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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 (154)화 (155/258)

Chapter 154 - 154. 기억

 

 

신성학부의 선임 교수이자 학장인 월터 가레스는 엘판테 전체에서도 유명한 괴짜다.

 

그레고리 관 꼭대기에서 독한 술을 병나발로 불어대면서 반나체로 춤을 추는 모습이 때때로 발견되질 않나, 신성력의 한계를 시험해보겠다며 몇 백 m 높이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리질 않나, 고성방가 같은 찬송가를 시도때도 없이 불러대기도 한다.

 

가끔은 이 모든 걸 한꺼번에 다 하기도 하지.

 

사실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이 사람하고 3초 이상 마주친 사람이면 누구나 월터가 보통 인간이 아니란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운명의 소용돌이, 별들의 부름, 그리고 내 오른팔에 잠들어 있는 흑염룡이 품은 태고의 저주가 우리의 만남을 이곳으로 인도하였도다.”

 

“...”

 

[...뭐라는 거냐?]

 

 

만나서 반갑다는 소리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평범한 인사말이거든.

 

 

[...미친 놈 아니야?]

 

‘...사실 진짜 미친 사람 맞아요.’

 

[...]

 

 

장난하냐는 기색의 침묵이 소울 링커 안에서 돌아왔지만, 난 진짜 사실을 이실직고 한 거다.

 

이 사람은 진짜 정신병 종합 선물 세트다.

 

그러니까, 지금 저 사람 머릿속에는 ‘이성’을 담당하는 부분과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며 기행을 일삼게 만드는 ‘미친놈’ 부분이 동시에 기능하고 있다.

 

그래서 평소의 언행만 따지면 상식인 그 자체인데 바깥으로 나오는 말이나 행동은 가끔 브레이크 없는 노빠꾸 또라이 그 자체인 거고.

 

 

[...그런 사람이 대체 왜 교수 같은 걸 하고 있는 건데? 병원에 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

 

‘일단 언행이 좀 이상한 걸 제외하면 멀쩡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실력은 진짜거든요.’

 

 

바꿔 말하면, 그런 핸디캡을 덕지덕지 달고도 엘판테의 신성학부에서 선임 교수 노릇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실력자라는 거다.

 

그러니까 이 사람한테만 부탁할 수 있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

 

적어도, 신성력을 이용하여 물건을 가공하는 ‘축성 작업’에 있어서는 성녀님 이상 가는 실력을 자랑할 인간이 바로 월터다.

 

 

“...부탁드린 물건을 찾으러 왔습니다, 월터 학장님.”

 

 

그렇게 말하자, 월터가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자신의 책상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거의 연극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극적인 몸짓이었다.

 

 

“하여 목도하라, 한 존재의 근원적인 욕망과 원초적인 본능이 집결되어 빚어진 세기의 걸작을. 그 존재만으로 주변을 경도시키는-”

 

“아, 작업이 생각보다 잘 끝났단 말씀이십니까? 부탁드린 건 그냥 간단한 축성 작업이었는데요.”

 

“절망만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도 한 줌의 희망만 있으면 견뎌낼 수 있는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존재가 바로 인간-”

 

“와, 원래 성질은 온존하면서 강화만 가능하게 가공하셨다구요? 진짜 대단하시네요.”

 

 

이거 봐라.

 

이 사람 실력 좋은 것 맞다니까.

 

 

[...넌 어떻게 대화가 되는건데?!]

 

“...”

 

 

글쎄.

 

나야 게임 안에서 이 사람이랑 자주 마주치다 보니까 그냥 무슨 소리 하는 지도 대충은 알아듣는다.

 

주먹구구식으로 눈치껏 하는 거지 그냥.

 

 

‘...나중에 가서도 도움이 될 테니까.’

 

 

월터는 후에 엘노어의 고유 디버프인 광증을 해제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줄 사람이다.

 

의사소통 할 수 있다고 나쁠 건 없지.

 

아무튼.

 

 

“사회적인 동물로서의 인간이 가진 정신적 결함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단 점이며, 이런 끔찍한 해리의 불균형 속에서 나는 목놓아 외친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다과는 다음에 들도록 하겠습니다.”

 

 

예의 바르게 답하며 월터의 집무실을 나선다.

