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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 (77)화 (78/258)

Chapter 77 - 77. 습?격

 

 

[...너 말이야.]

 

 

아뮬렛 안쪽에서 칼리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앞으로는 뭔가 중요한 거 있으면 말하기 전에 나한테 검사 맡고 말해라. 평소에는 머리 잘만 굴러가는 놈이 왜 이럴 때만...]

 

“...”

 

 

앞으로는 진짜 그러는 게 나을 수도 있겠군.

 

잘 부탁합니다, 칼리반.

 

 

“...혀 끝에 재앙을 매달고 다니는 아이로구나.”

 

카사 가르다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이어진 내 설명을 쭉 들은 다음에 나온 반응이었다.

 

 

“무슨 뜻인지는 알았단다. 깊은 관계란 게 그런 뜻이군.”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명확히 전달한 건 이번엔 성공한 것 같다.

 

 

“동문이라. 리루의 사제가 되고 싶다고.”

 

 

그렇게 말한 카사가 잠시 침묵에 잠겼다.

 

내가 리루한테서 뜯어온 특성인 ‘격투술 – 입식’은 카사가 만들어낸 유파다. 적어도 이 사람의 몸이 ‘멀쩡했을’ 동안은 이쪽에게서 전수받고 있었겠지.

 

그리고 난 이 사람에게 그걸 나한테도 가르쳐달라 부탁한 참이다.

 

 

“...”

 

 

따지고 보면 대단히 실례인 내용이다. 부족 연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명예와 전투 기술 두 가지니까.

 

영업 기밀 같은 거 맨입으로 퍼달라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흠.”

 

 

그리고.

 

코웃음을 치며 곰방대를 내려놓는 카사를 보고 심호흡을 한다.

 

이런 내용을 얘기했으면, 분명히 올 게 있으니까.

 

 

< System Message >

 

[ 위기 상황이 감지됩니다. ]

[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을 EX등급으로 적용합니다. ]

 

[ ‘스킬: 신앙의 증명’을 발동합니다. ]

[ 모든 스텟 추가분이 일시적으로 ‘내구’ 스텟으로 변경됩니다! ]

 

[ ‘스킬: 신성 방패’를 발동합니다. ]

[ ‘특성: 신성력 운용’의 영향으로 2개를 동시에 생성합니다! ]

 

 

준비해둔 스킬을 드르륵 발동하는 것과 동시에.

 

 

-!

 

 

섬광같은 일격이 작렬했다.

 

동작의 과정은 날려버리고 시작과 끝만 존재하는 것 같은 속도다.

 

 

“...”

 

 

코앞에 정지해 있는 주먹을 보고 간신히 마른 침을 넘어가는 걸 참는다.

 

EX등급의 모든 스텟 추가분을 내구로 돌리고, 거기에 영향을 받아 더 단단해지는 방패를 2개나 펼쳐뒀음에도, 지금 이 사람이 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날린 주먹을 ‘간신히’ 막았다.

 

저런 몸으로. 무게 중심조차 똑바로 잡히지 않은 엉망인 일격으로도, 이런 위력이다.

 

 

“...”

 

 

하지만, 바꿔 말하면.

 

어떻게든 ‘막기는 막았다’.

 

권성이라고 까지 불리던 세계관 최상위권 강자의 일격을, 코앞에서.

 

 

“그렇게 간이 부은 것처럼 말할 정도의 역랑은 있구나.”

 

 

씩 웃은 카사가 다시 주먹을 거두며 곰방대를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조건은 충족시켰습니다, 카사.”

 

 

족장 수준에서 인정한 촉망받는 인재라는 증명인 사자의 목걸이.

 

그리고 ‘가르칠 자’의 일격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버텨내는 역량의 증명.

 

부족 연합에서 말하는 제자로 받아달라고 요청할만한 기준은 모조리 충족시켰다.

 

 

“...”

 

 

연초에서 피어나온 연기를 길게 불어낸 카사가 잠시 침묵했다.

 

 

“10일 안에 끝을 보겠다는 건, 내 기술을 전부 익히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구나.”

 

“...”

 

“그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라도 있니, 아가?”

 

 

독심술 좀 그만 썼으면 좋겠네.

 

실제로도 그렇다. 3챕터 자체가 내일부터 시작해서 10일 안에 마무리가 되니까 하는 말이지.

