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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 (20)화 (21/258)

Chapter 20 - 20. 수업 (3)

 

 

솔직히 말하면 탈리온은 스스로도 조금 놀랍다고 생각하는 상태였다.

 

살의라는 감정이 이렇게나 쉽게 형성되는 거였던가.

 

 

‘그 자식이...!’

 

 

그가 이를 부드득 갈면서 핏발 선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머릿속에 있는 탈리온의 고결한 부분은 현재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자신을 농락하면서 가지고 놀 정도면 분명히 상대방에게 자신보다 월등한 실력이 있는 거라고.

 

자신이 그렇게 오지랖을 부린 걸 사과해야 한다고.

 

 

“...”

 

 

리버백 후작님이 보시면 실망하시겠지.

 

가문의 후원자이자 자신이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게 다방면으로 도와준 사람의 이름을 떠올린 탈리온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게는 용사 후보 엘리야를 넘어설 자질이 있다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고마운 분이 이렇게 추한 모습을 본다면 분명히 혀를 차실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25번이나 자신을 도발하고 넘어간 것에 대해서 한 번 후려치지 않고서는 못 참겠다.

 

 

“탈리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기 전까진.

 

 

“...엘리야?”

 

 

싱글싱글 웃으면서 이쪽으로 접근 중인 엘리야를 본 탈리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녀석이 여기서 왜 갑자기 튀어나온단 말인가?

 

 

“오랜만이네. 저번 마수 토벌 이후로는 처음인가?”

 

 

탈리온이 멈칫했다.

 

그나 엘리야나 그 실력을 인정받아 켄드리드 변경백 휘하의 마수 합동 토벌에 견습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으니까. 저렇게 말할 순 있겠지만.

 

 

‘...기억하고 있었구나.’

 

 

탈리온이 속으로 살풋 미소지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예전에 처참하게 깨져서 기억 못할 줄 알았는데.’

 

 

비슷한 나이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이다. 주변에서 어떻게든 싸움을 붙이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것이다.

 

물론 결과는 탈리온의 처참한 패배였지만.

 

아무리 주변에서 엘리야가 그보다 ‘근소한’ 우위에 있다고 평하기는 하지만, 탈리온은 그 근소한 차이가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란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체감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찬란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기억해주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래, 엘리야. 너도 오랜만이야.”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아니, 그냥 누군가를 좀 찾고 있었거든.”

 

 

그가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렸다.

 

아무튼 엘리야는 그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목표로 삼고 수련을 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이다.

 

눈이 뒤집히게 화나서 누군가를 추한 꼴로 뒤쫒고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알리고 싶진 않다.

 

 

“그래? 누굴 찾고 있었는데?”

 

“어, 그냥. 조금 짜증나는 녀석...”

 

“찾아서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

 

 

이상함을 느낀 것도 아마 그때쯤부터 였을 것이다.

 

엘리야의 얼굴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지만, 그 문장에서는 서늘한 수준의 냉기가 느껴진다.

 

 

‘이런 이미지, 였던가?’

 

 

아니었는데.

 

분명히, 이전에 만났을 땐 조금 과격한 면은 있었지만 틀림없이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 모범적인 인간이었다.

 

지금 보여주는 것처럼, 뭐라고 해야하지.

 

‘음험한’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단순히 화난 느낌이 아니라, 그에게 발하는 적대 의사가 명백하게 느껴진다.

 

 

“말해줘. 찾아서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

 

“때리려고 했어?”

 

 

엘리야가 앞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왔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

 

 

하지만 눈동자는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찢어지는 것 같은 적대감이 그 안에 들어차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탈리온이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분명히 상대방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하고 있는데,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전부 자신을 옥죄는 느낌이다.

 

마치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대한 괴물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압박감이다.

 

 

“다치게 하려 했어? 선생님을?”

 

 

다시 한 걸음.

 

탈리온도 다시 뒷걸음질 쳤다.

 

 

“아, 아니, 엘리야. 잠깐만...”

 

 

그렇게 말을 꺼내려던 탈리온의 눈동자가 검 손잡이를 움켜쥔 엘리야의 손을 포착했다. 그리고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곧바로 그녀가 검이 살짝 뽑혀나왔다.

 

공기가 불타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살기가 줄기줄기 쏟아진다.

 

 

“...!”

 

 

저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창이 앞으로 튀어 나간 것은 거의 본능적인 반응이었을 것이다.

 

창 끝자락이 매섭게 뛰쳐나간다. 탈리온 본인도 아차할 만큼 진심이 담긴 일격이었다.

 

 

‘이대로면 위험...!’

