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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 (168)화 (169/258)

Chapter 168 - 168. 책임지겠다고?

 

 

의식이 미끄러진다.

 

바닥없는 어둠 속으로 계속 온몸이 추락하는 기분이다.

 

언제 시작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고, 언제 끝날지도 짐작이 안 갈 만큼 그런 감각이 오래 지속된다.

 

정신을 차린 이후로 계속해서 이 상태다.

 

항상 내 근처에 있던 인간들 두 명부터 호출해본다.

 

 

“칼리반.”

 

 

대답이 없다.

 

 

“발카서스.”

 

 

마찬가지로, 대답이 없다.

 

언제 어느 때고 내 정신만 붙어있으면 의사 소통이 가능한 두 명과 대화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한 가지 사실만을 시사한다.

 

혼으로 이어진 관계조차 연결이 끊겼다는 거지.

 

즉.

 

내 영혼이 육체를 떠났다는 것.

 

 

“...”

 

 

그렇다는 말은, 내가 그렇게나 피하려고 했던 하얀 악마의 ‘구속’ 이벤트에 돌입했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게 최악의 이벤트라고 회자 되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메인 이벤트 진행 중이건 뭐건 강제로 긴급 이벤트에 돌입한다는 게 첫 번째지.

 

긴박한 와중에 선택지도 없이 강제로 그런 거에 돌입한다는 것부터가 최악인데, 그게 어떤 방식으로 튀어나오는 건지 알 수 없는 랜덤 이벤트라는 점에서 더 끔찍해진다.

 

 

‘...일단 몸이 죽는 건 방지해뒀으니까.’

 

 

정령체를 이용해서 몸 안에 생명 유지 장치를 붙여두는 느낌으로 대체품을 넣어뒀으니, 적어도 당장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내가 여기 붙잡혀 있는 동안 바깥에서 진행되고 있을 용사 선발에 대처하는 건 어떻게든 가능하단 소리지.

 

기억은 없어도 지식과 행동 능력은 원래 나와 그렇게 큰 차이는 없을 테니 그래도 어떻게든 뭐가 되긴 할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낙하한다.

 

 

“...”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번쩍, 하고 시야 앞으로 스파크가 튀는 것과 동시에.

 

 

-...

-...!

 

 

눈앞으로 느닷없이 ‘세계’가 생성되었다.

 

환한 빛과 함께 주변으로 정보가 물밀듯이 몰려든다.

 

화려한 저택. 넓은 침실.

 

그리고, 난 지금 그 방 한켠에 놓인 널찍한 침대 위에 누워있다.

 

 

“...?”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게임 안에서 엘리야가 하얀 악마에게 찍혔을 때 나오는 이벤트로는 ‘판데모니엄에 강제 소환’ 내지는 ‘하얀 악마의 정신 공격을 24시간 이상 버티기’ 등등의 즉사급 이벤트들로 가득했는데.

 

나는 뭔데 이렇게 평화로운 배경에 소환됐단 말인가.

 

 

“...일어나세요. 시간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자고 있단 말입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앞에서 그런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 말대로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피니, 눈앞의 테이블에 누군가 앉아있다.

 

 

“전속 시종이라면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모시는 자의 일정을 챙겨줘야 할 텐데요. 저보다 늦게 일어나는 건 근무 태만입니다. 아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차를 홀짝이는 소녀를 눈으로 훑는다.

 

하얀색 원피스. 눈 한쪽을 가리는 긴 흑발. 새하얀 피부.

 

유리를 조각해서 만든 것 같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소녀다.

 

나도 아는 얼굴이다.

 

다만, 내가 아는 그 익숙한 모습에서 한 10년 정도를 앳되게 만들면 딱 이 정도쯤 되겠지.

 

그리고, 슬픈 이야기지만.

 

그 놈은. 결코 이렇게... ‘격식 있는’ 얼굴을 만들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기품 있는 몸거지. ‘귀족 영애’라고 고함을 치는 것 같은 분위기의 예도가 배어있다.

