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8 - 218.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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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강하게 드는 생각이라면.
나는 사실 생각보다 쉽게 함정에 빠지는 인간이 아닐까, 하는 거다.
당장 지금 상황만 봐도 그렇다.
“...엘노어.”
부들부들 떨리는 볼을 어떻게든 고정시키려 애쓰며 입을 연다.
“뭔가.”
“식사, 하자고 하지 않으셨나요?”
사실 단둘이서 식사하자고 했을 때부터 좀 불안함을 느끼긴 했는데.
세상 어느 식사가.
침실에서.
출입구를 자물쇠로 잠궈 놓고 이뤄진단 말인가.
“했었지.”
“...”
대답은 위쪽에서 돌아왔다.
그러니까.
침대 위에서, 양다리와 양팔을 전부 다 이용해 나를 깔아뭉개고 있는 엘노어한테서.
식사를 하자고 해서 침실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이 꼴이다. 납치라도 하는 것처럼 곧바로 방문을 걸어잠그고 나를 침대로 집어던진 이후에 바로 이어진 게 이런 구도지.
“이상한 점이라도?”
“...”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상하지 않나.
“...옷은 왜 그런데요...?”
검은색 속옷 하나만 걸치고 있는 모습에, 간신히 떨림을 진정시키고 있던 볼 쪽의 통제가 풀리려고 한다.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와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트리스탄 공작령에 들어왔을 때부터 각오하고 있던 상황이기는 하지만, 막상 눈앞에 두니 어지럽기 짝이 없다.
“다우드.”
이어서.
달뜬 한숨 섞인 엘노어의 목소리가 내 머리 근처를 멤돌았다.
귓가에 뜨거운 숨결이 닿는다. 맞닿은 몸에서 전달되는 감각이 대단히 뜨겁디. 불덩어리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처럼, 엘노어의 체온이 미친 듯이 올라 있다는 게 잘 느껴진다.
“설마 내가 식사나 하자고 여기까지 그대를 불렀겠나.”
“...잠깐만, 엘노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극적인 감각이 휘몰아쳤다.
눈을 몇 번 끔뻑거린다.
아.
이거 그거구나.
엘노어가 나를 가슴 사이에 꼭 끌어안은거다.
이마가 가슴골 사이에 파묻힌다. 안 그래도 뜨거운 체온이 안면 전면부를 전부 감싸듯이 전달된다.
“...”
남자가 누릴 수 있는 대단히 향락적인 사치 중 하나라고 뇌가 현재 상황을 온전히 인식하기도 전에, 자기도 모르게 온몸이 느슨해질 정도로 만족감과 포근함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사고 기저에 끈적하게 늘러 붙고 있었다.
깜짝 놀라 숨을 들이키니, 엘노어의 체취과 격렬하게 비강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분명히, 정신이 스르르 녹아버릴 정도로 향긋했다.
“...착하지.”
후속으로, 아이라도 돌보는 것처럼 상냥한 손길이 내 뒤통수를 슬슬 쓰다듬고 있었다.
슬슬 머나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성이 지금 당장 몸싸움을 해서라도 탈출해야한다고, 이 뒤는 정말 위험하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나 역시 그런 부름에 십분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전력을 발휘해서 몸을 비틀어봤자 이 무시무시한 공녀님에겐 그저 어린애 투정 비슷한 것 취급받는 모양이다.
“정말, 얌전히 좀 있으시게.”
꽉, 엘노어가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자 내 몸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다시, 그녀의 가슴 언저리에 얼굴을 파묻게 된 내 눈으로 엘노어의 가슴골이 다시 불쑥 들어왔다.
모르긴 몰라도 눈에 핏발이 설 만치 강력한 뭔가가 함축된 장면이였다. 슬슬 내 호흡까지 가빠지고 있었다. 좋지 않은 징조다.
“아니면.”
그런 상태에서. 몽롱한 감각마저 느껴지는 내 의석 너머로.
엘노어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더, 해보고 싶나?”
더 해?
뭘?
뭘?
더 해?
뭘?
“...엘노어.”
헐떡이면서 그렇게 답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좋네.”
엘노어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절대로 너를 해치지 않아.”]
“...?”
