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5화 (15/1,307)

# 15

“최 대리님, 이 새끼 반항이 심한데 몇 대 패고 끌고 가죠. 그럼 좀 덜하지 않을까요?”

“야, 지금은 손님들 보고 있어. 그러니 조금 이따가. 얼른 엘리베이터 문이나 열어.”

잠시 후, 현수는 두 보안요원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곤 지하 4층까지 내려갔다. 이곳은 손님들이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다. 그렇기에 즐비하던 CCTV가 드문 곳이다.

“따라와, 이 도둑놈의 새끼야!”

보안요원은 절도 현행범이라 생각했기에 현수의 목덜미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도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프다. 하나 참을 수 없을 지경은 아니다. 그보다 속에서부터 치미는 분노 때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이다.

‘이걸 확 인페르노로 지져 버려?’

화염 계열 공격 마법은 여럿이 있다.

1써클이 파이어 애로우다.

2써클은 파이어 볼로 파이어 애로우보다 범위도 크고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3써클 화염 마법은 파이어 웨이브(Wave)와 파이어 버스트(Brest), 그리고 파이어 랜스(Lance)가 있다.

4써클이 되면 블레이즈(Blaze), 인페르노(Inferno), 파이어 월(Wall), 룬 플레어(Rune Flare), 플레임(Flame)을 시전할 수 있게 된다.

5써클 화염 마법은 세 가지로 파이어 필드(Field), 파이어 캐논(Cannon), 번 플레어(Burn Flare)가 그것이다.

6써클에 이르면 파이어 레인(Rain), 플라즈마 볼(Plasma Ball), 익스플로전(Explosion), 플레임 캐논(Flame Cannon)을 구현시킬 수 있게 된다.

7써클은 더욱 강력한 마법이 가능해진다.

플레어(Flare)와 라그나 블라스트(Ragna Blast)는 적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초강력 화염 마법이다.

8써클이 되면 그 이름도 유명한 헬 파이어(Hell Fire)를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블레이즈 템페스트(Blaze Tempest), 뉴클리어 블라스트(Nuclear Blast), 프로미넌스(Prominence)까지 가능하다.

제아무리 치열했던 전장이라 할지라도 적군 전체를 말살시킬 엄청난 화염의 폭풍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9써클이 되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해진다. 파이어 퍼니쉬먼트(Punishment) 한 방이면 모든 것을 끝내기 때문이다.

화염 마법엔 범위 마법과 대상 마법이 있다.

다시 말해, 일정 범위 전체에 타격을 주는 것과 한 가지 목표만 골라 공격하는 것이다.

현수가 생각한 인페르노는 걷잡을 수 없는 불이란 뜻으로 지옥과 같은 고통 속에 타 죽게 만드는 대상 마법이다.

현재 시전할 수 있는 화염 마법은 1써클 파이어 애로우와 인페르노뿐이다. 너무도 화가 났기에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생각을 한 것이다.

하나 그럴 순 없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CCTV 때문이다. 찍히기만 하면 살인범으로 몰려 인생을 망치게 된다.

하여 분노를 꾹꾹 눌러 참았다.

하마터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보안요원들은 험악한 소리를 쏟아낸다.

“너 같은 도둑놈 새끼는 한번 뜨거운 맛을 봐야 해! 개새끼! 너 오늘 죽었다고 복창해!”

“최 대리님, 이 도둑놈 새끼, 경찰에 넘기기 전에 적당히 두들겨야지요?”

“당연하지. 이런 새끼는 그냥 둬선 안 돼. 그럼 또 훔치러 오거든. 씨발, 그러면 실장님한테 또 욕먹잖아. 그러니 때려도 멍 안 드는 데만 골라서 죽지 않을 정도로 패.”

“네, 알겠습니다. 따라와, 이 씨발 놈아! 어쭈, 안 따라와? 이게 감히 겁도 없이 개기겠단 말이지?”

퍼억 !

“으윽!”

심하게 엉덩이를 걷어 채인 현수가 나직한 신음을 냈다.

“씨발놈, 엄살은! 얼른 얼른 안 따라와?”

“내가 뭘 훔쳤다는 거야? 난 아무것도 안 훔쳤어! 왜 죄없는 사람을 가지고 이래? 당신들 이래도 되는 거야?”

“그래, 된다, 이 씨방새야! 이 새끼가 아직도 지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나 보네! 너, 한번 뒈져 봐라!”

퍼억 !

“으윽!”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갑작스럽게 명치를 얻어맞은 현수가 허리를 숙이자 기다렸다는 듯 엉덩이를 걷어찬다.

퍼억 ! 콰당탕!

“야! 이 싸가지없는 새끼! 밟아!”

