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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59화 (59/1,307)

# 59

살며시 내려가 보니 아무도 없다. 남아 있는 것은 아직 열이 식지 않은 저격소총 한 정뿐이다.

곁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탄환이 탄통 속에 들어 있다.

따로 망원경도 있다. 최소 2명은 머물렀다는 뜻이다.

하여 인적을 찾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현수는 다시 플라이 마법을 써서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곤 사람이 갈 만한 곳을 따라 추적을 시작했다.

그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은밀한 기동을 하는 사내 둘을 찾아냈다.

복장을 보니 분명한 저격수들이다.

현수는 슬그머니 내려간 이후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마저 거뒀다. 이제 구현시키려는 마법이 보다 확실하게 걸리게 하기 위함이다.

“홀드 퍼슨! 홀드 퍼슨!”

“헉……! 누, 누구?”

“앗! 누, 누구냐?”

갑작스레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어 경악성을 내는 사이 잽싸게 다가가 둘의 허리춤에 끼어 있던 권총을 빼앗았다.

“어, 이건 지나의 03식 포켓형 권총인데? 니들은 뭐냐?”

국방과학연구소 소화기 개발팀에 있는 동안 세상의 거의 모든 권총과 소총을 사용해 봤기에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그걸 알아? 넌 어디 소속이냐?”

둘 다 같은 황인종이다. 그런데 지나제 권총을 들고 있어 광동어로 물었다. 그런데 상대는 북경어로 대답한다.

“니들 왜 총을 쐈지?”

“몰라도 된다.”

처음엔 유창한 지나어를 쓰기에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적이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몰라도 돼? 니들 맘대로 총을 쏘아놓고 이제 와서 몰라도 된다고? 좋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행동도 몰라도 된다.”

현수는 사내의 허리춤에 달려 있던 정글도를 뽑았다. 그리곤 왼쪽 사내의 어깨를 강하게 내리그었다.

쉬이익! 빠악―!

“아악……!”

즉시 걸치고 있던 의복이 베어지고 쇄골 부위의 골절과 더불어 살이 갈라지면서 선혈이 흘러나온다.

“왜, 왜 이러느냐?”

“몰라도 된다고 했다. 어떤 놈이 총을 쐈냐?”

“그건 말해줄 수 없다.”

“그래? 그럼 나도 할 수 없지.”

현수는 너무도 뻔뻔한 놈들의 태도에 살심이 피어오름을 느꼈다. 이곳이 서울이었다면 아마도 그런 마음을 애써 다독였을 것이다.

하나 이곳은 서울도 아니고, 상대는 같은 일행을 죽인 놈들이다. 사정 봐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게다가 아르센 대륙에서 오우거, 오크, 고블린 등 수많은 생명체를 죽여본 경험이 있다.

쉐에엑!

퍼억! 와직!

“아아악! 내 손! 아아악! 내 손!”

오른쪽에 있던 놈의 왼손을 잘라 버렸다. 즉각 피분수가 뿜어진다. 하나 현수는 냉정한 시선으로 보고만 있을 뿐이다.

시선을 돌리자 왼쪽에 있던 놈이 부르르 떤다. 그리곤 서둘러 입을 열었다.

“왜 이러느냐? 응……?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느냐?”

놈들은 현수가 2㎞를 날아서 왔다는 것을 모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누가 총을 쐈고, 어떤 이유로 쐈는지를 말해라.”

“그, 그건……! 그건 말해줄 수 없다.”

“그래? 그럼 알았다.”

말을 마친 현수는 오른쪽 사내의 뒤쪽으로 갔다. 그리곤 지체하지 않고 정글도를 휘둘렀다.

쐐에엑!

빠각!

“아아악! 아아아아악!”

손목부터 잘려서 떨어진 오른손은 아직 신경이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는지 꿈틀거린다.

졸지에 두 손 모두 잃은 사내는 비명을 질러댔다.

하나 반경 2㎞ 내에는 도와줄 사람이 없다.

손목에서 피가 줄줄 쏟아지면서 차츰 창백해져 감에도 현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왼쪽의 사내를 보았다.

“네놈은 죽이지 않겠다. 대신 두 발목을 잘라주지. 기어서 이 정글을 벗어나 보도록!”

현수가 왼쪽 사내의 발목으로 시선을 돌리자 사색이 된 놈이 입을 연다.

“초, 총은 쟤가 쏜 거다. 우리에게 저격을 명령한 사람은 국안부 제3국장이다.”

“지나의 국가안전부 제3국장? 그가 왜?”

