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5. 내일 또 만나요 (2) (118/118)


외전 5. 내일 또 만나요 (2)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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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레지나다!”

밝고 쾌활한 목소리에 세드릭이 저도 모르게 눈을 반짝 떴다.

그를 비롯해 레지나의 주변에 있던 이들은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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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만 해도 또박또박 잘 인사하시던 공주님께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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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비해 말솜씨가 굉장히 좋으신 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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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저 마족 소년이 무안해하지 말라고?’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레지나는 그에 그치지 않고 근처에 놓여 있던 사탕을 몇 개 집어 세드릭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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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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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고, 고맙, 습니다…….”

세드릭은 얼떨결에 양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들었다.

레지나는 빙긋이 웃고는 마족들을 향해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했다.

빌리와 일행은 그렇게 레지나의 앞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그들에게 쏠려 있었다.

세드릭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빌리에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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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트 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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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잠시 바깥에서 숨 좀 돌리고 와라. 웬만하면 누구랑 마주치지 말고.”

살의를 참는 것에 대해서는 마족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좋을 아이들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사고는 예방하는 것이 좋았다.

세드릭이 지금처럼 긴장한 상태로는 더더욱.

빌리가 세드릭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세드릭은 사람들의 시선이 까르르 웃는 레지나에게 쏠린 틈을 타 천막을 벗어났다.

천막을 벗어나자 어둑한 정원이 그를 맞이했다.

세드릭은 분수대에 걸터앉은 후에야 제대로 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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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부스럭.

숨을 크게 내쉬는데 주먹 안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울렸다.

세드릭이 시선을 내리고 꾹 말아 쥐고 있던 손을 펼쳤다.

그러자 색색의 포장지로 싸인 사탕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아무렇지 않게 실수한 자신을 배려해주던 레지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세드릭은 새삼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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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나보다 한참 어린데도.”

세드릭과 레지나는 어찌 보면 한 나라를 책임질 후계자라는, 같은 처지였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달랐다.

무언가 중요한 순간이 올 때마다 긴장으로 인해 번번이 일을 망치는 자신과 달리, 레지나는 무수한 시선 속에서도 그저 평안해 보였다.

게다가 자신 같은 이를 챙기기까지.

평소에 다른 마족 친구들을 볼 때도 자주 느끼던 감정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스스로가 싫어졌다.

세드릭이 속으로 제 한심함을 자책하며 고개를 푹 떨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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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분명 이쪽으로 간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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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기 있다!”

가까이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세드릭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한 무리의 인간 아이들이 제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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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세드릭은 무의식중에 몸을 일으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 아이들이 그를 둘러싸고 선 모양새가 되어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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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중에서도 가장 앞에 선 한 여자아이가 뾰족한 목소리로 세드릭을 불렀다.

그 노골적인 적의에 가까스로 갈무리해가던 긴장이 다시금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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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구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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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 착각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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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세드릭이 어리둥절하게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그 말이 시작이었는지 이내 다른 아이들의 입에서도 한 마디씩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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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공주님은 원래 누구한테나 친절한 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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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남들보다 덜떨어져서 챙겨주신 것뿐이지 그게 네가 특별하다는 뜻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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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공주님 곁에 잘 못 다가가는데 말이나 더듬는 게 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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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마족은 자기 본능도 제대로 못 조절해서 남한테 피해준다며? 너도 그러는 거 아냐?”

레지나가 세드릭에게 상냥했던 것에 대한 질투는 마족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아무리 이블린이 사람들 앞에 직접 고개를 숙였다 한들, 마족 모두가 인간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인간 세상의 ‘모두’가 마족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다.

실비아와 란델의 노력으로 켈베티아와 여러 교류 등을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마족과 반목한 세월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특히나 마족의 잔혹성을 겪어본 어른들은 마족을 껄끄러워하는 티를 감추려고 하긴 하나, 아이들은 어른들의 태도에 민감하지 않던가.

저도 모르게 마족을 껄끄러워하는 부모의 분위기와 태도가 아이들의 무의식에 고스란히 전염된 결과가 지금의 광경이었다.