퍽! 퍼퍽! 퍼퍽! 퍼퍼퍼퍽!

“윽! 으윽! 윽! 으으윽!”

현수는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신음만 냈다. 그러는 사이 두 보안요원은 무자비하게 걷어차거나 밟아댔다.

“으으으!”

현수의 움직임이 줄어들자 그제야 구타를 멈췄다.

“일어나, 이 새끼야!”

“아아악!”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끌어당김을 당한 현수는 비명을 토했다. 당연히 너무도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이 새끼, 이제 조금 고분고분해졌군. 따라와!”

잠시 후, 현수는 엉망이 된 모습으로 보안실이란 곳으로 끌려들어 갔다.

현수가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은 우연이 겹친 때문이다.

며칠 전, 백두마트에선 대대적인 재물 조사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 상품이 사라졌다는 것이 파악되었다.

누군가의 손을 탄 것이다.

그 결과 보안실장을 비롯한 직원 전부 강력한 경고와 더불어 감봉 6개월이란 징계를 당했다.

당연히 화가 단단히 났다. 하여 눈에 불을 켜고 훔치는 사람을 적발하려 하였다. 걸리기만 하면 갈아 마시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살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현수가 방문했다.

현수는 매대에 다가가 서성거렸고,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요모조모를 살피곤 도로 넣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흐트러진 것들을 대강 정리하기도 했다.

자신이 어질러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현수가 CCTV를 등지고 선 경우가 많았다.

또는 묘한 각도로 서 있어서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살피기 어려운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주위를 둘러보고 머뭇거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같은 종류의 상품들을 살피는 움직이었고, 어떤 것이 더 좋을지 생각하곤 했던 것이다.

아무튼 흐트러진 상품들을 정리해 놓고 나면 안에 있는 물건의 유무는 CCTV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자 절도 현행범으로 오인된 것이다. 게다가 마트에 오래 머물었으니 의심받은 것이다.

“앉아, 이 새끼야! 그리고 니 손으로 가방을 열어!”

퍼억 !

현수는 탁자에 동댕이쳐진 자신의 가방을 보며 반문했다.

“가방은 왜……?”

“왜긴, 이 씨발 놈아. 니가 훔친 물건이 그 안에 있으니까 열라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물건을 훔쳤고, 그걸 이 가방에 넣었단 말입니까?”

“그래, 이 개새끼야! 얼른 열어. 얼마나 훔쳤는지 봐서 훈방을 할 건지 경찰서에 넘길 건지 결정할 테니.”

보안실 안에는 네 명이 있었다.

임무 교대하고 쉬던 중인 모양이다.

그런 그들 모두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마치 먹이를 노리고 슬슬 다가서는 하이에나 같은 분위기이다.

그들 가운데 하나가 입을 연다.

“얘가 뭐 훔쳤어? 그럼 그냥 경찰에 넘기지 귀찮게 왜 끌고 와? 좋아, 그건! 근데 왜 이렇게 애새끼가 멀쩡해? 설마 그냥 끌고 온 건 아니지?”

“물론입니다. 이 새끼가 반항을 해서 조금 만져줬습니다.”

“아! 상처가 나거나 멍이라도 들면 곤란해.”

“걱정 마십시오. 멍 안 드는 곳만 골라서 만졌습니다.”

“그래? 잘했군. 근데 이 새끼 눈빛 봐라? 어쭈? 눈 안 깔아? 뒈져 볼래?”

다가온 놈도 현수를 데리고 온 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양이다. 현수는 대답 대신 실내를 살폈다.

다행히 CCTV는 없다. 그렇다면 깡그리 죽여 버려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죽일 생각은 없다.

그저 지옥과 같은 고통을 오래도록 받게 할 생각이다.

세 가지 마법, 뮤트(Mute)와 스테츄(Statue), 그리고 멘탈 애고니(Mental Agony)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가장 먼저 스테츄를 구현시킨다.

이는 3써클 홀드 퍼슨과 비슷한 것이다. 홀드 퍼슨은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 눈을 깜박이거나 말을 할 수는 있다.

반면 스테츄는 글자 그대로 동상이 되게 하는 것이다. 눈조차 깜박일 수 없는 완전한 정지 마법이다.

다만 숨은 쉴 수 있다.

다음은 뮤트 마법이다. 일시적으로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멘탈 애고니가 시전되면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광경에 빠져 고통받게 된다.

정신적인 것이기에 당연히 육체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하나 깨어나서까지 정신적인 고통의 후유증이 오래간다는 단점이 있다. 이것 모두 세상엔 없는 멀린만의 마법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소리친다.

“야, 경찰에 전화했어?”

“네, 아까 이 새끼가 잡혀올 때 연락했습니다.”

