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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쉿 (4/118)

4. 쉿2021.04.12.

마차의 창으로 흘러들어 오는 공기는 싸늘했고, 저 앞에 거대한 성벽이 보였다. 일행의 등 뒤에서 마법진이 사르르 흩어졌다. 오스턴은 몸을 부르르 떨고는 투덜댔다.

16558804665293.jpg“어휴, 하여튼 그 겉만 번지르르한 놈들. 언제까지 이런 구식 공식이나 쓰고 있을 건지. 효율 떨어지게.”

16558804665297.jpg“그리 마음에 안 들면 직접 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바로 성까지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16558804665293.jpg“아침에 이미 마력이란 마력은 죄다 빨렸는데 어떻게 그런 섬뜩한 말을 하십니까? 추가 수당을 받으면 또 모르겠지만.”

란델의 말에 오스턴이 정색했다. 란델은 하여튼 저 돈에 진심인 놈, 하고 혀를 끌끌 찬 후 성문을 넘었다. 성벽에서부터 언덕 위에 자리한 벨포르 공작성까지는 느긋하게 달리면 1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성문을 넘자 울창한 숲이 일행을 반겼다. 이 숲을 30분 정도 가로지르면 마을이 나온다고 설명하며 란델은 틈틈이 실비아를 살폈다.

16558804665297.jpg“실비아, 안색이 너무 좋지 않은데. 괜찮은 겁니까?”

1655880466531.jpg“괜찮아요.”

실비아는 빙긋 웃으며 답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1655880466531.jpg‘이렇게 움직인 게 대체 얼마 만이지.’

그녀는 오늘 하루의 움직임이 지난 22년간의 움직임을 합친 것의 세 배는 되리라 장담할 수 있었다. 그간 숨쉬기 운동에만 익숙해져 있던 허약한 몸뚱이는 파업을 선언하며, 당장에라도 침대에 쓰러져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비아는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쌓인 인내심과 정신력으로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1655880466531.jpg‘초야까지만…… 초야까지만 어떻게 참자. 그러고 나서 한 3일은 잠만 자야지.’

애석하게도 오늘의 일정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초야라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결혼식의 절차가 남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초야고 나발이고 당장 쓰러져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최대한 ‘정상적인 부부’의 생활을 흉내 내어 신의 눈을 속이기로 했으니, 초야는 꼭 치러야 할 절차였다. 그렇게 실비아가 극렬한 피로와 책임감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였다.

16558804665323.jpg“……!”

란델과 실비아의 고개가 동시에 휙 돌아갔다. 숲 저편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서늘히 가라앉았다.

16558804665297.jpg“전원 발검. 오스턴은 숲 주위로 결계를 쳐. 기사들은 마차를 최우선으로 지켜라.”

그제야 숲 저편에서 전해오는 심상찮은 마력을 감지한 기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스턴은 재빨리 손을 앞으로 내밀고 진언을 읊조렸다. 그러자 반투명한 결계가 숲을 마을로부터 분리했다. 란델을 비롯한 기사들이 마차를 지키듯 둘러싸며 검을 잡았다.

16558804665297.jpg“오스턴. 숲에 다른 사람은 없는지도 확인해.”

16558804665293.jpg“존명.”

그리 명령한 란델은 이어 굳은 얼굴로 마차의 창문을 돌아보았다.

16558804665297.jpg“창문을 열지 말고, 최대한 기척을 죽이십시오.”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마차의 창문이 틈 없이 닫혔다. 키에에에엑! 직후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섬뜩한 생김새의 마물들이 숲에서 튀어나와 일행을 덮쳤다.

16558804682086.jpg“‘피라바트’입니다! 수는 약 스물 정도로 보입니다!”

16558804682086.jpg“큭, 이런 날에는 좀 눈치껏 빠져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놈들은 어째 하루도 얼굴을 안 비치는 날이 없냐!”

16558804682086.jpg“시끄러워! 거기 한 놈 더 간다!”

