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27 - 227. 수확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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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악마란 것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구구절절이 설명한 입장에서, 당장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거기에 다른 놈도 아니고 항상 제멋대로 일을 터트리는 하얀 악마가 상대라면, 더더욱.
[...이게, 무슨...?]
하얀 악마가 어이가 없다는 기색으로 자신의 목에 걸린 개목걸이를 양손으로 잡아보았다.
화가 난다거나 어쩐다거나 하기 이전에, 지금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는 기색이 만만이다.
“읏차.”
그리고 녀석이 얼이 빠져 있는 틈을 타, 초크 바깥으로 빠져나와 있는 고리에 ‘줄’을 건다.
말이 줄이지, 이거 불칸 교수님이 비명을 지르며 만들어준 별철과 엑토플라즘 합금이다.
악마의 존재에 직접 닿더라도 바로 부서지지 않을만큼의 강도는 있는 물체라 그거지.
그리고, 그걸 그대로 끌어서.
이 녀석을 바닥으로 ‘끌어 내린다’.
[...!]
공중에 팔짱을 끼고 떠 있던 녀석이, 내가 목줄을 강하게 끌어당기자 그대로 추락해 바닥에 처박혔다.
아마 이 녀석도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느낌일 것이다.
누군가가 자기를 이렇게 ‘동물’처럼 다루는 것 말이야.
바닥에 처박힌 녀석의 눈이 일순 크게 떠졌다. 한동안 혼란스럽게 흔들리던 그 눈망울이, 이내 분노로 희번득거리며 내쪽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은 시선을 쏘아보낸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너...!]
근처에 넘실거리는 하얀색 마기가 하얀 악마의 의사에 반응하여 무시무시할 정도로 들끓는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마주하는 순간 그대로 뇌가 펄펄 끓을 만한 수준의 압력이 사방에서 들어온다.
“...”
눈을 감으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아무튼 나도 아직 인간 범위 안에 있는 만큼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다. 이대로 계속 마기에 노출된다면 나도 이 녀석에게 통제당하겠지.
하지만, 분명히.
나한테는 이 녀석한테 ‘써먹을 수 있는 게’ 있다.
예전에, 이 녀석이 천사를 보고 폭주하기 직전에 분명히 인장을 통해 제압했던 적이 있거든.
이런 방식으로 말이지.
< System Message >
[ 인장의 단계를 확인합니다. ]
[ 2단계 확인. ]
[ ·̶̛͈̪͚̹̺͖͉̪̇̎̃̏̃̎̚͡ͅ ̷̥͉̞͎̯̥̫̳̻͆͊̉̀̾͘͞·̴̵̢̢̥̱̝̘̟͎̯̥̟͖̞͊͐͌̿̎̋̔̈́̃̕̚͘͜͟͝͞͞·̶̛͈̪͚̹̺͖͉̪̇̎̃̏̃̎̚͡ͅ ̷̥͉̞͎̯̥̫̳̻͆͊̉̀̾͘͞·̴̵̢̢̥̱̝̘̟͎̯̥̟͖̞͊͐͌̿̎̋̔̈́̃̕̚͘͜͟͝͞͞ 특권으로 대상에 대한 제어권을 얻습니다! ]
[ 대상의 상태를 확인... ]
[ 경고! ]
[ 대상이 ‘그릇’이 아니라 악마의 ‘본체’입니다. 현재 단계의 인장으로는 제압이 불가능합니다! ]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대상이 유리아가 아니라 하얀 악마 본인이라 안 먹혀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연다.
“내 말에.”
대상이 그릇이 아니라 악마라서 인장이 안 들어먹는다면, 그걸 강화시키면 되는 노릇이다.
그리고.
인장은 접촉한 악마의 마기를 흡수하고, 나는 얼마 전에 ‘최강’의 악마와 아주 끈적하게 접촉하지 않았던가.
“[복종해.]”
내 목소리에, 내 것이 아닌 ‘이형’의 목소리가 섞여나간다.
