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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내기할까요? (9/325)

9화. 내기할까요?2018.11.30.

황궁에 도착했다고? 손님들이 도착하기 시작한 건 오늘부터이다. 나는 오늘 도착한 손님들이 누구였던가 헤아려 보았다.

“……”

커다란 덩어리로 치자면 아직 많지 않았다. 크롬 공국에서 온 대공 부부, 릴테앙 대공, 북왕국에서 온 재상 일가, 사모뉴에서 온 크랑티아 후작부인과 아이들, 서왕국에서 온 하인리 왕자, 블루 보헤안의 시림 왕제…… 문제는 그들이 두 명 세 명씩만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대공 부부만 해도 부부 두 명에 그들을 호위하는 기사, 수행원, 가신들을 합하면 그 숫자가 몇 배로 불어버린다. 편지 상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나이가 적은지 많은지 또래인지, 어떤 신분의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퀸의 주인이 이 사람이라고 콕 집기 힘들었다. -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생각해보다가 뒤에 덧붙여 썼다. -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아나요? 물론 모르리라 생각하고서 쓴 것이다. 상대가 보기에도 나는 황궁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테니까. 편지를 다 쓰자마자 퀸은 얼른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이 애, 정말로 머리가 좋아요 황후 폐하.”

“털을 고르면서도 계속해서 황후 폐하의 눈치를 살피던걸요?”

시녀들은 퀸이 내게로 다가와 머리를 들이밀자 까르르 웃으면서 알려주었다.

“정말이야?”

물어보며 새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새는 커다란 눈을 반쯤 감고서 구구구구 하는 소리를 냈다. 쪽지를 꼬아 새의 다리에 묶어 주자, 새는 날개를 푸덕거리면서 춤을 추듯 침대 위를 뛰어다니다가 창밖으로 날아갔다.

“정말 영리한 새구나…….”

저런 새를 기른다면 주인도 아주 영리하겠지. 새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로라 같은 내 또래의 여자친구? 우아한 노부인이나 노신사? 방탕한 귀족? 검밖에 모르는 기사라거나…….

“황후 폐하. 새가 마음에 드시나요?”

가만히 창밖을 쳐다보고 있자, 엘리자 백작 부인이 다가오며 물었다.

“네. 귀엽네요.”

새도 귀엽고. 새 너머에 있는 사람도 귀엽고. 반 정도는 솔직하게 대답하자, 엘리자 백작 부인이 웃으면서 권유했다.

“그러면 황후 폐하께서도 비슷한 종의 새나, 아니면 다른 종이라도 새를 한 마리나 두 마리쯤 키워 보시면 어떨까요?”

“맞아요. 새끼 때부터 기르면 아주 좋을 거예요.”

“함께 길러요!”

솔깃하긴 했으나 나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잠시 보는 것과 기르는 건 다르니까요.”

퀸이 유달리 똑똑한 건 주인이 잘 훈련시켰기 때문이겠지. 내가 퀸을 좋아하는 건지 새를 좋아하는 건지 아직 애매했다. 동물을 기르게 된다면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한 후에 길러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베르디 자작부인이 어제부터 보이지 않는데…….”

“급하게 영지에서 사람이 와서 내려갔답니다.”

“……혹시 또 ‘그런’ 일인가요?”

내가 묻자 시녀들이 난처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쁜 일이구나. 다른 시녀들과 달리 베르디 자작부인은 수도 안에 저택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가문 일로 급하게 영지로 내려가는 게 한두 번 있던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가문 일’이 대부분이 좋지 못한 일이란 거지.

“아들이 외국에서도 카지노를 들락날락한다더군요.”

“베르디 자작은 결혼한 평민 여자를 건드려서, 그쪽 남편이 소송을 신청했다 하고요.”

대부분 패턴도 이랬다. 아들은 도박 문제, 베르디 자작은 여자 문제.

“그래요……”

베르디 자작부인도 속앓이를 꽤나 하겠구나. 걱정이 되지만 이런 문제는 그녀가 부탁하지 않는데 내가 나설 수는 없었다. 내 배려가 오히려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으니. 사실, 그녀가 도와 달라 요청한다 한들 그녀의 가족 일이라 내가 나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만…….

‘누구나 다 고민이 있구나.’