기사들은 저마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다. 입은 소란스러웠으나 마물의 목과 힘줄을 베어내는 손길은 정확했다. 일행을 습격한 것은 ‘피라바트’라는 하급 마물로, 벨포르 공작령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살상력이나 위험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인간의 두 배 정도 되는 몸집에 빠른 몸놀림,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는 턱은 가히 인간의 천적이라고 보아도 부족함이 없었다.

16558804665323.jpg‘하지만 주군에 비할 바는 아니지.’

기사들은 제각기 마물을 처리해 나가며 란델을 흘긋거렸다. 키이이익! 케에엑! 란델은 형형한 눈을 한 채 마물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그의 주위로 마물들의 찢어지는 비명이 메아리쳤다. 검의 움직임에 군더더기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검날 주위로 맺힌 검기엔 일말의 흔들림조차 없다. 깔끔하고 정확하게 날아드는 검. 더불어 하늘마저 베어낼 수 있을 듯이 예리한 검기. 그러한 특성 탓에 검이 움직이는 방향을 파악했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그야말로 모든 기사가 추구하는 ‘정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검술. 란델의 검술은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기에 기사들은 차근히 마물을 해치워 가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그를 힐끔거렸다. 그러던 중, 눈을 감고 결계 안을 탐색하던 오스턴의 다급한 목소리가 허공을 뒤흔들었다.

16558804665293.jpg“주군!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16558804665297.jpg“……뭐?”

소란한 가운데 일순 소름 끼치는 침묵이 찾아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무언가 반응을 내보이기도 전, 마차 부근의 수풀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작은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6558804682086.jpg“봐봐, 이쪽에서 소리가 들렸으니까 마을도 이쪽…… 어?”

가장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수풀을 헤치던 아이가 눈앞의 광경에 멍한 얼굴을 했다. 숲에서 놀다가 길을 잃은 듯한 아이들은 대략 일고여덟 살로 보일 정도로 작았다. 그 기척을 느낀 마물 한 마리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곧장 아이들에게로 달려들었다.

1655880468212.jpg“피해라!”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던 기사, 제프리가 다급히 외치며 마물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챙! 마물의 발톱이 검날을 부술 듯 내리쳤다.

16558804682086.jpg“꺄아악!”

16558804682086.jpg“어, 엄마!”

아이들이 한발 늦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낯선 비명에 실비아가 창문을 살짝 열어 그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겁에 질려 웅크린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한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1655880468212.jpg“뭐 하고 있어! 도망가라니까!”

란델과 다른 기사들 또한 제각기 흥분한 마물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프리는 필사적으로 마물을 막아내며 재차 윽박질렀으나 이미 공포에 질린 아이들은 덜덜 떨기만 했다. 제프리가 아이들에게 잠시 시선이 팔린 틈이었다. 매서운 소리를 내며 날아든 마물의 발이 그의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1655880468212.jpg“커헉!”

콰앙-! 거대한 소리와 함께 제프리의 몸이 마차의 문에 부딪혔다. 운 좋게 발톱에 꿰뚫리는 것은 피했지만 옆구리를 깊게 베였다. 거기에 더해 마차의 문은 엉망으로 조각났다. 란델은 소란을 감지하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 행동으로 가까운 마차 안에 또 다른 인간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마물이 제프리를 제치고 마차로 달려들었다.

16558804665297.jpg“젠장, 실비아!”

마차의 문은 일행이 교전하던 곳의 반대쪽으로 나 있었다. 란델과 기사들이 대경하며 마차를 향해 내달리려는 순간이었다. 크에에엑! 한쪽에 엉망으로 널브러져 있던 마물의 시체가 돌연 몸을 일으켜 제 동족에게 달려들었다. 키익! 키이익! 마차를 향해 달려들던 마물이 당황한 듯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새빨간 눈을 번뜩이는 마물의 시체는 울음조차 내지 않고 온몸으로 제 동족을 물어뜯고 막아섰다. 결국 실비아를 노리던 마물은 제 동족의 시체에 목을 뜯겨 죽었다. 그러자 너덜너덜해진 마물의 시체 또한 이내 실 끊어진 인형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쓰러졌다. 움직임을 멈춘 시체의 눈에서는 어느새 붉은 안광이 사라진 채였다.

