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7 - 97.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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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고작 식인어 몇 개 잡아 와 놓고서 나한테 채점해달라고 들이미는 거냐?”
하탄이 싸늘하게 꺼내놓은 말에, 보트 안에 잡아 놓았던 마수를 늘어놓던 학생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식인어는 지금 근처 바다에서 잡아 올 수 있는 마수 중에서는 제법 상위권에 들어가는 마수다.
그런데도 이런 반응이라니.
“사냥꾼의 밤이잖아. 사냥꾼의 밤. 온갖 마수가 백방에서 튀어나오는 시기. 내가 너 때는 이 정도야 맨손으로도 때려잡았어. 알아들어?”
“...”
이런 미친 꼰대를 봤나.
그런 표정이 학생들 얼굴 전원에 떠올랐지만, 불행히도 하탄은 그런 꼰대짓을 정당화할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괜히 역대 사냥꾼 중 유일하게 혼자서 대형 마수 사냥에 성공한 게 아니지.
‘...죄다 수준 미달이네.’
하탄이 비에 젖어 축 늘어지기 시작한 머리를 쓸어넘기며 혀를 한 번 찼다.
사냥꾼의 밤 기간이면 그래도 눈에 찰 만한 성과를 가져오는 놈이 몇 명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이래서야.
‘...기대를 걸어볼 놈이 이렇게도 없나.’
하다못해 자신처럼 대형 마수를 사냥하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어느 정도 턱걸이를 할 수준까지는 맞춰와야 할 것 아닌가.
“조, 족장. 하탄 족장!”
심지어는, 이런 놈까지 나오는 형국이었으니까.
하탄이 이마로 실핏줄이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자신을 부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룬 게르-도.
족장 회의에서 항상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여서 하탄의 신경을 긁던 벨루아 게르-도의 아들.
“...여기서는 학장이겠지?”
도저히 학생을 대하는 거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색으로 그렇게 쏘아붙인 덴 그런 배경이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았다곤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씩씩거리며 다가오던 크룬이 그 기색을 보고 잠깐 얼어붙을 정도였으니까.
‘한심한 녀석.’
그런 말을 속으로 삼킨 하탄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냐, 크룬. 같잖은 일이면 빨리 꺼지고.”
“차, 차기 족장인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 놈들이 있었소.”
하탄이 머리를 쓸어넘겼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편두통이 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뭐라고 했소?”
그렇게 대답한 크룬이 움찔하면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하탄의 눈에서 살기가 줄기줄기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봐, 푸른 맷돼지 부족의 차기 족장.”
그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맞았으면 복수할 생각은 네 스스로 해. 네 부족이 그렇게 자랑하고 다니는 마약이든 범죄 조직이든 굴려서 스스로 해결할 생각을 하라고. 추하게 이쪽에 손 벌리지 말고.”
“...”
새파란걸 넘어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크룬의 모습을 본 하탄이, 이내 코웃음을 치며 그쪽을 물렸다.
평소 이 놈의 행실을 생각하면 무슨 일이 있었을진 뻔하다.
예전 버릇 못 버리고 가르다 씨족에게 시비를 걸었겠지.
설마 지지기반도 없는 그쪽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쫒겨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그는 거기에 엮이는 건 사양이었다.
그가 할 일은 학생들끼리 더럽고 치졸하게 치고 박는 걸 장려해야 하는 거다. 그런 싸움 속에서 성장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으니까.
‘...그놈이 거기에 붙어있었던가.’
그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기억을 되짚었다.
다우드 캠벨. 그가 대부분 경시하는 제국쪽 인간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었던 놈.
‘고생 좀 하겠네, 그놈.’
크룬은 지저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녀석이다.
아마 그런 식으로 얽혔다면 사냥꾼의 밤 기간 동안은 저쪽의 치졸한 손속에 꽤 고생할 가능성이 크겠지.
하지만, 뭐.
그 정도도 못 헤쳐 나갈 놈으로 보이진 않았다.
“마지막 보트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탑승자가 누군데?”
“리루 가르다, 탈리온 아르망드, 그리고 다우드 캠벨입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하탄이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그쪽으로 돌렸다.
