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 (36)화 (37/258)

Chapter 36 - 36. 참관 수업

 

 

< 기프트 관련 인물 알람 >

▼ 유리아 그레이하운처

[ 관심 1단계 ]

[ 수령 가능한 보상이 있습니다! ]

 

 

눈앞에 떠오른 창을 훑어보며 턱을 쓰다듬는다.

 

 

‘...시작부터 관심 1단계라.’

 

 

역시 악 성향 인물이라 그런가 호감도 오르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엘리야도 아직 관심 4단계라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지.

 

애초에 이게 생긴 원인도 모르겠지만.

 

 

“...”

 

 

그래. 이게 언제는 내가 예상하는 타이밍에 생겨났냐.

 

먹을 거나 먹자.

 

 

[ ‘유리아’의 기프트 보상을 수령합니다. ]

[ ‘스킬: 검사의 집중’을 획득하였습니다! ]

 

< Skill Info >

[ 스킬: 검사의 집중 ] [ 등급: B ]

[ 전투 상황에서 잠깐 동안 집중력을 극적으로 향상시킵니다. 사용 시 반응 속도와 정밀함이 극대화됩니다. ]

 

 

‘...괜찮은데?’

 

 

절체절명이 터지면 신체 능력이 올라감에 따라 반사신경도 같이 올라가긴 하지만, 아예 스킬로 그것만 증폭시키는 건 또 다른 느낌이다.

 

등급은 B지만, 절체절명과 같이 엮어서 반사신경을 증폭시킨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치트키에 가까운 성능이겠지.

 

단독으로만 사용해도 전투 중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어마어마할거고.

 

 

“도련님!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저 멀리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양복의 신사가 보였다.

 

집사 헤르만은 오래 전부터 캠벨 가에 봉사해온 노인이다.

 

가문에 몸담은 시간이라면 오히려 가주인 내 아버지보다 더 오래 있었지.

 

덕분에 헤르만에게서는 한 직종에 관해서 거의 통달한 자에게서만 풍길 수 있는 그 기묘한 분위기가 있다. 매사에 여유롭다고 할까.

 

 

“...그런데, 엘판테는 원래 이렇습니까?”

 

“그냥 그런갑다 하세요.”

 

 

그리고 그런 헤르만조차 당황을 감추지 못하는 규모의 행사가 바로 엘판테의 참관 수업이다.

 

사실 지금 근처에 있는 인간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다만, 그 면면들을 들여다 보면.

 

어마어마한 자본을 굴리는 대상인들, 귀족들, 심지어는 일국의 왕족까지도 보인다.

 

패권국의 수뇌정도 되는 초거물들은 안 보이지만, 그래도 이만한 인원들이 모이는 행사를 보고 누가 ‘수업’이라고 생각할까.

 

 

“아뇨, 아무리 그래도...”

 

 

헤르만이 수염을 쓸어넘기면서 건물 한 중앙에 박혀있는 거대한 사각 대련장을 바라보았다.

 

 

“...저건,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헤르만의 시선이 대련장 근처에 설치된 마공학 전광판에 날아가 박혔다.

 

이런 인파가 모이는 행사이니만큼, 참관 수업은 원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것들로 일정을 채워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국에서 나름 힘깨나 쓴다는 양반들이 와서 구경하는 행사에 지루한 걸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마련된 게 이거지.

 

학생 수십 명을 한꺼번에 처박아두고 벌이는 배틀 로얄.

 

 

“...”

 

 

이건 아카데미가 아니라 어디 콜로세움에서 찾아봐야 할 행사가 아닌가 싶긴 하지만, 의외로 엘판테 설립 초기부터 있었던 유서 깊은 이벤트라고 한다.

 

참 무시무시한 곳이야.

 

 

“그런데 도련님께서 저기 한 중간에 참여하신단 말씀이십니까?”

 

“...뭐, 그렇죠.”

 

 

헤르만이 당혹스럽다는 기색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이걸 그냥 날려버릴 순 없거든.

 

기드온의 주목을 끌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다.

 

 

“...가주님께서 자랑스러워하실지, 아니면 곤혹스러워하실지는 저도 모르겠군요.”

 

 

헛웃음과 함께 그렇게 말한 헤르만의 모습에 나도 쓴웃음을 짓는다.

 

 

‘진짜 무서운 건 아직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엘리야라든지, 엘노어라든지.

 

농담이 아니고 그쪽 하나라도 데리고 갔다간 진짜로 영지가 통째로 뒤집힐 거다.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온갖 인원들이 다 참석해 있는 모양이니까요. 오는 길에 보니 성황국의 인원들도 보이더군요.”

 

“...그래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렇게 답한다.

 

분명히 그거, 시기와 소속을 생각하면 성녀와 ‘소년왕’을 포함한 무리일 텐데.

