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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게 사랑받는 운명입니다-219화 (220/258)

Chapter 219 - 219. 살려줘 (2)

한참 전에, 탈리온과 야밤에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귀족 계층이라고 해도, 아무튼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별로 거부감이 없다. 설사 그 주제가 통속적이거나 남사스러운 것이라고 해도.

즉, 엘판테 학생들이라도 남자끼리만 모인다면 여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직접적인 음담패설은 어쩌다 열린 술자리에서 씹기에 생각보다 꽤 흔한 주제란 뜻이다.

“...해본 적 없는데.”

그런 점에서.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마자 경악한 표정을 지었던 탈리온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정말이십니까?”

“그럼 내가 뭣하러 이런 거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마른 안주를 씹고 있자니, 탈리온이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주변에 그만큼이나 여자들을 달고 다니시면서 말입니까?”

“...”

쓴웃음을 지으며 술을 한 잔 들이킨다.

“아마 그중에서 한 명이랑 하게 된다면... 먼저 그런 짓을 저지른 쪽은 다른 쪽한테 죽을 수도 있을걸.”

악마란 작자들의 집착은 보통이 아니라서 말이야.

근본적으로 나에 대한 애정으로 덮어 씌워져 있어서 그 ‘본성’을 볼 기회는 거의 없지만, 괜히 그 놈들이 악惡으로 규정되는 건 아니거든.

“...그런데 너 표정이 왜 그러냐?”

그런 말을 꺼내놓자마자, 세상 초연한 기색으로 술을 들이키던 탈리온이 이내 뭔가 안쓰럽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형님은, 그, 뭐냐.”

거의 동정심이 듬뿍 담긴 눈빛이었던가.

“절대 평범한 첫 경험은 못 해보실 확률이 높아 보여서 말입니다.”

“...”

“그렇게 뒤틀린 사람들이... ‘기회’를 잡으면,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예언에 가까운 말이었다.

회색 악마의 혀가, 다우드의 혀와 끈적하게 얽혀 들어갔다. 타액이 정신없이 교환되고, 서로의 입으로 정이 흘러내려 녹아 들어간다.

악마의 체온이 다른 종족에 비해 뜨겁기라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끈거리는 열기가 전신을 휘감고 있다. 그쪽에서 파생되는 오싹거리는 감각은 기분이 좋다 못해 현기증이 날 수준이었다.

“...너...”

다우드가 어지럽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정신이 붕 뜨는 느낌이다.

전신에 대한 통제권은 여전히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온몸에 느껴지는 감각은 그 어느때보다 생생하다.

방금 이 녀석이 잡아먹는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소리를 한 직후부터, 현실 감각이 저 멀리 날아간 느낌이다. 꿈 한가운데를 유영하는 것처럼.

얼굴에도 이상할 정도로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기라도 하는 것 마냥.

“...나한테, 뭔가 했냐?”

[조금 더 Á ÇÏ¿ 솔직하도록 ¡Á 만들었지.]

“솔직해지다니, 뭐에.”

[발정나게 ¡Á¡Á 만들었다는 ¡Á 소리야.]

“...”

이제는 뭐라고 돌려서 표현하지도 않네.

다우드가 그렇게 생각하며 곧바로 자신의 하의를 벗기는 회색 악마를 바라보았다.

능숙한 손놀림이다. 이전에 몇 차례 해보기래도 했다는 것처럼.

[와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은 회색 악마가, 이내 모습을 드러낸 남근을 보고 활짝 웃었다.

조심스럽게, 정중하게, 쓰다듬듯이 그걸 양손으로 감싼다. 애정을 담아 볼을 그쪽에 문댄다.

[♥]

이어서.

귀두 끝에, 키스 두 번.

만나서 반가워요, 서방님. 오랜만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흡...”

곧바로, 다우드의 입 안으로 호흡이 쭉 밀려들어갔다.

회색 악마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바로 그걸 입에 물었으니까.

까끌까끌한 부문을 중심으로 느릿하고 끈적하게 비비며, 청소라도 해주듯이 꼼꼼하게 자세하게 발라낸다.

곁눈질로 흘끔흘끔 다우드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핥짝핥짝.