< System Message >
[ ‘타천의 인장’에 깃든 ‘C̵̡̹̖̙̭͖̈́͐¾̸̧̥̬͈͇̹̘͕̠̮̩̙̎ð̸̞͖̋¾̶͕̻́̊̇î̸̙̪͎̥͎͍̲͔̔̈́̀̃͗́̚̚͠͠͝͠ ̵̨̛̠̟̲͔̟̔̍͛̈́°̶̨̙̠͆͋̔͛̒̀̾̆̉̏̕³̶̟̝̙͔̥̖̯̠̒̈̋̃̇̾̃̽̆̅͊͆̋̋’의 마기를 소모합니다! ] [ 대상에게 ‘강제력’을 부여합니다! ]
[--!!!!]
다음 순간.
하얀 악마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마치 경배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왕을 맞딱트린 신하처럼.
[뭐...!]
“말했지.”
경악해서 숨을 몰아쉬는 녀석의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아 시선의 눈높이를 맞춘다.
“계속 사고 치면, 벌을 줄 수밖에 없다고.”
그 말을 듣자, 녀석이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고개만 치켜올렸다.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걸 넘어 거의 안광을 뿜어내고 있다. 분노, 당황, 그리고 굴욕과 수치심까지 한 데 뒤섞인 모습이다.
[인장...! 회색이, 그런 걸...!]
이어서,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찢어질 것 같은 살의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
악마는, 역시 악마다.
내가 이 녀석과 ‘싸움’ 비슷한 걸 하게 된다면 마주치자마자 1초도 안 돼서 목이 날아갈 자신 있다. 그 정도로 느껴지는 생명체의 ‘격’이 다르다.
[그 빌어먹을 녀석, 죽여버리겠어, 내 것한테, 내 반려한테, 무슨...!]
“반려가 아니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 녀석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활짝 웃으며.
개목걸이를 차고, 바닥에 엎드려서 헐떡거리는 녀석의 고개를 잡고 살짝 들어 올린다.
“주인님, 이라고 해 봐.”
[...]
하얀 악마의 입이 쩍 벌어졌다.
못 들을 걸 들었다는 표정이다.
[...뭐?]
한참을 멍하니 있던 녀석이, 간신히 쥐어짜내는 것 같은 기색으로 그런 질문을 꺼내들었다.
너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그런 기색이 절절하게 묻어있지만.
“지금부터 주인님이라 부르라고.”
낮게 깐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이번에도, 내 목소리에 다시 ‘이형’의 것이 섞여나온다.
“[명령이야.]”
[-!]
그러자.
하얀 악마가 몸에 전류라도 통한 것처럼 움찔 떨었다.
“여기 봐.”
녀석의 턱을 잡고 끌어올린다. 강제로 내쪽에 시선을 맞춘다.
굴욕과 분노, 당혹스러움을 제대로 감추지도 못하고 부들거리는 녀석의 얼굴을 감상하듯이 찬찬히 훑는다.
“내가 누구라고?”
녀석이 피가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어찌나 부끄러워하는지 귀 끝까지 붉어진 게 눈에 훤히 들어온다.
[...주...인님...]
“그래. 잘했어.”
그렇게 말하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여전히 웃는 기색으로 말을 잇는다.
“말 잘 듣는 게 귀엽네. 꼭 애완용 개 같아.”
[...-! 너...!]
그 말을 듣자마자 녀석의 동공이 일직선으로 쭉 찢어졌다.
악마가 할 수 있는 가장 빡친 상태의 표현이겠지. 아마 통제권이 없었다면 진짜로 나한테 달려들어서 뭐라도 저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개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간다.
“[사람 말 하게 되어있나?]”
하얀 악마의 표정이 일순간 멍해진다.
설마.
설마, 하는 기색이 녀석의 얼굴에 깃든다.
암만 내가 미친놈이래도 설마 이런 짓까지 시키겠나, 싶은 기색이지만.
“뭐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간다.
“넌 지금 개라니까?”
[...]
“[울어.]”
하얀 악마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어서 녀석의 고개가 천천히 숙여진다. 차마 들고 있을 수가 없다는 기색이다.
그 이마가 바닥에 닿고, 한참을 침묵하던 녀석이.
[...멍.]
이내.
쥐어 짜내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런 소리를 낸다.
[멍... 머엉...]
그 눈에 눈물이 맺힌다.
악마의 눈에도 그런 게 맺힐 수 있다는 건 또 처음 알았다.
하얀 악마가, 전 차원 최강의 존재 중 하나가.
