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 (134)화 (135/258)

Chapter 134 - 134. 결정

 

 

유리아가 항상 쓰고 다니는 별철 서클릿이 주변으로 빛을 뿌렸다.

 

원래대로는 저런 게 나오면 악마고 단절자고 잠잠해져야 정상이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으로 사납게 흰색 기운이 요동치고 있다.

 

단절자의 저주에 하얀 악마의 마기까지 섞인 덕분에 이제는 별철 서클릿이고 뭐고 다 뚫어버리며 올라오는 중이거든.

 

 

‘...슬슬 억제력을 넘을 때 되긴 했지.’

 

 

만약 저게 정상적으로 악마를 억누를 수 있었으면, 애초에 내가 저번에 유리아한테 반으로 쪼개질 일도 없었다.

 

하지만.

 

 

< System Log >

[ 대상 ‘유리아’의 ‘두 번째 조각’ 관련 이벤트가 곧 해방됩니다! ]

 

 

이런 것까지 떠오른 이상, 악마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건 당연하단 소리다. 별철조차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여기에 데리고 온 건, 바로 그런 상황에만 ‘실험’해볼 수 있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만 있으면.

 

호문쿨루스 자매의 강화. 4챕터에 이어질 메인 시나리오에서 이점 취하기. 부차적으로 이 사람들의 기분 풀어주기.

 

그리고 무엇보다.

 

‘해피 엔딩’을 풀어내기 위한 실마리.

 

전부, 얻을 수 있다.

 

 

‘...악마를 길들인다라.’

 

 

쓴웃음을 지으며 아까 내가 떠올린 문장을 반추한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문장 그대로의 의미로 그런 짓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여기서 하는 건 그 ‘단서’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함이지.

 

위험하기 짝이 없긴 하지만.

 

 

< System Message >

 

[ ‘하얀 악마’가 ‘치천사’와 관련된 존재들의 기척을 감지합니다. ]

[ 대상이 이성이 끊어질 수준으로 분노합니다. ]

[ 대상 ‘유리아’의 타락 수치가 150%를 돌파합니다! ]

[ 곧 확정적으로 폭주가 발생합니다. 당장 조치하십시오! ]

 

 

눈앞으로 줄줄이 내려오는 창을 읽으며 한숨을 내쉰다.

 

여기 이 녀석 데리고 올 때부터 이렇게 될 건 알고 있었다.

 

이전에 내 심상 공간에서 역천사랑 마주칠 때랑 다르게, 여기 있는 천사 아저씨들은 치천사에게 직속으로 명령을 받아 일하는 사람들이다.

 

스토리 상 그쪽이랑 어마어마한 악연으로 얽힌 악마 입장에선 그 기척의 존재만 느껴도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단 거지.

 

평소라면 타락 수치가 이 정도 찍혔다간 나도 식은땀이 줄줄 흐르겠지만.

 

 

‘...아직 낮은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너무 낮다’.

 

조금 더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는 거지.

 

 

“성녀님.”

 

“...예...예?!”

 

 

잔뜩 당황해서 나를 돌아보는 루시엔에게 침착하게 지시를 내린다.

 

 

“유리아한테 늘 하던 축성 작업 있죠. 지금 이 자리에서 해주세요.”

 

“...저 혼자요?! 저, 저 상태의 유리아를?!”

 

 

루시엔이 기겁한 표정으로 유리아를 보며 말했다.

 

마치 진짜로 포획된 짐승 마냥 이성을 잃고 천사들 쪽으로 돌진하려고 몸을 계속 비틀고 있다.

 

방금 전에 내가 이 사람의 목줄을 잡고 날리지 않았으면 저기 진로에 걸쳐져서 반으로 쪼개졌을 거란 사실을 본인도 느낀 모양이지.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도 준비를 한다.

 

한 손에는 루시엔의 목줄, 한 손에는 유리아의 목줄.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도록 세팅하며 말을 잇는다.

 

 

“성녀님 혼자서만 할 일이 아니니까.”

 

“...다짜고짜 폭탄 하나 끌고 와서는, 말하는 꼬라지가 아주-! 너 이 씨발 새끼야 나중에 두고 보자-!”

 

 

이어서, 이전에 나한테 신성 가호를 넘겨준 주천사가 그런 비명과 함께 날개를 쫙 펼쳤다.

 

천사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전투 태세’ 비슷한 거다.

 

 

“주, 주천사님, 저게 대체 뭐랍니까?”

 

“악마의 조각, 이 새끼야! 말할 시간에 빨리 붙어! 여기서 저거 터지면 우리 다 죽는다!”

