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8 - 68. 토벌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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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온과 크라트에게 시킬 일이란 건 간단하다.
이번에 체스터 백작령 안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수 토벌에서 더 공을 많이 세운 쪽의 편을 내가 들어주겠다는 것.
“...”
사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
제국 전역에 퍼져있는 마수들의 출처는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지만, 확실한 건 이 녀석들은 항상 군락을 형성하여 생활한다는 것이다.
괜히 정기 마수 토벌이 대형 이벤트가 아니다. 하나만 때려잡았다간 벌집을 쑤신 것처럼 떼거지로 몰려나오니까 다들 그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는 거지.
통상적인 마수 분류 기준에 따르면, 소형 마수 3마리 정도면 정규 기사 하나에 맞먹는 전투력이다.
이전에 엘리야 한 명이 그 배에 달하는 숫자를 혼자서 갈아버린 전적이 있지만, 그건 엘리야가 특별한 경우라서 그런 거고.
마수 토벌 중에는 그런 마수가 수십 마리에서 심하면 수백까지 쏟아져 나오니까, 그 위험도가 짐작이 갈 것이다.
다만.
그런 위험도라고 해도, 인간 같지도 않은 놈 두 명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기 마련이다.
-!!!
늑대 모양을 닮은 마수가 크라트의 주먹에 맞아 산산조각난다.
내가 본 것만 벌써 수십 마리째다. 어지간한 창칼 정도는 피해를 입히기는 커녕 가죽도 똑바로 못 뚫는 게 마수다. 그런데 저 인간은 그냥 맨손으로 저런 걸 풍선 터트리듯 개작살 내고 있다.
여섯 마리를 상대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엘리야조차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그쪽을 보고 있을 정도다. 벌써 저렇게 황천으로 건너간 마수만 해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20마리를 넘었으니까.
그렇다면 기드온 쪽은 어떠한가.
“흠.”
짧은 날숨, 그리고 검의 손잡이를 잡은 기드온이 그걸 뽑아들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준의 쾌검. 공중을 휩쓴 검격이 순식간에 주변에 있는 마수들을 휩쓴다.
가벼운 동작에 불과하지만, 그 경로 안에 있는 모든 마수의 급소만이 정확하게 베여있다.
크라트 쪽이 호쾌하고 난폭하게 손에 잡히는 걸 족족 갈아버리고 있다면, 이쪽은 기계가 연상될 정도로 정밀하고 정확한 전투 기술이다.
이래서야 이건 토벌이고 뭐도 아니다. 그냥 제초하면서 잡초라도 뽑는 것 마냥 눈에 띄는 건 뭐든 턱턱 갈아버리는 ‘작업’이지.
칼리반은 내가 이런 인원들을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지만, 거기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이거다.
통제할 필요가 없다.
너무 세서 그냥 내버려 두기만 해도 알아서 다 썰어버리거든.
“...저게, 제국을 대표하는 전사 두 명...”
“...”
엘리야가 그 모습을 보고 신음처럼 감탄을 내뱉자, 엘노어가 동의하듯이 침묵을 흘렸다.
아마 이쪽은 엘리야와 다르게 아버지한테 안 좋은 감정이 있어서 대놓고 말로 꺼내놓진 않지만, 그럼에도 인정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저 둘의 성취가 그야말로 아득한 수준이라는 거.
“...”
그런데, 그거 말이야.
[ 대상 ‘엘노어’의 ‘특성: 트리스탄류 검술’ 숙련도가 증가 중입니다! ]
[ 대상 ‘엘리야’의 ‘특성: 전투 지속’의 숙련도가 증가 중입니다! ]
괜히 저 둘이 있는데도 이 둘을 끌고와서 여기 박아둔 게 아니다.
이 둘도 따지고 보면 그야말로 재능의 총체들이라고. 다른 의미로 괴물들이지.
자기보다 수준이 높은 인간들의 실전을 보고 있기만 해도, 실시간으로 거기서 빨아먹을 건 다 빨아먹을 수 있단 뜻이다.
‘아마 토벌 끝날 때쯤이면...’
엘노어와 엘리야의 특성이 모두 가시적으로 성장이 되어있겠지.
