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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70화 (70/1,307)

# 70

한때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마이크 타이슨이라 할지라도 기관총 앞에서는 쪽도 못 쓰는 법이다.

두 주먹만 믿고 진 대인이라는 놈을 따라왔던 놈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군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홀로 남겨진 진가가 노려보고 서 있다.

“어이, 진가! 넌 안 가냐? 가서 가게 문 닫아야지. 안 그래?”

“치잇, 두고 보자.”

“두고 보긴 뭘 봐? 두고 보자는 놈 치고 변변한 놈 못 봤다. 앞으론 이 앞에 알짱거리지도 마. 알았냐? 이 짱꼴라야!”

“이이익……!”

진 대인이라는 놈은 화가 났으나 기관총이 무서워 발작할 수가 없었다. 현수에게 달려드는 순간 불을 뿜을 것이고, 현수는 정당방위로 방면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꺼져라! 냄새나는 지나인아!”

“지나인이 아니라 대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이다.”

“개가 껌 씹는 소리하지 말고 꺼져. 미스터 주렙! 이 친구 안 가고 버티는데 저쪽에 좀 치워줬으면 좋겠어.”

“네, 보스! 알겠습니다. 즉시 그렇게 하지요.”

진 대인이라는 놈은 주렙이라는 덩치에게 질질 끌려간 뒤 내동댕이쳐졌다.

현수가 자신보다 훨씬 연장자인 것이 분명한 진가를 이처럼 매몰차게 대한 것은 어제 들은 이야기 때문이다.

진가는 약방을 차려놓고 아주 비싼 값에 약을 판다. 상처 때문에 죽을 지경이 된 환자가 와도 돈을 내지 않으면 절대 약을 내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고리대금업도 겸하고 있다.

돈을 빌려갔는데 갚지 못하면 두들겨 패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가족 중에 반반해 보이는 여자가 있으면 겁탈하기도 했고, 심지어 노예로 팔아치우기까지 했다.

고리대금업만으로도 벌을 줄 판인데 거기에 성폭행과 인신매매까지 했다는 뜻이다.

이러니 어찌 좋은 낯으로 대해주겠는가!

놈들이 사라지고 난 뒤 가게는 또다시 문전성시를 이뤘다. 날마다 매상 신기록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저녁나절 현수는 가게 밖으로 나왔다. 이 차장이 평소 안면이 있던 교민 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기에 풀려난 것이다.

‘진 대인이라는 놈, 욕심 사납게 생겨서 뭔가 일을 저지를 놈이야. 그냥 놔두면 안 될 놈이지.’

장사를 하면서 틈틈이 지나인의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두었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저녁 9시. 서울 같으면 이제 술자리 중반에 접어들 시각이다. 하나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킨샤사는 어둠에 잠겨 있다.

“진 대인 약포? 가지가지 하는군.”

약방에 간판이라는 것이 달려 있다. 생철판에 페인트를 칠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한자로만 글씨를 써놓은 것이다.

가게의 문은 열려 있다. 불도 켜져 있다. 주변엔 아침에 보았던 덩치 가운데 하나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차장의 약국은 여전히 문전성시이다. 그런데 이 가게에는 손님이라곤 씨가 말랐다.

하긴 비싸고, 불친절한 이 가게에 누가 오겠는가!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투명 은신 마법을 펼친 뒤 가게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아무렇게나 정렬된 약들이 보이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제법 오래된 듯싶다. 하나를 들어 살펴보니 유효기간이 지났다.

‘약국이 없는 곳인데 왜 이렇게 오래된 약이 있지?’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이 없어서 못 파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진 대인이라는 놈은 지나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약들을 싼값에 수거하여 이곳에서 비싼 값을 받고 팔았다.

약효가 있든 없든, 부작용이 생기든 말든 돈만 벌면 된다는 지나인 특유의 탐욕을 부린 것이다.

현수가 어찌 이런 속사정까지 알 수 있겠는가!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까 오늘 밤, 싸가지없는 한국 놈이 하는 그 가게에 불을 지르란 말이지요?”

“그래. 두 시쯤 불을 지르면 될 거야. 그리고 기다리고 있다가 놈들이 불을 끄겠다고 나오면 이걸로 쏴서 죽여 버려.”

“보수는……?”

“100달러면 어때?”

“몇 명을 죽이는 건데요?”

“듣자 하니 한국인은 둘뿐이라고 하더군.”

“그럼 둘 다 죽이라는 말이오?”

“그래. 반드시 확인사살까지 해야 해. 알겠나?”

“당연하오. 대가리 한가운데에 한 방씩 더 쏴주겠소. 근데 죽일 사람이 둘이면 200달러 주시오.”

“200달러……? 그렇게는 못 주고, 120달러 주지.”

“180달러 주시오.”

“150달러! 더 이상은 못 줘. 알겠나? 너 말고도 이 일 시킬 사람은 널려 있어.”

“……! 알겠소. 그럼 먼저 반만 주시오.”

“아니! 착수금으로 20달러 주지. 일 끝나면 나머질 받을 수 있을 거야.”

11장 용서받지 못한 자

“쳇, 알겠소. 그거라도 주시오.”

“자, 여기……! 참, 그 가게에 제법 반반한 계집이 있다더군. 그년은 산 채로 끌고 오게.”

“얼마 주시겠소?”

“30달러 더 주지.”

“좀 적은데……. 30달러에 술 한 병 더 주시오.”

“좋아, 그렇게 하지. 참, 총은 다 쓰고 돌려줘야 해.”

“알겠소. 그렇게 하지요.”