 

“아니, 일과도 다 끝났는데 이게 대체 뭐지 말임까!”

 

 

삽시간에 주변이 부산스러워진다.

 

하긴, 이쪽 입장에서는 다들 일 끝난 다음 쉬고 있는데 갑자기 적군 대원수 같은 놈이 튀어나온 격일 테니까. 발작적인 반응을 안 보이면 그게 이상하지.

 

 

“어이, 아가씨! 보아하니까 용량 좀 되는 것 같은데, 일단 때려 박는다! 여기서 저거 터지면 다 죽으니까 재주껏 좀 달래 봐!”

 

“...어, 어...그게 무슨?!”

 

“설명할 시간 없이, 바로 간다!”

 

 

그런 말과 함께, 루시엔의 온몸으로 천사들의 신성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쪽은 이면계에 있어서 이쪽에 큰 영향을 끼칠 순 없지만, 적어도 성녀님을 ‘도와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차원 너머로 간접 전달되어 오는 거라 원래 양의 비하면 효율은 어마어마하게 떨어지겠지만.

 

그걸 보내는 주체가 ‘천사’에 숫자가 이 정도라면 그런 것도 어느 정도는 커버된다.

 

호문쿨루스가 아니면 당장에 온몸이 파열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의 신성력이 쏟아졌지만, 저 사람은 온갖 ‘부작용’을 대가로 신성력 관련해서 스텟이 몰빵된 사람이다.

 

당장 루시엔의 온몸이 신성한 빛을 발하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이, 이익! 대체 지금 상황이 뭐가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런 기운을 몰아받은 루시엔이, 이내 눈을 질끈 감고 축성 작업을 밟았다.

 

"기껏해야 저희 기분 풀어주러 오는 거라고 하셨으면서, 지금 스케일이 너무 크잖아요---!!"

"..."

억울함이 잔뜩 담긴 비명에는 할 말이 없다.

아니, 뭐, 원래 목적은 그게 맞는데.

겸사겸사 해야 할 것들이 좀 많으니까 이런 일까지 벌이게 된다. 양해 좀 해주세요.

하지만 그런 비명과 정반대로, 역시 성녀라는 호칭에 걸맞는 복잡하고 고등한 신성 가호들이 연달아 펼쳐진다.

평소에 하던 것처럼 유리아의 온몸에 걸쳐 거기에 쌓인 저주를 하나하나 지워나간다.

 

별철도 억누르지 못하는 저주와 마기의 조합이라 원래대로는 씨알도 안 먹혔겠지만, 천사들의 신성력까지 몰아받은 지금은 그럭저럭 해내는 모양새다. 유리아의 몸에서 올라오던 기운들이 조금씩 약해진다.

 

 

“어, 되냐, 되냐!”

 

“힘내시지 말입니다! 조금만 더 하면...!”

 

 

주변의 천사들도 호응하여 그렇게 응원해줬지만.

 

그에 무색하게, 유리아가 머리를 감싸고 괴성을 내지른다.

 

그와 동시에 유리아를 감싸고 있던 신성력이 일거에 떨쳐지며,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와 저주의 기색이 아까보다 더 심해진 모습이다.

 

오히려 신성력에 더더욱 ‘반발’하듯이.

 

 

“...여, 역시 씨알도 안 먹히잖...!”

 

“아니. 잘하셨어요.”

 

 

그렇게 말하며 목줄을 조정한다. 루시엔의 몸을 순식간에 저 멀리로 날려 보내며, 유리아의 몸을 내 쪽으로 휙 당겨온다.

 

비명을 지르며 몸이 저 멀리 날아가는 루시엔의 모습과 함께, 나와 유리아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자, 다우드 씨-! 그만, 그만-!”

 

 

루시엔이 새파래진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아마 내가 저번에 이런 짓을 하다가 어떻게 됐었는지 기억하고 있으니 나오는 반응이겠지,

 

물론 한 번 반으로 쪼개지긴 했었는데, 이번엔 다르다.

 

지금은 주변에 천사들도 있고, 그쪽에 기운을 몰아받은 루시엔도 있으니까. 전과는 상황이 다르지.

 

안전장치 삼아 저 사람을 데리고 왔다는 건 그런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베려는’ 놈의 상태부터가, 천지차이다.

 

이미 이성을 잃은 유리아의 시선이 나를 포착하고, 검자루를 움켜쥐었지만.

 

일순, 녀석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나를 반으로 갈라버리려던 걸 기억해냈을 테니까.

 

타락 수치가 임계점을 넘었음에도, 저 녀석의 머릿속에 박혀있던 쓰라린 기억이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

 

 

“...흡!”

