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7 - 107.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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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온 아르망드는 그래도 나름 스스로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당장 대륙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에게만 내려지는 용사 칭호를 수여 받은 엘리야와 자웅을 겨루는 게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그런 자신감의 원인이 될 수 있겠지.
물론 최근 들어서는 그쪽과 하늘땅 수준에 이르는 격차가 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긴 하다.
덕분에 자신감이 요즘 들어 조금 흔들리는 느낌이기도 하지.
다우드 캠벨의 곁에는 항상 괴물 같은 인간이 꼬인다. 협소한 인간 관계라도 그 근처에 모여 있는 인간들의 능력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게 느껴질만큼 어이가 없는 인간들 투성이다.
당장 아까 말한 엘리야부터 해서.
교단의 성녀. 그리고 그 곁에 항상 붙어 있던, 용도 한 방에 쳐 죽이던 무시무시한 검사. 같은 신입생 중에서는 그 엘리야조차 건드릴 생각조차 못 하던 리루 가르다까지.
심지어 그런 인간들 전원이 다우드에게 한결같은 호의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한결 같은?’
가끔 너무 과한 호의 같아서 문제일 때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 남자의 근처에 있기만 해도 위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
그리고, 탈리온은 새로운 사실 하나를 더 깨닫고 있었다.
그런 걸 느끼는 것 자체가 우스울 수도 있다는 것.
비교에 기인한 열등감은 애초에 자신과 상대가 ‘비슷하다’고 느낄 때에나 현실적으로 와닿는 감정이다.
아예 천외천에 닿아있는 괴물이 상대라면.
그런 걸 느끼는 것 자체가 터무니 없을 수도 있다는 거다.
“찾았습니다!”
늘 마력으로 가득 찬 눈보라가 물어치는 극한의 동토. 그리고 그 지배자는 집채만한 크기의 호랑이다. 일명 빙호氷虎.
몸 전체에 푸른색 보석을 두르고 있는 덕분에 거의 희귀 금속으로 제련된 방어구 수준의 방호력을 상시 제공받으며,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수준의 원소 마법을 다룬다는 마수.
특급이라 칭해지는 마수들이 으레 그렇지만, 빙호 역시 일반적으로 ‘사냥’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놈은 아니다.
사냥꾼들의 전승에나 등장하는 생명체겠지. 말 안 들으면 빙호가 와서 잡아간다, 같이 어린아이 겁주는 데에나 쓰일 말도 안 되는 생물.
특급이란 놈들 자체가 서너 명이면 중급 마수도 어렵지 않게 상대 가능한 정규 기사들조차 대대 단위로 덤벼들어야 토벌 가능성이라도 제기가 가능한 놈들이다.
이것보다 위에 있는 건 용족과 이차원의 짐승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도 수십 년 전인 4대 아신亞神밖에 없다고 여겨지는 놈들.
그런데, 지금 그런 빙호를.
그냥, 눈 마주치자마자 ‘찢어버린’ 상대가 있다.
“...”
처음 이 사냥터에 진입해서, 엘노어와 함께 빙호를 5분 안에 잡아줬으면 한다는 부탁을 받았을 때부터, 그건 그냥 급하게 해줬으면 한다는 의사의 격한 표현이라고만 생각했다.
엘판테의 학생회장이 역대급 능력을 가진 전투원이라는 건 이미 학생들 사이에도 알음알음 퍼져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학생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빙호와 마주친 엘노어가 느닷없이 제자리에서 주먹을 내지르기 전까진.
“...?”
미친 사람같다는 게 솔직한 감상일 것이다.
검사가 저런 상대를 눈앞에 두고 검도 안 뽑고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심지어 주먹을 뭔가 진지하게 내지른 것도 아니다. 제자리에 서서 무슨 허공에 있는 뭔가를 밀어내듯이 앞으로 휙 뻗은거다.
상대방을 때리겠다는 의도조차 안 보일 정도로 해괴한 동작이겠지.
하지만.
그런 가벼운 동작과 함께, 엘노어의 몸에서 ‘회색 기운’이 확 피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
-!!!!