 

손으로는 월터가 가공해준 구 형태의 혼령이 들려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 Iten Info >

 

[ ▲ 타티아나 그라첼 ] [ 가공됨 ]

[ 특기: 저주 ]

[ 형태: 혼령 ]

[ 가공 옵션 ]

▶ 사역마로 종속

▶ 강화형 재료로서 아이템에 부여

▶ 온전한 형태로 재소환 (1회 사용 이후 소멸)

 

 

이거 말이야.

 

원래대로는 셋 중 하나만 골라서 사용 가능한 모양이지만, 월터의 솜씨 덕에 강화 재료로 사용한 이후에도 둘 중 하나를 더 골라서 쓸 수 있는 모양이다.

 

 

‘...그거 괜찮네.’

 

 

발카서스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더라도, 타티아나도 하여간 강력한 저주를 쓸 수 있는 녀석이다. 사역마든 재소환이든 나중에 한 번은 도움이 되겠지.

 

뭐, 그건 나중에 고르더라도,

 

할 일은 이걸 강화형 재료로서 소울 링커에 부여하는 거다.

 

칼리반을 강화시켜야지.

 

 

[...날 강화한다고? 왜?]

 

“좋은 거 해주는데도 왜 튕기십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강화할 수단이 있으면 너나 엘리야를 강하게 해야지 왜 나한테 하냔 소리야. 난 기껏해야 니 머릿속 기생충인 수준인데.]

 

“...”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하냐.

 

물론 당장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내 버프 스킬 셔틀밖에 없긴 하다만, 그건 혼의 동기화율이 낮아서 그렇다.

 

칼리반은 이번 챕터에서 엘리야와 같이 클리어의 핵심축이다. 이 사람이 활약해줘야 할 상황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특히 내 목숨이 시시각각 위협받을 상황이러면 칼리반한테 도움받을 일도 많을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강화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

 

어깨를 으쓱이며 구 형태로 된 혼령을 소울 링커에 가져다 댄다.

 

곧바로 눈앞에 창이 하나 떠오른다.

 

 

[ 소울 링커 ] [ 전용 장비 ]

[ 인챈트: 에픽 ]

[ 위대한 혼령이 깃든 장비입니다. 동기화율을 높여 혼령의 의식을 깨울 수 있습니다. ]

[ 위대한 혼의 영향으로 항상 마력을 머금고 있습니다. ]

[ 현재 충전된 마력율: 100% ]

[ 현재 동기화율: 40% ]

 

 

오랜만에 보는 창이네.

 

이 사람을 처음으로 깨울 때 이후로는 사실상 처음 보는 창 아니던가.

 

 

[ 현재 동기화율: 40% ]

[ 혼의 2단계 의식을 개방시킬 수 있습니다! ]

[ 개방을 진행하시겠습니까? ] [Y/N]

 

 

망설일 것도 없이 Y를 터치한다.

 

이윽고.

 

 

“...음?”

 

 

소울 링커가 심상치 않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걸 쳐다본 내 의식이, 일순간 어디로 날아갈 정도로.

 

 

 

 

꿈속을 유영하는 것 같다.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자니 가장 먼저 받는 느낌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투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탈의실이다.

 

 

“으음...”

 

 

내가 직접 영체가 된 느낌이다. 내 몸이 투명한데다가, 주변에 있는 ‘인간’ 중 아무도 날 인식 못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

 

이전에, 칼리반의 동기화율을 올릴 때 이 사람의 심상 세계로 강제로 끌려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아마 이번에 동기화율을 올리면서 비슷한 현상을 겪는 모양이지.

 

근처로는 딱 봐도 잘 훈련된 인간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체육계 인간들의 락커룸 분위기가 다분한 장소다. 후끈후끈한 땀과 마초 분위기가 진동을 하고 있지.

 

다만, 눈여겨 볼만한 점은.

 

근처에 있는 인간들 중 눈에 담기도 힘들만한 흉터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그 몸에 새겨져 있다는 것.

