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 그는 (12/118)

12. 그는2021.05.10.

1655880659517.jpg“그 무지막지한 힘은 여전하시군요.”

어딘지 손자를 대하는 듯한 말투였다. 란델은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손에 힘을 풀었다. 고개를 들어 제 앞에 와 있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그가 허허로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16558806595202.jpg“세이크린 후작. 오랜만입니다.”

1655880659517.jpg“말타 세이크린이 벨포르의 주인을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공작님.”

적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지닌 중년의 남성이 인자한 웃음을 띠었다. 그는 벨포르 공작가의 유력 가신 중 하나인 말타 세이크린 후작이었다. 란델은 자리에서 직접 일어나 그를 가볍게 포옹하며 환대했다.

16558806595202.jpg“후작이야말로 그간 잘 지냈습니까? 필리아는?”

1655880659517.jpg“말도 마십시오. 애초에 전쟁을 구경하겠다며 남부로 내려간 것부터가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 망아지 같은 것이, 내 돌아오면 다리를 분질러버리든가 해야지.”

후작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과격하게 중얼거렸다. 란델은 차마 그를 말릴 수 없어 침묵했다. 그의 딸이자 란델의 소꿉친구인 필리아 세이크린은 현재 남부에서 벌어지는 정벌 전쟁을 구경하겠다며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무려 후작가의 영애씩이나 되는 아가씨가 전쟁 구경이라니. 후작은 펄쩍 뛰며 필리아를 방에 반쯤 감금하다시피 하여 딸을 말렸지만, 그녀는 결국 자력으로 저택을 탈출해 훌쩍 떠나버렸다. 그래놓고 안부 편지는 꼬박꼬박 보내는 것이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1655880659517.jpg“그래도 공작님의 결혼 소식을 듣고는 돌아오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지원해준 것이 없으니 북부까지 돌아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세이크린 후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란델은 나이 많은 후작의 분노를 덜어주기 위해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다.

16558806595202.jpg“남부의 전황은?”

1655880659517.jpg“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왕세자가 워낙에 미친놈처럼 날뛰고 있다더군요.”

16558806595202.jpg“크흡.”

란델은 적나라한 표현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가 황급히 표정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입꼬리가 비죽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본래라면 왕족 모독죄로 잡혀가야 할 법한 표현이나, 이곳은 북부. 왕가에 반감을 좀 가진다고 해서 나무랄 사람 없는 곳이었다. 세이크린 후작과 란델은 마주 본 채로 천연덕스럽게 왕세자를 비웃었다. 한쪽에서 가신들을 상대하던 실비아는 그 웃음에 란델을 힐긋 돌아보았다.

16558806595235.jpg‘……좋아 보이네.’

란델은 경박하지는 않게, 하지만 더없이 온화한 웃음을 띤 채 중년의 가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실비아는 가끔, 아니, 사실 꽤 자주 그런 란델의 모습이 신기했다. 인간은 보통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본인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안달한다. 하지만 란델은 귀족의 정점, 사실상 왕족이나 다름없는 지위임에도 늘 소탈함을 잃지 않았다. 영주로서의 위엄이나 품위가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저…… 마주한 상대를 오롯이 사람으로 봐준다고나 할까. 평민이건 귀족이건,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을 그저 그 자체로 봐주는 느낌. 때문에 실비아는 솔직히 말하자면 란델의 그 시선 앞에서 자주 부끄러워졌다. 분명 저 사람은 나에 대해 모르는데. 저 앞에만 서면 제 가장 깊은 곳까지 속속들이 읽히게 될 것만 같아서. 그래서 더 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잔뜩 뒤틀려 있는 저와는 다르게 올곧고 바른 사람이니까.

16558806595235.jpg‘빨리 의무만 다하고 보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실비아는 난처한 한숨을 삼켰다. 그와 함께 있을수록 자꾸만 본 목적을 망각하게 되는 탓에 여러모로 난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신들의 앞이었다.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면 되도록 란델과 사이좋은 모습만 보여도 부족했다. 실비아는 상념을 갈무리하고 또다시 그림 같은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차례를 기다리던 귀족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

1655880659517.jpg“혼인을 축하드립니다, 공작 부인. 가르넷 글레버입니다.”

실비아의 앞에 선 것은 꼭 닮은 금발과 자안을 지닌 중년의 남성과 젊은 여자였다. 실비아는 그들이 연회 전 델마가 알려주었던, 벨포르의 유력 가신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는 빙그레 웃었다.

16558806595235.jpg“고맙네, 글레버 후작. 옆은 글레버 후작 영애인가?”

1655880659517.jpg“그렇습니다.”

실비아가 남자의 곁에 서 있는, 제 또래의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허리까지 굽이치는 긴 금발, 선명한 보랏빛 눈. 꼿꼿이 편 허리 등. 그녀는 전체적으로 ‘귀족’이라는 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은 여자였다.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로 우아하게 예를 갖췄다.

1655880661701.jpg“루베아 글레버가 인사 올립니다, 공작 부인.”

그것이 끝이었다. 여인은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완벽한 자세로 서 있을 뿐이었다.