-!!!!!!!!!!!!!!!!!!!!
눈앞의 풍경이, 통째로 ‘찢겨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튀어나간 기운에 휩쓸린 빙호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졌다.
다우드는 이쪽에 ‘공포’를 심으라고 말했으니 굳이 죽이진 않은 모습이었지만, 딱 그 직전까지 간 게 분명한 상태다.
이런 웃기지도 않은 공격만으로.
탈리온이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
이 사람, 진짜.
‘...아니, 일단.’
이거 애초에 사람이 맞긴 한가?
나름 유서 깊은 무골 집안의 후예로서, 탈리온은 적어도 방금 엘노어가 펼친 기술이 강기, 신성, 그리고 기타 이능 어느 쪽에도 들어가지 않는 처음보는 종류의 힘이란 걸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런 게 가능한 건, 학계에서도 공상 취급하는 이면계의 존재들이거나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들인 악마들이 아니면 떠오르는 후보조차 없다.
“...”
악마.
잠깐, 악마?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엘노어를 바라보았다.
트리스탄 공작가의 핏줄에는 악마가 산다.
다들 쉬쉬하긴 하지만 제국 사교계에는 거의 공공연하게 떠도는 그런 소문.
터무니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그게 만약,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면.
정말로, 이 집안의 핏줄이 그쪽에 무슨 관계가 있다면?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아무리 그래도 너무 터무니 없다.
제국 굴지의 대귀족이 그런 것에 엮여있다니. 정말 그랬다면 제국 전체가 발칵 뒤집어지고도 몇 번이고 뒤집어 졌을 것이다.
애초에, 그 소문은 누가 퍼트린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소리다.
‘...아버지가 황실에서 퍼트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하긴 했었는데.’
그건 그 소문 자체보다 더 터무니 없는 소리다.
대체 황실이 그런 짓을 왜 한단 말인가? 그 누구보다도 오랜 기간동안 황실에 충성을 맹세해온 트리스탄 대공 가문을 상대로?
마치, 일부러 그쪽을 ‘압박하려고’ 하는 게 아닌 이상.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저, 학생회장님.”
물론, 그건 그거고.
지금 이 눈앞의 광경이 미쳐돌아가고 있는 건 틀림없다.
탈리온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그 말에 엘노어가 어깨만 슬쩍 으쓱이며 답했다.
“실험을 좀 해봤을 뿐이네.”
“실험이요?”
“굳이 시간 축에 손을 대지 않더라도, 공간을 비트는 쪽엔 어디까지 간섭이 가능한가.”
“...”
이게 대체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공간을 비튼다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건, 용족이나 다룰 수 있다고 일컬어지는 최고 위계 마법인 ‘차원 비틀기’나, 초대 트리스탄 대공이 검 한 자루를 들고 시연했다는 ‘아침 베기’ 같은 전설 속 기술에서나 등장하는 말이다.
그걸 제자리에 서서 내지른 주먹만으로 재현한다니, 그건 진짜 악마나 이면계의 존재들이나 가능한-
“...”
아니. 그러니까.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분명히.
이 여자가 정말로 ‘악마’ 관련된 뭔가라면. 하물며 발하는 기운이 ‘회색’이라면.
그건, 초대 용사의 세대까지 거슬러가야 하는 태고 속 신화의 범주다.
황금의 삼각형 중앙에 있는 공허 지대가 만들어지게 된 신마 대전에서나 묘사되는 ‘색’이니까.
그리고 거기에 따르면.
회색 악마의 그릇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전 대륙의 공적’ 칭호를 받은 존재다.
이는, 바꿔 말하면.
이 여자는 차후에 단신으로 전 대륙을 상대할 수 있는 최악의 괴물로 성장하게 된다는 의미다.
‘...아니, 물론 그럴 리가 없지.’
그가 아연실색하면서,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상태로 바닥에 누워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빙호를 내려다보았다.
실낱같은 숨결을 쌔액쌔액 뱉는 걸 보니 죽지는 않은 게 분명했다.
“보자, 여기서 발톱만 좀 뽑아오라고 하셨는데...”
탈리온이 그렇게 말하며 그쪽으로 접근했다.