그럼 난 기프트로 이쪽이 얻은 특성을 그대로 계승할 수 있을 테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그리고 이런 괴물들이 자기들끼리 복작거리는 와중에 나는 뭘 하고 있냐.
“오, 얘 아직 안 죽었네.”
근처로 나가떨어지는 마수들을 줍고 있다.
사망 직전이지만 아직 숨은 붙어있는 것들 말이지.
“...”
이게 대체 무슨 추한 몰골이냐 싶긴 하지만, 이것도 다 필요한 작업이라서 하는 거다.
아뮬렛을 들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마수에게 들이대자, 그 마수의 몸이 광입자로 화하더니 이내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 System Message >
[ ‘금술’의 획에 해당하는 매개를 얻으셨습니다. ]
[ 해당 매개를 통해 몸에 문양을 새길 수 있습니다. 금술의 진은 문양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효과를 지닙니다. ]
그렇지.
●
금술을 사용하는데 달려있는 조건인 살아있는 생물체만을 매개로 한다는 건 생각보다 꽤 까다로운 제한이다.
시스템적으로 생물체가 매개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하거든.
상대방의 ‘동의’가 있거나, 죽기 직전이거나.
전자를 만족시킬만한 생물체는 내 주변에 있지도 않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고, 후자는 그 죽지도 살지도 않은 초주검 사태를 정확하게 맞출만한 역량이 나한테 없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 토벌은 나한테 있어서 금술을 활성화시킬 유일한 기회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
“이렇게 하는 것 맞아요?”
[맞네. 좋은 매개를 골랐구만. 마수는 효율이 대단히 좋은 편이지.]
소울 링커 안에 있는 발카서스가 그렇게 답했다.
일단 이렇게 주운 마수가 슬슬 5구다. 이제 최소한의 성능을 문양대로 획을 새길 수 있다는 거지.
[원래대로라면 금술은 새기는 자의 몸에도 부담을 일으키는 술법이네. 이전의 내 모습만 봐도 알 수 있겠지.]
쓴웃음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번 새겨진 금술은 지울수도 없으니, 원래대로는 대단히 주의해서 정해야하네...만.]
“만?”
[추천하는 진이 몇 가지 있으니 한 번 사용해보게나. 내 야심작이지.]
“...”
[그대는 지금 세계 최고의 금술사와 함께지 않은가. 한 번 믿어보게.]
발카서스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이 분야에 있어서 이 사람 수준의 전문가가 또 어디에 있을까.
‘...어디 그럼.’
한 번 믿어볼까.
발카서스의 지시대로 팔 위에 획을 슥슥 그으며 진을 완성시킨다.
획 숫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발카서스가 한 것처럼 대규모로 망자의 군대를 소환을 하거나 특급 마수를 불러내거나 하는 짓거리는 못 한다.
그래도 금술이면 단일 술법으로는 가장 강력한 능력이다. 꽤 좋은 능력이 나와줬으면...
< System Message >
[ ‘금술: 봉인’을 획득하셨습니다! ]
[ 스킬 탭에 해당 능력이 추가됩니다! ]
“...”
이어서 튀어나온 능력의 내용을 읽자마자 침묵한다.
좋은 능력이 나오는 걸 바라긴 했는데.
“이거 겨우 5획짜리 아닙니까...?”
[나중에 가면 더 강해질 테니 걱정 말게.]
‘나 잘했지?’라는 목소리로 말하는 발카서스에게 헛웃음을 흘린다.
잘하긴 했다.
진짜 너무 잘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다.
‘한번 써볼까.’
이런 걸 얻었으면 한 번 써보는 게 인지 상정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마침 딱 좋은 상대가 눈에 들어온다.
검과 주먹만으로 주변에 쑥을 재배하던 기드온과 크라트조차 눈을 찌푸리며 잠시 동작을 멈출 정도의 상대가 있었으니.
“...저런 엿 같은 타입이 이런 변방에 있다고?”
몸에서 기괴한 돌기가 돋아나 있는 거대한 늑대를 본 크라트가 중얼거렸다.
크기를 보아하니 중형 마수다. 아마 이 근처에 군림하는 우두머리겠지.