 

 

녀석의 목을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고, 시선을 강제로 돌린다.

 

지금 내 가슴팍에 있는 타천의 인장을, 절대로 저 녀석에 ‘시야’에 담게 해서는 안 되니까.

 

회색 악마와 푸른 악마의 기척이 동시에 묻어있는 걸 그대로 보여줬다간 타락 수치가 하늘을 뚫고 올라갈 것이다. 그건 안 되지.

 

내가 바라는 건, 딱 적당한 수치니까.

 

 

< System Message >

 

[ 대상 ‘유리아’의 타락 수치가 300%를 돌파합니다! ]

[ 대상이 폭주 직전입니다! ]

 

 

좋아. 딱 이상적인 수준이다.

 

이전의 엘노어처럼 한 500% 넘어서 곧바로 폭주하거나 했으면 답이 없었겠지만, 이건 딱 ‘직전’ 수치거든.

 

원래대로라면, 사실 300%고 500%고 타락 확정된 시점에서 그냥 죽었다고 복창해야 하지만.

 

지금은 대단히 유의미한 차이를 가진다.

 

 

< System Message >

 

[ ‘타천의 인장’이 ‘하얀 악마’의 기운에 반응합니다! ]

 

 

악마의 기운을 마주할 때면 늘 떠오르는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원래대로는 여기서 끝나겠지만, 난 얼마 전에 한 번 죽었다 살아나면서 이것의 2단계를 개방한 참이다.

 

그러면, 내 생각이 맞다는 가정하에.

 

할 수 있는 게 있거든.

 

 

< System Message >

 

[ 인장의 단계를 확인합니다. ]

 

[ 2단계 확인. ]

 

[ ·̶̛͈̪͚̹̺͖͉̪̇̎̃̏̃̎̚͡ͅ ̷̥͉̞͎̯̥̫̳̻͆͊̉̀̾͘͞·̴̵̢̢̥̱̝̘̟͎̯̥̟͖̞͊͐͌̿̎̋̔̈́̃̕̚͘͜͟͝͞͞·̶̛͈̪͚̹̺͖͉̪̇̎̃̏̃̎̚͡ͅ ̷̥͉̞͎̯̥̫̳̻͆͊̉̀̾͘͞·̴̵̢̢̥̱̝̘̟͎̯̥̟͖̞͊͐͌̿̎̋̔̈́̃̕̚͘͜͟͝͞͞ 특권으로 대상에 대한 제어권을 얻습니다! ]

 

[ 대상에 대한 ‘제압’을 실시하시겠습니까? ][ Y/N ]

 

 

그렇지.

 

그런 메시지가 줄줄이 내려오는 걸 보며 속으로 씩 웃는다.

 

망설일 것도 없이 Y를 터치.

 

그와 동시에,

 

 

< System Message >

[ 대상의 마기를 제압합니다! ]

[ 대상의 타락 수치가 급감합니다! ]

[ ‘타천의 인장’에 ‘하얀 악마’의 마기가 충전됩니다! ]

[ ‘변이’에 필요한 에너지가 33% 충전됩니다! ]

 

 

그런 메시지와 함께, 주변으로 치솟아 오르던 하얀 마기가 전부 내 가슴 안쪽으로 ‘흡수’된다.

 

그리고, 이어질 메시지가 제일 중요하다.

 

내가 지금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이유는 전부 다 이걸 위해서니까.

 

제발, 떠라.

 

지금 내가 한 짓이.

 

내가 생각하는 ‘의미’를 가진 행동임을, 증명해줘라.

 

 

< System Message >

 

[ ‘하얀 악마’가 순간적으로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

[ ‘경배’ 스택이 1회 쌓입니다. ]

[ 스택이 전부 충전되면 대상이 ·̶̛͈̪͚̹̺͖͉̪̇̎̃̏̃̎̚͡ͅ ̷̥͉̞͎̯̥̫̳̻͆͊̉̀̾͘͞·̴̵̢̢̥̱̝̘̟͎̯̥̟͖̞͊͐͌̿̎̋̔̈́̃̕̚͘͜͟͝͞͞·̶̛͈̪͚̹̺͖͉̪̇̎̃̏̃̎̚͡ͅ ̷̥͉̞͎̯̥̫̳̻͆͊̉̀̾͘͞·̴̵̢̢̥̱̝̘̟͎̯̥̟͖̞͊͐͌̿̎̋̔̈́̃̕̚͘͜͟͝͞͞의 일부로서 기능합니다! ]

 

“...”