한숨을 내쉬고서 손을 뻗어 열려 있는 창문을 닫았다. * * * 다음날, 남왕국의 공주가 아침 일찍 찾아온 걸 시작으로 더 많은 손님이 황궁에 도착했다. 남왕국의 공주와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 보안을 점검하다 보니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비가 와서인가. 유달리 정신없는 느낌이었다. 방으로 돌아와서야 나는 퀸을 발견했다. 날 찾아 왔는데 사람이 없자 계속 기다렸는지, 창틀 위에 앉아 불쌍하게 꾸벅거리고 있었다. 문을 열어주자 퀸은 비에 쫄딱 젖은 채 엉금엉금 방 안으로 들어와 푸르르 떨었다.

“세상에. 네 주인은 비가 오는데도 널 날려 보냈어?”

- !

“뭘 도리도리 저어. 쪽지까지 달고 온 걸 보니 확실한데.”

- ……

혀를 차고서 보송한 수건을 가져다가 퀸의 몸을 감싼 후 살살 털을 말려 주었다. 퀸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얌전히 내 손에 몸을 맡긴 채 꾸벅꾸벅 졸았다. 털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수건으로 문지른 후에 조심스럽게 퀸의 다리에서 쪽지를 빼냈다. 비에 맞아 글씨가 조금 뭉그러졌지만 이렇게 쓰여 있었다. - 그러면 우리 내기를 할까요? 상대를 찾아내는 사람이 이기는 거로. 내가 뭐라고 써서 보냈더라? ……아. 나는 당신을 모르는데,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알겠냐고 물었지. 내기하자는 걸 보니 퀸의 주인도 내가 누구인지 영 감이 안 잡히는 모양이다. 나는 책상으로 가 쪽지를 썼다. - 내기라면 뭘 걸 건가요? 쪽지를 다 쓴 후. 나는 퀸을 쳐다보고 다시 창밖을 쳐다보았다. 창밖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창틀에서 몇 시간을 꼬박 비 맞은 새인데. 지금 내보냈다가는 감기에 걸리겠지? 퀸이 수건을 가지고 장난치다 말고 힐긋 나를 보았다. 내가 펜을 내려놓고 있자, 퀸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얼른 가까이로 다가왔다. 퀸은 쪽지 내용을 확인하고는 능숙하게 자신의 다리를 내밀었다. 얼른 쪽지를 묶어 달라는 듯이.

“……안 돼.”

- ?!

“지금은 비가 내리잖아. 지금 편지를 보내면 네가 감기에 걸릴 거야.”

새는 정말로 내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주저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새를 품에 안아 들고서 머리를 도닥거렸다.

“오늘은 나랑 같이 자자. 비가 멈추면 그때 보내줄게.”

- !

그런데…… 수컷이라더니. 새도 사람 성별을 따지나? 갑자기 왜 이렇게 굳었지? * * * 목욕을 마친 후 가운을 걸치고 방으로 돌아오자, 퀸이 내 침대에 누운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내 옆에서 자면 불편할까 봐 따로 쿠션으로 자리를 만들어주려 했는데. 퀸은 아예 궁둥이까지 붙인 채 누워 있었다.

“……”

그런데 새가 저렇게 드러누워서 잘 수 있나? 귀여워라. 가까이 다가가서 보자 입을 조금 벌린 채 숨을 쌕쌕 내쉬기까지 해서 더욱 신기했다. 살짝 건드려도 깨지 않기에, 나는 머뭇거리며 평소대로 침대에 누워 베개를 베었다. 가만히 누워 있자니 어깨 옆이 괜히 뜨끈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떨어져 있는데도 퀸의 체온이 높아서 그런가 보다. 신기해서 뚫어져라 보고 있자니, 퀸이 꼭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보라색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째서인지 하인리 왕자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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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하인리 왕자 역시도 독수리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지. 손을 뻗어 눈가를 쓸자 날카롭게 번뜩이던 눈은 곧 힘이 풀려서 흐느적해졌다.

“넌 진짜 예쁘구나, 퀸.”

작게 속삭이자 새는 쭈우욱 발끝까지 힘을 줘 기지개를 켜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날개로 내 팔을 슬쩍 덮었다.

