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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 (178)화 (179/258)

Chapter 178 - 178. 두 번째 시련

 

 

< System Message >

 

[ 술식을 유지하고 있는 모체가 제압당했습니다. ]

[ ‘Event: 달콤한 연극’이 강제로 취소됩니다! ]

[ 심상 공간이 무너져 내립니다! ]

 

 

< System Message >

 

[ ‘악마’가 패퇴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셨습니다. ]

[ 대상의 약점과 공략법을 ‘타천의 인장’이 자동으로 기록합니다. ]

[ ‘하얀 악마’의 ‘제압 방법’을 개방시킬 수 있습니다! ]

 

 

그런 메시지가 쭉 이어서 흘러나오는 것에 이어.

 

공간이 무너져내린다.

 

애초에 하얀 악마의 권능으로 유지되고 있던 공간이다. 녀석이 회색한테 박살이 난 이상 이 심상 세계가 멀쩡할 리가 없지.

 

하지만, 그건 그거고.

 

 

‘...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는데, 마지막 줄에 적혀 있는 것 때문에.

 

 

‘제압 방법?’

 

 

문장에서 전달되는 느낌을 정리해보면.

 

타천의 인장을 통해 내가 ‘악마’와 부대끼는 게 가능해진다는 소리인데.

 

지금 그쪽의 힘을 ‘빌려와서’ 내가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내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만.

 

제압이라고?

 

 

“...”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나쁜 게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겠다.

 

원작 안에서 악마에게 제압 어쩌고 하는 말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건 딱 세 개 밖에 없었다.

 

같은 악마, 신성을 최대로 충전한 치천사, 그리고 최종 성장을 끝마치고 성검까지 장비한 엘리야.

 

그나마도 회색 악마나 엘리야가 아니면 동수를 이루는 게 전부지, 우위를 점하지는 못한다는 게 코미디지.

 

 

“...”

 

 

생각해보니까 엘리야도 말이 안 되기는 하네.

 

어떻게.

 

‘이런 거’랑 최대 포텐셜이 동일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빳빳하게 정지해 있는 내 앞에 와서 방싯방싯 웃고 있는 회색 악마를 바라본다.

 

손을 잡고 악수를 하거나 머리를 쓰다듬거나 아주 난리도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 천진난만한 어린애 같은 모습이다.

 

 

“...”

 

 

간신히 돌아가는 시선만 힐끗 돌려서, 이 녀석 뒤편에서 ‘형태’만 간신히 유지한 상태로 산산조각 나 있는 하얀 악마를 바라본다.

 

물론.

 

방금 전에 같은 악마를 아주 손쉽게 작살낸 걸 본 입장에서는 마냥 그 모습을 보고 귀엽다 생각하기도 힘들다.

 

호랑이가 애교 떠는 걸 본다고 해도 사람 입장에서 마냥 귀여울 수가 없는 것처럼.

 

 

“...”

 

 

하지만.

 

내가 인간 규격에서 맨몸으로 마주친 호랑이라고 해도,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건 아주 잘 느껴진다.

 

그 시선에 깃든 ‘애정’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자니 그런 느낌이 절로 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녀석의 입이 열렸다.

 

 

[...잘Áö지냈어?]

 

“...”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항상 이 녀석의 목소리에 껴있던 노이즈가 덜해진 느낌이다.

 

조금이지만, 이 녀석의 목소리가 ‘깨끗’하게 들린다.

 

 

“...어?”

 

 

그걸 자각하는 순간, 몸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마치, 내가 회색 악마의 능력에 ‘내성’이 어느 정도 생기기라도 한 것처럼.

 

 

[놀랐다는 표정이네.]

 

 

떨리는 내 눈가를 본 녀석이, 이내 쿡쿡거리며 그런 말을 꺼내놓았다.

 

중력을 적용받지 않는 것처럼 두둥실 떠서 날아온 녀석이, 내 가슴을 쓰다듬었다.

 

타천의 인장이 있는 부분이다.

 

 

[...이것¾î°¡때문이야. 방금, 백색에 대한 ‘지식’을 흡수했으니까.]

