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6화 (66/1,307)

# 66

오전 내내 별일 없이 잘 전진했다.

뱀 몇 마리가 앞에 있었지만 모두 처리되었다. 중간에 맑은 샘을 발견하여 그곳에서 점심 먹고 쉬기도 했다.

오후 4시 경, 정글도로 통로를 만들면서 세심히 주위를 살피던 현수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춘다.

신 사장은 무엇 때문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멈추면 소리내서 묻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때문이다.

현수의 조용한 손짓을 보니 멀지 않은 곳에 표범 한 마리가 웅크린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사람 몸통 굵기 정도 되는 나뭇가지 위이다.

사장은 잎사귀들 때문에 여간 조심해서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을 위치인데 용케도 찾았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 이는 와이드 센스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안 그랬다면 웬만해선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한 위치에 놈이 있었던 것이다.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현수는 AK―47로 놈의 미간을 단 한 방에 뚫어버렸다. 이것은 군인들로부터 받은 총이다.

현수는 총을 쏘기 전 사장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사장님, 놈의 미간 사이가 대략 7∼8㎝ 정도 됩니다. 그 사이에 검은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걸 겨냥하겠습니다.”

타아앙―!

사장이 대답하기도 전에 총알은 발사되었다. 그리곤 놈이 아래로 툭 떨어져 내렸다.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놈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사장이 소리친다.

“이, 이보게! 아직 안 죽었으면 위험하네!”

“압니다. 그리고 괜찮을 겁니다.”

신형섭 사장은 두려움 따위는 없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 표범에게 다가가는 현수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상처 입은 맹수가 더 공격적이고 무섭다는 것 정도는 동물의 왕국을 통해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망설임없이 표범의 사체로 다가갔다. 그리곤 쪼그려 앉는다.

“사장님, 안전합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표범 곁에 선 현수가 부르자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그 사이 현수는 날카롭게 벼려진 대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콩고민주공화국 군인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여길 보십시오. 미간에 점이 있다고 했지요?”

현수가 가리키는 점은 미간 정중앙에 있는 것으로 지름이 불과 1㎝ 정도 된다. 그런데 그것의 정중앙에 구멍이 나 있다.

말했던 대로 그곳에 총알을 쑤셔박은 것이다.

대한민국 육군의 저격 훈련을 받은 사람다운 솜씨이다.

신형섭 사장이 보고 있는 동안 현수는 표범의 가죽을 벗겼다. 거리가 있었기에 상처라곤 미간의 검은 점 딱 하나뿐이다.

다시 말해 뒤통수엔 구멍이 뚫리지 않은 것이다.

최상급 표범 가죽을 얻게 된 것이다.

“자네, 이런 건 어디에서 배웠나?”

능숙해 보이는 손놀림을 보고 물은 것이다.

“제가 특수부대에 있었다고 했잖습니까. 그때 배운 겁니다.”

“군대에서 이런 것도 가르치는가?”

짐승의 가죽 벗기는 것을 배웠느냐는 물음이다.

“아뇨. 교범엔 없는 건데 고참 중에 사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배워둔 겁니다.”

현수는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거짓말을 술술 잘도 했다.

이렇게 가죽을 벗기는 법은 케이상단의 알론과 동행했던 용병들에게 배운 것이다.

그러니 사장에게 어찌 그렇다 말할 수 있겠는가!

제법 큰 놈이었는지라 벗긴 가죽은 묵직해서 둘이 들어야 했다. 머리 쪽은 현수가, 꼬리 쪽은 사장이 들었다.

“사장님, 이 가죽은 사장님 댁 거실에 깔고 쓰십시오.”

“우리 집 거실에……? 그래도 되겠는가?”

“그럼요. 아프리카까지 오셨는데 기념물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시면 그때 손주들에게 뻥을 치실 거리도 조금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전 모르는 척할 테니 사장님께서 잡은 걸로 하십시오.”

신형섭 사장은 몹시 마음에 들어했다. 사실 이런 최상급 표범 가죽을 어디에서 얻겠는가!

그 다음 날 이후 둘은 계속해서 선두에 있었다.

어떤 날은 사슴 두 마리를 잡았다. 물론 둘 다 미간을 명중시켰다. 이놈들의 가죽 역시 사장에게 주었다.

호감을 사두어 나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죽에 대한 욕심이 전혀 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진하는 동안 현수는 전후좌우에 위치한 짐승들을 잘도 찾아냈다.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은 사살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겁을 주어 쫓아냈다.