이내 그 표정이 살짝 찌푸려지긴 했지만.
‘분위기가 왜 저래?’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얼굴이 살짝 질려있는 다우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리루 가르다와, 뭔가 괴상한 경험이라도 한 건지 멍한 표정을 짓고 타륜을 잡고 있는 탈리온 아르망드.
“...돌아가서 사제장한테 전해라.”
그가 한숨과 함께 옆에 서 있던 조교에게 말했다.
하탄의 추측대로라면 리루 가르다는 분명히 대족장을 만날 수 있는 ‘읍소권’을 바라고 있겠지만.
“이번에는 대족장 직접 보러 갈 놈은 하나도 없겠다고.”
아마 틀림없이 그쪽은 기뻐하겠지.
굳이 대족장과 다른 이들을 접촉하지 않게 하려고 늘 기를 쓰고 있었으니.
타티아나가 대족장 알란의 머리에 무슨 짓을 했다는 걸 거의 확신하고 있는 하탄 입장에선 거의 코웃음만 나오는 수작이었지만.
‘...다른 놈하고 마주치면 마주칠수록 대족장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다들 알아차릴 테니까.’
그러니, 분명히 이번 사냥꾼의 밤 행사에서도 어지간히 큰 공을 세운 게 아니면 그쪽과 만날 전통의 기회를 없애려고 들 게 분명했다.
저런 분위기로 돌아온 놈들이 잡아왔을 사냥감이라면 크게 특별한 것일 리가 없을 테니 더더욱.
“야. 네 생각은 어떨 것 같냐?”
“예?”
“마수 말이야. 어느 정도는 잡아와야 그쪽이 허락해줄 것 같아?”
“...아마 족장님처럼 혼자 중형 마수라도 잡아오는 게 아니면 명분이 없다고 쳐내지 않겠습니까.”
조교의 대답에 하탄이 코웃음을 쳤다.
분명히 그건 그가 학생 때 세운 기록이긴 하다.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글쎄. 그쪽 태도 생각하면 대형을 잡아간다고 해도 이야기나 겨우 들어주지 않겠나.”
“...설마 그러겠습니까. 학생이 중형 마수를 사냥하는 데 성공한 건 학장님 이후로 단 한명도 없지 않았습니까.”
몇십 년 동안 그러긴 했지.
그러니, 아마 저 녀석들에겐 일말의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우울한 표정의 다우드 캠벨에게 보고를 듣기 전까진 그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뭘 잡아 왔다고?”
하탄이 눈가로 흘러내리는 물을 닦아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멍하니 반문했다.
옆에 있는 조교는 아예 입을 쩍 벌리고 닫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거야, 이 녀석이 사냥해왔다는 마수가.
“수룡이요.”
“...”
대체 왜 그딴 걸 이렇게 우울한 기색으로 보고하고 있단 말인가.
애초에 그런 건 문제라도 아니란 기색이다.
하탄이 보트 전체가 한쪽으로 기우뚱 기울어져 있을만큼 거대한 마수의 신체 조각과, 우울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다우드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수룡?”
“예.”
“그, 용족?”
“엄밀히 말하면 용족은 아니죠. 족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하지만 용족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게 학생 수준에선 절대 잡을 수 없는 놈이란 것도 안다.
학생이 아니라, 하탄 자신이라 할 지라도 한 번 사냥하려고 했다간 목숨을 걸어야 할 게 분명한 놈이니까.
“...그 놈을 죽였다고.”
“죽이진 못했어요.”
“뭐?”
“도망가더라구요. 그래서 팔 하나만 잘라왔죠.”
“...”
그게 더 이상하다.
마수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보다 분노를 더 크게 느끼는 생물이다. 구조적으로 그렇다.
그런 마수가 도망치게 만들었다면, 그런 분노를 잠재울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순식간에 퍼부었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하탄 본인조차 상처를 입힐 수 없는 강대한 수룡을 상대로.
“...”
“...”
주변에 있는 인간들이 모두 어이가 없어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사이, 하탄이 주춤거리며 천막이 덮여있는 마수의 신체 조각에 접근했다.