1655880468212.jpg“……방금 무슨…….”

한편, 엉망으로 부서진 문 옆에서 그 모든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본 제프리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혼란과 통증 속에서 점차 가물가물해지는 눈을 애써 치켜뜨던 그는 뒤늦게 실비아의 존재를 떠올렸다.

1655880468212.jpg‘마님!’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확 돌아왔다. 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움직여 마차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1655880468212.jpg“어……?”

어둑한 마차 안. 실비아는 기이하리만치 초연한 표정으로 쓰러진 마물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프리가 그녀의 황금색 눈 가운데 일렁이는 붉은 기를 감지하기 직전.

1655880466531.jpg“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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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가 오른손 검지를 입술 앞에 가져다 대며 눈을 곱게 접었다. 그녀의 주위로 한차례 마력이 일렁인 후, 그는 정신을 잃고 바닥에 픽 엎어졌다.

16558804665297.jpg“실비아!”

16558804665323.jpg“마님!”

그때, 남은 마물들을 처리한 란델과 기사들이 급하게 마차로 달려왔다.

16558804665323.jpg“흐아아앙!”

16558804682086.jpg“괜찮아, 얘들아. 이제 괜찮아.”

기사단 일부는 한쪽에서 몸을 웅크린 채 엉엉 우는 아이들에게로 달려갔다. 날듯이 마차로 뛰어든 란델은 속으로 여러 욕설을 짓씹어 삼키며 다급하게 실비아를 살폈다.

16558804665297.jpg“괜찮습니까? 다친 곳은?”

1655880466531.jpg“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저분이…….”

실비아는 어느새 붉은 기가 모두 가신 눈으로 마차의 문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정신을 잃은 제프리와, 그를 둘러싸고 고함을 치는 기사들이 있었다.

16558804682086.jpg“제프리, 제프리! 정신 좀 차려봐!”

16558804682086.jpg“상처가 심합니다! 오스턴 님, 지혈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16558804665293.jpg“알았다!”

그들의 모습을 본 란델의 표정이 굳어졌다. 익숙한 공포가 그의 몸을 굳게 했다. 또다시 동료를, 부하를. 제 손으로 거둔 이들을 잃어야 한다는 공포. 그때 실비아가 굳어 있는 그의 손을 잡았다.

1655880466531.jpg“란델.”

16558804665297.jpg“……아.”

1655880466531.jpg“괜찮아요.”

란델은 어둑한 마차 안에서 담담한 얼굴로 저를 응시하는 실비아를 홀린 듯 돌아보았다. 실비아는 그를 달래듯 설핏 웃으며 힘주어 말했다.

1655880466531.jpg“저분은 살 거예요. 그러니까.”

16558804665297.jpg“…….”

1655880466531.jpg“어서 성으로 돌아가요.”

저조차도 들여다볼 수 없는 마음 깊은 곳을 다독여주는 것 같은 음성이 차츰 그의 공포를 가라앉혔다. 란델은 제 손안에 들어온 온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잠시 손에 힘을 주었다가, 이내 앓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16558804665297.jpg“오스턴! 제프리를 맡아라! 빠르게 성으로 돌아간다!”

16558804665293.jpg“알겠습니다!”

실비아를 등지고 마차 밖으로 나서는 그의 뒷덜미는 미미하게 붉어져 있었다. * * *

1655880468212.jpg“잘못했습니다, 주군!”

오스턴의 눈물과 한탄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으로 돌아온 덕에, 기사 제프리는 무사했다. 물론 깨어난 후 기사단 전원에게 돌아가며 꿀밤을 맞느라 다시 환자 신세가 되긴 했지만.

1655880468212.jpg“하핫!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꿀밤도 맞을 수 있고 그런 거죠!”

16558804665297.jpg“어휴…….”