 

예상보다 들어오는 타이밍이 훨씬 빠르다. 아무리 그래도 다음 달은 되어야 접촉하는 게 정상인 놈들이거든.

 

 

‘역시.’

 

 

시나리오의 흐름이 가속되고 있다.

 

그 둘이 이렇게 들어온다는 건, 성황국과 악마 숭배자 두 집단 모두 몸이 꽤 달아올랐다는 의미다.

 

그 원인은 각각 다르겠지만, 둘 다 이 아카데미 안쪽에서 찾고 싶어하는 게 있다는 건 분명하지.

 

 

‘...뭔지 짐작은 가지만.’

 

 

그리고 내가 할 일은 두 놈 다 골탕을 먹이는 거다.

 

성황국이나 악마 숭배자나 둘 다 그렇게 친해지고 싶은 놈들은 아니거든.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헤르만이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뭐, 그래도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이니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죠. 여학우들에게 인기도 많아질 테니까요.”

 

“...네, 뭐.”

 

“그럼요. 시기상 참관 수업 종료 후에 이어지는 행사가 또 있지 않습니까? 파트너를 찾기도 쉬워지겠죠. 가주님도 안주인님을 거기서 만났다고 들었...”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된다.

 

엘리야와 엘노어의 얼굴이 아른거리니까.

 

이상하게 식은땀이 나오는 의미로.

 

 

‘할 일은...’

 

 

관중 사이에 섞여있을 기드온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것.

 

지금까지 숙련도를 쌓아 올린 트리스탄류 검술로 말이지.

 

 

< Mastery Info >

[ 특성: 트리스탄류 검술 ] [ 등급: 범용 ]

[ 현재 숙련도: 0% ]

[ 검술 명가 트리스탄 공작가의 검식입니다. ]

[ ■ 무기를 가리지 않고 일정한 수준의 위력을 낼 수 있습니다. ]

[ ■ 장검을 잡았을 때 ‘튕겨내기’를 사용 가능합니다. ]

[ ■ 장검을 장비 시 상대방의 방어력을 일부 무시하고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

 

 

핵심은 두 번째 거다.

 

튕겨내기.

 

타이밍만 잘 맞으면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패링. 어느 게임이나 하나쯤은 갖춰져 있는 시스템이다.

 

다만.

 

게임 내의 모든 ‘타이밍’을 변태적인 수준까지 숙달한 고인물이라면.

 

이것 가지고 제법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거든.

 

 

“...”

 

 

쓴웃음과 함께 장검을 챙겨든다.

 

사실, 내가 지금부터 할 짓은 사실 반쯤 사기에 가까운 짓거리다. 촌극이라 불러도 될 지경이지.

 

하지만, 그 촌극은.

 

제국 최강의 기사에게 분명히 먹힌다.

 

 

 

 

관중석 안으로는 메마른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아마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원래대로라면 서로서로 사교적인 담화라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겠지.

 

여기 있는 인간들은 전원이 어느 한 집단의 수장이거나 그 근처까지 올라간 인간들이니까.

 

아마.

 

관중석 한 가운데에 앉아있는 어떤 한 남자의 존재만 아니었으면, 그리했을거란 의미다.

 

 

“저분이 어찌하여 이런 자리에...?”

 

“글쎄요, 저도 잘...”

 

 

그런 말을 나누는 인간들부터가 어딘가의 왕족 두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저기에 있는 건 그들 ‘ 따위로는’ 감히 그 앞에서 목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는 인간이 틀림없겠지.

 

기드온 게일스터드 라 트리스탄. 제국 최강의 기사. 트리스탄 대공.

 

모두의 시선이 그쪽에 쏠려있었지만, 정작 그런 주목을 받고 있는 남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으로 대련장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 기드온? 니가 여기 웬일이냐?”

 

 

물론, 엘판테 정도 되면 상대방이 대공이고 뭐건간에 일단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간 큰 인간이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기사학부의 학장인 콘라드 발타도르라던지.

 

기드온의 시선이 그쪽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살짝 목례만 하는 기드온을 본 콘라드가 피식 웃었다.

 

그래. 이 정도만 해도 반응을 많이 얻어낸 것이다.

 

자신도 같은 스승에게서 검을 수련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완전히 무시당했겠지.

 

 

“엉덩이가 그렇게 무거운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었대.”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콘라드는 붙임성 있게 기드온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렇게 가까이 붙었기 때문에, 콘라드는 다른 인간들은 발견하지 못한걸 찾아낼 수 있었다.

 

 

“...너 팔은 왜 그따위야?”

 

 

붕대가 잔뜩 감겨있는 기드온의 팔을 본 콘라드가 그렇게 지적하자, 기드온의 표정이 잠시 찌푸려졌다.