16558806595235.jpg“…….”

그 태도에서 미묘한 기색을 느낀 실비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1655880659517.jpg“저는 잠시 영주님께 인사를 드리고 오겠습니다. 인사 나누고 계시지요.”

그사이 글레버 후작은 란델에게 인사를 하고 오겠다며 두 사람을 남겨두고 자리를 옮겼다. 란델이 그를 스스럼없이 맞이하는 모습을 보니 그가 유력 가신이라는 것이 새삼 실감 났다. 란델 쪽을 곁눈질하던 시선을 거두어들인 실비아는 말없이 루베아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상대 또한 그녀를 탐색하려는 듯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쳐 왔다. 실비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눈에서 익숙한 기색을 발견하고는 속으로 웃었다.

16558806595235.jpg‘아집이구나.’

여러 번의 환생을 통해 많은 사람을 겪었다. 그중에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과하여 정작 그 주인의 뜻을 거스르는 이들도 있었다. 루베아는 딱 그런 자들의 눈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충성심에 눈이 멀어 주인의 뜻까지 망각하고 달려드는 족속. 그렇기에 그 입에서 나올 말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16558806595235.jpg‘내가 마음에 차지 않는 거겠지.’

그때 루베아가 매끄럽게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었다. 좋은 느낌의 웃음은 아니었다.

1655880661701.jpg“공작 부인. 제가 감히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16558806595235.jpg“해보게.”

1655880661701.jpg“부인께서는 한 해에 북부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의 수가 몇인지 아십니까?”

실비아는 속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루베아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는 달리 답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상냥히 말을 이었다.

1655880661701.jpg“모르시겠지요. 부인께서는 지금껏 북부와 관련이라고는 없는 삶을 살아오셨을 테니까요.”

16558806595235.jpg“…….”

1655880661701.jpg“지금의 공작님께는 도움을 줄 세력이 절실합니다. 결혼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죠. 하지만 부인의 친정은 국왕 폐하의 가장 충실한 신하입니다. 이 결혼으로 인해 북부가 얼마나 큰 기회를 놓친 것인지, 감히 헤아리실 수 있으십니까?”

루베아의 눈은 한 점 흔들림 없이 고요했다. 보랏빛 눈은 약간의 경멸과 분노로 잔잔히 타오르고 있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다. 북부의 위치는 견고하지 않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 왕이 사사건건 북부를 견제하는 가운데, 그들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혼인 등을 통해 세력을 굳건히 하는 것밖에 없었다. 개중에서도 벨포르 공작 부인의 자리는 특히나 중요했다. 마물과 마족이 득시글한 북부의 현실을 직접 겪고 자라나, 이 척박한 북부를 이끌고 통솔할 수 있는 사람. 북부의 주인인 벨포르 가문의 안주인인 만큼, 북부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문의 영애가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 맞았다. 자신이라든가, 하다못해 말괄량이로 소문난 필리아 세이크린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정작 벨포르 공작 부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바람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여자였다. 심지어 그 여자는 벨포르의 적, 국왕에게 가장 신임받는 가문의 사람이었다. 벨포르의 신하 된 입장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절대 안 될 말이었다.

1655880661701.jpg‘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알아듣겠지. 정말로 영주님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물러나야 한다는 걸.’

루베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실비아를 주시했다. 어차피 민들레 홀씨처럼 입바람에도 날아갈 것 같은 인상의 여자였다. 고작 이 정도의 비난만으로도 쉽사리 당황할 것이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끼겠지. 혹시 제 말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그녀의 심약함을 보여줄 계기가 될 것이다. 루베아는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그 확신은 곧 뒤집혔다.

16558806595235.jpg“그래서?”

1655880661701.jpg“……예?”

16558806595235.jpg“그것을 나에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이 결혼이 없던 일이 되는가?”

루베아는 순간 본인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실비아는 웃고 있었다. 기이하게 사람의 숨통을 틀어막는 듯한 그 웃음에 루베아는 무의식중에 흠칫 어깨를 떨었다.

1655880661701.jpg‘뭐지?’

갑자기 뒤바뀐 실비아의 분위기에 그녀가 속으로 당황할 때였다. 실비아가 장난치듯 제 손에 들린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16558806595235.jpg“그대가 정 나를 공작 부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 그 사실을 직접 폐하께 고하게. 폐하께서는 제 뜻과 다르다 하여 무작정 묵살하는 분이 아니라네.”

1655880661701.jpg“그건……!”

16558806595235.jpg“이 결혼을 주도한 것이 나와 내 남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를 비난하는 건 비겁한 짓이야.”

루베아는 그 말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숨을 멈추고 굳어졌다. 실비아는 무언가에 충격받은 듯이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덤덤히 말을 이었다.

16558806595235.jpg“그리고 북부만의 결속을 마냥 좋은 일로만 볼 수 있나?”

1655880661701.jpg“…….”