 

“...”

 

[인장은ÇÏ¿¡우리들과 만날수록Á¦점점 성장하니까. ‘내성’도 ¡UC 계속 높아질 거야.]

 

 

그렇게 말한 녀석이, 주먹을 쥐고 빠샤- 하는 효과음이 딸려 나오는 것 같은 자세와 함께 그걸 앞으로 내질렀다.

 

답지도 않게 무도가 같은 정권 지르기다.

 

 

[다음에î°¡UC백색이¾ð괴롭히면, 너도îÁ¦돌려줘.]

 

“...”

 

[혹시¾î°¡U모르니까, 이것도¾î°¡U줄 게.]

 

 

그런 말과 함께, 눈앞으로 다시 창이 떠올랐다.

 

 

[다우드¾îÁ¦말고는, 아무도 못 쓰는 능력일 테니까.]

 

< System Message >

 

[ ‘타천의 인장’에 ‘합성’ 기능이 추가됩니다! ]

[ 인장에 축적된 악마의 기운을 합성해 추가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

 

“...”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분명히.

 

이 녀석이 말하는 것에 맞춰 떠올랐지.

 

이전에도 이런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준 녀석이긴 하지만.

 

회색 악마는, 나한테만 떠오르는 시스템창을 전부 다 꿰뚫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어쩔 때 보면 마치 그걸 자기 마음대로 ‘조작’한다는 느낌조차 들 정도로.

 

 

“...”

 

 

물론, 그거랑 별개로.

 

 

‘...악마의 기운을 합성한다고?’

 

 

발상부터 뭔가 미쳐 돌아가는 능력이다.

 

스케일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얼마나 사기일지 가늠조차 안 된다.

 

 

“...고맙게 받을게.”

 

 

그렇게 감사인사를 전하자, 회색이 활짝 웃으면서 나를 꼭 끌어안았다.

 

기본적으로 심상 세계 안에 있는 영체라 물리력이 느껴지진 않지만, 마치 자식을 살피는 부모 같다는 감상이 들 정도로 자애로운 몸짓이었다.

 

 

“...”

 

 

그러니까.

 

지금은 이 녀석의 자비심에 기대어서,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적어도 이런 일을 한다고 해서 당장 나를 죽일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니까.

 

회색 악마를 떼어놓고, 걸음을 좀 옮긴다.

 

그쪽에는, 녀석한테 박살나 형태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하얀 악마가 있었다.

 

 

“...나중에.”

 

 

어지간히도 세게 얻어맞았는지, 계속해서 지지직거리고 있는 하얀 악마에게 그런 말을 건넨다.

 

 

“전부 다 보여줘.”

 

[...?]

 

“네가 보여주려고 했던 유리아의 과거 말이야. 지금은 그냥 때가 안 맞아서 나도 막 굴었을 뿐이니까.”

 

 

살짝 눈이 크게 떠진 하얀 악마에게 한숨을 내쉬며 문장을 잇는다.

 

이 녀석도 아무 생각 없이 나한테 유리아의 과거를 보여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생각하고 있던 바도 있었을 거고.

 

뭔지 짐작은 안 가지만, 그걸 보여줌으로서 ‘전달하고’ 싶은 바도 있었을 거다.

 

다만, 지금은 내가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 기대에 부응해주지 못 하는 것뿐이다.

 

바깥에서는 메인 퀘스트와 엮인 이벤트인 용사 선발이 한참 진행중이다. 저거 삐끗했다간 그대로 시나리오 전체가 파멸 코스 직행이다.

 

 

“그때는, 뭐든 다 들어줄 게.”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런 게 아니라면 나도 이 녀석의 의사를 존중할 거다.

 

내 생각이 맞다면 말이야.

 

‘악마’는, 내가 ‘그릇’을 대하는 것만큼이나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 감정과 생각을 무시할 생각은 결코 없다.

 

 

[...]

 

 

여전히, 크게 떠진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하얀 악마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자니, 눈앞으로 회색 악마가 다시 두둥실 날아왔다.