“……잘 자, 퀸.”

  * * * 다음날 일어나보니 퀸은 이미 없었다. 창문이 1/3 정도 열려 있는 걸 보니, 혼자 문을 열고 나간 듯했다.

‘정말 똑똑한 새구나.’

더욱 대단한 건, 책상 위에 놓아둔 내 쪽지까지도 알아서 챙겨 갔다는 것.

“엘리자 백작 부인. 책상 위의 쪽지는 부인이 치운 게 아니지요?”

혹시나 싶어 엘리자 백작 부인에게 물어보았지만, 퀸이 가져간 게 맞았다.

“물론입니다, 황후 폐하. 없어졌나요?”

“네. 퀸이 물고 갔나 봅니다.”

내 이야기에 엘리자 백작 부인 역시도 감탄했다. 나는 본궁에 가서도 내내 퀸과 퀸의 주인, 그리고 퀸의 주인이 제시한 내기에 대해 생각했다. 퀸이 그렇게 똑똑한 걸 보면 주인도 분명 똑똑하겠지. 혹시 블루 보헤안에서 온 시림 왕제가 아닐까? 그 사람은 무척 똑똑하다고 들었다. 게다가 블루 보헤안은 해상 국가라 전서조를 가장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간만에 표정이 밝으십니다, 황후 폐하.”

“그런가요?”

“예. 그간 안색이 어두우셔서 걱정이었는데, 신년제가 폐하께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듯해 다행입니다.”

“그렇군요…… 그러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내게 좋은 기운을 주는 건 퀸이지만. 그렇더라도 신년제가 아니었다면 퀸이 내게 올 일도 없었을 테니까.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서류 작업을 하다가,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서궁으로 돌아왔다. 평소에는 본궁에서 식사하지만, 혹시 어제처럼 퀸이 창문 밖에 있을까 걱정되었다.

“역시.”

퀸은 이번에도 창틀 밖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 오늘은 햇살이 화창해서, 비를 맞으며 덜덜 떠는 모습이 아니라 나른하게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문을 열어주자 퀸은 얼른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다리를 척 내밀었다. 쪽지를 빼내어 얼른 확인하자 섬세한 필체로 장난스럽게 쓰여 있었다. - 퀸을 겁시다. 나는 퀸을 쳐다보았다. 퀸은 이 안의 내용이 무언지도 모른 채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

- 구?

“네 주인이 널 걸자고 하는데, 퀸?”

말하자마자 퀸은 날갯짓하더니 폴짝 뛰어서 날개로 나를 툭 두드렸다. 나는 퀸을 들어 무릎 위에 앉힌 채, 녀석의 금빛 털을 잠깐 내려다보았다. 퀸을 가지고 싶긴 했다. 이렇게 귀엽고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새는 처음 봤는걸. 하지만…… 퀸에겐 누가 뭐라 해도 자기 주인이 최고겠지. 내가 멋대로 내기에서 이겨서 퀸을 넘겨 버린다면, 그건 퀸에게 너무 가엾은 일이었다. 말이 좋아 ‘넘기는’ 거지, 퀸에게는 주인에게 버림받는 것일 테니까. 게다가 막상 상대를 찾는다고 생각하자 그리 달갑지만도 않았다. 호기심이야 당연히 들었지만, 그만큼 염려되기도 했다. 지금 퀸의 주인과 내가 격의 없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건 서로에 대해 모르기 때문인데. 우리가 서로의 신분을 알게 된 후에도 이렇게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을까? 나는 황후로서의 체면을 생각하느라 말을 조심하게 될 테고, 상대는 황후에게 말을 하는 거니까 조심하게 될 테고. 결국, 지금처럼 가벼운 분위기는 사라져 버리겠지.

- 구?

내가 가만히 있기만 하자 새가 툭툭 내 손등을 두드렸다. 얼른 편지를 써서 매달아 달라는 것처럼. 나는 망설이다가 퀸을 데리고 책상으로 갔다. 책상 빈 곳에 퀸을 내려놓고, 쪽지를 꺼내서 거짓말을 썼다. - 힌트. 나는 남자. 뒤뚱뒤뚱 걸어와 슬쩍 쪽지 내용을 확인한 퀸이 돌연 희한한 소리를 내며 날개를 털어댔다. 마치 쪽지 내용을 확인하고 웃어대는 것 같아서, 새인데도 괜히 민망해졌다. 쑥스러워서 뺨을 긁적이자, 퀸은 동그란 몸뚱이로 빙글빙글 춤을 추듯 돌더니 내 팔목에 대고 제 뺨을 문질렀다.