1655880468212.jpg“그나저나 주군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검 손잡이로 마물의 머리뼈를 함몰시키실 수가 있죠? 그 악력은 타고나신 겁니까?”

16558804665297.jpg“어휴…….”

란델은 죽다 살아나서도 조잘조잘 저를 찬양하기 바쁜 제프리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는 그에게 1달 감봉과 자숙 명령을 내렸다. 제프리는 겸허히 그것을 받아들이고는 실비아에게도 사과했다.

1655880468212.jpg“죄송합니다, 마님. 첫날부터 이런 못난 꼴을 보여드렸네요.”

1655880466531.jpg“아니에요. 무사하시다니 되었죠.”

실비아는 방긋 웃으며 티 나지 않게 제프리를 살폈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약간의 죄책감, 또 민망함을 제외하고 다른 감정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1655880466531.jpg‘다행이네.’

실비아는 제프리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마지막으로 마법과 어둠을 다뤄본 것이 장장 20년이 넘었던 지라 제대로 먹힐까 했는데, 다행히 실력이 녹슬지는 않은 모양이다.

1655880466531.jpg‘……그냥 거기서 죽을 걸 그랬나.’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때늦은 아쉬움이 몰려왔다. 마물 피라바트가 입을 벌리고 마차로 달려들었을 때. 실비아는 순간 ‘이대로 죽으면 사고사가 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던 습격이었으니 기실 당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1655880466531.jpg‘……아무리 그래도 그런 애들 앞에서 마물에 찢겨 죽을 수는 없잖아.’

그녀는 안타까움에 나지막이 한숨을 삼켰다. 아무리 자신이 인간성을 대부분 상실했다고 한들, 어린아이들에게 잔인하게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16558804665297.jpg-실비아!

  더불어 자신을 부르던 란델의 목소리가 신경 쓰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토록 바르고 건실한 청년에게, 마물의 발톱에 난도질당해 죽은 부인의 시체는 충격적이지 않을까. 하여 실비아는 아이들, 그리고 곧 사별남이 될 란델에 대한 배려심으로 능력을 사용했다.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간의 마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죽음을 비롯해 온갖 사특한 것을 다룰 수 있는, 마족의 ‘어둠’. 실비아는 지금껏 개인적으로 능력을 사용해야 할 때면 마법을 애용했다. 어둠을 사용하면 첫 번째 삶에서 켈베티아를 헤매던 때가 생각나 마음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습격 당시, 그 자리에는 오스턴이 있었고 그는 ‘알리사’가 죽은 이후로 본 마법사 중 가장 뛰어난 자질을 지녔었다. 만약 실비아가 마법진을 이용해 마물을 공격했다면 곧장 들켰으리라.

1655880466531.jpg‘그리고 태어나서 마법이라곤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마법을 쓰는 건 말도 안 되지.’

실비아는 ‘실비아’로 태어난 후 작정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물론 기본적인 지식이나 교양에 대한 수업은 들었지만, 그조차도 얼마 가지 못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또 배우자니 그 시간에 잠이나 더 자는 것이 나았다. 그렇게 집 한구석에 플로레트 백작이 딸을 위해 쌓아둔 온갖 서적은 손 한번 대지 않아 먼지만 그득히 쌓여 있었다. 더불어, 실비아는 사람들이 마법사라는 존재를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괜히 마법사라는 것을 들켰다가는 죽음이 더욱 쉽지 않아질 것이 뻔했다. 하여 실비아는 부득이하게 어둠을 사용해 마물을 처리했다. 그 이후에는, 들키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마법을 사용해서 제프리가 제 눈에 감도는 어둠의 기운을 보기 전에 그를 기절시켰고.

1655880466531.jpg‘뭐…… 기회는 앞으로도 많을 테니까.’

실비아가 아쉬움, 혹은 다른 무언가의 감정으로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제프리의 침상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기사들이 뭔가를 숙덕거리더니 돌연 진지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16558804682086.jpg“주군, 마님.”

16558804665323.jpg“음?”

16558804682086.jpg“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안 됩니다. 이제 가셔야죠!”

……어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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