질투심을 이기지 못해, 어떻게든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 것.

그러나 조금 전까지 스스로 나서서 자신을 깎아내리고 있던 세드릭은 차마 그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가 모자라서 바보처럼 굴었던 것도, 레지나가 그런 그를 안쓰럽게 여겨서 챙겨준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반박하지 못한다고 해서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평정심이 흔들리자마자 시야가 흐릿해지고 피를 보고 싶다는 원색적인 충동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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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세드릭은 입술을 깨물고 충동을 참아냈다.

그것만으로도 벅차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세드릭이 아무 말도 없자 자신들의 말에 동의하는 줄 알고 의기양양해졌다.

그들은 세드릭과 거리를 좁히며 턱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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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 말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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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말하는 법도 까먹었냐?”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숨이 거칠어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세드릭의 이성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느다래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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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안!”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고 울려 퍼졌다.

인간, 마족을 가리지 않고 모두의 어깨가 흠칫 튀어 올랐다.

아이들이 황급히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천막 쪽에서 퍼지는 불빛을 등지고 세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레네의 품에 안겨 있는 이를 발견한 아이들의 눈이 굴러떨어질 듯 동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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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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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이 왜 여기…….”

아이들은 레지나의 등장에 웅성거리며 황급히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사이, 레지나를 따라 나섰던 케네스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었다.

상황을 파악한 그가 삐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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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어쩐지 우리 공주님이 계속 바깥에 나가겠다고 칭얼거리더니, 못된 애들이 누굴 괴롭히고 있다는 걸 눈치챘던 거구나. 이런 똑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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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지지. 언니, 나 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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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레지나는 제게 볼을 비비려 드는 케네스의 얼굴을 쭉 밀어내고 땅에 내려섰다.

그녀가 성큼 걸음을 옮기자 아이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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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주님…….”

가장 먼저 세드릭에게 시비를 걸었던 여자아이가 레지나에게 말을 붙이려 했으나, 레지나는 그녀의 곁을 쌩하니 지나쳤다.

그리고 세드릭의 손을 붙잡고 걱정스레 얼굴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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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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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세드릭이 당황해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아직도 시야가 흐릿했기에 그는 레지나에게 잡힌 제 손을 빼내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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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주님. 가까이 계시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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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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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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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안 위험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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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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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금빛 눈동자가 기이하게 초연했다.

천막을 밝히는 마법석보다도 또렷하고 맑은 금빛.

그 눈과 시선을 맞추자 차츰 마음이 가라앉았다.

세드릭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본능을 억눌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몸 상태가 평소와 같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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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괜찮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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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분에요. 감사드립니다, 레지나 공주님.”

세드릭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지나는 그제야 그의 손을 놓고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아이들은 레지나의 무시, 그리고 이레네와 케네스의 냉랭한 시선에 짓눌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질투심으로 달아올랐던 마음이 어느 정도 식고 나니 자신들이 심한 말을 했다는 자각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쉽사리 입술을 떼지 못하겠는지 주먹만 꾹 말아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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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

작게 한숨을 내쉰 레지나가 총총걸음을 옮겨 여자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레네와 케네스는 한 걸음 물러서서 레지나가 하는 양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키가 작은 레지나가 여자아이를 올려다보자 그녀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레지나는 여자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는 것을 보고 설핏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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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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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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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한테 할 말, 있죠?”

그것은 압박이라기보다는 그저 다독임에 가까운 어조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로터스 영애의 눈에서 후드득 눈물이 떨어졌다.

아이들은 때로는 아이이기에 더욱 잔인하다.

하지만 아이이기에, 한번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만 한다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더 괴로워한다.

이미 제 잘못을 알고 있는 아이를 굳이 윽박지를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레지나는 단지 사과하고 싶어 하는 그들을 다독이고 등을 떠밀어주었다.