납작 엎드려서, 개 목걸이를 차고, 이마까지 바닥에 딱 붙인 상태로.
개 울음소리를 흉내 내고 있다.
[멍... 멍멍.... 멍...]
물론 사이사이로 표독스럽게 나를 노려보고는 있다. 정신을 똑바로 잡고 바라보지 않는다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졸도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살기가 섞여 있다.
하지만.
그런 압박감에서 한 발자국만 물러나 이 녀석의 모습을 살피면.
얼굴을 잔뜩 붉히고, 너무 수치스러워서 울 것 같다는 표정으로 그러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이 녀석이 나한테 당장 반항할 수단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이거 내가 인장의 마기를 사용한 대상이 붉은 악마 조각 다 들고 있는 페이놀이었으면 죽어도 안 먹혔다. 아직 내 인장이 거기까지 발전하진 않아서.
조각 개수는 차치하고서라도, 인장을 나한테 박아넣은 회색 악마 본인을 품고 있는 엘노어 역시 죽어도 안 먹혔을 것이다.
하다못해 유리아가 조각을 하나만 더 먹은 상태였어도, 지금 당장 스킬이 들어간 하얀 악마한테조차도 이게 안 먹혔을 공산이 더 높다.
하지만, 넌 말이야.
‘조각 한 개짜리잖아.’
그 정도는 나도 이제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다.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나한테 화내고 짜증내고 부끄러워서 부들부들 떠는 것 말고 니가 뭘 할 수 있냐고.
응?
[멍... 멍멍... 머... 흐윽... 으... 그으으윽..... 머....엉....]
나중에 가서는, 발음마저 불분명해진다.
바닥에 엎드려서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 거의 멘탈이 나가기 직전인 모습이다.
주먹 쥔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슬슬 안쓰러운 감정마저 든다.
그래. 이만하면 됐겠지.
“내 말 잘 들어.”
거의 목소리가 흐느끼는 것 같은 기색으로 변한 하얀 악마에게, 목을 가다듬으며 말한다.
“내가 부르기 전까진 유리아 몸 속에서 나오지 마. 근신 기간이라 생각하고. 알겠어?”
[...]
“꼭 그러겠다고 약속하면 이 ‘벌’은 그만 줄게.”
악마의 ‘약속’은 일종의 계약이다. 절대로 본인이 직접 깨트리지는 못하지.
여기서 이 녀석이 동의한다면, 실제로 이 녀석이 이제 자기 마음대로 유리아의 몸을 강탈할 일은 없을 거다.
“대답.”
[...]
“아니면, 계속 할래? 난 밤새도록 시켜도 상관 없는데?”
[...알...겠어...]
부들부들 떨면서 답하는 하얀 악마의 모습에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래. 그래야지.
[...이 새끼 또 업보 쌓고 있네...]
“...”
[얼마 전에 회색 악마한테 쥐어짜이고도 느낀 게 없냐?]
아니.
아저씨.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해.
●
“...들어갔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유리아의 속으로 사라지는 하얀 악마를 바라본다.
이 녀석이 튀어나오면서 주변에 꺼내놓은 마기가 걷히기까진 아직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바꿔 말하면 조금 기다리기만 하면 주변도 전부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유리아의 몸을 끌고 원래 있던 자리에 앉혀주고 있자니, 문득, 소울 링커 안에서 그런 말이 날아왔다.
[이게 네가 말한 통제 수단이냐?]
‘...아직 미완성이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며 아직 맥동하고 있는 가슴팍의 인장을 바라본다.
인장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악마와 접촉을 자주, 긴밀하게 할수록 이런저런 상호 작용이 가능해지는 거다. 그쪽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지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아예 회색 악마와 정을 통할 정도면, 이 정도는 그럭저럭 가능할 거라는 확신 아닌 확신이 있었으니까 저지른 일이다.