그의 발목을 깨무려고 드는 아주 조그마한 존재를 발견하지만 않아도 그리했을 것이다.
“어이쿠.”
틀림없이, 빙호의 새끼다. 생김새는 빼다박았는데 크기는 조막만한 걸 보면 그리하다.
제 어미를 지키기려도 하려는 것마냥 별로 위협적이지도 않은 하악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솔직히, 호랑이라기보단 고양이에 가까운 수준이다. 중상을 입은 입은 빙호 앞에 서서 손톱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앞발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음, 이거 좀 내가 나쁜 놈이 된 것 같아서 그렇네. 괜찮아, 괜찮아. 죽이려는 게 아니라 발톱만-”
쓴웃음을 지은 탈리온이 그런 문장을 완성하려 했다.
등 뒤에서 ‘뭔가’를 느끼기 전까진.
“...!”
다음 순간.
탈리온은 빙호의 새끼를 온 몸으로 감싸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빙호의 발톱이 그의 몸을 파고 들어와 선혈이 흩날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빙호의 새끼를 온몸으로 감쌌다.
그 품 속에 감싸인 빙호가 몸부림쳤다. 아마 이걸 탈리온의 공격으로 ‘착각’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아마.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곳이, 회색 기운에 산산조각나 으스러져 있다는 걸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그랬겠지.
-...
빙호의 새끼가 몸을 축 늘어트렸다.
방금 탈리온이 한 행동이 자신을 ‘구한’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학생회장님.”
그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엘노어를 바라보았다.
붉은색 홍채가 흉흉하게 빛난다. 끝도 모를 흉폭한 ‘적의’가 그쪽에 들어차 있는 모습이다.
방금, 이 여자는 이 새끼의 애처로운 몸부림조차 보기 싫다는 듯. 그대로 벌레를 밟아 죽이듯 짓이기려 했다.
“형님이 새끼까지 손대라는 말은 없었는데요.”
“...”
탈리온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새끼를 감싸면서 꺼낸 말에, 엘노어가 멍하니 탈리온을 바라보았다.
“보기 흉하지 않나.”
“...예?”
“그 정도로 약한 생명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역겨운-”
뭐라 말을 이어가려던 엘노어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
이내 눈동자를 크게 뜨며 입을 틀어막는다.
마치,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가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모습이다.
“...내가, 방금, 무슨.”
그와 동시에, 그 눈동자에 깃들어있던 ‘적의’가 사라졌다.
이 여자에게 ‘덧씌워져 있던’ 뭔가가 사라지는 것처럼.
“...아, 아니. 아닐 세. 방금 그건 못 들은 것으로 하게.”
“...”
“발톱이나 회수해서 돌아가지.”
그렇게 말하며, 평소와는 다르게 급한 걸음걸이로 멀어지는 엘노어를 본 탈리온의 표정이 찌그러졌다.
‘...뭐야?’
순간적이지만.
엘노어에게 뭔가가 ‘깃들었다’.
평소에 그 얼빠짐과 냉정침착이 반반씩 섞인 그 무표정한 학생회장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존재라면 전부 맹목적으로 증오하는 느낌의, ‘뭔가’가.
‘...형님, 대체 지금 어떤 여자한테 코가 꿰이신 겁니까?’
탈리온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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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냈습니다, 형님.]
혼이 나간 것 같은 목소리로 탈리온한테서 날아오는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또 엘노어가 재주 부리는 거 보고 이런 반응이 나오는 모양이지.
“...”
이해한다.
조각 두 개 먹은 그릇이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는 슬슬 게임 안에 있는 네임드 NPC들과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기 시작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슬슬 기드온보다 세지기 시작했을 걸.
‘...나중에 고생 좀 하겠네.’
그거,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거든.
추후 챕터를 위해서라도, 기드온의 전투력은 항상 엘노어 윗줄로 잡아두는 게 좋다.
이번 챕터가 끝나면 우리 대공님의 점검도 한 번 들어가야겠지.