그걸 확 걷어내자, 단박에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틀림없이 수룡이라도 불러도 될만한 크기의 마수에게 붙어있는 게 분명할, 거대한 ‘앞발’ 하나.
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그리고 용족의 특징인, 마력을 머금고 있는 비늘.
“...”
하탄이 말없이 그 비늘에 손을 한 번 쓸었다.
진품이다.
틀림없이, 용의 비늘이다.
“...야.”
하탄이 옆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조수에게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서 사제장한테 전해라.”
다만, 그 입에는 사냥꾼으로서 스스로도 숨길 수 없는 감정의 격류가 섞인 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희열.
“...투쟁의 용광로가 설립된 뒤로, 처음이다.”
말도 안 되는 불가능한 대업을 이뤄낸 자들을 바라볼 때 느끼는 순수한 존경심.
“처음으로 ‘용 사냥’에 성공한 학생들이 나왔다고.”
주변으로 경악 섞인 침묵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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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stem Message >
[ 사냥꾼의 밤 1페이즈에서 대단히 우수한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
[ 대가로 ‘불꽃의 전당’ 1회 이용권이 주어집니다! ]
[ ‘대결투’ 이벤트 성립 조건을 35% 충족시키셨습니다! ]
“...흐음.”
하탄에게서 받아온 카드 하나를 손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면서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을 노려본다.
수룡의 앞발을 보고는 바로 그쪽에서 받아온 거다.
대족장에게 읍소할 권한과는 별개로 자신이 직접 내리는 포상이라나.
이 정도로 우수한 자원은 요 근래 본적이 없다면서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 걸 보니 진짜로 기쁜 모양이다.
“...”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반응하는 거에 비해 나는 그리 큰 감흥은 없다.
유리아가 나 죽이려고 쫒아오면서 찢어놓은 거 주워가지고 날먹한거잖아.
불꽃의 전당이라고 한다면 투쟁의 용광로 안에 있는 공방을 말하는 거다.
애초에 나도 노리고 있긴 했지. 여기서만 만들 수 있는 특수한 장비가 있어서.
‘드디어 쓸 수 있겠네.’
재료, 많이도 모아왔다.
소울 링커를 만들고 남은 엑토플라즘, 유리아에게 서클릿을 만들어주고 남은 별철, 방학 동안 뜯어온 마수의 적응형 가죽과 중급 유물까지.
알란과 타티아나를 패죽이기 위해서는 그냥 단순한 스펙만 올려서는 안 된다.
바다 안에 있는 온갖 마수들을 부리는 타티아나도 그렇지만, 그쪽이 히든 카드로 이쪽에 호출하는 대족장 알란도 문제다.
본신의 능력도 켄드리드 변경백과 엎치락 뒤치락 할 수준의 무투가인데, 아마 전성기 수준의 카사를 직접 데리고 오는 게 아닌 이상 승리를 제대로 장담할 수 있는 놈이 없을 거다.
그리고 그런 스펙의 인간을 그냥 내보낼 리도 없고.
아마 높은 확률로 전투력을 올릴 이런저런 유물을 붙여서 보낼 텐데, 이쪽도 마찬가지로 그런 것에 대항할 아이템을 제작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단 이야기다.
‘맨손 격투’에 한해선 끝판왕이나 다름 없는 물건을 하나 만드는 게 아니라면.
“...저기요, 리루.”
그래서 이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거다.
그 장비, 이 사람하고 나하고 나눠 낄 거거든?
그러니까 제발.
“저 이제부터 불꽃의 전당에 갈 건데요. 같이 가실래요?”
나 없는 데서 사고 좀 치지 마라...!
그렇게 생각하며 그런 말을 꺼내자, 리루가 내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 중얼거렸다.
“...아니.”
평소에 뭐든 당당하고 호방하게 말하던 이 사람의 태도를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색이다.
마치 나를 보고 있으면 부끄럽기라도 한 것처럼.
“머, 먼저 다녀와.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으니까.”
“...”
그러니까 그 할 일이 뭔데.
자꾸 나 있는 상태에선 보여줄 생각을 안 하고, 말 할 생각도 안 한다.
하지만.