문득.
이상한 감각에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밀어올린다.
방금, 엘노어의 목소리에.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
이어서, 내 정신이 급속도로 맑아진다.
‘...뭐.’
마치 뭔가에게 강제로 ‘삭제’당한 것처럼, 방금 전까지 느껴지던 몽롱한 감각이 거짓말처럼 사라져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엘노어의 몸이 살짝 나에게서 떨어졌다.
“그대.”
아까 전과 비교하면, 여기도 대단히 맑아진 목소리다.
“최근에,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나.”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엘노어를 올려다본다.
엘노어가 이어서 천천히 내 볼을 쓰다듬었다. 정욕과 욕정은커녕, 거의 모성애마저 느껴지는 미소다.
“...”
아까 전에도, 이랬던가?
원래 이런 표정이었는데 내가 착각했던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엘노어의 기색은 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방금 뭔가에 의해 ‘개입’ 당했다는 자각조차 없어 보이는 게 분명하다.
“내가 만약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면, 그대는 틀림없이 곤란한 꼴에 빠지게 되겠지. 안 그런가.”
맞는 말이긴 한데.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여기 부른 건, 본인이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끔뻑거리고 있자니.
“그렇게나... ‘일선’을 넘는 걸 경계하는 모습 아닌가, 그대. 내가 그 정도 눈치도 없을 줄 아나.”
엘노어가 다시 쿡쿡거리면서 내 콧잔등을 살짝 짓눌렀다.
“그렇다면, 그대의 의사를 존중해서. 즐거움은... 조금만 뒤로 미뤄놓도록 하지.”
그렇게 말한 엘노어가, 내 눈앞으로 본인의 손을 내밀었다.
반지다.
본인이 예전에, 약혼의 증표라면서 나에게 전달했던 물건이다. 내 손에도 끼워져 있는 똑같은 물건.
그 반지들이 맞닿도록, 엘노어가 내 손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이 반지가,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날에. 서로 맞닿도록. 그날을 기다리도록 할까.”
뭐라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엘노어를 멍하니 올려다보기만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쭉 꺼내놓은 엘노어가 다시 나를 꽉 끌어안았다.
다만, 아까 전에 본인 가슴골에 나를 파묻던 폭력적인 방식이 아니라.
그냥 내 가슴팍에 자기 얼굴을 파묻는, 훨씬 풋풋한 방식의 포옹이다.
“이 정도는 좀 양보하시게나. 이건 나로서도 필수적인 과정이니.”
“...필수적이요?”
“다우드 성분을 보충 중이네.”
“예?”
“이게 없으면 나는 살아갈 수가 없는 몸이 되어버려서 말이지.”
장난기 하나 없는 진지한 대답이 곧이어 돌아왔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흘러나온다.
무표정으로 이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말하는 건, 틀림없이 평소대로의 엘노어다.
‘...모르겠다.’
방금 대체 뭐가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사람 장단에 맞춰줘야겠지.
“...많이 가져가세요.”
그렇게 말하며, 엘노어를 마주 끌어 안아준다.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다.
엘노어가 내 손을 탁, 쳐서 뿌리치기 전까지는.
“엘노어?”
“...하지 말게.”
웅얼거리며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눈을 끔뻑거리며 엘노어를 바라본다.
“부끄럽단 말이네.”
“...”
방금 전까지 나를 잡아먹듯이 덮치려 한 사람이?
이제 와서?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네.”
“...”
“나는 그대를 끌어안아도 되지만, 그대가 나를 안지는 마시게나. 아직 그만큼 저항력이 높지는 않아서.”
“...왜 본인이 안는 건 괜찮은데요?”
“난 공격하는 쪽이지 공격받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
“알았으면 얌전히 내 품 안에 있으시게나. 따뜻해서 기분이 좋군.”
역시.
여자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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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저녁 되게, 다우드.”
“네. 엘노어도요.”
한참을 부비적거린 이후, 그런 인사와 함께 다우드가 방을 벗어나자마자, 엘노어의 표정이 급속도로 찌푸려졌다.
정확히 말하면, 우울함에 물들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아...”
방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엘노어가 마른 세수를 연거푸 이어서 했다.
