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5. 내일 또 만나요 (1) (117/118)


외전 5. 내일 또 만나요 (1)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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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넥타이가 삐뚤어졌잖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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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사합니다.”

마족, 빌리가 점잖은 목소리를 내며 손을 뻗었다.

그는 제 앞에 선 마족 아이의 매무새를 정돈해준 후 허리를 폈다.

그는 엄격한 눈길로 제 앞에 선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총 다섯 명의 마족 아이.

이들은 현 마왕 이블린에게 ‘후계자 교육’을 받는 아이 중 선출된 아이들이었다.

지금까지의 마왕 자리는 힘으로 계승되었다.

현 마왕보다 더 강한 자가 나타나면 그자가 필연처럼 마왕을 죽인 후 그 자리를 빼앗았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의 마족은 본능을 억누르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러니 자연히 마왕 자리의 계승법도 바뀌어야 함이 옳았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꼬박 고민하던 이블린이 내놓은 것이 이것이었다.

‘후계자 교육.’

마족은 인간들처럼 아이를 낳고 제가 가진 것을 물려줄 수가 없다.

그러니 마족 중 강하고 영리한 아이들을 뽑아 일찍부터 그들에게 마족의 수장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책임 등을 가르친다.

그리고 후일 마족들의 투표를 통해 그중 가장 지혜롭고 강인한 아이를 마왕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이블린이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내건 조건은 ‘무언가를 해치고자 하는 본능을 얼마나 잘 억누를 수 있는지’였다.

확실히 이미 무언가를 해침으로써 얻는 쾌락을 맛본 어른들보다, 그 쾌락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아이들이 살인에 대한 충동을 더 잘 참아냈다.

하여 이블린은 이번에 인간 세상으로 보낼 사절단에 후계자 교육을 받는 아이 중에서도 가장 살의를 잘 참아내는 다섯을 뽑아 포함하기로 했다.

그들에게 켈베티아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인간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게 하여 그들과 유대를 쌓게 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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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좋아.”

이번 사절단의 총 책임을 맡은 빌리는 흠 잡을 데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럽게 콧김을 훅 내뿜었다.

그의 눈이 찰나 ‘세드릭’이라 불린 아이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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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좀 걱정되긴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 사절단 인원을 교체하는 것도 어려웠다.

게다가 세드릭은 지나치게 긴장하면 가끔 고장 나는 것을 빼면 다섯 중 가장 현명한 아이다.

그러니 별다른 문제는 없으리라.

빌리는 고개를 한 번 저어 상념을 털어버리고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가 몸을 빙글 돌리자 엘바레스식으로 고정한 망토가 크게 펄럭였다.

산뜻한 목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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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바레스로 출발한다!”

오늘은 엘바레스의 차기 왕, 레지나 데 카를라 벨포르의 세 번째 생일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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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아. 우리 공주님한테는 뭐가 제일 잘 어울리려나?”

붉은 머리카락의 소년이 흰색 리본 핀과 연두색 머리띠를 양손에 든 채 히죽히죽 웃음을 흘렸다.

고민에 잠긴 사람치고는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러자 소년의 곁에 서 있던, 아이답지 않게 더없이 차분한 얼굴을 한 소녀가 테이블 반대쪽에 놓인 것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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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남색 머리끈이 좋은 것 같아. 깔끔하잖아.”

소녀, 이레네의 말에 케네스가 입술을 불퉁하게 비죽였다. 그가 툴툴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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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취향은 너무 칙칙해. 생일까지 굳이 우아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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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레지나는 공주님이잖아. 오늘 켈베티아에서도 사절단이 올 거라고 했고. 어느 정도의 품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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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는 개뿔이 얼어 죽을! 누나는 이 얼굴을 보고도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케네스가 발끈하며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소파에 인형처럼 앉은 아이의 얼굴 부근에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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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이레네는 그 바람에 머리띠와 리본 핀을 동시에 장식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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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멀뚱히 눈을 깜박이던 아이가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자, 결국 이레네와 케네스는 나란히 앓는 소리를 흘리고는 아이를 와락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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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아이의 볼에 제 볼을 마구 비벼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른처럼 보이던 이레네의 얼굴은 물에 넣은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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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품위고 뭐고 우리 애가 이렇게 귀여운데! 다른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아가로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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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레지나 공주니임. 리본 핀 줄까, 머리띠 줄까아……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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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저리 가!”