 

여기 있는 인간 하나하나가 어느 정도의 수라장을 거쳐 나온 역전의 용사들인지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와, 씨발. 넌 이딴 사이즈를 어떻게 가랑이에 달고 다니냐? 나 같으면 자살했다. 마누라가 니 버리고 바람 핀 이유가 아주 눈에 훤히 보이는-”

 

“한 마디만 더하면 니건 나보다 짧게 만들어 줄 자신이 있는데-”

 

“하여간 딱 봐도 제일 작은 새끼들 두 놈이 지랄은 아주 하루도 안 거르고-”

 

“...”

 

 

주변으로 휙휙 스쳐 지나가는 잡담 내용을 듣고 있으면 좀 어지럽긴 하다만, 아무튼 이 사람들이 역전의 용사라는 건 틀림 없겠지.

 

그리고.

 

그런 인간들이 가득한 탈의실 안으로,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들어왔다.

 

룬어로 식각처리된 황금색 갑옷. 정예기사의 상징과도 같은 장비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건 나도 아는 사람이고.

 

 

‘...기드온?’

 

 

기드온이기는 한데, 지금보다 몇 년은 더 젊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이 공간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기억을 ‘재생’한다고 했던가.

 

분명히 한참 전의 기억이다.

 

 

“책임자가 누군가.”

 

 

 

그 말이 들려오자마자, 왁자지껄하던 탈의실이 한 순간에 조용해졌다.

 

모두의 눈동자에 의문과 경계가 어린다.

 

 

“접니다.”

 

 

완전히 조용해진 주변으로, 주황색 머리의 남자가 그렇게 말하는 소리가 방 전체에 내려앉았다.

 

기드온이 그렇게 말한 남자가 앉아있는 관물대에 적힌 이름을 훑었다.

 

칼리반 크리사낙스. 최초의 가디언.

 

 

“나는-”

 

“당신이 누군지는 알고 있습니다, 트리스탄 대공.”

 

 

입을 열려던 기드온의 목소리가 칼리반이 내놓은 문장에 끊어졌다.

 

방금 감고 나온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어내면서 귀찮다는 듯이 내놓은 말이었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기드온을 수행하는 기사들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가디언들 전원은 아랑곳 하지 않는 태도였다.

 

 

“현재 가용 가능한 인원은 몇 명이지?”

 

 

기드온의 목소리에 가디언들 전원이 침묵했다.

 

황실 근위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이들인 가디언은 독자적인 권한을 상당수 보장받는다. 이들 상대로 이렇게 권위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황제를 제외하곤 없지.

 

그럼에도 이런 경우라면, 보통 열의 아홉은 한 가지 상황뿐이다.

 

이들이 아니면 진압할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이 일어난 경우.

 

 

“...여기 있는 10명, 그리고 비번인 놈들까지 합하면 15명 정도 될 겁니다. 뭐 땜에 그러십니까?”

 

“전원 호출해서 무장시키게. 투입되어야 할 임무가 있네.”

 

 

칼리반이 피식 웃었다.

 

 

“그러십니까? 무슨 임무인데요?”

 

“...아직은 말해줄 수 없네.”

 

“...”

 

 

칼리반이 말없이 낄낄거렸다.

 

수건을 어깨에 걸친 그가, 이내 뚜벅뚜벅 걸어 기드온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주황색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난다.

 

 

“그럼 저희도 싫은뎁쇼, 대공 나으리.”

 

 

칼리반이 기드온의 눈을 지척에서 눈을 쏘아보며 그런 말을 내뱉자, 그를 수행하던 기사 중 한 명이 격분하여 입을 열었다.

 

손은 검자루에 올라간 상태였다. 언제라도 뽑을 수 있단 것처럼.

 

 

“무엄하다! 이분이 누구인 줄 알고-!”

 

“죽기 싫으면 아가리 닥쳐.”

 

 

그 말 한 마디에, 검을 잡고 있는 기사들의 손이 살짝 떨렸다.

 

 

“확실하게 다 죽일 자신 없으면 그거 뽑기 전에 생각 잘해라. 우리 지금 많이 참아주고 있어.”

 

 

칼리반의 말에 근처 가디언들의 얼굴에 사나운 웃음이 걸렸다.

 

그들은, 전부 비무장이다. 기사들은 전부 완전무장 상태고.

 

그럼에도, 기세에서 밀리는 건 가디언들이 아니라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완전무장한 기사들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뒷덜미를 벅벅 긁으며, 칼리반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린 가디언이야. 할 일은 사람을 구하는 거고. 다른 건 관심 없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눈동자는, 거의 흉폭한 야수를 방불케 하는 폭력성이 응축된 모습이었다.

