 

그럼 이제 이게 등장할 차례지.

 

 

◎ 클론 워커

 

[ 아이템: 특수 ]

[ 가격: 1,000pt ]

[ 본체의 성격과 행동을 모방하는 분신을 만들어냅니다. 다른 버프와도 상호 작용이 가능합니다! ]

 

[ 남은 포인트: 1,000pt ]

 

 

비싼 포인트답게 내 본체와 거의 차이점이 안 느껴지는 분신체. 평소 내 행동과 대화 패턴을 학습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더 추가해주면 된다.

 

 

◎ 버프: 카리스마 강화

 

[ 아이템: 특수 ]

[ 개성을 부여해보세요! 해당 객체에 각종 속성들이 추가됩니다. 현재 2종 개방! ]

 

옵션: 차가운 젠틀맨

 

[ 말재간도 없고 행동도 어눌한 당신! 그걸 냉정함으로 포장해보는 건 어떨까요? ]

 

[ 가격: 500pt ]

 

옵션: 페로몬

 

[ 당신도 플레이보이가 되어보세요! 모든 행동에 이성이 호감을 느끼기 쉬운 가점이 붙습니다! ]

 

[ 가격: 500pt ]

 

[ 남은 포인트: 1,000pt ]

 

 

차가운 젠틀맨 옵션을 클론 쪽에 적용해두면 되겠지.

 

이거라면 내가 클론을 조금 느슨하게 통제해도 ‘아, 이 사람은 원래 이렇게 쿨하고 무뚝뚝한 사람이구나!’하고 멋대로 착각해준다는 소리다.

 

페로몬은 뭐.

 

 

“...”

 

 

안 사.

 

절대로 안 사.

 

엘리야쪽도 그렇고, 특히 엘노어는 호감도 올라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아무리 치명적인 매력 스킬이 있다지만 이상할 정도로 빨리 불어나는 느낌이거든.

 

이 사람 원래부터 남한테 쉽게 꼬셔지는 사람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언젠가는 반드시 결착을 봐야겠지만.’

 

 

그런 생각과 함께 쓴웃음을 짓는다.

 

계속 도망다닌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건 스스로도 안다.

 

결국 그쪽은 회색 악마와 엮인 시나리오 최중요 인물이다. 엔딩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을 봐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지.

 

내 기프트가 있는 이상 내가 거기에 반드시 엮이리라는 사실도 자명하고.

 

 

‘...그래도 말이지.’

 

 

정도란 게 있긴 해.

 

나 지금 아카데미에서 수업 한 번도 못 들었다. 이 이상 뭔가 더 엮이는 건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일단 해야 할 일부터.’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다른 창을 눈앞으로 끌어온다.

 

 

【Event: 더블 데이트】

-대단하십니다! 중요 인물 두 명을 동시에 후리기로 하셨군요!

-이벤트 종료까지 들키지 않도록 하세요!

-실패할 시 시나리오 진행에 있어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 남은 시간: 20분 ]

 

 

“...”

 

 

후리기는 뭘 후린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애초에 이거 계획 자체는 엉망진창이다. 그냥 누군가 내 모습을 각각 다른 곳에서 동시에 봤다는 얘기만 나와도 곧바로 들키니까.

 

하지만 한정된 시간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것 정도는 어떻게든 가능할 느낌이다.

 

당장 페널티만 일단 떼어놓고, 그 뒤에 들키더라도 뒷수습은 그때 생각하는 게 맞다...!

 

 

“아, 그대! 이쪽이네!”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한 엘노어가 손을 흔드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답지 않게 손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려 붕붕 흔들고 있다.

 

주변이 워낙 개판이라 저렇게라도 안 하면 안 보이겠지만.

 

좋아. 일단 나는 엘노어와 만나면서 클론 쪽에 옵션을 적용시켜두면...

 

 

-!

-!!!

 

 

그렇게 화면을 각각 탭하려던 순간, 근처에서 느닷없이 들려오는 괴성에 화들짝 놀라 몸이 튀어오른다.

 

어찌나 놀랐는지 전방에 있는 상점창을 나도 모르게 드르륵 긁어버렸을 정도로.

 

 

“비켜요 비켜!”

