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9 - 249. 니콜라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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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이것저것 실험하면서 안 사실 한 가지.
칼리반의 ‘속도’는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다.
어느 정도로 빠르냐면, 내가 내지른 주먹이 니콜라스에게 도달해 그 머리를 터트리기 직전 시점에는 이미 누군가를 ‘호출’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본체가 유령이라 물질계의 법칙에 잘 영향을 받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 사람과 내가 결론 내린 바가 있다.
[ ‘스킬: 검사의 집중’을 발동합니다! ] [ 반사 신경과 인지 능력이 극적으로 향상됩니다! ]
그리고 그렇단 이야기는, 내 의식만 조금 느려져도 이쪽과는 여유롭게 대화를 주고받을 여유가 생긴단 소리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확 감속되는 와중에, 다시 소울 링커 안에서 존재감이 느껴지는 칼리반에게 말한다.
‘다 부르고 왔어요?’
아마 내가 ‘긴급 상황이다’라고 호출하면 튀어나올 사람들이 있다.
그쪽을 지칭하는 말이고, 아마 칼리반도 무리 없이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럼.]
그 믿음에 걸맞게 곧바로 확답한 칼리반이, 이내 살짝 찜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칼리반이 니콜라스의 머리에 닿기 직전인 내 주먹을 보며 문장을 이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
뭐야.
이제 와서 괜히 죽이면 안 된다느니, 뒷감당을 생각하라느니 같은 헛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
[죄질에 비해 너무 가볍게 죽이는 것 아니야?]
“...”
이 사람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정말 어지간히도 이쪽이 혐오스러웠나보다.
물론 나도 똑같은 감상을 공유하고 있으니 뭐라고 할 처지는 못 되지.
‘그건 걱정마세요.’
피식 웃으며 답한다.
‘제가 어디 그런 거 대충 할 놈입니까.’
[그건 맞지.]
‘...’
기분이 알쏭달쏭해지는 신뢰가 담긴 문장을 들으며, 스킬을 순차적으로 발동시킨다.
[ 스킬: 심상 세계를 사용합니다! ] [ 현재 당신에게 걸려있는 이로운 효과가 근처 대상에게 공유됩니다! ]
칼리반의 고유 스킬. 내 주변에 있는 인간에게 내 버프를 공유해주는 능력.
지정 대상은 눈앞에서 나한테 머리통이 분쇄되기 직전인 니콜라스다.
[ ‘특성: 철인’이 대상에게 공유됩니다. ] [ ‘스킬: 검사의 집중’이 대상에게 공유됩니다. ] [ ‘스킬: 절체절명’이 대상에게 공유됩니다. ] [ ‘스킬: .... ]
적어도.
이런 녀석 곱게 죽는 꼴은 나도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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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단히 고통스러울 것 같은 죽음의 대부분은 생각만큼 심하지는 않다고 한다.
일견 가장 고통스러운 사형 방식인 화형조차 불에 타 죽기 이전에 연기로 질식사하는 비율이 더 높다고 하던가.
바꿔 말하면.
현재 니콜라스 백작이 겪고 있는 상황은 대단히 이상하다는 뜻이었다.
처음에는 눈앞의 남자가 느닷없이 자신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니콜라스 백작은 원래부터 무투파인 인간은 아니다. 이런 갑작스러운 기습에 곧장 대응할 능력은 없단 소리였다.
반응할 새도 없이 찾아오는 죽음.
주먹에 맞아 머리가 터져나가고, 거기서 그대로 그의 의식은 암전된다.
정확히는.
그리되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신에.
주먹이 얼굴에 닿는 시점에서, 시간이 곧바로 ‘멈췄다’.
정확하게는, 다우드에게서 공유받은 ‘검사의 집중’ 스킬로 인해 감각이 굉장히 늘어진 것이지만.
그리고, 거기에 이어 곧바로.
“...!”
영혼이 찢겨나가는 수준의 고통이 니콜라스 백작에게 엄습했다.
“---!!! -!!!!!!!!!!!!!!!!”
차라리, 죽었다면.
곧바로 죽어서 이 고통이 끝났으면 하고 기도하게 될만한 수준의 감각.
하지만, 그리 쉽게 의식이 날아가지 않는다. 정확히는, ‘허락되지’ 않는다.
다우드에게서 공유받은 ‘절체절명’으로 인한 스텟 뻥튀기. ‘철인’ 특성으로 인한 생명력 강화.