[...괜ÇÏ찮아?]

“...”

괜찮고 자시고, 그냥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것 말고는 대답할 말도 없다.

그 모습을 본 회색 악마가, 싱긋 웃으며 움직임을 좀 더 빠르게 했다.

이전에 유지해왔던 루틴을 좀 더 빠르게. 내친 김에 좀 더 깊게 머금고, 목젖 근처까지 귀두를 닿게한다. 고개 전체를 살살 비틀며 구강 내의 점막으로 자극한다. 혀는 귀두 밑에 넣어서 불끈거리는 혈관 근처에 휘감아 마찰시킨다.

그리고 제대로 정신줄도 붙잡고 있지 못하는 다우드에게, 회색 악마가 비스듬히 머리를 기울였다.

자신의 시선 바로 앞에서 너울거리는 머리를 잠시 지켜보던 다우드는, 간신히 그 의도를 깨달았다.

“...마음대로 쓰라고?”

[...♥]

“...진짜?”

[...♥♥]

눈 전체를 사용해 생긋 웃으며, 정말로 그러라는 것처럼 고개를 열렬하게 끄덕인다.

그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려 회색 악마와 시선을 맞추었다. 아마 자신의 감각이 살아있다면, 회색 악마 역시 몸에 감각이 살아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목 전체가 이물질로 꽉 막혀있으니 괴로울 법도 한데, 그녀는 여전히 흔들림 없는 표정이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눈동자를 똑바로 맞춰 다우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눈빛과 마주하자, 다우드는 자제심 같은 건 잠깐 의식 어딘가에 처박아두기로 결심했다.

양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단단히 붙잡은 다우드가, 마치 물건이라도 다루는 양 그녀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찍었다. 그리고 스트로크. 상대방에 대한 배려 따위는 티끌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난폭하기만한 움직임이다. 상대방을 인격체가 아닌, 착정을 위한 도구로서 사용하는 느낌.

하지만 그런 취급을 당하면서도, 회색 악마가 저항 없이 디우드의 허리를 팔로 끌어안았다. 오히려, 얼굴에는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너한테라면 무슨 일을 당해도 좋아, 라는 것처럼.

“...!”

흡사 며칠처럼 느껴지는 몇십 초가 지나가고, 다우드의 허리가 튀어 올랐다.

사정 직전의 움직임이었지만.

[안-돼-]

그런 말과 함께.

그대로 움직임이 얼어붙는다.

다우드의 얼굴 위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팽팽하게 몰려있는 사정감은 확실하게 느껴지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정상인 ‘분출’은 어디에도 없다.

마치, 이 녀석이 강제로 굳혀둔 것처럼.

“...너, 무슨...?”

[그동안C¾ð 다른 여자들한테 C¡Á 한눈판 잘못.]

그렇게 말한 회색 악마가, 쿡쿡거리며 부들거리는 다우드의 성기 끄트머리를 간지럽히듯 핥짝거렸다.

성기 끝에서 늘어진 타액의 실 때문에 그런가, 그런 모습조차 뇌쇄적으로 보인다.

“...”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다우드의 등골로는 섬뜩한 감각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녀석의 모습이.

마치, 가지고 노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

그런 점에서.

“...야.”

[으-음-?]

“언제까지, 그럴 건데?”

[내가 만족할C¾ð 때까지는, 조금 C¡Á 괴롭힐거야.]

“...”

불길한 감각이 현실로 찾아오는 모습에 다우드의 표정이 찌그러지는 사이, 회색 악마가 다음 행동에 착수했다.

다시, 다우드의 성기를 입에 문다.

천천히, 엄청나게 뜨거운 물건이 목 중간에 걸려있는 감촉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이 남자의 신경에 쾌감이 날카롭게 새겨지도록.

차분하게, 척추에 미친듯이 역류하는 쾌감에 부들부들 떨리는 다우드의 몸을 자신의 팔로 부드럽게 감싸며.

확실하게, 조금이라도 더 기분이 좋도록 꼼꼼하게 그의 반응을 살피며.

위아래로, 끈적하게, 농밀하게, 쥐어짜내듯이.