 

내가 기억하는 건 다 뜯어져 가는 거적대기를 입고 창고 한 구석에서 밍기적 대던 여자인데 말이지.

 

 

“...”

 

 

하지만, 그 차이점에서.

 

이게 ‘어떤 상황’인지는 오히려 대충 파악해낸다.

 

 

“서로 얼굴을 보는 건 이게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소녀가, 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와 손을 슥 내밀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그와 동시에, 눈앞으로 창 하나가 떠오른다.

 

 

< System Message >

 

[ 대상 ‘유리아’의 심상 세계로 진입합니다. ]

 

 

이건.

 

‘유리아’의 과거다.

 

게임 본편에서도 한 번도 제대로 다룬 적이 없는, ‘단절자’를 잡기 이전의 유리아.

 

세상에서 고립되기 한참 전의, 아직 때 묻지 않은 소녀의 이야기.

 

 

“...”

 

 

얘, 단절자 잡기 전에는 이런 이미지였나.

 

지금 그 친구 하나 없는 극단적 외톨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모습이다.

 

따지자면 리틀 엘노어라고 불러도 될만한 분위기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눈앞으로 창 하나가 추가로 더 떠올랐다.

 

 

< Event Info >

 

▶달콤한 연극◀

 

[ 대상 ‘유리아/하얀 악마’를 설득하십시오. ]

[ 당신에게 부여된 ‘역할’은 ‘유리아 아가씨의 전속 시종’입니다. 배역을 깨지 마십시오! ]

[ 3일의 제한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 안에 배역을 깨거나, 심상 세계에서 탈출하지 못 한다면 영원히 해당 세계에 갇힙니다! ]

 

“...?”

 

 

알아듣지 못할 말 투성이다.

 

설득은 뭐고, 부여된 역할은 뭐고, 배역을 깨지 말란 소리는 또 뭔지.

 

왜 하얀 악마가 나한테 이걸 왜 보여주는 지 그 이유도 잘 모르겠고.

 

하지만.

 

 

“...”

 

 

직감적으로 알아듣는다.

 

나는 이 녀석의 ‘전속 시종’이고, 지금 그걸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그리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란 걸.

 

 

“...안녕하세요, 아가씨.”

 

 

그러니까 당장은 장단에 맞춰주는 편이 좋겠지.

 

그렇게 말하며, 내밀어진 유리아의 손을 덥석 잡는다.

 

 

“...?! -----!!!!”

 

 

하지만, 그러자마자.

 

녀석이 온몸에 전류가 통하기라도 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입으로는 거의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방금 전 그렇게나 기품있는 척 젠체하고 다니던 모습이 한꺼번에 깨진 유리아가

 

 

“...뭐, 뭐하는 짓입니까, 당신...!”

 

“...악수하자고 내미신 것 아니셨습니까?”

 

“레이디가 손을 내밀면 가볍게 끄트머리만 잡고 입을 맞추는 게 정석 아닙니까! 이 바보! 멍청이! 야만인!”

 

“...”

 

 

눈물을 글썽거리는 눈을 꼭 감고 꺅꺅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런 거였어?

 

 

“그렇게 꽉 잡으면, 그렇게, 그, 그렇게 하는 건, 연인 사이에서나 가능한...!”

 

 

뭐라고 말을 이어가려던 유리아가, 이내 화들짝 놀라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눈을 질끈감고 단어를 와다다 쏘아붙인다.

 

 

“...모, 몰라요! 어, 어서 채비하고 나오세요. 오늘은 아주 바쁜 날이니까!”

 

“...”

 

 

그런 말과 함께 방 바깥으로 휭- 하고 사라져 버리는 어린 유리아를 말 없이 바라본다.

 

 

‘...본인이 맞긴 한가보네.’

 

 

이 접촉에 대한 내성은 내가 아는 유리아의 이미지와 똑같긴 하다.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걔도 어쩐지 얕은 스킨쉽만 해도 이렇게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라.

 

 

“...”

 

 

뭐, 그건 그거고.