 

이내 망토로 그쪽을 휙 덮어버리는 기드온을 본 콘라드가 낄낄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 아직도 그거 하고 있냐? 초대 트리스탄 대공 따라잡기?”

 

 

제국 최강의 기사가 이 정도로 다칠 일이라면 그 정도밖에 떠오르는 게 없다.

 

예전부터 그런 짓을 자주하긴 했었지. 검성이라 불린 초대 트리스탄 대공의 경지를 따라잡겠다며 남들은 상상도 못할 미친 짓을 수련이랍시고 곧잘 저지르곤 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애까지 딸린 몸이면 좀-”

 

“선배.”

 

 

기드온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쯤하시지요.”

 

 

그와 동시에, 칼날을 훑는 것 같은 냉기가 주변으로 확 피어올랐다.

 

 

“제가 싫어하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주변에 있는 인간들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사이, 콘라드도 이마를 찌푸리며 기드온을 바라보았다.

 

 

‘...더 컸네, 이 새끼?’

 

 

예전에도 그보다 기량이 앞서 나가긴 했지만, 지금 이 기운에서 느껴진 격차는 그로서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예전엔 그래도 열 번 싸워서 서너번은 이길정도였다면.

 

지금은 백번을 싸워도 전부 질 것 같은, 그런.

 

 

“...아, 그래. 알았다. 딸 얘기는 안 꺼낼 테니까. 팔은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나 말 해봐.”

 

 

콘라드가 능글맞게 흘려넘기자, 기드온도 조금 더 이마를 찌푸리며 기운을 거둬들였다.

 

이내, 얕은 한숨과 함께 대답이 흘러나왔다.

 

 

“...초대 검성께서 문헌에 남긴 문장을 토대로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본인께서 남긴 모든 검술의 토대가 되는 덕목이라죠.”

 

“뭐라 그러시던데?”

 

“태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라 하시더군요.”

 

“...”

 

 

진짜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다.

 

콘라드가 눈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그래서 넌 어떻게 했는데?”

 

“일단 산을 베어보려고 했습니다.”

 

“...”

 

“잘 안 되더군요.”

 

“...그럼 그게 되겠냐?”

 

 

그래. 이런거 보면 그 딸에 그 아버지다.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미친 소리 하는 게 유전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다.

 

 

‘피는 못 속인다니까...’

 

 

그렇게 쓴웃음을 짓고 있자니, 때마침 스테이지 안쪽으로는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저마다 무구 하나씩을 지참하고 오는 녀석들.

 

심지어 아예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녀석까지 확인한 콘라드가 코웃음을 흘렸다.

 

아무리 제국 각지에서 촉망받는 인재들이라지만 실전 한 번 치루지도 못한 애송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으리으리한 사람들 앞이라면 긴장하는 게 당연하지.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라며 등 떠밀려 나온 녀석도 분명히 섞여있을 거고.

 

다만, 그 중 오직 딱 한 명.

 

 

‘쟤도 나왔네?’

 

 

긴장을 안 해도 유독 안 하는 녀석이 한 명 있다.

 

아니, 긴장을 안 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지루해 보인다는 표정이다.

 

다우드 캠벨.

 

멍한 표정으로, 장검을 지팡이라도 되는 것 마냥 짚으며 휘적휘적 걸어나오고 있었다.

 

 

‘...음?’

 

 

그리고.

 

기드온의 시선도 그쪽에 날아가 꽂혀있는 것을 발견한 콘라드가 씩 웃었다.

 

 

“뭐야. 너 쟤 보려고 온 거냐?”

 

“...”

 

 

기드온이 대답 대신 계속해서 그쪽에 시선을 맞췄다.

 

일거수 일투족, 전부 훑어보고 있다.

 

뭔가를 분석해내려는 것처럼.

 

이내, 그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선배.”

 

“응?”

 

“저 남자, 제 딸과 무슨 사이입니까?”

 

“...뭐?”

 

“제 딸이 검을 가르쳐 주기라도 했습니까? 아니...”

 

 

기드온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배운 건 확실할 겁니다. 얼마나 배웠답니까? 몇 달? 1년?”

 

“야, 잠깐. 잠깐만.”

 

 

갑작스러운 질문에 콘라드가 황당한 목소리로 답했다.

 

 

“둘이 좀 친한 건 확실한데, 검을 배우고 어쩌고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애초에 쟤 신입생이야. 학원 들어온지 이제 겨우 두 달째라고.”

 

“...예?”

 

 

기드온의 얼굴에 당황이 떠올랐다.

 

죽어도 표정에 감정이 안 드러나는 평소 모습을 생각하면 대단히 이례적이겠지.