지금까지 다른 마수들을 거의 일격에 정리한 이 인간들도 저 녀석을 함부로 때리진 못하는 기색이다.
이전에도 한 번 말한 적 있지만, 중형 마수 정도 되면 특수 능력 몇 개 정도는 달고 나오는 놈들이다.
‘색깔을 보니까 꽉꽉 눌러담았네.’
쓴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변이 객체의 위험함은 보통 몸 색깔로 판별 가능한데, 저 놈은 빨간색이다.
같은 등급의 객체 중에서는 가장 위험하다는 신호지. 아마 특수 능력 보유량이 최대치인 3개일 것이다.
그리고 이놈은 그 중에서도 세라 플레이어들이라면 질색을 한 만한 조합이 붙어있는 놈이고.
“...[적응형 피부]에 [굴절]. 그리고 [초재생]. 골치 아프군.”
기드온도 한숨과 함께 크라트에게 동조했다.
적응형 피부는 한 번 자신과 접촉한 무기에 대단히 높은 저항력을 가지게 되는 변이.
굴절은 자신이 받는 데미지를 고스란히 반사.
그리고 초재생은 이름 그대로 상처를 계속해서 재생하는 변이다.
즉.
잘 죽지도 않는 놈을 한 방에 때려죽일 만큼 강력한 일격을 처박아야 하는데, 그런 피해를 때린 사람이 고스란히 뒤집어 써야한다.
하나만 튀어나와도 골치 아플 만한 변이가 세 개 동시에 겹쳐나온 셈이다.
주변으로 다른 마수가 싹 쓸려나가는 와중에도 괜히 의기양양하게 저기 서 있는 게 아니란 소리다.
“간단한 해법이 있긴 하지.”
크라트가 씩 웃으며 말한다.
“...그런 게 있습니까?”
역시 제국에서 가장 험지인 북부를 다스리는 변경백. 저런 지옥같은 조합이라도 해법을...
“죽을 때까지 패면된다.”
“...돌아오는 반사 피해는요?”
“악으로 깡으로 견뎌.”
“...”
“어느 쪽이 먼저 죽냐로 승부보면 된다. 난 여태까지 진 적 없어.”
그러니까 지금 살아있겠지, 이 미친 인간아.
어째 칼리반도 그렇고, 크라트도 그렇고.
성기사란 놈들 정신머리는 어떻게 된 게 다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제가 할게요. 진짜 위험한 놈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렇게 힘 뺄 필요는 없잖아요.”
이번 토벌의 핵심은 내일 합류할 호문쿨루스 자매와 함께 공략해야 할 '악마의 조각'과 융합된 마수다.
여기서 그렇게까지 힘을 뺄 필요는 없지.
한숨을 푹 내쉬며 앞으로 나서자, 토벌대 전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한다고? 어떻게?”
“혼자 알아서 잘. 여태 꿀 빨았으니 밥값 정도는 해야죠?”
그렇게 말하며 몸을 풀고 있자니, 크라트가 헛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힘든 일을 도맡아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괜찮냐? 너 잘못하면 죽는다?”
오죽하면 이 양반이 이런 말을 할 정도로 까다로운 일이긴 하다.
옆에서 엘노어가 냉엄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또 다치려고 작정했지?’라고 바라보는 눈빛이지만.
“...”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낸다.
아니, 이번엔 진짜 안 다친다.
걱정 말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는 힘든 일이야. 나라도 도우는 게-”
“기드온.”
그렇게 말하며, 살짝 떨리는 기드온의 손을 유심히 바라본다.
전투 전에는 없던 증상이지만, 지금은 내 눈에 띌 정도다.
그쪽을 바라보자, 기드온이 흠칫 놀라며 손을 뒤로 숨겼다.
“...괜찮다. 별 것 아니야.”
“안 괜찮은 거 알아요.”
“...”
트리스탄 공작가의 핏줄에 흐르는 광증은 이런 소형 마수 같은 걸 베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해소하는 방법은 ‘살아있는 사람’으로 한정되는 굉장히 독한 현상이라서.