 

 

하지만.

 

눈을 한 번 감았다 뜨기도 전에.

 

 

-!

-!!

 

 

그의 창이 박살나서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뭐...!’

 

 

그가 뎅겅뎅겅 잘려 바닥에 떨어지는 창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전혀 못 봤다.

 

최소 몇 번 이상 검을 휘두른 게 분명한데도.

 

탈리온 수준으로 병기술을 수련한 인간이라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최소 몇 수 이상은 상대방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것.

 

먼저 공격한 게 자신인데, 반격한 인간의 움직임을 아예 보지도 못했다고?

 

 

‘예전보다, 더...!’

 

 

이전에는 그래도 병기를 서로 잡고 위아래를 견딜 수 있을 수준은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 이후로 피 나는 수련의 수련을 거듭했다. 그 명문인 엘판테의 학생 중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으로 유명해질 정도의 실력을 갖출 정도로.

 

하지만, 지금 이 차이는.

 

아마 탈리온 아르망드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어도 엘리야에게 전부 참살당하는데 고작 몇 초면 충분하리라.

 

1년도 되지 않아 그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말도, 안 돼.’

 

 

재능.

 

압도적인 재능의 격차.

 

그저 단순히 강해서 용사 후보에 이른 게 아니라, 가히 하늘에 닿을 수준이라 일컬어지는 재능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있잖아.”

 

 

그리고 그런 기예를 펼치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엘리야가 검을 다시 검집에 꽂아 넣으며 말했다.

 

 

“네가 뭔데, 내가 누구랑 친구를 하건 말건 신경 쓰는 거야? 내가 그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데 네가 뭔데 방해해?”

     

“...”

 

“짜증 난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남한테 오지랖 부리는 인간들. 진짜 순수한 의도로 나를 위해서 그러는 인간은 한 번도 못 봤...”

 

 

엘리야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떠올린 것처럼 표정이 바뀌더니, 이내 말을 돌렸다.

 

 

“...한 번 밖에 못 봤지. 그 외에는 전부 다 자기 잇속 챙기려는 놈들밖에 없었거든?”

 

“엘리야, 나, 나는...”

 

 

뭐라고 말을 이어가려던 탈리온의 앞에서 엘리야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이미 조각조각난 창이 아예 산산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이번엔 대체 무슨 수를 부렸는지 알 수 조차 없었다.

 

 

“변명은 별로 안 듣고 싶은데. 이해해?”

 

 

탈리온이 마른침을 삼켰다.

 

못 알아듣는 것이 얼간이겠지.

 

다우드 캠벨을 건드리지 마라. 그 근처로 접근도 하지 마라.

 

험한 꼴 보기 싫으면.

 

 

“그래. 알아들은 것 같으니까 앞으로는 그러지 마.”

 

“...저기.”

 

“아직도 할 말 남았어?”

 

 

서늘하게 웃고 있는 엘리야를 보고 있으니 다시 살짝 몸이 떨리지만, 탈리온은 그래도 이 질문은 꼭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입을 열었다.

 

궁금해서 죽을 것 같았으니.

 

 

“그 다우드 캠벨이란 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이런 재능을 가진 인간이 이렇게 아예 성격마저 바뀐 모습을 보일 정도로 행동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 다우드 캠벨이란 인간, 대체 정체가 뭐길래.

 

그 말에 엘리야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나보다 훠-얼씬 실력 좋은 인간. 나 그 사람한테 한 방 얻어맞고 기절했어.”

 

“...그거, 사기가 아니었어?”

 

“선생님은 그런 짓 할 사람 아니야.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모함하면 진짜 죽인다?”

 

“...”

 

 

살벌한 경고가 이어졌지만, 그는 거기에 뭐라고 답하지도 못할만큼 얼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지금 이 용사 후보를, 단 일격에 작살낸 게 사실이라고?

 

 

‘...대체 뭐하는 괴물이야?’

 

 

그나마 가늠이라도 되는 엘리야와 달리 그쪽은 아예 상정조차 불가능하다.

 

왜 인지도가 높지 않은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나, 안 죽은게 다행 아닌가?”

 

“그래. 좀 이해한 모양이네. 오히려 내가 살려준 셈이다?”

 

 

머리를 쓸어넘기며 그렇게 답하는 엘리야의 모습을 본 탈리온이 전율에 몸을 떨었다.

 

자신은, 멋도 모르고 그런 괴물에게 싸움을 걸었단 말인가.

 

 

“너는 그 사람이랑 무슨 사이인데?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이쯤되니 이 질문까지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전 질문과 달리 바로 대답이 나오는 대신 엘리야의 표정이 느닷없이 심각해졌다.