“여기 잉가댐 공사를 거의 땄던 지나건축공정총공사(支那建築工程總公司)에서 협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공사 못 딴 분풀이로 우리를 저격하라고 했다고?”

“그, 그렇다. 우린 위에서 내린 명령대로만 한 거다.”

“너희는 어디 소속이냐?”

“우, 우린 SAXZC 소속이다.”

“지나에서 침투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허접한 특수부대?”

“허, 허접하다니? 무슨 소리냐? 우린 정예 중에서도 정예인 SAXZC의 저격요원이다.”

“좋아, 다시 한 번 확인하자. 지나건축공정총공사가 국안부 3국장에게 우리를 쏴서 죽여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거냐?”

“그, 그렇다.”

“그리고 국안부에선 SAXZC에 명령을 했고, 너희를 파견한 거 맞나?”

“맞다. 근데 우린 시키는 대로 한 거다. 살려달라.”

“흐음, 그렇단 말이지?”

“살려달라. 집에 가면 노모와 아이들이 있다.”

“니들이 쏴서 죽인 사람들에게도 부모와 자식이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냐?”

“그, 그건……!”

사내는 대꾸할 수 없었다. 하여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오른쪽 사내는 과도한 실혈로 털썩 쓰러졌다.

“죽을죄를 지었으면 죽으면 된다. 싱글 윈드 블레이드!”

쒸이이이잉……!

사각! 썩둑!

“아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 아악! 아아아아악!”

찰나의 순간 두 발목이 베어진 사내가 쓰러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하나 그 소리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8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몸통 길이만 15m 정도 되는 생명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비명 소리가 나자 귀를 쫑긋하고는 이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소리가 나지 않자 잠시 멈칫했는데 왼쪽 사내의 두 다리가 베어지면서 낸 비명 소리를 듣고는 속력을 높인다.

현수는 물론이고 두 사내 역시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은 정글 부근에 사는 원주민들이 결코 발을 들여놓지 않는 곳이라는 것이다.

주변에 모켈레 무벰베라는 괴생명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놈을 목격한 원주민은 긴 꼬리와 긴 목, 그리고 커다란 몸집을 한 괴물이라고 증언했다. 흥미를 느낀 학자가 용각아목 공룡의 그림을 보여주었더니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

용각아목은 트라이아스기4) 말기부터 백악기5) 말기까지 출현했던 공룡의 일종이다. 브론토사우르스, 브라키사우르스, 디플로도쿠스가 이에 해당된다.

주로 강 지역에 서식하는데 하마를 싫어하여 모두 죽인다고 알려져 있다. 때론 사람들을 공격하는데 마을 전체를 전멸시킨 적도 있다고 한다. 먹는 게 아니라 밟아서 죽였다.

이쪽을 향해오는 괴생명체가 바로 그 모켈레 무벰베이다.

감히 자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고, 시끄럽게 소리까지 지른 죄를 징벌하기 위함이다.

한편, 현수는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오른 후 저격소총 체이탁 M―200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곤 그것을 아공간에 넣었다. 총의 무게만 12.3㎏짜리라 무거워서 버리던지 놓고 간 모양이다.

하긴 이걸 들고 정글을 누비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이외에도 PDA는 물론이고, 소음기까지 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나이트 포스 NX35.5―22X라는 스코프도 달려 있다. 22배율이라는 엄청난 고해상 배율을 가져 2.2㎞ 밖의 목표물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곁에 있던 탄창과 탄통 속의 탄환은 물론 고배율 망원경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1억이 넘는 고가 물품을 습득한 것이다.

다음엔 곧장 일행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러는 동안 모켈레 무벰베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두 사내를 짓이겨서 죽였다.

“아이고, 어디에 있었는가? 자네, 다친 덴 없지?”

“네, 저는 괜찮습니다.”

“휴우……! 정말 다행이네. 자네 찾느라 애 먹었네, 혹시 당했나 싶어 식겁했고……. 그나저나 어쩌지? 돌아가야 하나?”

정글 속에 숨어 있던 것처럼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토목기술사인 정 부장이 팔을 잡는다.

그리곤 안도의 한숨을 쉰다. 출발 전 현수의 안위가 최우선이라는 사장의 특명이 있었다. 적어도 콩고민주공화국 내에선 현수가 천지건설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놈들이……. 여기 반군들의 소행인 거 같은데……. 아무리 살펴봐도 총 쏜 놈을 찾을 수가 없네.”

“네에. 저도 봤는데 어디서 쏘는 건지 알 수 없더군요. 그런데 사망자와 부상자는 많습니까?”

“많이 당했지. 대부분 저쪽 군인들이야. 6명 사망에 6명 부상이네. 그런데 대부분 중상이라 살기 어려울 것 같네.”

