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 - 24. 만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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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란테가 말없이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애써 침착함을 되찾기 위한 몸짓임이 분명했다.
내가 건네준 자루 안쪽에 뭐가 있는지 확인한 뒤로는 계속 이 상태다.
“이거 제가 생각하는 그 물건 맞나요?”
“생각하신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념체는 맞습니다.”
“...”
잠시 침묵하던 아탈란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면계에 출입했나요?”
“예.”
이번엔 마른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꽤 당황한 모양이지.
“...머리는 왜 그렇게 산발이신데요?”
“오기 전에 페르시 학장님한테 들러서 엑토플라즘 두 덩이를 넘기고 왔습니다. 너무 놀라셔서 전격 마법을 난사 하시더군요.”
“...”
사실 내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주변에서 그 마법을 뒤집어 쓴 다른 대학원생들은 꼴이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이 정도면 만족하십니까?”
이 사람은 이전에 나한테 ‘자기를 만족시키면’ 선물 하나를 더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나.
“만족하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 이걸 저한테 넘기는게 아니라 마탑에 들고가면 당신한테 산더미 같은 보석을 넘겨서라도 이걸 살텐데요?”
세상에. 사념체에 엑토플라즘이라니.
아탈란테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답했다.
하기사.
사념체는 일반적으로 ‘위인’이라고 취급될만한 업적을 남긴 이들의 의식이 담긴 물체고, 엑토플라즘은 그 마탑에서도 1년에 30~50g 단위를 간신히 구한다는 초희귀 재료다.
가공법에 따라 거의 만능에 가까운 활용도를 보여주니까.
촉매로 뭘 섞어주냐에 따라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하게 만들 수도 있고, 전술 병기에 가까운 위력을 보이는 폭발물로도 가공할 수 있다.
그걸 kg 단위로 두 덩이나 넘겨줬으니 페르시가 발작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좋아요. 약속은 약속이니까 선물을 드릴게요.”
“선물은 괜찮고, 대신 부탁 하나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부탁이요?"
“예. 그 사념체를 물체에 ‘부여’ 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아탈란테가 내 말에 눈썹을 찌푸렸다.
“...사념체를 부여하는 거라고 한다면, 또 지금보다 미래에 더 집중하는 선택이군요?”
“정확하십니다.”
사념체를 곧장 가공하여 장비로 만든다면 다른 재료들에 비해 특히나 빼어난 성능을 갖춘 물건이 나온다.
하지만 그걸 이미 있는 물건에 ‘부여’한다면, 천천히 그 사념체의 의식이 깨어나 단순히 성능 뛰어난 장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옵션들이 덕지덕지 달리기 시작하지.
내 선택은 당연히 후자다.
“전부터 생각하던건데요.”
아탈란테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고 있나요?”
“예?”
“아뇨, 그렇잖아요. 솔직히 학생은 지금 당장 단신으로 현월의 하스메드를 제압했습니다. 용사 후보도 일격에 쓰러트리기도 했구요.”
"..."
이 사람, 내가 하스메드 잡은 것까지 알고 있었나?
용케도 거기에 대해선 별 말 안하네.
'당장 말하는 것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실제로, 일반 학생 기준으로 내가 약한 편은 결코 아니긴 하다.
당장 절체절명과 트리스탄 검술같은 사기적인 스킬들의 효과를 봤다지만, 그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악착같이 강해지려고 하는 건가요? 뭔가에 쫒기는 것처럼.”
쫒기고 있다라.
“...”
그거, 사실 정확한 표현이다.
“이렇게까지 준비 안 하면 죽거든요.”
메인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적들, 특히 ‘악마’와 어떻게든 연이 닿아있는 챕터 최종보스들은 단순히 스킬이 어떻고 장비가 어떻고 하는 수준으로 정리되는 놈들이 아니다.
인재人災.
사람 형상을 띈 재앙.
혼자서도 세상을 말아먹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악마들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는 놈들이다. 어중간하게 강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이미 시나리오의 핵심축인 주인공과 최종 보스와 깊게 연관이 되어, 그쪽이랑도 엮이는 게 확정이 된 내 입장에선 진짜로 쫒기고 있는 입장이란거다.
하물며 메인 시나리오의 일정이 예상보다 빨리 앞당겨지고 있는 지금 상황이라면 더더욱이 그렇지.
‘...그리고 그건 1챕터도 예외가 아니지.’