 

그러더니 흠, 하고 한참이나 고민한다.

 

 

“아니, 그냥 순수한 친구 맞을걸? 그쪽에서는... 그래. 아마 그렇겠지.”

 

“...뭐?”

 

“아마, 지금은. 어. 딱 그 정도가 맞... 그런가? 나도 잘은, 내쪽에서는 그것보단...”

 

“...뭐라고?”

 

“아, 몰라! 아무튼 지금 당장은 친구야!”

 

 

왁, 하고 화를 내는 모습은 이전에 그가 알고 있던 엘리야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마 사람이 완전히 바뀐 건 아닌가보지.

 

 

‘...지금 당장은 친구라는 게 무슨 소리야?’

 

 

궁금증은 전혀 풀리지 않았지만.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접근하지 않겠습니다.”

 

 

고개 숙여 그렇게 사과하는 탈리온을 보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옆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그렇지 그렇지 하고 있는 엘리야를 보고 있으니 두 배로 더 그렇다.

 

 

‘...대체 뭘 어떻게 팼길래 얘가 이렇게 고분고분해져.’

 

 

역시 용사 후보. 참교육 솜씨가 범상치 않다.

 

그렇게 탈리온이 사라지고, 지금까지 모은 물품들을 채점 받으러 가고 있자니, 옆에서 트리샤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 다우드 씨.”

 

“응?”

 

“...엘리야한테 잘해주세요. 아니, 그렇다고 너무 막 잘 해주지는 마시고.”

 

“...”

 

 

갑자기 뭔 소리래.

 

눈을 멀뚱멀뚱 뜨면서 그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트리샤가 살짝 떨면서 말을 이었다.

 

 

“본인이야 아직 모르는 모양이고, 저도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 엘리야는 조금 낌새가 있어요. 잘못하면.”

 

“...잘못하면 뭔데?”

“제가 봤을 땐 방금 아르망드의 장남이랑 싸울 때도, 선 넘기 직전이었거든요. 어느 한쪽이 크게 다칠 정도로. 아마 평소의 엘리야라면 그냥 적당히 타일러서 돌려 보냈을 거에요. 저렇게 검부터 뽑아 드는 게 아니라.”

"..."

“이번에 확신했는데, 유독 다우드 씨 얘기만 나오면 애가 확실하게 검은색... 아니, 그, 정도가 없이 화를 내요. 분별력이란 게 아예 없어지는 느낌?”

 

“...”

 

“앞으로는 더 심해질 수도 있어요. 잘못하면 다우드 씨가 아예 못 벗어나실 수도 있다구요. 쟤한테서.”

 

 

진짜 죽도록 불길한 경고 고맙다.

 

 

‘...요즘 왜 이렇게 위험한 일들이 많지.’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트리샤를 보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진짜로 요즘엔 전 세계가 나한테 악의를 가지고 굴러가고 있다는 착각이 생길 정도다.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린다.

 

일단 아까 전에 보상으로 튀어나온 것들이나 확인하자는 심산이었다.

 

 

▼ 엘리야 크리사낙스

[ 관심 1단계 ] >>> [ 관심 2단계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있습니다! ]

 

[ 부정 각인 1 중첩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있습니다! ]

[ 당신에게 영향을 받아 성격에 일부 변화가 생겼습니다! ]

[ 중요 인물입니다. 중첩이 여러 번 쌓이면 특별한 일이 일어납니다! ]

 

[ 악의 지배를 1회 사용 가능합니다! ]

 

 

▼ 탈리온 아르망드

 

[ 부정 각인 1중첩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있습니다! ]

[ 당신에게 영향을 받아 이성을 잃은 전적이 있습니다! ]

 

[ 악의 지배를 1회 사용 가능합니다! ]

 

“...”

 

 

어째 열어볼 때마다 날 실망시키질 않네.

 

부정 각인이야 근묵자흑 기프트로 인해 생성된 것들이겠지만, 탈리온은 그렇다 치고 이게 왜 엘리야한테도 들어가 있냐가 문제다.

 

한숨을 내쉬며 창을 드르륵 탭한다.

 

 

[ ‘엘리야’의 기프트 보상을 수령합니다. ]

[ 500pt를 수령합니다. ][ 현재 보유 포인트: 2,500pt ]

[ ‘악의 씨앗’을 1개 수령합니다. ]

 

[ ‘탈리온’의 기프트 보상을 수령합니다. ]

[ ‘악의 씨앗’을 1개 수령합니다. ]

 

악의 씨앗?

 

이건 또 뭐야.