< System Message >
[ 대상 ‘엘노어’가 악마의 힘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
[ 두 번째 조각의 융합이 가속됩니다. 그릇이 영향을 받기 시작합니다! ]
그래야지, 이거에도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난 엘노어가 살인귀가 되는 꼴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못 본다.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창을 바라보고 있자니, 품 안에서 호출기가 신호음을 내뱉었다.
엘리야한테서 온 연락이다.
[아, 선생님. 이쪽도-]
“그쪽도 각인 끝냈냐?”
[...]
내 질문에 엘리야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게 있잖아요. 끝나긴 했는데.]
화상 화면 너머에 있는 엘리야가 말을 흐리며 뒤쪽을 돌아보았다.
그 너머로 밀림 지대의 지배자인 각귀角鬼의 몸체가 보였다. 그 옆으로 검을 뽑아들고 그걸 내려다 보고 있는 유리아도.
[선생님, 이거 안 죽는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 걔도 마력 생명체라 안 죽을 걸?”
빙호도 그렇고, 염마도 그렇고, 일각수도 그렇고.
원소를 띈 마력 생명체들은 웬만해선 안 죽는다. 이 근처에 있는 쟁쟁한 마수들을 다 제끼고 지배자 위치를 꿰고 있는 덴 그런 특성이 제일 크지.
당장 염마도 나한테 일격에 머리통 깨져도 안 죽지 않았나.
[이거 죽었는데요?]
“...뭐?”
[부활을 안 해요. 각인인가 뭔가. 그거 제대로 새겨진 거 맞아요?]
“...”
그 말에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검을 들고 있는 유리아의 검에서 하얀색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있는 일각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양단당해,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안 하고 있다.
내가 죽인 염마처럼 원래 원소로 화해서 부활할 준비로 들어갈 기미조차 안 보인단 소리다.
‘...진짜로 죽였네?’
어떻게 했는데.
게임 안에서도 저거 버그성 플레이가 아니면 듣도보도 못한 모습인데...?
다행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답은, 곧바로 눈앞에 떠올랐다.
< System Message >
[ 대상 ‘유리아’가 악마의 힘에 점점 능숙해집니다. ]
[ ‘단절자’에 깃든 새로운 저주가 개방됩니다. ]
[ 대상의 1단계 융합률이 99%에 도달했습니다. ]
[ ‘하얀 악마’의 두 번째 조각이 곧 등장합니다. 관련 이벤트가 갱신됩니다! ]
“...”
야.
나 하루 안에 해야 할 일 많다.
좀 봐줘라, 제발.
[...올 때부터 멘탈이 좀 안 좋아 보이긴 했는데. 저거 진짜로 괜찮은 것 맞아요, 선생님...?]
그 말에 화면이 비친 유리아의 모습을 살핀다.
눈이 풀려있다. 그 자리에 서서 미동도 안 하고 죽은 눈으로 그 시체를 내려다 보고 있다.
척 봐도, 뭔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
옷 갈아입을 때 마주쳤을 때가 마지막이라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진 짐작이 잘 안 간다.
이전에 가스라이팅 하고 기분이 엄청 안 좋아 보인 이후로 기분이 엄청 안 좋아 보이긴 했다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곧 사고라도 하나 칠 것 같은데요.]
“...치겠지. 내버려 둬.”
[...]
할 말을 잃고 날 바라보는 엘리야에게, 뭐라 설명을 이어가는 대신 머리만 긁적거린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 경험상.
불길한 일이 생길 것 같은 징조는 날 피해간 적이 없다. 그럴만한 징후가 있으면, 나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단 거다.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은.
그걸 ‘수습’할 생각이 아니라, 그걸 ‘추진력’으로 삼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좋겠지.
일단 당장 리루의 성깔을 터트려놓은 것부터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이거다.
[...예?]
“엘리야.”
의아하게 되묻는 엘리야에게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너, 혹시 이독제독이란 말 아냐?”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
독을 하나만 풀면 그건 그냥 극독이지만.
두 개를 풀어놓으면.
그건 ‘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거 재밌겠네.’
솔직히 말해서.
내일이 궁금하긴 하다.
내가 할 짓에 타티아나가 무슨 반응을 보여줄지,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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