아마 조명이 어두워서 들키지는 않았겠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틀림없이 귀끝까지 미친 듯이 붉어져 있을 것이다.
“...저 바보...”
그런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하지 말란다고 진짜로 안 해버리나, 눈치도 없게...”
부끄러운데.
자신도 미친 듯이 부끄러운데.
그런 것도 무릅쓰고 달려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어울리지도 않게 야한 속옷도 준비하고, 분위기도 조성하고,
헤픈 여자나 할 법한 짓을 이렇게 연거푸 했으면, 저기도 그냥 남자답게 확 저질러 버릴 것이지...!
자기라면 무슨 짓을 당해도 다 받아줄 수 있는데...!
“...하아...”
슬픈 일이라면.
그럼에도, 아마 다음 번에도 이런 식으로 저 남자에게 제발 ‘저질러 달라고’ 간청하는 건 높은 확률로 그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먼저 반한 쪽이 잘못이지. 어쩔 수 없는 일이로군...”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거다.
이미 저런 남자한테 반해버린 이상 이건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겠지.
‘...하지만.’
저 남자의 태도 같은 겻과 별개로.
탐탁치 않은 느낌이 든다.
‘...처음에 했던 결심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 엘노어.’
분명히, 자신의 행동이 다우드를 곤란하게 한다면 그걸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싶다는 건 진심이지만.
그러니까, 그, 뭐냐.
엘노어는, 다우드에게 많이... ‘굶주린’ 상태였다.
솔직히 많이 참지 않았나.
그래서, 이렇게 본인 집까지 초대한 김에.
일단 쥐어 짜내고,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더 쥐어 짜내고, 다우드한테서 제발 그만해달라고 우는 소리 들을 때까지 쥐어 짜내고, 그 다음에 사태에 대한 해결법을 생각해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부끄럽다거나, 저 남자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거나. 그런 것들 보다.
자신이, 저 남자에게 쌓인 애정의 정도가 더욱 깊다.
최근에는 더욱 심해져서, 옆에서 목소리만 들어도 배 아래쪽이 화끈거리는 지경까지 갈 때도 종종 있을 정도다.
그런데, 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와서 마음이 약해졌단 말인가.
맨 처음 했던 결심은 분명히 이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였는데.
“...”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그저, 그때는 ‘그러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했을 뿐.
“...지나간 일을 생각해봐야 소용없는 일이겠지.”
이미 지나간 일이다. 다시 생각해봐야 어쩔 수 없지.
그렇게 결론 내린 엘노어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다우드와 낀 약혼 반지가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이게 있는 이상.’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약속하지 않았나.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남기로.
그렇다면, 천천히 기다리면 될 노릇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만족스럽게 반지를 쓰다듬고 있자니.
문득, 기괴한 감각이 그녀의 몸 안에서 솟구쳤다.
심장 근처에서 확 치솟는, 그런.
“...!”
엘노어가 눈을 크게 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방금...?’
뭔가.
뭔가, 그녀의 몸에서 큰일이 일어났다.
뭐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지 알아차리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없어?”
늘 느껴지던, 심장 근처의 ‘회색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독자적으로,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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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침대 위에 눕자마자, 소울 링커 안에서 칼리반의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곧바로 울려퍼졌다.
[...생각보다 별거 없었네. 그지?]
“...”
그게 당신한텐 별 거 아니었냐?
이 아저씨 요즘 점점 과격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아뇨.’
그리고, 내 생각엔 딱히 별 게 아닌 것도 아니었다.
‘분명히 다른 뭔가가 끼어들었던 것 같은데요.’
확신이 생긴다.
방금 ‘뭔가’의 개입이 아니었으면, 난 방금 전에 엘노어한테 그대로.
그, 뭐냐.
쥐어짜였다.
용서 없이, 끝장을 볼 때까지 멈추지 않고.
‘...뭐였지, 그거.’
머리를 긁적거리며 방금 전 엘노어의 모습을 떠올린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식으로 개입할만한 건 하나 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녀석이 ‘왜’ 그랬냐는 건데...
‘...진짜 모르겠는데.’
한숨을 내쉬면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칼리반?’
대답이 없다.