 

내 목표는, 그 10일 후에 있을 3 챕터의 ‘최종 이벤트’까지는 이 사람의 격투술을 전부 익히는 게 내 목표다.

 

안 그러면, 그냥 클리어 확률이 극단으로 떨어진다고 봐도 좋다.

 

그것 말고도 한 가지 더 있긴 하지만.

 

 

“...리루를 좀 도와주고 싶어서요.”

 

 

그 사람의 당장 ‘목적’을 생각하면, 그냥 그런 의도도 어느 정도 있는 게 사실이다.

 

 

“도와준다니?”

 

“저 사람이 저 정도로 열심히 사는 건, 당신이 잃어버린 권리와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 아닙니까. 불의한 자들에게 빼앗긴 것들 말입니다.”

 

“...”

 

“본인 밖에 그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주변을 둘러봐도 명확하게 보이는 사실이다.

 

부족 연합의 씨족은 흔히 말하는 ‘가족’과 똑같은 의미다. 구성원의 숫자도 그런 단어에서 크게 다르지 않지.

 

그런 의미에서, 지금 주변으로 피워진 향의 숫자는.

 

리루를 제외하면, 이 씨족의 마지막 생존자는 방금 리루가 데리고 들어간 아이들과 카사가 마지막이란 소리다.

 

 

“고집 세고 긍지 높은 사람입니다. 진짜 그걸 이루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겠죠.”

 

 

당장 이 허름하지만 남은 씨족 전부가 생활할 수 있는 커다란 건물을 ‘혼자’ 만든 것부터가 그런 사실을 증명한다.

 

부족 연합에서 씨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반드시 본인들이 지은 건축물 안에서만 가능하다. 전통이 그렇다.

 

또한, 부족 연합의 전통에서 노약자와 어린이는 ‘노동 인구’에서 제외된다.

 

리루 가르다는 부족 연합에서 쫒겨난 지금도 고집스러울 정도로 그걸 지킨거다.

 

이 정도 크기라면 엄청난 노동이었을텐데도,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을 텐데도.

맨주먹과 오기만 가지고, 혼자 쌓아올린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말했지만.

 

이 공간이 허름하다고 비웃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정도의 긍지와 노력이 깃든 공간이니까.

 

 

“다만, 지금 방법으로는 너무 느립니다. 도와줄 이들도 없구요.”

 

 

지금 리루가 택한 방법은 ‘제국의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거다. 제국에서 세력 기반을 키워서 부족 연합에서 자신의 씨족을 이 꼴로 만든 놈들에게 복수하는 거지.

 

생각해보면, 이 사람은 자신이 ‘눈에 띌 수 있는 행사’에는 항상 꼬박꼬박 참여했었으니까.

 

참관 수업 때도 그랬고, 중간고사 때도 그랬고.

 

만약 본인에게 붙은 평판처럼 학칙은 안중에도 없는 개망나니 학생이었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 자기 마음대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겠지.

 

하지만, 방금도 말했듯이.

 

그 방법은 너무 느리다. 성과를 볼 때까지 얼마나 걸릴 지 알 수도 없지.

 

그러니.

 

 

“...네가 그걸 전부 해치워주겠다는 거니, 아가.”

 

“적어도 10일 뒤에는 전부 이룰 수 있도록.”

 

 

내일 있을 선발 시험에 리루가 합격하고, 교환 학생 자격을 얻어 그쪽과 카사가 같이 부족 연합의 아카데미로 향하게 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

 

 

한참 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던 카사가 얕게 웃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구나. 어떤 흉계를 품고 하는 말은 아니야.”

 

 

이럴 때는 이 사람의 독심술 같은 눈치가 좋긴 하네.

 

괜히 의도를 증명하랍시고 이런저런 짓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유 정도는 물어봐야겠구나.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니?”

 

“...”

 

“네가 말한 도움은 결코 어제까지 남남이었던 자에게 베풀 수 있는 게 아니란다.”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이 정도는 상식적으로 당연히 답변해야겠지.

 

 

“...그냥 그게 저한테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중요한 일이라.”

 

“예. 리루를 돕는 건 저한테도 중요한 일입니다.”

 

 

당장, 리루가 ‘복수의 대상’으로 이를 갈고 있는 명단은 내가 3 챕터를 진행하면서 쳐죽여야 할 놈들과 겹친다.