 

 

“...그럴 리가 없을 겁니다. 저건 분명 저희 가문의-”

 

“선수들 전원, 상호 간의 경례!”

 

 

기드온의 말을 자르고, 스타디움 중앙에 있는 심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준비!”

 

 

그와 동시에 스타디움 안에 있는 전원이 각자 자세를 취했다.

 

기사학부는 무기를, 마도학부는 주문을, 신성학부는 가호나 기적을.

 

 

“시작!”

 

 

이어지는 심판의 선언과 함께, 스테이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자신을 제외한 아군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사방이 모두 적인 상황이다. 어지럽게 뒤섞여서 사방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격이지.

 

순식간에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쓸려나갔다. 이어지는 전투 속에서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숫자가 줄어든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옥석은 금방 가려지기 마련이다.

 

콘라드가 스테이지를 내려다보며 미소지었다.

 

이런 단순무식한 행사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은, 이렇게 어지러운 전투 상황일수록 그 진가를 드러내는 놈들이 있기 때문이다.

 

온 사방이 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보석들.

 

 

‘벌써부터 쓸만한 놈들도 있군.’

 

 

장창을 휘두르며 주변을 압도하는 남자. 콘라드도 아는 인간이었다. 탈리온 아르망드. 아르망드 자작가의 장남.

 

그리고 맨주먹에 장갑만 끼고 주변의 인간들을 모조리 때려눕히고 있는 여자.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확인하긴 힘들었다.

 

 

‘이 두 명이 가장 압도적인가.’

 

 

하긴, 신입생 수준에서 저 두 놈 정도면 거의 규격 외의 무력이지. 용사 후보인 엘리야만 없었다면 학년 정점을 노려도 괜찮을 놈들이다.

 

 

“어때. 네가 보기엔...”

 

 

옆에 있는 인간의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던 콘라드가 그대로 말을 멈췄다.

 

기드온의 시선이 그쪽엔 아예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제국 최강의 기사는, 대련의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한 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다우드 캠벨.

 

대련이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스테이지 구석에 가서 처박히더니, 거기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고 있지 않은 상태다.

 

그래. 그게 전부지.

 

 

‘...잘 버티고 있긴 한데.’

 

 

그저, 방어 일변도다.

 

제자리에 서서 자신에게 덤벼드는 놈들을 막아내고 쳐내고 있다.

 

뭐, 생존 전략이라고 하면 이해 못할 건 없는데. 앞선 두 명에 비하면 별 것 없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의외네. 너 저런 수수한 전투 방식 좋아했었냐?”

 

“그렇게밖에 안 보이십니까?”

 

“뭐?”

 

“제 눈에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만.”

 

 

기드온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더니 펜스 쪽으로 걸어간다.

 

마치 저 남자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듯.

 

 

“...”

 

 

기드온이 피식 웃었다.

 

 

“너 지금 웃었냐?”

 

 

별로 부정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민하던 난제가 한 번에 풀린 느낌이니까.

 

태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라.

 

분명히 초대 검성께서 그런 말을 남기셨지.

 

그가 여전히 구석진 자리에 서서 공격을 방어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단순히 서서 공격을 방어하고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공격을 예상하고, 일점까지 기다렸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낸다’.

 

 

‘트리스탄류 검술의 기본.’

 

 

튕겨내기.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내어 틈을 여는 기초 중의 기초다.

 

하지만, 그걸 극한까지 활용하니.

 

마법도, 기적과 가호도,

 

모든 것이 거대한 벽에 가로막히는 것처럼 무력화된다.

 

그것만으로도 상대방의 공격이 일순 무력화된다. 비틀거리면서 페이스를 잃는다.

 

그리고 그 빈틈으로 가벼운 공격을 툭, 툭, 밀어넣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제압해버리는 모습은.

 

 

‘...신입생이라.’

 

 

웃기지 말라지.

 

저게 ‘그냥’ 신입생이면, 자신을 포함한 제국의 기사들은 견습조차 안 되는 무지렁이들이다.

 

옆에서 그의 얼굴을 본 콘라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드온의 입가에는 비틀린 미소가 걸려있었다.

 

마치, 진심으로 흥미로운 대상을 발견했다는 기색이었다.

 

혹은.

 

 

'그냥 버티는 게 아니야.'

 

 

‘호승심’이 발동한 표정이렸다.

 

제국 최강의 기사가, 일개 신입생에게.

 

 

'막아서 이기는거지.'

 

 

화려한 공격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최적화되어있다.

 

제자리에 서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숨막히는 압박감을 선사하는.

 

그 모습은, 마치.

 

 

“태산.”

 

 

아마도 초대 트리스탄 대공이 말했던 ‘덕목’이겠지.

 

기드온의 눈이 사납게 번쩍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