“네 주인에게 거짓말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

- 구!

재밌다니 다행이다. 퀸의 주인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이렇게 써 두면 날 찾진 못하겠지. 나는 퀸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말자. 그러면 서로가 서로를 못 찾을 테고, 지금처럼 얼굴 모르는 친구로 계속 남을 수 있을 테니.

“너도 이게 좋을 거야. 그렇지, 퀸?”

- ?

  * * * 신년제가 정식으로 시작되기 전 날이었다. 급하게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신년제 절차와 마지막 날의 특별 연회에 대해 점검했다. 오늘도 퀸이 왔으려나 싶어 점심시간에 서궁으로 가 보았지만, 이번에는 퀸이 없었다. 대신 며칠간 자리를 비웠던 베르디 자작 부인이 돌아와 있었다. 안 그래도 하얗던 낯빛이 더욱 창백해진 베르디 자작 부인은, 내게 인사를 올리자마자 몹시 난처해하며 부탁했다.

“저…… 괜찮으시다면 황후 폐하. 저……”

“괜찮아요. 말해 보세요.”

“돈을 조금 빌릴 수 있을까요?”

얼굴이 잔뜩 붉어진 베르디 자작 부인은 어디에 돈이 필요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5천 크랑 정도만……”

하지만 나도 다른 시녀들도 그녀가 어디에 돈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자작이나 아들이 사고를 쳤겠지. 급하게 영지로 갔다더니, 결국 해결을 못 본 모양이다. 굳이 캐묻는 대신 돈을 빌려주자, 그녀는 꼭 갚겠다고 연신 인사하고서 얼굴이 빨개진 채 자리를 비웠다.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을 텐데.”

미혼인 로라는 안타까워하면서도 베르디 자작 부인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러면 룩스 군이 붕 떠 버리게 되니까요.”

엘리자 백작 부인이 설명해 주었지만, 여전히 로라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혼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서출이 되진 않잖아요?”

“당장 서출이 되는 건 아니지만, 때에 따라서 후계자가 못 될 수도 있으니 참는 거예요, 로라.”

“뭐 어때요. 그런 사고뭉치, 후계자가 되어 봤자 가문만 말아 먹을 텐데.”

“쉿. 로라.”

엘리자 백작 부인이 눈을 부라리자, 로라는 입술을 삐쭉거렸다.

“걱정되니까 하는 말이지요.”

  * * * 베르디 자작 부인은 바로 영지로 돌아갔지만, 남은 사람들 모두 편하게 식사를 할 수는 없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나는 얼른 본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본궁에서의 일을 거의 다 마친 후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황후 폐하.”

집무실 앞에 서 있던 기사 한 명이 들어와 뜻밖의 보고를 올렸다.

“하인리 왕자님이 황후 폐하를 뵙고 싶어 하십니다.”

“하인리 왕자가?”

그 사람이 왜? 의아했지만 일단 밖으로 나가 보자, 뒷짐을 진 채 벽화를 구경 중인 그의 모습이 보였다.

“아. 황후 폐하.”

하인리 왕자는 내가 다가가자 힐긋 고개를 돌리고는, 가볍게 웃으면서 또다시 기사처럼 인사했다.

“제가 실례되지는 않았는지?”

“괜찮습니다. 그보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이 시간 즈음이면 업무가 끝나신단 말을 듣고 왔는데…… 바쁘십니까?”

내 업무가 끝나는 것까지 확인하고 왔어? 의아했지만 맞는 말이긴 해서 “거의 다 끝났어요.” 하고 대답하자 그가 활짝 웃었다.

“잘 되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황궁을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구경하고 싶은데, 워낙 넓다 보니 길을 잃어버릴 것 같군요.”

“아. 그러면 제 시녀를-”

“저는.”

시녀를 붙여 주겠다고 말을 하려는데, 하인리 왕자가 말을 끊더니 가까이로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퀸께서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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