 

 

“대공이 아니라 대공 할애비가 와도,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안 움직일 거다. 알겠냐?”

 

“...”

 

 

한참을 침묵하며 그쪽을 바라보던 기드온이,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단 심문소의 의뢰일세. 축성 처리된 장비를 지급할 테니, 구마驅魔에 협조를 부탁한다는군.”

 

 

그 말을 듣자마자, 칼리반을 포함한 가디언들 전원의 얼굴에 당황이 번져나갔다.

 

 

“저흰 기사입니다, 대공 나으리. 악마 잡는 건 재주가 없는데요.”

 

“이단 심문소에서 직접 그대들의 징발을 요청한 걸세. 극비 처리된 사항이니 원래는 임무에 투입되어 알려줘야겠지만-”

 

 

기드온이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국 극동에서 폭주한 악마의 징후가 감지되었네. 반나절 만에 도시 세 개가 잿더미가 되었어.”

 

 

간신히 말을 꺼내놓는 모습이다.

 

 

“그대들에게, 그 악마의 행동을 잠깐이라도 멈춰줬으면 한다는군.”

 

“...멈춘다고? 얼마나?”

 

“하룻밤.”

 

 

칼리반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거 진짜 듣기만 해도 좆같은 임무네.”

 

 

기드온이 피가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저희 전부다 갈아넣어서 제국민들 살리겠단 말씀 아닙니까, 그거.”

 

“...”

 

 

말을 꺼내놓는 기드온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폭주한 악마는, 성검을 잡은 용사가 아니면 상대조차 불가능한 재앙 그 자체다.

 

그런데, 그런 걸 하룻밤이나 상대하라는 건.

 

아무리 축성된 장비를 지급한다 해도, 자살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기드온은 이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있는 거다.

"..."

한참을 침묵하던 칼리반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안 하면 얼마나 죽습니까?”

 

“...알 수 없네.”

 

 

기드온이 침통한 목소리로 답했다.

 

 

“확실한건, 그쪽을 제압하지 못 한다면 최소 수십만이 죽을 걸세. 어제만 해도 수천이 죽었어.”

 

“그럼 해야지.”

 

 

칼리반이 지체없이 그런 대답을 꺼내놓았다.

 

말을 꺼낸 기드온조차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돌아볼 정도로 평탄한 목소리로 흘러나온 대답이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시죠, 대공 나으리.”

 

 

마치.

 

 

“어차피,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못 할 것 같으니까.”

 

 

그들에게 있어서, 이건 아주 당연한 일이란 것처럼.

 

 

 

 

< System Message >

 

[ 대상 ‘칼리반’의 의식이 개방됩니다! ]

[ 특수한 기억이 재생됩니다! ]

[ 특수한 기억을 모두 수집할 경우, ‘성검’ 관련 이벤트가 생성됩니다! ]

 

 

그런 메시지와 함께 의식이 끌려나온다.

 

 

“...”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소울 링커를 바라본다.

 

이거.

 

적야 사태 당시의 칼리반의 모습이었다. 분명히.

 

 

[뭐야? 왜 갑자기 혼자 멍 때려?]

 

“...”

 

 

아니, 솔직히 말해서.

 

사람이 좀 다시 보인다.

 

맨날 시시껄렁한 잡담만 주워섬기는 모습밖에 못 보긴 했는데.

 

이 사람, 진짜 괜히 가디언이 아니었구나.

 

 

[엉? 갑자기 뭐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 사람에게 있어선 본인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이다. 그걸 내가 봤다고 해서 유쾌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니.

 

 

[ ‘소울 링커’에 인챈트된 사념체가 각성함에 따라, 기능 중 일부가 개방됩니다. ]

[ ‘혼령: 구체’의 융합을 확인합니다. ]

[ 스킬이 추가로 개방됩니다! ]

 

 

그런 창이 눈앞으로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혼의 동기화율 올라가면서 스킬이 개방됐었지.

 

이번에도 비슷한 부류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어서 떠오른 창을 훑어보자마자.

 

 

“...미친.”

 

 

내 동공이 더 없이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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