 

성공하면 이득밖에 없지.

 

반대로, 복수를 실패하거나 하다못해 그 ‘과정’이 삐걱거려서 리루가 분노하기라도 하면.

 

바로 푸른 악마가 풀린다.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단 소리다.

 

 

“...”

 

 

그리고, 한참을 내 얼굴을 바라보던 카사가.

 

이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 나이와 몸 상태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쩌렁쩌렁 울리는 웃음이었다.

 

 

< System Message >

 

[ 대상 ‘카사 가르다’의 호감도 단계가 ‘관심 1단계’로 격상합니다! ]

[ 선善 성향 인물입니다. 보상이 축소됩니다! ]

 

 

“...”

 

 

괜히 내 말을 듣고 화를 내거나 차갑게 나오는 것보단 훨씬 낫긴 하지만.

 

이건 나도 예상 못 한 반응이다.

 

왜 이러신대?

 

 

“처음에 리루와 깊은 사이가 되겠다고 한 것 말이지, 아가.”

 

 

카사가 더욱 크게 미소를 걸며 답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잘못 말한 것 같지는 않구나.”

 

“...예?”

 

“너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절대 아니겠지만... 이 나이쯤 살다보면 대충 보이는 게 있거든. 말하고 행동하는 것만 봐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느낌이 올 때가 많단다.”

 

 

미소의 형태가 살짝 변했다.

 

아까 전에는 계속 푸근하고 인자한 느낌이었다면, 이 미소는 뭐라 해야할까.

 

너 잘 걸렸다, 하는 느낌.

 

 

“넌 스스로가 뱉은 말에 주박당할 운명이란다, 아가. 혀끝에 재앙을 매달고 있다고 하지 않았니.”

 

“...무슨, 뜻입니까?”

 

“네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네가 한 말을 지키게 될 거란 뜻이지.”

 

“...”

 

“좋건 싫건 그리 될 운명이란 게 분명히 존재하니까. 리루도 그동안 어울리는 상대를 찾기 힘들긴 했단다.”

 

“...”

 

“네 말을 들어주는 건 어렵지도 않겠지. 앞으로 더 끈끈해질 인연일 텐데. 안 그렇니?”

 

 

날 마음에 들어해 주시고, 곧바로 협력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이유가 좀 이상한데?

 

 

 

 

한 가지 깨달은 점은, 부족 연합의 연고는 대단히 효과가 좋다는 것.

 

리루가 온 몸에 치덕치덕 발라준 약 덕분에 상처가 대단히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무슨 마법이라도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단 잘 풀리기는 했네.’

 

 

악마의 그릇도 아닌데 시작부터 호감도가 관심 1단계로 박힌 것이 괜히 그런 게 아닌 모양인지, 카사는 내가 말해준 내용에 전부 술술 협력해주었다.

 

내일 있을 선발 시험에 리루를 보내겠다는 것과, 날 새로운 제자로 받겠다는 것과, 그쪽에 잘 전달해 놓겠다는 것에다가, 본인도 리루와 함께 부족 연합으로 향하겠다는 것까지 전부.

 

오히려 부탁하는 내가 원큐에 수락되는 게 당황스러울 정도의 내용들이었는데.

 

 

“...”

 

 

좋은 게 좋은거지.

 

뭔가 꺼림칙한 말을 많이 하시기는 했는데,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학관동에 도착하여 내 기숙사로 향한다.

 

그 때, 눈앞으로 시스템창이 번쩍거렸다.

 

 

< System Message >

 

[ 확인하지 않은 중요 메시지가 24건 있습니다! ]

 

이건 또 뭐람.

 

24건?

 

눈을 끔뻑이며 창을 조작한다.

 

 

< System Log >

 

#1

 

[ 대상 ‘엘노어’의 광증이 완화됩니다! ]

[ 타락 수치가 낮아집니다! ]

 

#2

 

[ 대상 ‘엘노어’의 광증이 완화됩니다! ]

[ 타락 수치가 낮아집니다! ]

 

#3

 

[ 대상 ‘엘노어’의 광증이 완화됩니다! ]

[ 타락 수치가 낮아집니다! ]

 

.

.

.

 

 

“...?”

 

 

뭐야 이거.

 

일시를 확인해보니 내가 엘노어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몸을 비틀던 요 일주일간 떠올랐던 것들이다.