이 사람이 또 나를 골리나 싶어서 인상을 찌푸리며 소울 링커를 바라본다.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다.
“...?”
몸이.
안 움직인다.
단순히 몸이 안 움직이는 수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치.
나를 포함해서.
‘세계 전체’가, 전부 얼어버린 것 같은.
‘...아.’
그리고.
그런 점을 깨닫자마자.
눈앞으로 창 하나가 떠오른다.
< System Message >
[ 대상 ‘C̵̡̹̖̙̭͖̈́͐¾̸̧̥̬͈͇̹̘͕̠̮̩̙̎ð̸̞͖̋¾̶͕̻́̊̇î̸̙̪͎̥͎͍̲͔̔̈́̀̃͗́̚̚͠͠͝͠ ̵̨̛̠̟̲͔̟̔̍͛̈́°̶̨̙̠͆͋̔͛̒̀̾̆̉̏̕³̶̟̝̙͔̥̖̯̠̒̈̋̃̇̾̃̽̆̅͊͆̋̋’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
[ ‘타천의 인장’이 반응합니다! ]
그런 창과 함께.
천장 근처의 허공에서.
[안¾ú´ÂÁö´녕.]
‘녀석’이, 그런 말과 함께 사뿐히 내려왔다.
[오랜Á¦ ÇÏ¿¡만.]
회색 악마.
갑작스럽게 등장한 녀석이, 내 몸 위로 가볍게 착지한다.
이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내 몸을 짓누른다.
분명히.
아까 전에, 엘노어가 나를 덮치기 직전에 취했던 자세와 똑같다.
‘...어?’
그리고, 그런 자세여서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 한 가지.
‘감각’이 느껴진다.
이 녀석이 마치 사람의 몸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만지고, 느끼고, 서로의 존재를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실에 놀란 것처럼 보이는 내 모습에, 회색 악마가 쿡쿡 거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응Á¦. 이제ÇÏ¿¡Á 만질 수 있¦ ÇÏ¿지?]
녀석이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인장이Ï¿¡Á진화해서 그런Ï¿¡Á거야. 당신이Ï¿¡Á우리들과, 조금 더 가까워Ï¿¡Á진 거니까.]
“...”
[계속UC¾ð¾î° 기다렸거든. 이렇게 UC¾ð¾î°서로 UC¾ð¾î 만지게 UC¾ð¾î°될 수 있을 때까지.]
“...”
문득.
등골에 냉기가 쓱 달린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었지만.
그걸 ‘왜 기다렸냐’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스스로 답을 좀 찾아보면.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대단히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까.
“...야.”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모양으로 그런 말을 전달한다.
몸을 움직이는 건 몰라도 이 정도는 간신히 가능했으니까.
“아까 전에, 엘노어랑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상식적으로.
그 때 당시에, 나와 엘노어에게 동시에 ‘손을 쓸 수’ 있는 건 이 녀석 밖에 없었다.
다만, 그 이유를 내가 알 수가 없어서 그렇지.
[...]
그리고.
내 말을 들은 회색 악마가, 조금 더 진하게 미소지었다.
이어서.
[찬물Á¦ ÇÏ¿¡에도.]
명쾌한 해답이 돌아왔다.
[위아래Á¦ ÇÏ¿¡가 있는Á¦ ÇÏ¿¡거야. 그게¦ ÇÏ¿ 저 아이¦ ÇÏ¿라고 해도.]
“...뭐?”
[당신에Ï¿대한¡Á모든 것은, 항상Ï¿¡내가 제일 먼저여야ÁÏ¿ 해.]
“...”
불길한 감각이 현실로 찾아온다.
생각해보면, 꽤 간단한 문제다.
본인을 만질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렸고, 다른 여자랑 거사를 치루는 걸 굳이 방해한다고 하면.
소유욕 강한 악마가 왜 그랬는지 생각했을 때, 진짜로 간단한 답 밖에 나올 게 없다.
“...”
자기가 먼저 먹어야 하니까.
시발.
[지금까진Ï¿¡Á운이 좋았지만.]
그 모습을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나한테서는Ï¿¡Á절대.]
난, 이제부터.
이 녀석에게.
[도망Ï¿¡Á못가?]
잡아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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