케네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레지나의 머리카락에 리본 핀을 달려고 하다가 아이의 손에 얻어맞아 튕겨 나갔다.

이레네는 바닥에 엉망으로 고꾸라진 채 꿈틀거리는 케네스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레지나의 손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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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손 안 다쳤어? 저건 지지야, 지지. 그보다 우리 공주님이 변태라는 말은 어디서 배우셨을까요? 역시 저 경박한 놈…… 아니 녀석이니?”

이레네가 상냥하게 웃으며 레지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미소와 달리 그녀의 눈빛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만약 레지나가 케네스로부터 비속어를 한 음절이라도 배웠다면 그를 손수 응징할 기색이 다분했다.

그때 케네스가 떨군 리본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레지나가 까르륵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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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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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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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자주 하던 말. 아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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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이라도 케네스의 멱살을 휘어잡을 것 같던 이레네가 입술을 딱 다물었다.

친부를 닮은 적갈색 눈이 도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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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레지나의 아빠, 엄마라면. 어…….

국왕 폐하랑 왕후 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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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침묵하던 이레네가 방긋 웃었다. 음, 못 들은 척하자!

이레네는 레지나에게 못된 말을 가르친 상대를 응징할 마음을 깔끔히 접었다.

대신 그녀는 케네스가 떨어트리고 간 리본을 들어 올리며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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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레지나는 둘 중에 뭐가 더 좋아? 둘 다 네 생일선물로 온 거니까, 마음에 드는 걸 장식하면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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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더 잘 어울리는 걸로 골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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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내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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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이, 고르게, 해줘…….”

간신히 정신을 차린 케네스가 바닥에 엎어진 채 애절하게 손을 뻗었다.

물론 이레네는 모른 척하고 레지나의 치장을 마무리하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레지나가 오늘 입은 옷과 잘 어울리는 흰 리본 핀이 그녀의 머리카락 위에 안착했을 무렵.

방문이 열리고 웃는 얼굴의 델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세 아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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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크린 후작 영식, 글레버 백작 영애. 아래층에서 후작 부처와 백작 부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만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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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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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잉. 조금 이따가 봐, 레지나! 내 선물은 나중에 꼭 풀어보고!”

이레네는 언제 호들갑을 떨었냐는 듯 치맛자락을 쥔 채 델마에게 우아하게 인사했고, 케네스는 아쉽다는 듯 레지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손을 붕붕 흔들었다.

그 모습이 각자의 부모를 꼭 빼닮아 델마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서렸다.

델마가 이레네와 케네스를 데리고 방을 나가는 것과 비슷하게, 완벽하게 치장한 란델과 실비아가 나타났다.

레지나가 활짝 만개한 꽃 같은 얼굴로 두 사람에게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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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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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고 있었어, 우리 딸? 리본이 참 귀엽네. 옷이랑도 잘 어울리고.”

실비아가 레지나와 꼭 닮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녀에 이어 란델이 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자상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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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한다,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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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사히 세 번째 생일을 맞아줘서 고마워.”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레지나를 꼭 끌어안았다.

몇 년 전. 신이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실비아는 꿈을 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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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동생이랑 놀러와! 기다리고 있을게.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노랑, 보라, 분홍색이 뒤섞인 하늘 아래.

꽃으로 뒤덮인 드넓은 초원에서 웃으며 손을 흔드는 줄리엣의 모습.

그 얼굴을 보자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실비아의 마음 한구석을 내내 짓누르고 있던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고스란히 태몽이 되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비아는 아이를 갖게 되었다.