16558806595235.jpg“고인 물은 언젠가는 썩기 마련이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내가 때마침 새 흐름을 이끌고 온 것이 아닌가? 끝내 왕국 전체를 적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

루베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녀가 내내 입가에 띠고 있던 고고한 미소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루베아가 무어라 반박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이던 순간이었다. 돌연 실비아와 루베아 사이의 허공에 희미한 빛이 떠올랐다. 그것을 알아본 두 사람이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빛이 떠오른 곳에 문자들이 빠르게 스쳐 가더니 이내 허공에 동그란 진이 생겼다. 이동 마법진.

1655880661701.jpg“저게 왜, 여기…….”

루베아가 멍하니 중얼거리는 것. 성의 종이 다급하게 울리는 것. 마물의 발톱이 마법진을 찢고 나오는 것. 셋 중에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몰랐다. 그 순간 실비아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16558806595235.jpg‘죽을 수 있을까?’

이번에야말로 그토록 갈망하던 죽음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1655880661701.jpg“뭐 하고 있어요! 당장 피해야……!”

실비아가 찰나 굳어져 마물을 바라만 보고 있자 루베아가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잡아끌었다.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마물이 그들을 발견하고 성인의 키만 한 발을 휘두른 것은 그 직후였다.

16558806595235.jpg‘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감각 속. 실비아는 찰나의 순간에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지금이 바로 자신의 ‘죽을 때’인가? 마침 신의 눈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확신할 방법이 눈앞에 있었다. 실비아는 루베아의 등을 향하는 마물의 발톱을 한번 보고, 손을 뻗어 루베아를 끌어당겼다. 놀란 보랏빛 눈이 커지는 것을 코앞에서 마주 보며 빙글 몸을 돌렸다. 촤아악-!

16558806595235.jpg“윽…….”

다음 순간, 마물의 발톱이 실비아의 등을 길게 내리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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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살이 찢어지는 통증에 이를 악물고 신음을 삼켰다. 그 모든 일은 너무도 찰나에 일어난 것이라, 란델에게서 노성이 터져 나온 것은 직후였다.

16558806595202.jpg“실비아!”

란델이 연회장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를 내고는 대경해 달려왔다. 란델과 비슷한 속도로 상황을 인지한 오스턴이 기겁하며 루베아와 실비아의 위로 결계를 덧씌웠다. 두 사람은 그 덕에 마법진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물에게서 일시적으로나마 안전해졌다.

1655880659517.jpg“꺄아아악!”

1655880659517.jpg“마, 마, 마물이다!”

1655880659517.jpg“피해!”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실비아와 루베아를 덮쳤던 마물을 제외하고도 수십은 되어 보이는 마물들이 마법진을 통해 나타났다. 란델은 곧장 실비아를 향해 달려가려 했으나 마물들이 연이어 달려드는 탓에 그럴 수가 없었다.

16558806595202.jpg“비켜라.”

그는 형형하게 눈을 빛내며 이를 갈았다. 공작의 의자 밑에 놓여 있던 장식용 검이 마물의 머리를 곧장 베어냈다. 비상종 소리를 듣고 뛰어온 기사들이 마물들을 막아내며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오스턴도 마물을 사람들과 분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사이, 루베아는 제 품에 죽은 듯 늘어진 실비아를 끌어안고서 떨고 있었다.

1655880661701.jpg“부, 부인. 정신 차려요! 부인!”

그녀는 날카로운 울음을 터트리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 속치마를 찢어냈다. 그 바람에 그녀의 치마 끝에 엉켜 있던 작은 보석이 엉망으로 바닥을 굴러갔다. 루베아는 충격으로 실신할 지경임에도 그간 교육받아 왔던 대로 실비아의 상처 위로 깨끗한 천을 대고, 찢어진 숄로 그녀의 등을 단단히 동여맸다. 그때 란델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며 사라졌던 글레버 후작이 경악한 얼굴로 나타났다.

1655880659517.jpg“루베아!”

마물들은 도망치는 사람과 란델 쪽으로 몰린 상태였기에 글레버 후작은 그들 가까이 다가올 수 있었다.

1655880659517.jpg“대체 왜 하필 네가……!”

그는 사색이 되어 탄식하며 루베아가 다친 곳은 없는지 살폈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루베아의 시선은 실비아에게 붙박여 있었다.

1655880661701.jpg“부인, 지금 눈 감으시면 안 돼요. 부인!”

그때, 주위를 둘러보던 후작이 바닥을 구르는 보석을 보고 미미하게 얼굴을 굳혔다.

1655880659517.jpg“젠장,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면.”

그 말은 발음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욕지거리에 가까웠다. 하지만 루베아의 무릎에 얼굴을 기대고 쓰러져 있던 실비아는 의식이 가물가물한 와중에 그 말의 일부를 알아듣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16558806595235.jpg‘일 처리……?’

그때 등의 상처가 크게 욱신거렸다. 실비아가 이를 악물며 눈을 깜박이는데, 루베아의 어깨 너머로 란델이 마물을 처치하고 제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16558806595235.jpg‘아.’

그 순간, 실비아는 왜 사람들이 란델을 친근하게 대하면서도 이따금 두려운 기색을 내보이는지 이해했다.

16558806595235.jpg‘저런 얼굴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실비아는 무서울 만큼 굳어 있는 란델의 얼굴을 보고 그리 생각한 직후,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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