 

24건 모두 전부 똑같은 내용이다. 엘노어의 광증이 완화되고 타락 수치가 낮아졌다는 메시지.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로서는 좋은 일이긴 하다.

 

솔직히 엘노어의 성향을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피해다니기 시작하는 순간 회까닥 돌기 시작했을 게 분명했거든.

 

그래서 조만간 어떻게든 달래 줘야겠다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걱정하던 두 가지 증상이 모두 내가 모르는 사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 있었군.”

 

 

깜짝이야.

 

느닷없이 지척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돌아본다.

 

아는 사람이다.

 

비즐라. 지독하게 평범하게 생긴 남자지만, 그 실체는 성황국의 엘리트 요원인 퇴마사다.

 

이전에 발카서스 보스전 때도 도움을 받았었지.

 

아직도 학원 안에 있는 걸 보니 위장 신분은 잘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무슨 일로 갑자기 나오셨습니까?”

 

“전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다. 네 신변은 성황국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중요한 위치니 말이야.”

 

 

그렇게 말한 비즐라가 내키지 않는단 한숨을 내쉬었다.

 

 

“...널 노리는 대대적 공작이 있다는 첩보가 주변에서 많이 들어오고 있어. 각오는 해두는 게 좋을 거다.”

 

“...”

 

 

슬슬 올 때가 되긴 했지.

 

뭔지는 짐작이 간다.

 

3 챕터의 보스인 [뒤집힌 해일의 사도]는, 누누이 말했지만 대단히 음습한 놈이다.

 

그놈 성향을 생각하면, 내 존재는 그놈에게 대단히 거슬릴 가능성이 높거든.

 

챕터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나한테 이런저런 수작질을 부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단 소리다.

 

 

“...유명한 암살자라도 고용했답니까?”

 

“4익의 베일. 이름은 알고 있나? 뒷세계에선 꽤 유명한데.”

 

 

알다마다.

 

뒤집힌 해일의 사도가 부리는 암살 조직인 ‘방랑자’의 일원이다. 꽤 강적이지.

 

 

“...알겠습니다. 정보 고마워요.”

 

“조심해라. 보통 놈이 아니야. 앞선 두 번의 공격은 너도 잘 받아 넘겼지만...”

 

“...?”

 

 

잠깐만.

 

 

“두 번의 공격이요?”

 

“그래. 20명이 넘는 암살자가 투입되었다고 들었는데. 네 능력도 능력이니 무사히 처리한 모양이군. 하지만 이번에 투입되는 놈은 차원이 다른 녀석이라 직접 정보를-”

 

“나 공격 당한 적 없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사람.

 

 

“...”

 

“...”

 

 

비즐라와 내가 어색하게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아니, 그쪽 정보 믿을 만한 것 맞아요?”

 

“...성황국의 정보 수집력은 패권국 중에서도 제일이야. 반드시 맞을 거다.”

 

“공격 당한 적이 없다니까?”

 

“아무튼 전할 정보는 전해뒀다.”

 

“...”

 

“대비는 꼭 해두도록, 다우드 캠벨. 보통 놈이 아니야.”

 

 

그런 말만 남기고 휙 사라지는 비즐라의 모습을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본다.

 

 

‘...뭐, 아무튼.’

 

 

20명이 넘는 암살자가 투입된 두 번의 습격이라는 게 대체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직접 찾아와서까지 전달할 정도면, 거짓말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습격 일시는, 아마도 내일.

 

‘선발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올 가능성이 높다.

'...그놈은 좀 상대하기 싫은데.'

베일은 방랑자들 중에서도 나랑 특히 상성이 안 좋은 놈이다. 전략이 안 통하고 단순무식한 스펙으로 찍어 누르는 타입.

하지만, 내가 싫다고 해서 순순히 물러설 리가 없는데 어떻게 하겠나. 싫어도 싸워야지.

 

준비를 철저히 해서, 역으로 갚아줘야 할 것이다.

 

 

 

 

다음 날.

 

선발 시험이 시작되었다.

 

암살자들은 코빼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

 

 

왜 안 오지?

 

 

< System Message >

 

[ 대상 ‘엘노어’의 광증이 완화됩니다! ]

[ 타락 수치가 낮아집니다! ]

 

 

넌 또 갑자기 왜 떠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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