란델이, 실비아가 레지나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그들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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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해요. 질투가 나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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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어요. 사실 엄마는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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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로터스 영애를 시작으로 아이들이 잔뜩 시무룩해진 목소리를 내며 세드릭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잠시 말이 없던 세드릭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찮다 말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케네스와 이레네가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게 속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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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레지나가 사람 다루는 솜씨는 못 따라간다니까. 나나 누나였으면 그냥 멍청하다고 비웃어주고 사과하라고 시켰을 텐데. 레지나는 그러지도 않고 쟤네가 진심으로 사과하게 만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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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대단한 거지. 저렇게 다정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아이 앞에서 자존심 내세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이레네가 그리 답하며 주변을 힐끔 일별했다.

어둑한 정원 곳곳에는 보이지 않지만, 란델이 배치해둔 경비병들이 티 나지 않게 아이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만약 레지나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경비병들이 나섰을 테고, 그랬다면 소란 역시 커졌을 것이다.

가뜩이나 힘겹게 마족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고 있는 와중에, 사절단들까지 모인 자리에서 소란을 피워서는 양측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

하지만 레지나가 나선 이유는 그런 게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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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밖에! 밖!

 
레지나는 세드릭이 천막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바깥의 동태를 예의 살피는 듯 보였다.

그리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세드릭을 따라나서자마자 이레네를 붙잡고 밖으로 나가겠다고 떼를 썼다.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서, 주위 사람 하나하나에 세심히 관심을 기울이는 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레네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처럼 웃었다.

저 멀리서는 어느새 화기애애해진 아이들 틈에서 레지나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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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먹을 사람! 내가 챙겨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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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저, 저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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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줄 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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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거기 설마 새치기하는 거야? 내가 얼굴 다 기억해둔다?”

레지나는 천막을 벗어날 때 한 움큼 집어 왔던 사탕을 아이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주었다.

이레네와 케네스도 질세라 목소리를 높이며 줄 끝에 자리를 잡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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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설 필요 없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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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습니다.”

멀리서 그 왁자지껄한 소란을 지켜보던 실비아, 란델이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림자 속으로 다시 스며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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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안녕히, 자…….”

끝이 축축 늘어지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던 레지나의 고개가 툭 기울어졌다.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란델이 레지나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중간에 눕히며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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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보면 딱 제 나이 때의 아이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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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아까 레지나가 세드릭이라는 마족 아이를 두둔하고 나섰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세드릭을 위협하던 아이들이 끝내 제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도록 만들었지.

레지나는 이제 겨우 세 살이 된 어린아이였지만 본능적으로 사람의 진심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건 모든 군주가 영혼을 팔아서라도 얻고 싶어 하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외려 그런 점이 실비아의 염려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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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첫 번째 이름을 카를라로 지을 걸 그랬나.”

잠든 딸의 옆얼굴을 소중히 눈에 담던 실비아가 문득 가라앉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레지나 데 카를라 벨포르.

‘레지나’는 고대어로 왕이라는 뜻이며, ‘카를라’는 자유인이라는 뜻이다.

왕이던,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건.

실비아와 란델은 아이가 원하는 인생을 살라고 두 가지의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사람들에게 더 많이 불리는 첫 번째 이름에 담긴 뜻을 따라가게 되는 듯해 마음이 복잡했다.

실비아와 란델은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왕위를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생각이었지만, 백성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레지나가 왕위를 계승하리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실비아는 그것이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것이 왕족으로 나고 자란 이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지만, 제 자식에게만큼은 무거운 짐을 지우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었다.

그러자 란델이 희미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가 부드러운 손길로 실비아의 어깨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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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는 고작 이름에 휘둘릴 아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름을 휘두르면 모를까.”

그 말에 실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가 레지나가 뒤척거리자 황급히 웃음을 죽였다.

어느새 실비아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그늘은 걷힌 지 오래였다.

그녀가 손을 뻗어 흐트러진 레지나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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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러네요. 대체 어떻게 자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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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왕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왕성을 뛰쳐나갈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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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네요.”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작게 하품을 했다.

금빛 눈이 느릿하게 깜박이는 것을 본 란델이 푸스스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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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십시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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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요. 잘 자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실비아가 란델을 보며 사르르 눈을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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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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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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