 

“위험하니까 학생들은 다 뒤로 물러나!”

 

 

회관 바깥쪽 복도로 슬쩍 바라보니 철창 안에 묶여있는 거대한 곰 모양의 괴수가 기사 몇 명에게 호송되고 있는 모습이다.

 

가끔 저렇게 외곽에서 생포해온 것들은 아카데미 내부로 호송되는 경우가 있다. 실험체나 연구 재료로 중요하게 쓰이거든.

 

위험한 짓이긴 해도, 살아있는 마수만큼 최상급의 연구 대상은 없다며 일부 교수진이 대단히 강경히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

 

 

“...”

 

 

물론 그것 때문에 이번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사고가 터지지만.

 

내가 굳이 널리고 널린 아이템 중에서도 울트리마를 최우선적으로 챙겨온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그래도 뭐...’

 

 

아마 주인공과 최종 보스가 같은 자리에 있으니까 진압 자체는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이다.

 

내가 그 두 명을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위치에 데려다 놓기만 한다면.

 

그 부분만 좀 신경 쓰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창으로 시선을 돌린다.

 

 

[ 옵션: 카리스마의 구매를 완료했습니다! ]

[ 옵션: 페로몬의 구매를 완료했습니다! ]

 

[ 옵션 부여를 완료했습니다. ]

[ 본체 – 옵션: 페로몬을 적용합니다! ]

[ 분신 – 옵션: 카리스마를 적용합니다! ]

 

“...”

 

 

뭐야 시발.

 

페로몬은 왜 구입됐고, 한술 더 떠서 나한테 적용까지 되어있냐?

 

애초에 이거 클론이 아니라 본체에도 넣을 수 있는 거였어?

 

 

‘...그러고 보니까.’

 

 

아까 전에 깜짝 놀라서 상점창을 드르륵 긁긴 했지.

 

그래도 그렇지 대체 뭘 어떻게 예술적으로 긁어야 이게 이렇게 들어가는데?

 

 

“그대, 아까부터 뭘 멍하니...”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그렇게 말하던 엘노어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그대로 말을 멈췄다.

 

 

[ 대상 ‘엘노어’에게 페로몬 효과가 적용됩니다! ]

 

 

아니. 그러지 마.

 

제발.

 

엘노어의 눈이 확 커진다. 호흡도 안쪽으로 훅 말려 들어간다.

 

머릿속으로 경보가 울려퍼진다.

 

이거 전에도 있던 패턴...!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

[...되지 않습니다! ]

[ 상대방이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써 억누르고 있습니다! ]

 

“...”

 

 

그래. 전에도 있던 패턴이긴 했는데.

 

내용이 좀 이상하네.

 

왜 억누르고 있다는 진 모르겠지만, 일단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자니, 그 사이 순식간에 무표정을 되찾은 엘노어가 자신의 가슴을 꾹 내리누르면서 중얼거렸다.

 

 

“진정하거라. 시끄러우니까.”

 

“...예?”

 

“그대한테 한 말은 아닐세.”

 

 

그럼 누구한테 한 말인데.

 

 

“심장한테 했네.”

 

“...”

 

“시끄럽더군.”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그렇게 덧붙이는 엘노어를 보고 있으니 나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사람, 원작에서도 그랬지만 가끔 심각하게 4차원일 때가 있다.

 

 

“...일단 갈까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움직인다.

 

지금쯤 클론은 엘리야와 접선했을 것이다. 그쪽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튼 이쪽도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페로몬 효과가 걸린 게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별 일 없겠지...?

 

 

 

 

솔직히 말해서, 위기의 연속이었다.

 

 

“아, 저기 간식거리 파는 곳 있네요. 조금 먹고 갈까요?”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

[...되지 않습니다! ]

 

“...내가 저걸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니, 우연이겠지.”

 

 

어. 진짜 우연이다.

 

애초에 나도 당신 음식 취향까지는 잘 몰라.

 

 

“이 단추 괜찮네요. 선물로 드릴까요?”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

[...되지 않습니다! ]

 

“마침 제복에 한 곳이 떨어져 나가 달아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었지. 그대는 역시 평소에도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 리가 없지. 음.”

 

“...”