“혹시, 우리 직원도 당한 사람이 있습니까?”

“하나 있네. 기계설비팀의 이 과장이 왼쪽 팔에 관통상을 입었네.”

“그거 다행이군요.”

“다행이라니?”

“체이탁의 탄환은 파열탄이거든요.”

“체이탁?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지?”

‘아차……!’

현수는 실언했음을 깨닫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하나 어찌 마냥 다물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놈들은 소음기를 단 총으로 쏘는 거 같았습니다. 총 쏘는 소리가 안 들렸잖아요.”

“그래, 그건 그랬지.”

“제가 군에 있을 때 저격수 교육을 받았거든요. 이번 건 저격용 소총 가운데 체이탁 같았습니다. 그냥 제 느낌입니다.”

“흐음, 그렇군. 그나저나 큰일이네.”

“뭐가요?”

“사망자와 부상자를 후송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우릴 호위하던 인원 대부분이 당해서……. 또 공격당하면 이번엔 우리 직원들이 당하게 되네.”

콩고민주공화국 쪽 인원은 건설국장과 군인 한 명만이 멀쩡하다. 나머진 사망했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기계설비팀의 이 과장이 당한 것은 군인들과 비슷한 색깔의 옷을 입어서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지나에서 파견한 저격수들의 솜씨가 제법 괜찮았던 모양이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후송한 뒤에 우린 이곳에 남아 있고, 후발대를 보내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 우린 전부 군 출신이니 총을 두고 가면 되잖습니까?”

“그렇긴 하지. 근데 우리만으로 될까?”

정 부장이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은신할 곳을 찾아 그곳에만 있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모여 있다가 당하면……?”

“취사도 해야 하고 하니 모여 있는 편이…….”

현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여기 동굴이 있다!”

누군가의 고함에 천지건설 직원들이 저마다 엄폐와 은폐를 해가며 그곳으로 몰려갔다.

저격수가 아직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수는 위험 요인이 제거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들과 유사한 행동을 해가며 동굴로 접근했다.

누군가가 발견한 동굴은 커다란 나무 뒤쪽의 야트막한 언덕으로부터 시작된다.

입구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도착한 즉시 안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하긴, 동굴 안쪽에 있으면 총알로부터 안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대략 열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는 내무부 건설국장과 군인 하나, 그리고 부상자들이 있다.

사망자의 시신은 옮겨오지 않은 모양이다.

긴급 지혈 조치를 취하고 있는 건설국장 역시 부상이라도 당했는지 팔꿈치 부분이 벌겋게 물들어 있다.

“국장님! 다치셨습니까?”

“아, 네에. 무사하군요. 저는 괜찮습니다. 급히 이곳으로 이동하다 헛짚는 바람에 조금 까진 겁니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은데 애도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움직임을 어떻게 알았는지 반군 놈들이 공격을 가한 모양입니다.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어쩌지요?”

“천지건설에서 지원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우리 측 인원이 둘밖에 남지 않아서……. 사망자와 부상자를 긴급히 후송하고 호위할 인원을 조금 더 데려와야겠습니다.”

“네에.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럼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이야기 좀 해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희 회사 전무님과 이야기하여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부상자 가운데 출혈이 심한 자가 있어서…….”

“네, 곧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살펴보았는데 후송한다고 해도 목숨을 건질 사람은 없었다. 너무 심한 상처를 입은 때문이다.

힐 마법으로 고통을 덜어줄 수 없음에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마나 소모가 워낙 많았던 때문이다.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니 박준태 전무와 부상당한 이 과장이 있다. 건설국장 이야기를 전하니 금방 인원 편성이 된다.

박준태 전무를 포함한 열두 명이 세 대의 트럭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동안 고장 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곧바로 떠날 수는 없었다.

저격수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수는 사실을 말해줄 수 없음이 답답했다. 하나 어쩌겠는가! 저격수들이 없다고 하면 왜 그러느냐고 물을 것이고, 그러면 대답할 말이 옹색해진다. 하여 꾹 참고 인내했다.

사물의 식별이 어중간한 어슴푸레한 저녁나절 건설국장을 비롯한 콩고민주공화국 인원 전원과 천지건설 측의 구호 인력들이 출발했다.

남은 인원은 현수를 비롯한 천지건설의 15명뿐이다. 인솔자는 토목기술사인 정 부장이 맡기로 했다.

모두가 출발하자 정 부장이 직원들을 모았다.

“자자! 우린 이곳에서 며칠을 보내야 합니다. 그러니 숙소 마련 및 임무 배치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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