엘노어야 내가 자주 스팀을 빼게 해주었다지만, 이 사람은 안 그래도 사람을 쉽게 벨 수 있는 처지가 아닌 데다가 내 지시로 오랫동안 오지에 틀어박혀서 수행만 하느라 더더욱 그럴 기회가 없었을 터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충동을 더욱 부추길 ‘전투’까지 이어진다면, 글쎄.
이성을 붙잡고 있는 게 기적이지.
“...”
하지만, 지금 이걸 해결해 줄 순 없다.
해결해서도 안 되고.
그랬다간 오히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다.
적어도 이번 ‘토벌’이 끝날때까지는, 이 사람은 이런 위태위태한 상태로 있어 주는 게 최선이다.
“물러나 계세요.”
그렇게 말하며 거대한 늑대에게 팍 튀어 나간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 역시 나를 인식한다.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EX등급으로 적용합니다. ]
[ ‘스킬: 검사의 집중’을 발동합니다! ]
[ 반응 속도와 정밀함이 상승합니다! ]
짐승의 포효 소리와 함께 앞발이 튀어나온다.
미친 듯이 빠른 속도. 검사의 집중까지 키지 않았다면 그 궤적조차 못 봤을 수준이다.
내가 겪었던 인간 중 가장 빨랐던 리루보다는 한참 느리지만, 그래도 까딱 집중력을 놓쳤다간 그대로 얻어맞을 정도.
‘확실히, 세긴 하네!’
특수 능력을 제하고 보더라도, 중형 마수에 속하는 수준이라면 단순히 그 신체 능력만 봐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특히 이렇게 변이 여러 개가 덕지덕지 달려 있는 녀석은 보통 중형 마수보다도 더욱 강력한 게 통상적이고.
그래도 이쪽 역시 스킬빨로 스펙은 미친 듯이 올라간 상태다. 반응하는 건 가능하지.
아슬아슬하게 가슴팍 근처를 스쳐지나가는 발톱에 내 피 몇 방울이 흩뿌려졌다.
“흡.”
이어서 휘둘러지는 앞발에 검을 가져다댄다.
챙, 하고 앞발을 쳐내는 것과 동시에, 그 몸에서 올라온 푸른색 기운이 검으로 실금마냥 쩌적쩌적 번졌다.
쳐내면서 앞발도 조금 베어내긴 했지만, 그 정도 상처야 [초재생]에 의해 금방 재생됐고.
짐승의 표정을 읽을 순 없지만 늑대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다.
< System Message >
[ 마수의 ‘적응형 피부’에 접촉했습니다! ]
[ 해당 무기의 위력이 대상 마수에게 90% 감소합니다! ]
‘이런 식이구나.’
진짜 이기적이긴 하네.
공격을 막은 것만으로도 장비 하나가 봉쇄된다니. 아무리 희귀 변이라지만 조금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 괜히 세라 유저들도 이런 타입만 보면 치를 떠는 게 아니지.
“이 멍청아! 무기를 그런 식으로 쓰면 어떻게 하냐! 그 검은 이제 못 쓰게 된다고!”
뒤에서 크라트가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튀어나와! 그 이상 싸우는 건 시간 낭비...!”
그렇게 말하려던 크라트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 문장이 완성되기도 전에 내가 다시 마수에게 달려들었으니까.
아니, 진짜로 혼자여도 괜찮으니까 괜찮다고 한거다. 애초에 이걸로는 잡을 생각도 없었어.
이건, 말하자면 방심시키는 의도다.
-...?
마수가 당황한 눈치다. 무기조차 잃어버린 인간이 다짜고짜 맨몸으로 달려들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내 그 눈에 비웃음이 깃들고, 다시 앞발을 들어올린다. 일격에 나를 처리할 생각이겠지. 자신의 방어조차 도외시하고 전력으로 앞발을 휘두른다.
어차피 나에게 변변한 공격 수단이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 ‘금술: 봉인’을 사용합니다! ]
[ 대상을 침묵시킵니다! ]
팔에 새겨둔 진이 빛난다.
늑대의 몸 아래로 똑같은 모양이지만 훨씬 커다란 진이 생성되는 것과 동시에.