 

 

일부러 단추같이 이상한 물건 선물해준다는데 거기까지 의미부여를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혼자 해석하고 혼자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나까지 환장할 지경이다.

 

 

‘머리 아프네...’

 

 

그래도 간신히 별 탈 없이 이 사람을 에스코트하고 있는 건 다행이다. 엘리야 쪽에 있는 클론도 무난하게 그쪽이랑 어울리고 있는 모양이고.

 

이 정도면 그냥 지금처럼만 진행해도 큰 일은 없겠지.

 

조금 여유가 생긴 덕분에 환영회 안쪽을 슥슥 둘러본다.

 

전체적인 풍경은 각자 전공을 정한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뭉쳐서 선배들에게 인솔받으며 친목을 다지는 모습이다.

 

나는 아직 공식적으로 아무 반에도 배정받지 않아서 저런 안내도 못 받지만.

 

 

“그러고보니, 전공은 정했나?”

 

“아, 정하긴 했죠.”

 

 

사실 이건 고민 꽤 많이 한 문제다.

 

세라 세계에 있어서 ‘전공’을 정한다는 건 사실상 주력 빌드를 정한다는 거니까.

 

 

“저는 신학부로 가려구요.”

 

 

엘노어의 표정이 확 찌푸려졌다.

 

 

“...그대 수준의 재주를 두고 기사학부에 들어가지 않는 건 재능 낭비일세.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나?”

 

 

뭐, 확실히 저 말대로 해도 나쁜 일은 아니긴 하다.

 

절체절명이 터진 상태에서 발휘하는 트리스탄류 검술의 위력은 이미 넘치도록 체험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 다 이유가 있어서 택한 진로거든.

 

 

“신학부에서 배우고 싶은 게 있거든요.”

 

“배우고 싶은 것?”

 

“예전부터 꼭 지켜주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어.

 

주로 내 목숨이라던지.

 

신성 관련된 스킬들은 세라 내에 존재하는 모든 빌드 중에서 가장 ‘생존’에 특화된 빌드다. 당장 울트리마에 담아온 가호들만 해도 그런 쪽에 특화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특히 나중에 ‘기적’ 같은 고위 스킬까지 열어제끼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할 수도 있다.

 

아무튼 엔딩까지 살아서 일직선으로 간다는 내 목적에 부합하는 빌드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장 이 신입생 환영회 이후에 이어지는 건 1챕터인 ‘비밀 결사 준동’ 사건이거든.

 

신성학을 전공으로 수업을 받는다면 그쪽에서 대단한 이점을 받을 확률이 높다. 챕터 보스가 유난히 신성에 취약해서 말이야.

 

페르시에게 사용할 1회 소원권, 비전 창고에서 얻을 아이템, 그리고 미리 얻어둔 울트리마까지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발동...]

[...되지 않습니다! ]

 

“...”

 

 

그런데 너는 뭔데 여기서도 터져.

 

당황해서 그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서 엘노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그런 짓 좀 하지 말게.”

 

“예?”

 

“진심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군. 태생이 그런 쪽인가.”

 

 

그렇게 말한 엘노어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분위기가 묵직하다.

 

 

“트리스탄 공작가에 깃든 저주는 알고 있나, 그대.”

 

 

갑자기 진지한 화제가 훅 내려꽂힌다. 조금 당황해서 그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엘노어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가문 전원이 주어진 삶의 절반도 살지 못하고 박명하게 만드는 광증.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정신 수양을 통해 억누르는 것뿐. 그런 끔찍한 저주의 해결책으로서 유일하게 제시된 것이 뭔지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천사의 가호.

 

내가 울트리마에 받아온 조촐한 급이 아니라, 대천사 수어 명이 동시에 내려준 기적급의 가호가 필요하다.

 

사실상 창세 신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 그 정도로 어려운 일이지. 그러니 트리스탄 공작가는 그 업적과 위세에도 불구하고 결코 존경의 대상이 되지 않네. 언제든 미쳐서 사람에게 칼을 꽂을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이 될 뿐.”

 

“...”

 

“그런데 그대는 뭔데 그리 나에게 쉽게 다가오는가. 대체 의도가 무엇인가.”