 

 

[ 악의 씨앗 ]

[ 재화: 특수 ]

[ 포인트 상점에서 특수 스킬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

[ 상점에 구매 가능한 스킬들이 업데이트 됩니다! ]

 

 

눈이 휘둥그레진다.

 

 

‘특수 스킬?’

 

 

특수 스킬이라고 함은 직업군 가리지 않고 상점에서 구매하여 공통적으로 1회 사용 가능한 스킬이다.

 

‘구입해서 사용하는’ 스킬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아이템이라고도 볼 수 있지.

 

다만, 굳이 ‘특수’라는 이름을 괜히 붙인게 아닌지라, 특정 상황에서 그 효율은 어떤 아이템보다도 월등하다.

 

 

‘보자, 포인트 상점...’

 

 

떠오른 문구를 보고 재빠르게 포인트 상점을 열어본다.

 

확실히, 이전에는 없던 물건들이 이것저것 들어와 있었다.

 

하나같이 강력한 효과를 자랑하는 것들 뿐이다.

 

 

‘...나중에 악의 씨앗을 더 모을 방법만 생각해둘까.’

 

 

부정 각인이라는 시스템이 시스템인지라 아무한테서나 얻는 건 도의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힘들지.

 

아마 그래도 상관 없을 적당한 후보군을 물색해야 할 것이다.

 

탈리온처럼 나중에 타락하는 놈도 있거니와, 선 성향이라고 해도 어지간한 악 성향보다 심한 놈들이 있긴 있거든. 시스템의 허점이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재료를 한아름 싸들고 나오자니.

 

콘라드가 땀범벅이 되어 바닥에 뻗어있었다.

 

 

“...”

 

 

이 사람 뭐하냐.

 

 

“...뭐하십니까?”

 

“이야, 뭘 그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왔어어어...”

 

 

상대방에게서 늘어지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셨는데요.”

 

“이 빌어먹을, 학생회장이, 자꾸 자기도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시비 걸길래, 들어가려면 나부터 쓰러트리고 가라고 했지.”

 

“...”

 

 

설마싶긴 한데.

 

 

“그래서 덤볐습니까?”

 

“덤비던데.”

 

 

진짜 정신 나간 학교다.

 

학생회장이랑 학장이랑 쌈박질을 하고 있다니.

 

주변에는 마치 폭탄이라도 여러 번 터진 것처럼 크레이터가 여기저기 퍼져있는 걸 보니 이게 그 싸움의 여파인가보다. 괴물 두 명이 싸운 흔적이랄까.

 

 

“그래서 일단 제압하고 기절시켜서 학생회에 인도했다. 녀석, 실력이 예전보다 좀 늘었던데...”

 

 

뭘 뿌듯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어.

 

징계할 생각을 하라고.

 

 

‘...그래도 아직 학장한테는 제압당할 정도인가보네.’

 

 

최종 보스라고 해도 역시 성장형. 아직 최고점 무력의 반도 안 온 모양이다.

 

 

“채점은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콘라드가 내가 챙겨온 자루 안쪽을 흘끗 들여다보았다.

 

 

“만점. 양만 봐도 니가 1등이야.”

 

“...”

 

 

진짜 대충하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콘라드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고급 재료만 골라왔네. 거의 전문가를 보내서 채취한 급인데.”

 

“...예, 뭐.”

 

 

이게 다 탈리온을 약 올리느라 올린 성과지만, 아무튼 전부 다 고급 재료인건 사실이다.

 

 

“그거 그대로 들고 페르시한테나 가 봐라. 좋아할 걸.”

 

“예?”

 

“어차피 너 그쪽에다가 소원권도 가지고 있잖아. 일 시킬 거 미리미리 점수 좀 따놓으라고.”

 

 

콘라드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가지고 점수를 딸 수 있습니까?”

 

“안 그래도 나한테 니가 지금 가져온 것들 중 대부분이 없어서 곤란하다고 투덜거리던데. 아마 걔 입장에서 그거 들고가면 네가 구세주처럼 보일걸?”

 

 

흠.

 

그런가.

 

 

“그럼 점수 따는 김에 소원권으로 조금 어려운 걸 부탁해도 될까요?”

 

“뭔데 그래. 아마 진짜 웬만한 건 다 해줄건데?”

 

“어, 그러니까...”

 

 

잠시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한다.

 

‘정화자’ 공략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지만, 그 중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거라면...

 

 

“아카데미 전체를 터트릴 수 있는 위력의 폭탄을 만들어 달라 하고 싶은데요.”

 

“...”

 

 

콘라드가 단박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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