늑대의 몸에 깃든 색깔이.
‘씻겨져’나간다.
-...!
늑대의 눈이 동그래졌다. 본능적으로 뭔가 달라졌음을, 치명적인 위험이 생겼음을 감지한 기색이다.
자신을 보호하던 능력이, 일순간 전부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
[ 특성: 이질풍裏疾風 ] [ 등급: 기초 ]
[ 상대방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내기’로 막는다면, 데미지의 상당 부분을 상대방에게 돌려줄 수 있습니다. ]
‘공격 능력’을 잃어버린 검이라도, 트리스탄 검술에서 파생된 ‘기술’은 얼마든지 사용 가능하다.
앞발이 튕겨나는 것과 동시에 늑대의 앞발에서 발생된 물리력이 그대로 녀석에게 되돌아간다.
날 일격으로 처리하기 위해 전력으로 휘두른 덕분에 깃든 에너지가 어마어마하지.
곧바로 나 혼자서는 버거웠을 녀석의 두꺼운 가죽을 뚫고 가슴팍이 깊게 베였다. 거의 장기가 보일 정도로.
그리고 거기에.
[ ‘스킬: 성흔’을 사용합니다. ]
신성력 보호막을 상처 부위에 ‘끼워 넣듯이’ 생성한다. 살짝 벌어진 가죽의 틈이 그 덕분에 미친 듯이 벌어진다.
자체적인 공격 능력은 전무하지만, 단단하기로는 꽤 쓸만한 보호막이니까. 이런 식으로 써먹을 수도 있지. 세라를 고인물 수준으로 파고들면서 습득한 잡기술 중 하나다.
그리고 마수가 끔찍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벌어진 틈새로 보이는 심장에 검을 찔러넣는다.
-...!
-...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녀석의 눈이 빛을 잃는다. 비틀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
“...”
곧바로 허물어지는 마수의 몸을 보고,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그 거대한 몸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거꾸러질 때까지, 아무도 뭐라고 말을 꺼내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어이, 샌님. 방금 5초는 걸렸냐?”
“4.7초.”
크라트와 기드온이 살짝 얼이 빠진 목소리로 그런 말을 주고 받는 다음으로.
“방금 그거, 뭐, 뭐? 어떻게, 뭘 어떻게 하신 거에요, 선생님?!”
엘리야가 경악한 기색으로 그런 말을 던져왔다.
저런 반응이야 나도 십분 이해한다.
나도 처음에 이걸 봤을 때 어이가 없었으니까.
< Skill Info >
[ 금술: 봉인 ] [ 5획 ]
[ 일정 시간 동안 상대방의 스킬 사용을 제한합니다. ]
[ 지속 시간은 0.3초입니다. ]
심플하기 그지없는 효과로 이루어진 디버프 스킬.
하지만, 적혀 있는 능력은 보시다시피.
사기다.
미친 듯이.
발카서스가 앞으로 더 강해질 거라고 말한 게 양심이 없다 느껴질 정도로.
‘...이 사람을 영체로 꽂아두길 잘했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목에 감긴 아뮬렛에 쓴웃음을 짓는다.
역시 챕터 최종보스 짬은 어디 안 가나 봐.
그렇게 생각하며 쓰러진 마수의 몸을 이어서 바라본다.
여기에서도 긁을 게 있었으니까.
‘딱 봐도 재료 덩어리네, 이거.’
마수의 몸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최상급 장비 재료다. 하물며 이런 희귀 변이체라면 더욱 그렇고.
쓰러진 마수의 몸으로 희희낙락 다가가고 있자니, 근처로 대귀족 두 명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보면 볼수록 쓸만한 놈이란 말이야, 저거. 싸우는 법을 보면 센스가 좋아. 보호막으로 상처 벌리는 건 나도 써먹어야겠는데?”
“신경 꺼라, 야만인. 먼저 관계를 맺은 건 이쪽이니까.”
“거, 새끼. 나눠 쓰면 닳냐? 어?”
“닳는다. 꺼져.”
“...”
새삼 생각하는 거지만.
기드온도 크라트만 얽히면 이상하게 유치해지는 경향이 있다.
라이벌 관계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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