2챕터 보스인 망국의 소년왕이나, 3챕터 보스인 뒤집힌 해일의 사도같은 놈들과 비교하면 정화자 정도는 양반이긴 하다.
하지만 그나마 내가 그때를 대비해서 성장형 장비를 바리바리 갖추고 있는 것과 달리, 지금은 내 상태가 좀 빈약하거든.
오히려 성장 커브를 타기 전이라 더 위험할 수도 있단 소리지.
그런 의미에서.
“사실, 머지않아 한 번은 죽어야 할 수도 있구요.”
사실 고작 1챕터 보스전에 거기까지 갈 일이 있겠냐 싶긴 하다만.
유사시에는... 어.
진짜 그래야 될 수도 있다.
“...예?”
“별 것 아닙니다.”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아탈란테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되묻는다.
“그런데, 저도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뭐죠?”
“왜 이렇게 저한테 잘 해주십니까?”
아탈란테의 눈썹이 살짝 휘었다.
“...무슨 뜻이죠?”
“물어보실 게 산더미처럼 많으실 겁니다. 학생 주제에 어떻게 이면계에 멀쩡하게 출입해왔는지, 사념체에 대한 개념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이 알 수가 없는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줄줄이 씨부리고 있는 게 나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아무런 의문 없이 그런 것들을 다 넘겨주고 있다.
단순히 그것뿐만 아니라, 내가 어디 가서 뭘 하건 이 사람의 입김이 곳곳에 닿아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아카데미 전체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자각은 있나 보군요? 역시 바보는 아닌 모양이에요.”
“예. 그런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똑같은 결론에 도달하겠죠.”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는다.
“...얼마나 심한 일을 시키시려고 이렇게 밑밥을 많이 까십니까?”
총장이 낄낄거렸다.
대답은 결국 안 해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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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게 이거란 말이지.
손목에 둘러져 있는 아뮬렛을 훑어본다. 총장이 하루 꼬박 작업해서 만들어준 물건이지.
[ 소울 링커 ] [ 전용 장비 ]
[ 인챈트: 에픽 ]
[ 위대한 혼령이 깃든 장비입니다. 동기화율을 높여 혼령의 의식을 깨울 수 있습니다. ]
[ 위대한 혼의 영향으로 항상 마력을 머금고 있습니다. ]
[ 현재 충전된 마력율: 100% ]
[ 현재 동기화율: 0% ]
본래 다른 직업은 이 동기화율은 올리기 위해서는 꼬박꼬박 희귀 재료 아이템을 이 장비에 먹여야 한다. 다른 방법 자체가 막혀있지.
에픽 인챈트라는 이름부터 위압감을 주는 효과답게 그런 값을 하긴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다.
‘직업 희망군이 사제니까.’
피식 웃으며 항상 품 안에 지니고 다니는 향로를 꺼내든다.
그걸 아뮬렛에 가져다대자, 아주 조금이지만 황금색의 빛이 소울 링커에서 뿜어져나왔다.
[ 현재 동기화율: 0.01% ]
그렇지.
혼령은 대체로 신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제는 그냥 능력을 차근차근 성장시키기만 해도 혼령이 점점 반응해서 동기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지.
괜히 전용 장비가 아니라 그거다.
‘혼령을 본격적으로 활용 가능한 건 2챕터부터겠지만.’
이 게임 전체를 뒤져도 ‘에픽’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20개도 안 된다. 그만큼 제대로 깨웠을 때 누릴 수 있는 효과는 절대적이지.
아뮬렛 타입이라면 특히 사제가 사용하는 신성과 기적과도 시너지가 좋으니, 이 정도 타이밍에 이걸 입수해서 성장시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거다.
지금부터 꾸준히만 성장시켜도 2챕터 이후부터는 거의 클리어의 핵심축 중 하나로 활용되겠지.
‘마력이 충전되어 있다는 것도 메리트고.’
자체적인 이능 보유량이 제로라 마력을 다른 곳에서 끌어와서 써야 하는 나에겐 굉장히 유용한 기능이다.
당장은 이것만 있어도 밥값은 다 하지. 마력이 있어야 굴릴 수 있는 스킬이 2개나 있으니까.
“아, 그대.”
“...안녕하세요.”
물론, 그런 장비고 뭐고 지금 당장을 넘기기 위해서는 이 사람의 도움이 필수지만.
아뮬렛을 집어넣으며 눈앞에서 손을 붕붕 흔들고 있는 엘노어를 바라본다.