 

그 입가가 씰룩이고 있다. 대단히 기분이 나빠보이는 기색이다.

 

 

[...나¾î°말고. 다른¾îÁ색깔한테는. 그렇게까지Á¦ ÇÏ¿잘해줄 필요는 없는데.]

 

“...사이 좋게 지내자는거야. 사이 좋게.”

 

[나보다 더?]

 

“...그건 아니고.”

 

 

볼을 부풀리며 그렇게 말하는 회색 악마의 모습에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그렇게 답한다.

 

당장 이렇게 대답 안 하면 죽을 수도 있겠지.

 

애초에, 이 녀석도.

 

진지하게 내가 악마들 ‘전원’을 다 데리고 사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리란 건 짐작을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

 

 

그런데, 그거 진짜 어떻게 하냐.

 

나 장기적으로는 얘한테도 안 들키고 문어발 걸쳐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아냐?

 

진짜로 어떻게 하지...?

 

 

‘...아, 몰라.’

 

 

속으로는 참으로 파멸적인 미래에 절로 우는 소리가 나오지만, 겉으로는 회색 악마에게 그냥 미소만 지어준다.

 

나중 일은 나중 일이다.

 

그때 가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일을 수습하다보면 어떻게든 될 거다. 내가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생존해 왔으니까.

 

 

-사랑해.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언제나 그렇듯, 회색 악마가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입을 열었다.

 

마지막에 헤어질 때 이 녀석이 내는 목소리는, 완벽할 정도로 깨끗한 목소리다.

 

마치,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꼭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가 투영되기라도 한 것처럼.

 

 

-나중에 또 봐.

 

-그때는 꼭, 너를. 세상의 끝까지.

 

-단둘이서, 영원히.

 

 

기억하고 있는 문장들이다.

 

이 녀석과 함께 있다가 헤어질 때마다 뒷내용이 조금씩 추가되었으니까.

 

이번에는.

 

 

-이 반복되는 ‘이야기’의, 끝을 걷자.

 

 

그 ‘마침’이 존재하는 문장이었다.

 

아주 뚜렷한 목표까지 담긴.

 

 

-그러니까.

 

-다음에 만날 때까지, 죽지 말아야 해?

 

 

그런 말과 함께.

 

의식이, 급격하게 끌려나갔다.

 

 

 

 

“...어지간히도 끈질기군.”

 

 

숨을 헐떡이는 엘리야에게, 그런 말이 툭 떨어졌다.

 

아무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천옷에 단검 하나만 든 상태로는 기괴할 정도로 잘 버티고 있는 게 분명했다.

 

물론, 바꿔말하면.

 

권성에게 가르침을 받아 개안한 ‘진리의 눈’과 함께 해도, 버티는 게 고작이란 소리다.

 

 

‘...잘만 하면 한두 명은 때려눕히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게 해서 상대방을 위축시켜놓고, 그대로 다우드를 들쳐업든 어떻게 해서든 도주하는 게 처음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씨알도 안 먹힐 만큼, 상대의 실력이 너무 좋다.

 

전투를 하면 할수록 분명해진다.

 

이 인간들은, 어느 나라에 가도 국가 단위에서 핵심 전력으로 취급받을만한 실력자들이다.

 

제국이라면 황실 근위대 바로 아랫줄인 ‘기사단’ 레벨이라고 보면 되겠지.

 

 

“...”

 

 

그리고, 그런 인간들을 부리고 있는 인간은 틀림없이 황실 근위대급 전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놈이다.

 

대륙 최고의 검술 명가인 트리스탄 공작가조차 한 줄 접고 들어간다는 괴물들이 즐비한 집단.

 

그쪽과 비교해도, 결코 그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 남자다.

 

 

“하지만 이제 한계인 모양이야.”

 

 

확실히, 그렇다.

 

버티는 것도 한계다. 온몸에는 잔부상이 누적된 상태다. 중상을 지금까지 피한 게 기적이겠지.