다우드의 입에서 통제 불가능한 소리가 점점 격하게 흘러나왔다. 뿌드득, 하고 이빨까지 가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

“크... 읍...”

몸이 다시 꿈틀 거린다. 다우드의 하반신 근육이 경직되는 걸 회색 악마의 입에 다시 삐뚜름한 미소가 걸렸다.

이번에도.

순순히 사정시키진 않는다.

[아직, 안- 돼-]

효과가 확실했는지, 이제 다우드에겐 온전히 단어를 조합할 여유마저 없어보였다.

모르긴 몰라도 착정 당하는 기분이란 게 이런 것이겠지.

그런 과정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한계까지 사정을 고조시킨 다음, 끄트머리에 가서는 해방시켜주지 않는다.

정말로,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서 그를 괴롭히겠다는 것처럼.

[...♥]

몇 번을, 그렇게 ‘통제’ 당했을까.

세 번? 네 번? 수십 번? 백 번?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팔로 그녀의 뿔만 온전히 붙잡고 중심을 지탱한 상태로, 악다문 이 사이로 하염없이 신음만 흘릴뿐.

[얼굴C¾ð¾보여줘.]

여전히.

위에서 짓누르는 형태로, 그의 얼굴을 감싼 회색 악마가 그렇게 속삭였다.

“...싫어.”

헐떡거리면서도 그런 문장이 다우드에게서 조용히 흘러나왔다.

[보여¾ð¾줘.]

“싫다고 했잖-”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회색 악마가 억지로 그의 팔을 끌어내렸다.

[...아...♥...]

엉망이 되어있다.

피가 나올 정도로 악다문 입, 눈물로 범벅이 된 것도 모자라서 아직도 한 방울이 그렁그렁 메달려 있는 눈가, 얼굴 전체에 올라와 있는 열감. 끈적하게 녹아있는 표정.

다우드 캠벨이라는 남자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한계까지 몰린 표정.

그 모습을 보자마자.

[...! .....!!]

회색 악마의 입꼬리가 쭉 찢어졌다. 눈가에 열감이 깃든다.

그 호흡이 거칠어진다. 오싹거리는 쾌감이 자신의 등골에 올라온다는 표정이다.

귀여워서.

가지고 싶어서, 정복하고 싶어서, 내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간직하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그런 기색이다.

“...!”

다우드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지만, 회색 악마가 양손으로 그 얼굴을 감싸쥐고 자신 쪽으로 돌렸다.

그 붉은 눈동자에 깃든 열락감이 무시무시하다. 마주치기만 해도 녹을 것 같다.

[조금 ÇÏ 더 보여줘.]

“...”

[더, 더 Á ÇÏ 보여줘. 그 표정 Á ÇÏ 좋아. 좋아아...]

열기에 끈적끈적하게 녹은 목소리가 다우드의 귓가에 맴돌았다.

이어서, 그의 입가에 다시 회색 악마가 입을 맞췄다. 혀가 섞인다. 안 그래도 녹아내릴 대로 녹아내린 정신 안으로 달콤한 냄새와 타액이 파고든다.

뭐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상태로, 그렇게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쾌감이 피드백되는 순간만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몇 분? 몇 시간? 아니면 하루가 꼬박?

“...허억...허억...”

거친 숨소리로, 전신이 땀범벅이 된 상태에서.

회색 악마가 자신의 볼을 붙잡는 게 느껴진다.

잔뜩 흐려진 시선으로 그쪽을 올려다보니, 회색 악마가 살풋 웃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게 느껴진다.

참으로, 악마같은 미소였다.

[이 정도로 풀렸으면 ÇÁ 슬슬 ¡Á 괜찮겠네.]

“...뭐가.”

[본편.]

아.

그렇군.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힌 건, 이 녀석에게 있어 그냥 ‘전희’에 불과했다는 거다.

그런 깨달음이 그의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

문득.

다우드의 머릿속으로 이전에 들은 말이 스쳐지나갔다.

-형님은, 그, 뭐냐. 절대 평범한 첫 경험은 못 해보실 확률이 높아 보여서 말입니다.

“...”

틀림없이.

진짜로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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