 

 

다행이다.

 

됐다.

 

 

[...뭔가 중요한 실마리를 얻은 기색이로군, 그대.]

 

 

소울 링커 안에서 발카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처럼 단순히 뭔가 잘 풀려서 희희낙락하는 느낌이 아니야. 지금 저 아가씨를 제압한 게 그리 중요한 건가?]

 

 

그럼.

 

중요하지.

 

이건 내가, 악마들 대상으로 ‘지배권’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원작 게임 설정 그 어디에도 없던 존재 말이야.

 

 

“...”

 

 

이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 하나 있거든.

 

악한 이들에게 사랑받는 영혼의 체질이라는 거, 그 근원이 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그걸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지.

 

지금 유리아와 행한 이 ‘상호 작용’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론의 결정적인 뒷받침 같은 거다.

 

내가 이들에게, 해피 엔딩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

 

 

“...너, 지금.”

 

 

옆에서 주천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폭주하려는 악마의 조각을, 강제로 ‘봉인’한 거냐?”

 

 

항상 시끄럽던 이 사람들의 분위기답지 않게 나직한 느낌이지만, 왜 그런 느낌을 받는진 주변으로부터 금방 알 수 있었다.

 

주변에 다른 천사들이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었으니까.

 

말도 안 되는걸 봤다는 표정으로.

 

 

“...그 정도는 못해요. 지금이야 다 준비해두고 왔으니까 가능했지.”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 답을 흘린다.

 

지금이야 내가 상황을 예상하고, 계획 철저하게 세워서, 이것저것 통제할 수단을 마련해둔 다음, ‘정확한 수치’가 찍히는 타이밍에 칼같이 끼어들었으니까 가능했지.

 

느닷없이 우발적으로 조각이 폭주하거나 하면 타천의 인장이 있다 해도 어림없다. 그대로 목이 날아갈 것이다.

 

비유하자면 안전팀이고 의료팀이고 다 준비해둔 상황에서 맹수의 목에 방울을 거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위험하지만, 못할 것도 없지.

 

반대로 준비가 없으면 그대로 맹수한테 물어뜯겨 죽겠고.

 

 

“...솔직히 그렇게 놀랄 일인가 싶은데요. 폭주 직전의 악마를 제압하는 건 당신들도 물질계에 나와있으면 다 가능하잖아?”

 

“아니, 지금 내가 어이가 없는 건 네가 그런 일을 한 ‘방식’이야.”

 

“...”

 

“물론 우리들도 가능해. 물질계에 있었다면 강제로 저 악마를 신성력으로 두들겨 패서 다시 그릇 안쪽으로 집어넣었겠지. 하지만.”

 

 

신음 같은 목소리로 문장이 이어졌다.

 

 

“방금, 악마의 기운은 네 의사를 ‘존중’해서 물러난 것처럼 보였는데. 아니냐?”

 

“...”

 

“마치, 네가 ‘상위 존재’라고 인식한 것처럼 그랬다고.”

 

“...”

 

“애초에 준비해두고 왔다는 것 자체가 너도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알고 ‘시험’해보려고 온 태도로 들리잖아.”

 

 

뭐라고 대답할 것도 없이 머리만 긁적인다.

 

역시 눈치가 좋으시다. 주천사 타이틀은 아무나 다는 게 아닌 모양이지.

 

 

“...예전에 만났을 때부터 내가 크게 될 거란 건 알아보긴 했는데.”

 

 

문장이 다시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너, 지금 대체 뭘로 변하고 있는 거냐?”

 

“...”

 

 

글쎄. 아직 타천의 인장이 2단계밖에 안 돼서 똑바로 말은 못 하겠지만.

적어도.

 

역사에서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위업에, 내가 첫발을 내딛었다는 것 정도는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릇이 큰 사람을 꿈꾸고 있습니다.”

 

“뭐?”

 

“여섯 악마를 전부 다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랗게 말이죠.”

 

“...품는다고?”

"지금은 못하지만, 나중엔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음... 정확하게 얘기하면.”

 

 

앞으로도 계속 어디 누가 폭주할 일이 있으면 식은땀 줄줄 흘리면서 쫒겨다니겠지만.

적어도 그런 고생을 하고 또 해서 결국 나와 악마의 그릇들이 도달한 '종착점'이 어딘지는 확실하게 잡아둬야 한단 소리다.

“여섯 명 다 제가 데리고 사려구요.”

 

“...”

 

“판데모니엄에도 법 같은 거 있나? 거기 중혼 인정해줘요?"

 

“...”

 

주천사님이 입을 쩍 벌리고 침묵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