 

 

“저 남자에게 그렇게까지 할 만한 가치를 어디서 발견했는진 모르겠지만. 너도 여기에서 죽을 운명이다. 생각보다 어리석은 여자였군, 엘리야 크리사낙스.”

 

“...아, 그건 제 잘못이 커요.”

 

 

정말로 그녀의 잘못이 크다.

 

 

“제가 선생님이랑 백년해로까지 생각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텐데. 오순도순 같이 애를 쑴풍쑴풍 낳아서 어디 구기 종목 팀이라도 하나 꾸릴 수 있을 정도로 금슬 좋은 부부 생활만 안 꿈꿨어도 이렇게까지 개고생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

 

“...”

 

“숨 쉬듯이 다른 여자 꼬셔오는 미친 바람둥이한테 이리저리 이용당하는 삶을 살지도 않았을 텐데...! 자기가 여자들 사이에서 사고 터트려놓고 그거 수습해달라고 협조를 요청받지도 않았을거고...! 그런데도 선생님이 싫어지기는커녕 나한테 의지해준다고 기뻐하는 호구짓도 안 했을 텐데...!”

 

“...”

 

“저런 쓰레기한테 먼저 반한 내 잘못이야! 진짜로!”

 

 

엘리야가 한이 맺힌 목소리로 그런 말을 털어놓자, 상대방도 잠깐 할 말을 잃은 기색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력이 좀 복잡하긴 하군"

답지 않게 동정심마저 담긴 목소리였다.

물론, 그건 그거고.

그들은 프로다. 맡은 일은 처리해야했다.

 

“슬슬 마무리하지.”

 

 

그런 말과 함께.

 

남자의 검이 엘리야를 향해 쇄도했다.

 

 

‘-위험...!’

 

 

부상이 누적된 몸으로는 반응할 수도 없는 속도다.

 

이번에는 결코 중상을 피할 수 없는 일격이겠지만.

 

 

-!

-!!!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주먹에 얻어맞은 남자의 몸이 수십 m는 뒤로 날아갔다.

 

 

“...!”

 

“...!”

 

 

근처에 있던 인간들이 경악스러운 표정과 함께 저마다 무기를 들어올렸다.

 

체술로 이런 광경을 연출해내는 건 전투에 잔뼈가 그들로서도 듣도보도 못한 광경이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는 지독하도록 반복하듯 봐 온 광경이다.

 

위기순간만 되면, 이 정도로 급격하게 강해지는 인간은.

 

엘리야가 알기로 한 명 밖에 없었으니까.

 

 

“...선생님?”

 

 

그녀가, 멍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불렀다.

 

여태 등 뒤에서 멍하니 이 모습을 보고만 있던 인간이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

 

 

그리고 그 눈동자를 마주친 엘리야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 사람.

 

돌아왔다.

 

완벽하게. 평소의 그 조금 재수없는 다우드로.

 

 

“저, 저, 정신 차리셨어요?”

 

“...그래. 방금.”

 

 

제기랄.

 

이런 제기랄.

 

 

‘...돌아온 건 좋은데, 어떻게 그리 된 건지 엄청 궁금하기는 한데...!’

 

 

지금은 그거보다 더 급한 게 있다.

 

엘리야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말을 떠듬떠듬꺼내놓았다.

 

 

“호, 혹시! 바, 방금, 그, 그, 그거, 드, 드, 들으셨...!”

 

“...뭔 소리 하는 거냐, 너?”

 

“...”

 

 

기색을 보니까, 아무래도 못 들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목숨의 위협보다 더한 위기감을 방금 느꼈었는데...!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엘리야가 그런 생각을 곱씹는 사이, 다우드가 무표정하게 주변을 쭉 훑었다.

 

숙련된 전투원 여러 명. 그리고 그들을 총괄하는 대단히 강한 전투 사제도 한 명.

 

 

“딱 좋네.”

 

“...뭐가요?”

 

“새로 얻은 게 있어서, 한 번 써먹어 보고 싶었거든.”

 

 

그런 말과 함께.

 

회색과 하얀색이 뒤섞인 마기가, 다우드의 가슴에서 가열차게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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