사장은 현수의 능력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였다. 시야가 좁은 밀림이건만 람보 뺨치는 실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혼자서 숲 속을 돌아다녀도 하나도 위험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하여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엔 딱히 할 일이 없다.

콩고민주공화국 군인들이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해방된 뒤엔 알아서 경계 근무를 잘 서기 때문이다.

현수는 이들에게 있어 Un homme sans peur, 즉 ‘두려움이 없는 사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어쨌거나 벌써 며칠 째 현장 조사를 하고, 측량을 하는 등 기술자들이 고생하고 있다.

가지고 온 식량은 넉넉하지만 신선한 육류는 그렇지 못하다. 빨리 상하기 때문에 곡물과 통조림 위주로 준비한 때문이다.

9장 드디어! 바디체인지

며칠 전에 잡았던 사슴 두 마리는 통구이가 되었다.

그 맛이 기가 막혔기에 현수가 사냥 가겠다고 하는데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은 것이다.

“사슴을 잡으면 신호를 하게. 연기가 한 가닥이면 한 마리, 둘이면 두 마리, 이런 식으로 알고 있겠네.”

“하하! 네에, 기대하십시오.”

“참, 얼마나 있다 올 건가?”

“시간 여유가 많이 있다고 들었으니 여기저기 다녀볼 생각입니다. 현장의 주변 상황을 파악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 그건 반드시 조사해야 할 일이지.”

“조사를 마치면 제가 알아서 복귀할 것이니 기다리지 마십시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알겠네. 조심하게.”

사장은 현수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어디서 저런 인재가……! 후후, 내가 운이 좋은 거겠지? 딸이 있으면 사위라도 삼고 싶은 녀석이군.”

사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현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수의 신형은 정글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약 20분이 지난 후 연속해서 두 발의 총성이 울린다. 작업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음은 당연하다. 그로부터 다시 30분쯤 지난 후 두 가닥 연기가 피어오른다.

콩고민주공화국 군인들이 가서 사슴 두 마리를 가져왔다. 이번에도 깔끔하게 가죽이 벗겨진 채이다.

이들이 되돌아오기 직전 또 두 발의 총성이 울린다. 그리고 얼마 후 네 가닥 연기가 올라왔다.

총성은 두 발뿐이었는데 네 마리가 잡혔다는 신호를 보냈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튼 그 수에 맞춰 사람들을 보냈다.

이번에 잡힌 것은 숲멧돼지10) 두 마리이다. 워낙 무게가 많이 나가기에 연기를 더 피웠다고 한다.

숲멧돼지를 운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런데 이번엔 연기가 다섯 개나 올라온다.

뭔가 큰 놈이 잡힌 것이다. 가서 확인해 보니 아프리카 영양(Antelopes)이다.

아프리카 영양은 대부분 초원지대에서 살지만 드물게 깊은 숲에 서식하는 놈이 있다는데 그놈이 잡힌 것이다.

게다가 잡힌 놈은 몸무게가 1,000㎏에 육박할 정도로 큰 놈이다. 이 정도면 며칠 동안은 충분한 육류 공급이 될 것이라면서 더 깊은 곳으로 가보겠다고 하였다.

현수는 잡은 동물들의 가죽을 모두 벗겨서 넘겨주었다. 그래야 보존 마법의 효과가 오래가기 때문이다. 열대림 한복판이라곤 하지만 냉장고에 넣어둔 듯 며칠 동안은 끄덕없을 것이다.

모두가 떠난 후 현수는 결계를 펼치기 알맞은 곳을 찾았다. 그런데 아주 커다란 나무 하나가 보인다.

판타지 소설을 읽어보면 엘프들의 보살핌을 받는 세계수11)라는 거대한 나무가 등장한다.

그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큰 나무이다.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70m쯤 되고 사방으로 뻗은 가지도 엄청 많다.

이것의 중간쯤 되는 높이, 그러니까 약 35m 정도 되는 부분엔 잎사귀들이 얼마 없다.

햇볕을 받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나무가 만드는 그늘 부분은 거의 모두 풀밭이다. 햇볕을 받을 수 없어 다른 나무들이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라가 보니 괜찮은 듯 싶다. 하여 결계를 치고 안에 들어갔다. 아공간에 거의 모든 생활용품이 들어 있기에 빈 몸이지만 마법 수련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 수련은 7써클을 8써클로 올리기 위한 수련이 아니다. 단순한 수련으로 얻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에 익히고 있던 마법을 조금 더 능숙하게 펼치고, 아직 수련되지 않은 마법을 추가로 익히기 위함이다.

현수의 마나량은 7써클이 분명하다.