푸른 악마의 권능인 ‘분쇄’에 의해 전신이 찢겨나가는 와중에도, 극대화된 감각 속에서 그런 고통을 오롯히 느낀다.
피부가 찢어진다. 근육이 분해된다. 내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마기가 내부까지 진탕으로 갈아버리며 전신을 무無로 되돌린다. 세포 하나, 근섬유 한 가닥, 뼈끝 한 마디 한 마디로 전부 형언할 수 없는 악의로 가득 찬 고통이 스며든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전신이 갈기갈기 찢기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질리도록 살아남아 그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신경에 새겨진다.
정신을 불태운다. 영혼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드는 고통에 입을 벌리지만, 비명을 지를 수도 없다.
아마 실제로 흐른 시간은 1~2초 남짓할 것이다.
하지만, 검사의 집중으로 신경이 늘어진 니콜라스 백작에게는 영겁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아직 분해되지 않은 시신경에, 뭔가가 포착된다.
주먹을 내질러 자신을 ‘분쇄’한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
투명한 눈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악의에 가득 찬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한 눈동자.
그리고, 그 기저에 담겨있는 어떤 종류의 ‘초연함’.
정지된 것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세계 사이로, 그 눈빛을 마주하자.
니콜라스 백작의 정신 사이로, 문득 전율이 흘렀다.
- 아, 그렇구나.
어떤 깨달음이 찾아들었다.
어떻게 정의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니콜라스 본인으로서는, 틀림없이 어떤 종류의 ‘기꺼움’을 느끼게 할만한 깨달음이었다.
- 이 남자는, 나와 똑같은-
하지만, 그 문장을 전부 완성시키기도 전에.
그의 의식이 암전되었다.
영원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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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으로 드문 광경이다.
황제와 재상이 동시에 멘탈이 나가서 비슷한 감상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은.
백작쯤 되는 고위 귀족의 머리통이 날아간 사체는 이런 물과 기름 같은 사이라도 대통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익한 경험이라는 생각을 다우드가 곱씹는 사이, 설리번이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듣는다고 해도 이해 못할 건 뻔하지만, 그래도 물어야겠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러셨습니까?”
“역겨운 인간이라 죽였습니다.”
“...”
그래. 최소한 말이 안 되는 이유는 아니라 다행이다. 니콜라스 백작은 확실히 역겨운 인간이었으니까.
평소에 튀는 짓을 많이 하긴 하지만, 굳이 폭력적인 사태를 일으키지 않던 다우드가 이런 짓을 한 걸 보면, 틀림없이 원인 제공은 니콜라스 백작 본인이 한 게 틀림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어떤 여파를 불러올지는 또 완전히 다른 문제다.
“...”
설리번의 정신이 냉정하게 가라앉았다.
원인을 따지고, 책임을 묻고, 왜 그랬냐고 원망하는 건 나중에 실컷해도 될 일이다.
당장은 이 정신 나간 긴급 상황에 맞는 분석과 대책 수립이 먼저다.
모든 상황이 최선의 최선으로 흘러가, 원활하게 수습이 이뤄지는 경우를 가정하고.
온갖 종류의 복잡한 정치적 수교환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가장 이상적인 미래를 그려보더라도.
“...다우드, 내전이 터질 겁니다.”
이건 이미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건 지금까지 몸을 숙이고 있던 장로회 입장에서는 이만한 구실이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나마 얌전히 있었는데-”
“정말요? 얌전히?”
평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다우드의 말에, 황제와 재상이 동시에 움찔했다.
아마.
그 목소리의 뉘앙스만으로도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본인들도 알아차린 것이다.
이어지는 다우드의 문장은 그런 그들의 감상을 구체화 한 것이겠지.
“솔직히, 알고 계시잖아요. 그쪽은 이미 한 번 붙을 생각 만만입니다. 구실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저지를 놈들이라구요.”
“...그렇기는 하지.”
황제가 찌푸린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백작의 시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명분’을 주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네.”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지만, ‘언제’ 일어나냐 또한 대단히 중요한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군사 관련 권한은 장로회 쪽에서 가장 많이 독점하고 있네. 충분히 대비가 안 된 시점이라면 우리도 휩쓸릴 수밖에 없단 소리지. 아직 설리번과 내가 최대한 그쪽에 구실을 안 주려던 것도 그 때문-”
“잠깐이면 됩니다. 저한테 죽었다는 것만 감추면 돼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오는 다우드의 대답에 황제가 입을 다물었다.
마치, 그쯤이야 그런 반응이야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는 기색이다.