 

일단, 당장은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 하얀 악마가 날 왜 이런 곳에 넣었는지 그 이유라도 알 수 있겠지.

 

 

‘...전속 시종이라.’

 

 

침대 바깥으로 나오며 그런 단어를 뇌까린다.

 

모르긴 몰라도, 유리아의 말대로 굉장히 바빠 보이는 직책인 건 분명해 보였다.

 

어떤 종류의 사건에 휘말려도 이상하지 않아보일 만큼.

 

 

 

 

“...그러니까 여자들 여러 명이 마주치게 하지 말란 말씀이시지 않습니까.”

 

[그래. 꼭.]

 

“...”

 

 

복도를 걷던 다우드가 그 말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인드라 경에게 슬슬 퇴실해도 되겠다는 확언을 받아 숙소로 돌아가던 참이었다.

 

왜 그런 짓을 하면 위험한 지 이유를 아무리 물어도 칼리반이 묵묵부답이니 나온 반응이렸다.

 

 

“...”

 

 

다우드가 불만스럽게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봐도 자신의 과거를 굳이 깊게 파지 말란 기색이니 그런 반응이 안 나올 수가 없겠지만.

 

 

“...그럼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생각해볼까요.”

 

[그래. 잘 생각했다.]

 

 

그렇게 대화하며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다우드는 뚱한 표정의 리루와 마주칠 수 있었다.

 

그의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나보지.

 

 

“...”

 

 

왜. 또.

 

이번엔 뭔데.

 

아마 그가 떠올린 그런 생각이 표정에 그대로 표출되었나본지, 리루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뭐야, 왜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야.”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우드가 애써 미소지으며 간신히 답했다.

 

이에 리루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뭐라고 따지는 대신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내밀었다.

 

주전부리, 간단한 약품 몇 개가 보기 좋게 차곡차곡 담긴 물건이었다.

 

 

“이거. 퇴원 선물. 부족 연합에서 잘 쓰이는 것들로 몇 개 챙겨왔으니까.”

 

“...”

 

“무리하지 말고. 너 지금 그 상태로 용사 선발에 참여해야 하잖아. 인드라 경한테서 별 탈은 없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조리는 잘 해 두라고.”

 

“...”

 

“...얼굴이 왜 또 그러는데, 이번엔?!”

 

 

리루가 눈물을 글썽이는 다우드의 모습을 보고 식겁하며 답했다.

 

아니, 이게 그 정도로 감동 받을 일인가?

 

 

“...저기, 리루 씨.”

 

“리루라고 불러. 거추장스럽게 씨는 무슨 씨야.”

 

 

이어서, 존칭을 붙이자마자 질색이라는 듯 손사래를 치는 그녀를 본 다우드가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이 사람은 다른 분들과 달리 자신이 뒤틀린 욕망을 뻗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절친한 ‘친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니까.

 

그러면.

 

아마, 이런 걸 물어봐도 될 것이다.

 

 

“...저희, 저희는, 그냥 친구죠?”

 

“...”

 

 

리루의 표정이 순식간에 썩어들어갔다.

 

친구.

 

친구라.

 

단어에서 오는 느낌이, 왠지 모르게 대단히 불쾌하다.

자신과 이 남자의 관계는 틀림없이, 그것보다는, 뭐라고 해야할까.

긴밀한 게 틀림 없을 텐데. 

 

‘...아예 속여버려?’

 

 

그런 나쁜 생각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며 기어나온다.

 

인드라 경이 속기 쉬운 상태라고도 했고.

 

 

“...”

 

 

하지만.

 

리루가 이내 자신의 볼을 짝 소리 나게 후려쳤다.

 

 

‘...뭐하는 짓이야, 나.’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기로 했잖아.

 

자신은 이 녀석에게 사기를 치는 짓 따윈 하지 않을 거다.

 

등 뒤에 있는 푸른 녀석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 결심만큼은 결코-

 

 

“다른 분들이랑은 다른 거죠? 저희는 그냥 친구죠...?”