“그래……? 좋아, 경찰이 오기 전까지 5분쯤 남았다. 그동안 친절하게 만져준다. 실시!”

대장인 듯한 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수는 소파에서 굴러 떨어졌다. 누군가의 발길질이 어깨를 격타한 때문이다.

이어 무수한 구타가 이어졌다. 하나 어느 것 하나 얼굴을 겨냥하진 않았다.

퍼퍽! 퍼퍼퍼퍽! 퍼퍼퍽! 퍼퍼퍼퍼퍼퍽!

“윽! 으윽! 으으으윽! 으윽! 으윽!”

생각을 하던 중이기에 미처 마법을 구현시키지 못한 현수는 무차별적인 발길질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3분 시간이 지났다.

“그만! 경찰 올 때 되었으니 이제 끌어다 앉혀.”

잠시 후, 두 명의 경찰이 왔다. 순경과 경장이다.

“수고하십니다. 신고 받고 왔습니다.”

“아! 어서 오십시오. 이놈이 절도범입니다.”

“증거는 확보해 두셨습니까?”

“네, 이 가방 속에 들어 있을 겁니다.”

“그래요? 그럼 가방부터 보겠습니다.”

찌이이익!

지퍼 열리는 소리에 이어 가방이 벌어졌다.

“흐음! 낡은 잠바 하나와 쓰던 수첩밖에 없는데 어떤 게 증거물이라는 거죠?”

“네……? 그럴 리가 없는데요?”

보안요원 가운데 하나가 다가와 가방 속을 살핀다. 하나 안에는 목욕하기 전에 입었던 낡은 점퍼 하나뿐이다.

“어, 이럴 리가? 야, 이 새끼, 아까 잡혀오면서 반항 심하게 했다고 했지?”

“네. 그래서 끌고 오느라 애먹었습니다.”

“그럼 CCTV 돌려봐. 틀림없이 공범이 있거나 이 새끼가 반항하는 동안 어디론가 빼돌렸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허투로 보지 말고 샅샅이 뒤져.”

“걱정 마십시오. 이 잡듯 살펴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보안요원 하나가 CCTV 검색을 시작했다. 경찰은 말없이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한편 소파에 앉혀진 현수는 치미는 분노를 삭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진짜 인페르노로 확 죽여 버리고 싶은 놈들이다.

어찌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잡아다 확인도 안 하고 이렇게 린치를 가할 수 있단 말인가?

법망을 피하기 위해 멍 안 드는 곳만 골라서 때린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놈들은 전문가이다. 군인이나 경찰 출신이 될 수도 있고, 아예 뒷골목 조폭 출신일 수도 있다.

하여 놈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까 대장 노릇을 했던 놈이 CCTV 장면을 보겠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목덜미의 문신이 보인다. 그렇다면 조폭 출신이다. 경찰과 군인은 문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흐음! 그랬단 말이지? 근데 왜 이런 놈들을 쓰지?’

내심 이를 갈던 현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벌인 백두그룹에서 운영하는 마트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채용된 과정을 어찌 알겠냐 싶어 더 이상은 생각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 사무실에나 있을 법한 월간 일정표가 붙어 있다.

오늘은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이다.

그런데 월요일인 12월 3일 오전 3시부터 6시까지 연막 소독 일정이 잡혀 있다.

아래엔 A4용지에 인쇄된 업무 협조 공문이 보인다.

현수는 텔레스코프(Telescope)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깨알 같던 글씨가 읽기 좋게 큼지막해진다.

연막은 살균 및 해충 제거 효과가 있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원 퇴거해야 한다고 메모되어 있다. 공문 하단엔 연막 소독이 실시되는 영업점에 관한 내용이 표로 그려져 있다.

그다음 주 월요일인 12월 10일엔 같은 시각에 송파점에서 연막 소독이 실시된다.

그다음 주 월요일인 12월 17일은 평촌점 차례이다. 이걸 보는 순간 문득 스치는 상념이 있었다.

‘으음! 개새끼들, 어디 두고 보라지.’

현수가 이를 갈고 있을 때 긴급한 연락을 받고 달려온 보안실장이라는 자가 다가온다.

대기업 직원답게 번지르르한 모습이다.

보안요원들에게서 보고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보안실장은 현수의 수첩을 대강대강 훑어보았다. 그리곤 다가선다.

“당신, 어느 업체에서 보냈어?”

“뭐라고요?”

“왜 우리 점포에 와서 이런 걸 적어? 당신 산업 스파이야?”

보안실장이 내민 수첩엔 품목과 모델명, 그리고 구입해야 할 숫자가 기록되어 있다.

“무슨 소립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산업 스파이는 죄질이 나빠 판사들도 별로 봐주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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