마치 뭔가 생각해둔 게 있단 것처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도라도 괜찮아요. 두 분이서 힘을 합치면 가능하시잖아요? 이쪽이 죽은 게 누군가한테 죽은 게 아니라 ‘사고사’했다는 것 정도면 충분해요.”
그쪽에 명분을 쥐어주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 그 ‘명분’만 흐려두면 되지 않냐는 말이다.
어차피 조사한다고 해 봐야 황제와 재상의 권위를 동시에 이용한다고 하면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봉쇄할 수 있으니까.
다만.
“...하지만 반대로, 그쪽에서는 그런 명분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는 무슨 짓이라도 할 거네.”
문제는, 장로회 역시 그런 수단을 가용한다면 온갖 상식을 벗어난 짓을 해서라도 정면 돌파를 감행할 게 뻔하단 거지.
“니콜라스 백작가... 나아가 장로회는 마탑의 가장 큰 후원자로 유명한 집단이네. 그쪽의 기술력이라면... ‘영혼을 불러들여’ 대상에게 진실을 묻거나, 더 나아가 한정적인 사자 소생이라도 진행할 가능성이 크네. 그게 가능한 집단이지 않나, 마탑은.”
다우드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확실히, 그의 기억 속에도 남아있는 수단이었으니까.
5 챕터 도중에 만나는 니콜라스 백작은 마탑에서 가져온 마도구로 보스전 도중에 부활하는 괴상한 패턴도 존재하는 녀석이었다. 정말로 죽음에서 살아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지.
하지만.
“오히려, 한 번 더 살아나주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뭐라고?”
“한 번 죽이는 걸론 모자랄 인간이거든요.”
“...”
“제발 한 번 더 살아나줬으면 좋겠네요. 다음 번엔 좀 더 정성 들여서 찢어놓게.”
“...”
황제와 재상이 동시에 할 말을 잃고 있자니, 다우드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전은 오늘 내일 하는 단계였으니까요. 어차피 일어날 일이면, 그냥 조금 더 효율적으로 끝낼 방법을 준비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마치 그런 방법을 이미 준비해뒀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즉흥적으로 떠올리긴 한 거지만요.”
재상의 말에, 다우드가 망설임 없이 즉답했다.
황제와 재상의 눈이 동시에 가늘어질만큼의 속도였다.
‘...이 남자 말이지.’
‘...이 사람 말이죠.’
백작을 죽인 건, 솔직히 아무리 봐도 우발적인 행동이다. 이 남자 성향 상 결코 이렇게 ‘죽이는 짓’을 계획하고 저질렀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다만.
그걸 어떻게 ‘수습하겠다’ 정도는 이미 생각해둔 게 틀림없다.
그 짧은 순간 사이에.
‘...뭐하는 괴물이란 말인가, 대체.’
‘볼 때마다 놀라운 인간이라니까요...’
황제와 재상이 각각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속으로 신음하는 사이, 다시 다우드에게서 담담한 목소리로 문장이 떨어졌다.
“물론, 그걸 위해서는 지금 당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긴 합니다만.”
틀림없이.
즉흥적으로 제국 단위의 내란을 ‘효율적으로 끝낼 방법이 있다’고 선언한 남자다운, 위엄있는 목소리였다.
“...일단, 저는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부터 처리하러 가겠습니다.”
황제와 재상은 이 남자가 다음으로 취할 무시무시한 행보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침음성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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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드 씨.”
루시엔이 눈앞의 다우드를 향해 황망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꽤 오랫동안 얼굴을 못 봐서 꽤 반갑기는 한데, 느닷없이 예배당에 쳐들어와서 지껄이는 소리를 들어보니 그런 감정도 싹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제가 요즘 귀가 별로 안 좋아서.”
“데이트합시다. 내일, 번화가에서.”
일단 여기까지도 할 말이 대단히 많기는 하다.
느닷없이 쳐들어와서, 뭐, 데이트?
그녀랑?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데, 이어지는 문장은 더 어이가 없다.
“...아뇨, 그것도 그건데, 그 뒤에 이어지는 문장이-”
“유리아랑 당신이랑 같이 데이트 하자는 거요?”
“...”
“원하시면 목줄도 두 개 준비해 드릴게요. 당신 것까지.”
“...유리아가 그걸 차고 돌아다니는 건 이미 확정된 건가요.”
“네.”
“...번화가에서?”
“그렇죠?”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구나.
루시엔의 시야가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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