그 아이가 바로 지금 그녀의 품에 안긴 레지나였다.

금갈색 곱슬머리를 제외하면 실비아를 꼭 빼닮은 아이.

아이는 태어난 직후 한동안 잔병치레를 한 터라 란델과 실비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레지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을 되찾고 활달해졌다.

그래도 이렇듯 아이가 또 한 번의 생일을 무사히 지나 보낸다는 생각에 어쩐지 마음이 찡하니 울렸다.

실비아가 레지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비며 키득거렸다.

아이가 간지럽다며 까르륵 웃었다.

실비아는 행복이 담뿍 서린 얼굴로 속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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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아가. 세상 그 무엇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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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데 아빠한테는 비밀이야.”

레지나가 마주 속닥였다.

란델이 짓궂은 미소를 띠고는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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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미 다 들어버렸는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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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안 들리게 말했는데 어떻게 들었지? 이번엔 진짜 진짜로 안 들리게 말했는데!”

아빠 설마 귀가 네 개야?!

레지나가 충격받은 얼굴로 입을 헤 벌리자 란델과 실비아가 나란히 웃음을 터트렸다.

세 사람은 이내 서로를 끌어안고, 또 손을 맞잡은 채 티격태격하며 연회장으로 향했다.

* * *

레지나가 실내보다 실외를 좋아하는 까닭에, 올해의 생일 기념 연회장은 정원에 차려졌다.

흰 천이 우아하게 펄럭이며 천막 형태의 돔을 이루었고, 그 아래로는 널따란 댄스 플로어와 테이블, 의자들이 즐비했다.

사절단들은 이미 해가 완전히 지다시피 한 늦은 저녁에도 한낮처럼 밝은 연회장을 보고 감탄과 탄식을 동시에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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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수많은 마법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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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석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나라의 국보로 취급되는 것보다 크고 순도가 높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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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 있는 마법석을 이곳에 다 모아놓는다고 해도 천막을 장식한 마법석의 수를 겨우 따라잡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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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이제는 엘바레스라는 나라가 얼마나 더 커질지 기대가 될 지경입니다. 그나마 국왕 부처께서 영토 확장에 관심이 없으시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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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듯 건강하고 영민해 보이는 후계까지 갖추었으니 더더욱이요.”

누군가 뱉은 말에 사절단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막 켈베티아에서 도착한 마족 사절단과 인사를 나누는 레지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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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동안 정말 훌쩍 자라셨습니다, 공주님.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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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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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아니라 오빠……. 아니, 아닙니다.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빌리는 찔끔 배어 나온 눈물을 훔치며 애써 웃었다.

그가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나며 다섯 아이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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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이블린 폐하께서 직접 가르치는 아이들입니다. 이번이 첫 인간 세상 구경이고, 나중에는 공주님과 회의장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이죠.”

빌리의 소개에 마족 아이들이 차례로 앞으로 나와 레지나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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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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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루스예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주님.”

그들은 이블린이 직접 가르친 아이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의 예의와 매끄러운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

마지막은 세드릭의 차례였다.

그는 같은 쪽 팔과 다리를 동시에 앞으로 내밀며 뻣뻣이 걸어 나왔다.

세드릭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은 움직임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가 더듬더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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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세드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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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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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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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말이 아니라! ‘세드릭’이랑 ‘입니다’를 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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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빌리가 옆에서 쩔쩔매며 속삭인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세드릭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그는 차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레지나의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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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바보처럼 보였을까.’

‘처음’을 겪을 때마다 이렇게 긴장하는 버릇을 고쳐야 할 텐데.

고작 처음으로 인간 세상에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굳어버린 제 몸이 서러웠다.

세드릭은 수치스러움에 그냥 이 자리에서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눈을 감고 있지만, 자신에게 쏠려 있는 인간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져 더욱 숨이 막혔다.

그때 낭랑한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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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레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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