[ 메인 퀘스트 ]〖 챕터 1 – 정화자 〗
[ ‘황혼의 눈동자’에서 일어날 사건을 순조롭게 해결하세요! ] [ D-0 ]
[ 보상: 메인 시나리오 분기에서 혜택을 얻습니다! ]
[ 관련 이벤트가 곧 발생합니다! ]
일단 이거부터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니,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네.”
“그래요? 다행이네. 평소보다 엄청... 꾸미고 나오신 것 같은데요.”
아닌 게 아니라 그렇다.
평소에는 제복 한 개로만 복장을 통일하고 다니던 사람이 오늘은 웬일로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온갖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메달고 나온 모습이다.
화장까지 엄청 열심히 했는데?
“...그런가?”
엘노어가 내 말에 슬쩍 미소지었다.
“그래요. 그거 다 하는데만도 엄청 오래 걸리셨을 것 같은데.”
“음. 아침부터 이 근처에 나와서 준비했다.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군.”
“...”
오래 안 기다렸다며.
“...뭐, 그 정도는 오래 기다린 게 아니네. 거뜬하지. 부담가지지 말게나.”
“...”
“거짓말 아니네. 6시간 정도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 수 있는...”
“...갈까요.”
무리수를 던지기 시작하는 엘노어에게 한숨을 내쉬며 손짓한다.
살짝 손목을 붙잡아 이끌자, 엘노어가 화들짝 놀라서 전신을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진다.
“다우드?”
“너무 혼잡해서요.”
학관동을 조금 벗어나면 있는 시가지는 지금 만월제로 인한 축제가 한창이다.
사람이 워낙 북적거려서 이러지 않으면 이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도 놓칠 수 있다.
‘불쾌했나?’
솔직히 말해서, 나는 여자와의 거리감을 잘 모른다.
인생에서 그런 경험이 놀랍게도 한 번도 없으니까.
연애는커녕 이성 친구 교류 횟수 0, 그 이름도 찬란한 다우드 캠벨.
갑자기 좀 슬프네.
“뭐, 확실히 그래 보이기는 하네만.”
“...”
한 문장으로 강렬하게 뼈를 때린 엘노어가 피식 웃으면서 손목을 잡은 내 손을 떨어트렸다.
아, 역시 불쾌했...
“에스코트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닐세.”
손을 마주 잡는 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증표다.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마디마디 꼭 쥐고, 전부 다 맞닿도록.
그렇게 첨언한 엘노어가, 내 손을 부드럽게 붙들었다.
손과 손 전체가 맞닿은 덕분에 온기가 피부를 타고 따뜻하게 올라왔다.
“이리하면, 그대를 잃어버리지 않겠지.”
“...”
“안내해주겠나.”
그렇게 말하는 엘노어를 잠시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본다.
“...엘노어, 지금 웃었어요?”
정확히는, 쑥스럽다는 듯이 옅게 미소짓고 있는 그 표정을.
본편에서의 엘노어는 항상 뭔가에 시달리는 모습이었다.
내부에서 올라오는 회색 악마의 기운, 외부에서는 용사 후보인 엘리야와의 경쟁 구도. 거기에 더해 트리스탄 공작가를 향한 정치적 공작.
언제나 항상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는 환경.
하나같이 전부 다 이 사람의 멘탈을 긁어서 부숴놓을 요소들밖에 없었지.
덕분에 항상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과 기계 같은 행동 양식밖에 본 기억이 없다.
나는, 세라에 갈아넣은 그 모든 시간 동안.
이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조금이라도 웃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모습은 뭔가.
이 무방비한 표정은.
마치, 내 앞에서는 진심으로 안심할 수 있다는 것처럼.
“...”
그리고 내 말에 엘노어의 표정이 다시 싹 굳었다.
“...내가 웃었나?”
“...웃은 것 같은데요?”
“확실한가?”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
“아니, 나는 이전에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어서 그게 정확히 무슨 감각인지 잘 모르네.”
“...”
“칠칠치 못한 표정같긴 했네만.”
글쎄.
그게 자연스러워지려면 아직은 좀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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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다우드 씨?”
“어?”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황혼의 눈동자 앞에서는, 생각보다 익숙한 얼굴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탈리온?”
“기억해주시고 있으셨습니까. 감사합니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중입니다. 저희 집은 방임주의거든요.”
“...”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탈리온의 모습에 살짝 기가 찬다.
하다못해 남작가 출신인 나도 생활비 정도는 용돈으로 받는다. 그런데 자작가의 장자가 이게 뭐냐.