 

 

목소리에 살짝 냉기가 섞여있다. 나만 보면 평소보다 훨씬 다채로운 감정을 선보이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래서 계속 호감을 느끼느니 어쩌니 함에도 계속 억누르고 있었나.

 

내가 대체 무슨 의도로 자기한테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지 알 수가 없으니까.

 

 

“의도를 알 수가 없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계속해서 그대가 의식되네. 방금 그저 신학과에 들어가는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도 혹시 나를 위한 것인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지. 그대, 대체 누구인가? 의도가 무엇이고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는 엘노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등골이 절로 싸해진다.

 

치명적인 매력에 페로몬까지 걸려서 자꾸 자기 의도랑은 다르게 자신의 의사가 여기저기 끌려다녀서 열이라도 받은 모양이지만.

 

 

“...”

 

 

이거 좀 위험해 보이는데?

 

계속 내버려두면 슬슬 타락 전조 증상인 멘탈에 금 가는 모습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내 존재가 생각 이상으로 이 사람한테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는 건 분명하겠지.

 

 

“의도야 뻔한데요.”

 

“...”

 

 

엘노어가 쏟아내는 말 사이로 내 문장이 툭 끼어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훌륭한 침투력이었다.

 

 

“...뻔하다니?”

 

“당신 지키려고 하는 것 맞으니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구요.”

 

 

일단 조금이라도 좋으니 내 의도를 드러내는 게 나아 보인다.

 

내 생존 수단은 결국 이 사람의 멘탈이 깨지지 않도록 옆에서 열심히 보우하는 것과 직결된다.

 

근본적으로 틀린 말도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안 지키면 제가 죽어요.”

 

“뭐라?”

 

“진짜로. 안 지키면 제가 죽어요. 다른 이유 없는데.”

 

“...”

 

 

과장 하나 없는 순수담백한 팩트 그 자체다.

 

당장은 이 정도로만 대답해주면 되겠지.

 

엘노어가 내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지만, 그대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로군.”

 

“그런 말 자주 듣는다고도 말씀 드렸었죠?”

 

 

그렇게 답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뭐, 다행히 뭐라고 말이라도 얹어주니까 아까 전처럼 멘탈에 금이 가려는 기색은 없어 보인다. 그걸로 만족-

 

 

[ 스킬: 치명적인 매력이 조건부로 발휘됩니다! ]

[ 훌륭한 타이밍! 추후에 폭발적으로 호감을 사게 될만한 복선을 심어 넣었습니다! ]

[ 다음에 성공적으로 스킬 발동시 3배에 달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

[ 두 번째 기프트의 개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

 

 

-할 수 있었는데.

 

뭔 복선을 심어.

 

불안하게 자꾸 이딴 것 튀어나오고 그러냐.

 

얼마 전에도 스킬 대성공이니 뭐니해서 한 번 터지더니만 또 이상한 걸 집어넣고 그래.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쉬고 있자니.

 

 

-!

-!!

-!!!!!!!!!!!!!!!

-!!!!!!!!!!!!!!!!!!!!

 

 

느닷없이 대폭발이 일어났다.

 

 

“...?”

 

 

아니, 진짜로 느닷없네.

 

뭔데 이거?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펼쳐진다. 지하에서 터져 나온 폭발에 플로어가 통째로 무너지고, 거대한 구멍이 버클리 회관을 관통하듯이 나있다.

 

 

“지하에서...!”

 

“대체 뭐야?!”

 

 

비명과 고함이 사방에서 몰아친다.

 

어쩐지 익숙한 광경이다.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거...!’

 

 

버클리 회관 지하에서 사육 중인 마수들의 폭주. 이 폭발은 그걸 의도로 한 사보타주다.

 

마수 시연회 소동. 분명히 신입생 환영회에서 일어나는 ‘메인 퀘스트’는 맞는데,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끔찍하다.

 

애초에 이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기껏해야 마수 몇 마리가 고삐에서 풀려 난리를 부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급하게 클론의 위치를 확인한다. 내가 짜둔 동선은 분명히...

 

 

[ 클론의 위치: 현재 지하 1층 ]

[ 상태: 중상 ]

[ 동행자: 엘리야 크리사낙스 ]

 

“...”

 

 

그래, 시발.

 

어쩐지 쉽게 풀린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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