 

“...다른 분들?”

 

“...”

 

 

리루가 멍하니 반문하자, 다우드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누가 봐도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모습에, 리루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다른 분들이 뭐. 걔네가 뭐라고 했는데?”

 

“...아, 아무것도요.”

 

 

개뿔이.

 

분명히 이 녀석에게 접근해서, 자신이 ‘친구’ 이상의 뭔가라고 불어넣은 여자들이 있단 소리다.

 

 

“...”

 

이 불여시같은 년들이.

 

사람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기로 마음 먹고 있는데, 자기들은 아주 양심이고 뭐고 전부 다 던져버리고 제멋대로...!

 

 

“...혹시, 제가 리루 씨한테도... 부적절한 행동을 했나요?”

 

 

그리고 그런 분노에 이어서, 뭔가 불안하다는 듯 질문하는 다우드의 모습에.

 

리루의 가슴이 덜컥, 하고 내려앉았다.

 

왠지.

 

왠지 모르게 말이지.

 

이렇게 ‘불안정’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원래는 품지 않기로 했던 짖궂은 욕심이 올라온다.

 

평소에 그렇게 철두철미하던 녀석이 이렇게 그녀에게 ‘매달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지’를 보여준다면.

 

리루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흐음...’

 

 

거기에 다른 녀석들은 이미 다 선수를 쳐서 제멋대로 저지른 것 같은 기색이고 말이야.

 

그렇다면.

 

 

“...만약 그런 관계였다면 어쩔 건데.”

 

 

한 번 정도는.

 

그녀도 ‘일탈’을 저질러도 되는 것 아닌가.

 

다우드의 표정이 순간 비탄에 물들었다. 거의 절망에 깃든 얼굴로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녀석이, 이내 힘없이 고개를 툭 떨궜다.

 

 

“...겠습니다.”

 

“뭐?”

 

 

속삭이듯 흘러나온 목소리에, 리루가 귀를 조금 더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책임...지겠다구요. 리루 씨한테, 제가 무슨 짓을 했는 진 모르겠지만.”

 

“...”

 

“뭐든 간에, 제가 꼭... 책임지겠습니다...!”

 

 

아.

 

그러셔.

 

리루의 숨이 살짝 가빠졌다.

 

얼굴을 포함한 전신에 열이 올라온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깃든다.

 

 

“그래?”

 

 

그와 동시에, 리루가 다우드가 묵는 개인실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가 뭐라고 대답할 새도 없이, 그대로 다우드의 몸을 침대로 던진다.

 

그 위에 나동그라지는 다우드 위로, 그녀가 곧바로 따라붙어 그의 팔을 자신의 양손으로 찍어눌렀다.

 

 

“...리루 씨?”

 

 

그녀에게 붙잡혀 침대 아래에 깔린 다우드로부터 그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살짝, 겁먹은 목소리다.

 

리루의 온몸에 치달리는 열기가 더욱 강해졌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랫배도 뜨거워진다.

 

 

“이, 이러시는 이유가...?”

 

 

가학심이 생긴다.

 

항상 뭐든지 알고 있다는 듯이 잘난 척하는 녀석 주제에.

 

지금은 그녀 아래에 깔아뭉개져서. 이렇게.

 

무방비하게. 연약하게.

 

그녀가 저지르는 건 뭐든 다 따라주겠다는 것처럼.

 

 

“...나한테 니가 무슨 짓을 했냐면 말이야.”

 

 

몸에 열기가 돈다. 후끈하게 솟구친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 진 모르겠지만.

 

욕망이 이끄는 대로 솔직하게 내뱉는다.

 

 

“너, 나한테 ‘내 아이를 길러달라’고 했었어.”

 

 

사실이긴 하다.

 

뭔가 아주 많이 생략되긴 했지만, 틀림없이 거짓말은 아니다.

 

다우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 방금 전에, 분명히.”

 

 

리루가 씩 웃었다.

 

 

“...'뭐든지' 책임지겠다고 했지?”

 

 

틀림없이.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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