좀 너무하지 않냐.
“그런데 이건, 그...”
탈리온이 곤혹스러운 시선으로 나와 내 팔에 거의 메달려 있는 엘노어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학생회장님이랑 사귀는 사이셨습니까?”
“...그건 아닌데.”
“...”
그럼 이 자세는 뭐냐고 물어보는 시선이 탈리온에게서 날아왔지만, 나로서도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처음엔 그냥 손만 잡는 걸로 시작했는데 엘노어가 중간에 슬금슬금 달라붙더니 종국엔 이 꼴이다.
밀어내고 싶어도 내 스펙으론 어림도 없거든.
“...!”
그리고 내 대답을 들은 엘노어가 팔을 거하게 비틀었다.
쥐어뜯기는줄 알았네.
“...왜 그러십니까.”
“벌일세.”
“무슨 벌이요.”
다시 팔이 비틀리고, 이번엔 참지 못한 신음소리가 흘려나왔다.
“뭐, 두 분이 사이가 좋으신 건 알겠습니다.”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탈리온에게 괜스레 투덜거린다.
“...그런데 넌 왜 존댓말이냐?”
엘리야는 원작에서도 누구든 자기 맘대로 넙죽넙죽 존댓말을 붙이던 녀석이라 이해하는데, 탈리온은 나랑 죽자고 치고 박은 녀석 아니었던가.
갑자기 뭔 존칭이람.
“그냥, 다우드 씨한테는 그러고 싶어서 말입니다.”
탈리온이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며 그렇게 답했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도 인상이 조금 이런 캐릭터였던가.
타락하기 전에는 성실하고 착실한 운동부 에이스 같은 후배...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무슨 존경심. 어차피 동급생인데.”
“그럼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나이도 저보다 더 많지 않으십니까?”
“...”
그렇기는 하지.
엘판테는 동급생이어도 나이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어?”
“리버백 후작님께서 형님에 대해 자주 말씀하시더라구요. 아주 관심이 많으시던데요?”
탈리온의 대답에 눈썹이 절로 찌푸려진다.
‘그놈 그거...’
어쩌면 그냥 단순히 엘리야와 엘노어 옆에 있는 모습만 보고 접근했을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생각도 있었지만.
리버백 후작은 뱀과 같은 인간이다. 날 단순히 그쪽에 접근할 교두보로 사용할 생각이었다면 나에 대해 그 정도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지.
“그러니, 황혼의 눈동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고 가시지요.”
쾌활한 미소로 그렇게 말하는 탈리온을 마주본다.
“...”
그러고보니 엘노어와 엘리야의 호감도를 올린 이후로 메인 시나리오가 개변되었다는 메시지가 올라오곤 했지.
아마 여기까지 영향이 온 게 분명하다.
리버백 후작이 가진 관심의 축이 ‘엘리야’에게서 ‘나’로 옮겨온 것.
‘그렇단 이야기는...’
내가 오늘, 이 식당에서 좋은 꼴을 볼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는 이야기고.
“탈리온. 너 혹시 목걸이 같은 거 차고 있냐?”
“...예?”
탈리온이 내 말에 얼떨떨해 하면서도 목 근처를 뒤적거렸다.
중간에 엠블럼이 새겨진 목걸이다. 나도 기억하고 있는 물건이고.
“리버백 후작님이 운영하시는 정화의 집 재단에서 지급하는 물건입니다. 그쪽에서 후원받은 일부 인재들만 차고 있을 텐데요.”
“그래. 그거 말이지.”
역시 말이야.
시나리오가 그렇게 비틀렸다면.
나도 그에 걸맞는 카운터 펀치 정도는 준비해둬야 하지 않겠나.
[ 스킬: 악의 지배를 사용합니다. ]
[ 대상 ‘탈리온’에게 명령권을 발휘합니다. ]
“오늘은 차고 있지 마.”
“...네?”
“그리고 네 능력이 되는대로 최대한 다른 놈들이 못 차게 막아. 알겠지?”
“...”
내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 탈리온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그래, 뭐.’
방금 그것만으로도.
나는 리버백 후작에게 오늘 밤 대단히 많은 '우위'를 가져가는 거다.
“아, 다우드 캠벨 님. 어서 오시지요.”
그러니,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리버백 후작에게 마주 활짝 웃어준다.
‘덤벼, 이 새끼야.’
1챕터. 정화자 공략전.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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