그런데 같은 7써클이라 할지라도 비기너와 유저, 그리고 익스퍼트와 마스터로 구분된다.

다시 말해 4단계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현수가 보유한 마나량은 분명 7써클 마스터에 해당된다. 하나 2% 부족함이 있다.

다시 말해 7서클 마스터가 되기는 했지만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7써클 마스터라 할지라도 또 다시 비기너와 유저, 그리고 익스퍼트로 구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7써클에만 모두 12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중 마지막에 해당되는 7서클 마스터 익스퍼트가 되어야 진정한 7써클 마법의 위력을 낼 수 있다.

그제야 8써클에 오르기 직전쯤 되는 것이다.

현재의 수준으로 따지자면 비기너와 유저 사이쯤 된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희미하게나마 8번째 써클이 존재하는 이유는 멀린의 마나심법이 워낙 고효율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계 안에서 마나심법을 조금 더 연마하여 완전함을 이루기 위해 수련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힐 마법과 생활 마법도 능숙하도록 해야지. 참, 이실리프 마법서도 살펴봐야겠지? 좋아, 이실리프여, 열려라!”

주문과 함께 마법서가 허공에 둥실 떠오른다.

손바닥을 표지에 대니 부드러운 황금빛이 잠시 일렁이는가 싶더니 표지가 열린다.

전에도 이실리프 마법서를 읽은 바 있다. 하나 그때는 목차 부분에서 원하는 페이지를 찾아 읽는 정도였다.

그 전에도 일독한 바 있기는 하나 그것은 정독이 아니었다.

대충 어떤 것들이 있다는 것을 살피는 수박 겉 핥는 식으로 읽어본 것이 전부이다.

현장에 있는 기술진들이 말하길 앞으로도 적어도 한 달은 현장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현수는 수학과 출신이라 건축 또는 토목과 관련된 특별한 기술이 없다. 따라서 사냥해서 신선한 고기를 제공하는 것을 빼면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름대로 치열하게 세상을 살았다. 공부할 시간을 쪼개 알바를 하면서 등록금을 마련하려 애썼다. 이런 삶이 몸에 배어 있는데 어찌 빈둥거리며 지내겠는가!

아무튼 외부에서 한 달이라면 결계 안에서는 15년에 해당된다. 이 정도 시간이면 어쩌면 원하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기에 일행을 떠나온 것이다.

어쨌거나 현수의 수련은 시작되었다.

“호오, 이런 마법도 있었군! 으음, 이건 유용하겠는데?”

마법서를 읽어가면서 현수는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마법이 너무나 많았고, 그 효용성이 참으로 대단하다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클린 마법과 워싱 마법이 이에 해당된다.

클린은 1써클, 워싱은 2써클 마법이다. 이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알게 된 것이다.

클린은 섬유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떼어내는 마법이다. 다시 말해 계면 활성 마법이다.

워싱은 공기 중의 수분으로 세탁하는 마법이다.

둘 다 세탁이라는 결과를 내지만 효과는 워싱 마법이 더 좋다. 클린 마법은 찌든 때까지 제거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제 세탁기와는 이별을 해도 좋을 것이다.

두 번째로 현수를 놀랍게 한 마법은 바디 리프레시 마법이다. 예를 들어 완전군장을 하고 100㎞ 행군을 하면 누구든 피로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럴 때 이 마법이 시전되면 출발 전과 다름없는 몸 상태가 된다.

현수는 마법을 익히느라 피곤해진 몸에 이 마법을 구현시켰다. 그랬더니 자지 않았음에도 피곤함이 풀려 버렸다.

덕분에 더 많은 시간을 수련에 할애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마법서를 읽지 않는 시간엔 마나심법 또는 운기행공을 하며 오의를 체득해 갔다. 또한 체력 단련도 잊지 않았다.

다행히도 아공간엔 운동기구까지 있었다. 마트에서 가져온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 쓰던 중고물품이기 때문이다.

런닝머신과 벤치프레스 등 거의 모든 기구가 있었기에 이것을 이용하여 체력 단련을 병행했다.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기에 성취하는 바가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13년이 흘렀다. 외롭고 쓸쓸한 시간이건만 현수는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불타는 학구열로 마법에 매진한 것이다.

게다가 멀린이 남긴 장서들 가운데 여러 권의 검법서를 얻은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기초 검법부터 소드 마스터의 검법까지 두루 익힐 수 있게 되었다.

하나 소드 마스터가 된 건 아니다. 검법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이르게 되었다. 검기를 뿜어내는 경지에는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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