< 기프트 관련 인물 알람 >
▼ 리루 가르다
[ 관심 3단계 ]
[ 관련 이벤트 발생까지 1.5H ]
이건 사라질 생각을 안 한단 말이지.
“뭐, 뭐해. 빨리 가라니까?”
심지어는 아까보다 더 과격하게 나를 보내놓으려고 한다.
마치 자신은 꼭 나 없는 데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처럼.
“...그럴까요, 그럼.”
그럼 이쪽도 다 방법이 있지.
그런 말을 꺼내자 표정이 밝아지는 리루를 보고 속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린다.
“칼리반.”
리루와 거리가 어느 정도 멀어진걸 확인하고 소울 링커에 그렇게 말한다.
[음?]
“역시 뒤를 밟아봐야겠죠?”
[...]
“그게 제일 합리적이잖아요. 그렇죠?”
[...이 새끼 가면 갈수록 뇌가 맛이 가는 것 같은데?]
“...”
생존하기 위해 적응하고 있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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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은 다우드와 사이가 꽤 원만하네. 그대의 조언 덕분이라고 해도 되겠군.”
“...그건 다행이군.”
베일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그렇게 답했다.
아마 지금 눈앞에서 엘노어가 5kg은 족히 나갈 것 같은 강철 주괴를 손가락 몇 개로 주물럭거리면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해야 할 것이다.
요즘엔 적당한 운동은 기별조차 안 온다면서 악력을 기른답시고 저런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씩 하는 ‘정기 연락’을 할 때마다 보이는 이 여자의 탈인간 차력쇼는 가면 갈수록 그 경지가 해괴해지긴 했지만, 좀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은 든다.
“나한테 그 정도로 강렬한 짓을 할 정도면... 다른 여자와 잠깐 나돌아 다니는 것 정도야 어느 정도 봐줄 수 있겠지.”
지금 리루 가르다와 다우드가 붙어다니고 있다는 건 엘노어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자신한테... ‘그런 일’까지 한 남자다. 설마 인간이 그 밑바닥을 알 수 없는 난봉꾼에 쓰레기가 아니고서야 그렇게까지 해놓고 진지하게 남을 후리려고 같이 다니고 있겠는가.
엘노어가 슬쩍 얼굴을 붉히면서 입가를 메만지고 있자니, 베일이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당신이 부탁한 방랑자의... ‘찬탈’ 작업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그거 괜찮군.”
엘노어가 주괴를 아예 공처럼 둥그렇게 말며 답했다.
“다우드에게 좋은 혼수품이 되겠어.”
“...정말 진심인가? 이만한 조직을 그저 그런 용도로만 쓰겠다고?”
“왜.”
엘노어가 피식 웃으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에 힘을 슬쩍 주자 콰직, 하고 강철 주괴가 종이처럼 찢겨나갔다.
“불만이라도 있나?”
“...”
있을 리가 있나.
베일이 입을 다물고 있자니, 엘노어가 문득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개인실 바깥에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손님인가. 나중에 다시 연락하지.”
그렇게 말한 엘노어가 화상 통화를 종료했다.
복도 바깥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보자, 거기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있었다.
“...리루 가르다?”
의외의 인선에 엘노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느닷없이 이 인간이 자신을 찾아올 이유가 떠오르질 않았으니까.
“야.”
리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생각을 해봤거든.”
“...뭘 말인가?”
“할멈이 그랬어. 사람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 싸우는 상황이랑, 자기가 이루고 싶은 걸 위해서 발버둥칠 때 가장 빠르게 강해진다고.”
“...?”
이 여자가 대관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
엘노어가 그런 감정을 담아 눈을 끔뻑거리고 있자니, 리루가 주먹을 뚜둑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 생각에. 너를 통해서라면 그걸 두 개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을 것 같거든.”
“대체 무슨 소릴-”
“그러니까.”
이어서, 리루가 목을 우두둑 꺾으며 말했다.
“한 번 뜨자.”
“...뭐라고?”
너무나도 당연한 기색으로.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조차 없다는 듯이.
“서로 한 번 죽여보자고. 그 다우드라는 놈 걸고.”
엘노어의 얼굴에 살기가 급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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