< System Log >
[ ‘하얀 악마’가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 [ ‘경배’ 스택이 1회 쌓입니다. ] [ 스택이 전부 충전되면 대상이 ·̶̛͈̪͚̹̺͖͉̪̇̎̃̏̃̎̚͡ͅ ̷̥͉̞͎̯̥̫̳̻͆͊̉̀̾͘͞·̴̵̢̢̥̱̝̘̟͎̯̥̟͖̞͊͐͌̿̎̋̔̈́̃̕̚͘͜͟͝͞͞·̶̛͈̪͚̹̺͖͉̪̇̎̃̏̃̎̚͡ͅ ̷̥͉̞͎̯̥̫̳̻͆͊̉̀̾͘͞·̴̵̢̢̥̱̝̘̟͎̯̥̟͖̞͊͐͌̿̎̋̔̈́̃̕̚͘͜͟͝͞͞의 일부로서 기능합니다! ]
[ 현재 ‘경배’ 스택이 2회입니다! 완충까지 1회 남았습니다! ]
당장 하얀 악마를 두 번째 복종시키니 이 경배 스택이란 게 차오른 것만 봐도 그렇지.
풀로 채우면 뭔가 또 새로운 기능이 개방될 모양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접촉 빈도를 더 높여야겠지.’
결국 스토리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건 악마들이고, 이 인장은 그쪽을 이끌고 내가 생각하는 ‘해피 엔딩’으로 직결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다.
악마들과 접촉하면서 최대한 빨리 능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 그거지.
[...다음에 또 만나면 하얀 악마는 너 죽이겠다고 달려들지 않을까?]
‘...아마도요?'
진짜로 죽이는 상태까진 안 가더라도, 비슷한 짓이야 얼마든지 당할 수 있지. 높은 확률로 그렇다.
어차피 회색 악마의 마기도 그 녀석 한 번 통제하는 데 다 쓴 참이라, 당분간은 서로 안 마주치는 게 좋겠지.
만나더라도 그때는 다시 이 녀석을 통제할 수단이 생긴 다음이다.
[참, 그런데 다른 악마와 접촉 빈도를 높여야 한다고 한다고 했었지?]
‘그랬죠?’
[그거 바꿔 말하면 지금 하얀 악마한테 한 것처럼 다른 악마들 조교하고 다니겠다는-]
‘...사람을 무슨 미친 호색한처럼 만들지 마십시오. 무슨 표현을 그렇게 합니까.’
[틀린 말이라고는 안 하네...]
“...”
아니, 뭐.
하얀 악마처럼 대화가 안 들어먹을 녀석이면 그런 강경 수단도 가끔씩 꺼내들기는 해야겠지. 어쩔 수 없다.
그런 짓을 저질러서라도 빨리 인장의 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할 이유가 되어주는 인간도 있고.
“...”
눈을 살짝 찌푸리며 내가 방금 서있던 2층 위를 올려다 보았지만.
보거트 후작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테라스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말이지.
내가 하얀 악마를 이런 식으로 제압하는 것만 보고 사라진 느낌이다.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는 느낌을 받는 건 우연이 아니겠지.
내가 이럴 수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슥 사라져 버렸다는, 그런 합리적 의심.
“...”
새삼 생각하는 거지만.
저놈, 대체 정체가 뭐냐.
잘 생각해보면, 저 녀석은 하얀 악마의 마기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야 인장에 스킬까지 있어서 그렇다 치고.
세실리아 11세는 악마의 그릇이니까 그렇다 치고.
저 녀석은 왜, 유리아의 마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
‘...짜증나는 놈이네.’
게임 안에서도 5 챕터 안의 메인 악역이긴 했지만, 전달되는 느낌은 선각자 수준으로... ‘불길’하다.
단순히 그런 역할 이상의 뭔가가 저 녀석에게 깃들어 있는 느낌.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이보게. 자네 말이지.”
문득,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쪽에는 언제나처럼 눈을 반쯤 감고 계시는 황제 폐하가, 어안이 벙벙한 기색으로 내 쪽을 바라보고 계셨다.
방금 상황을 머리가 못 따라간다는 기색이 절절하게 전달된다.
“...괜찮으십니까, 폐하?”
이에,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 말부터 건낸다.
생각해보면, 이쪽은 아직 본인이 악마의 그릇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상황이다.
내가 방금 저지른 짓의 원리부터 결과까지 이해가 가는 게 단 하나도 없는 게 당연-
“생각보다, 조금 취향이 과격하군...?”
“...”
“짐한테도 나중에 그런 걸 시킬 참인가...?”
“...”
“시킬거면 미리 언질만 주게나, 마음의 준비는 미리 해놓도록-”
세실리아 11세야.
진짜 씨발 그게 대체 무슨 소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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