대화를 마치고 사내 하나가 일어선다. 그런 그의 손에는 권총 한 정이 들려 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잠시 후, 진 대인이라는 놈은 쫄다구들을 시켜 가게 문을 닫았다. 그리곤 씻지도 않은 채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간다.

돼지우리에 지나 놈과 돼지를 집어넣으면 돼지가 나간다고 한다. 너무 더러워서 그런다는 것이다. 그런 지나 놈 아니랄까봐 발은 물론이고, 이빨도 안 닦고 잠자리에 든 것이다.

현수는 잠시 기다렸다. 어깨들이 물러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그렇게 5분쯤 지나자 사방이 고요하다.

남의 목숨을 빼앗으라고 살인 청부를 한 놈은 마음 편히 잠을 청하려는지 눈을 감고 있었다. 어떤 성품의 소유자인지 확실히 알 것만 같다.

‘나쁜 놈! 명년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인 건 알아?’

현수는 가까이 다가가 마법을 구현시켰다.

“홀드 퍼슨! 보이스 익스토션(Voice Extortion)!”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을 것이고, 목소리도 봉인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저항하거나 말하지 못할 것이다.

“으으윽……!”

진 대인이라는 놈은 갑작스럽게 가위에 눌린 듯 꼼짝도 할 수 없고, 목소리조차 낼 수 없자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그 순간 현수의 나직한 음성이 들린다.

“마나여, 빛을 밝혀라. 라이트!”

현수의 음성에 따라 주먹만 한 구체가 실내를 조명하자 자칭 진 대인이라는 놈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전구가 없는 곳에서 불이 밝혀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이, 냄새나는 지나 놈! 내 얼굴 보이나?”

“으으! 으으으……!”

“잘 보인다고? 내가 누군진 알지?”

“으으! 으으으……!”

“조금 전에 날 죽이라고 살인 청부를 했지?”

“으으! 으으으……!”

“아니라고……? 짜식! 어디서 거짓말을……! 내가 다 보고 있었는데. 사실대로 말해. 날 죽이라고 했지?”

“으으! 으으으……!”

“니가 누굴 죽이라고 한 건지는 알아?”

“으으! 으으으……!”

“아……! 어찌 아느냐고? 그래, 몰랐을 수도 있겠다. 그럼 지금부터 네가 누굴 죽이라고 살인 청부를 했는지 가르쳐 주지. 마나여, 백열하라. 파이어!”

화르르르륵―!

현수의 손에서 시뻘건 불길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이내 청백색으로 바뀐다.

진 대인이라는 놈의 눈이 화등잔만 해진다. 하긴 마법사를 보았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후후, 네가 죽이라고 했던 난 지구 유일의 7써클 마스터인 마법사야. 어때? 놀랍지?”

“으으! 으으으으……!”

“그간 못된 짓 많이 했다며? 그래서 지금부터 네놈을 조금씩 지져서 죽여줄 거야. 조금 뜨겁겠지? 하지만 비명은 못 지르지. 왠지 알아? 내가 마법으로 네놈의 음성을 봉인시켰거든.”

“으으! 으으으……!”

“말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아니, 너하곤 할 말 없어. 그러니 따끈따끈한 고통이나 느껴봐.”

말을 마치곤 화구를 진 대인이라는 놈의 오른쪽 발에 갖다대었다. 발을 오므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당황스럽다는 듯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으윽! 으으윽……!”

“조금 뜨겁지? 어때, 네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네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건 알아?”

“으으! 으으으윽……!”

“모르지? 그동안 애꿎은 사람들 데려다 곤장도 치고, 주리까지 틀었다며?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사극 찍었냐?”

“으으! 으으으……!”

“게다가 강간에 인신매매까지……! 난 네놈을 살려줄 마음 없어. 시체까지 싹 태워줄게.”

“으으! 으으으……!”

“근데 네놈이 지은 죄 중에 제일 큰 죄가 뭔지 알아?”

“으으! 으으으……!”

“흐흐흐, 그건 마법사인 내게 협박을 한 죄야. 그 죄의 대가는 당연히 죽음이지.”

“으으! 으으으……!”

진 대인이라는 놈이 계속 소리를 냈지만 현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놈의 가게 곳곳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게는 화염 속에 휩싸였다.

그런 가운데 가장 불길이 충천하는 곳이 보인다. 4써클 마법인 인페르노가 시전된 곳이다.

그곳의 중심엔 진 대인이라는 놈이 있다. 그간 행한 간악함을 처벌하려 산 채로 불태워 버리려는 것이다.

현수가 이렇듯 모질게 하는 것엔 지나인들에 대한 악감정 때문이다. 공사를 따지 못했다고 국가 차원에서 저격을 시도한 놈들이다.

그 결과 아홉 명이 죽고 세 명은 치료 중이라고 한다.

이런 놈들에겐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 생각하고 있었기에 산 채로 태워 버린 것이다.

일종의 살인 행위이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진 않는다.

죽을 만한 놈이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킨샤사에 있던 약방 가운데 하나가 완전 연소되었다.

후진국이라 한국과 같은 감식은 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화재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증거 하나 찾을 수 없도록 철저히 불태웠다.

다음은 놈에게 빌붙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어깨들 순서이다.

조금 전 놈들이 물러갈 때 북드 슬립(Booked Sleep) 마법을 걸어두었다. 이것은 멀린이 만든 독창적인 마법으로 수면 예약 마법이다. 따라서 지금쯤 깊은 잠에 취해 있을 것이다.

어디 있나 찾아보니 멀리 가지도 못한 채 땅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다.

“네놈들 역시 죄를 너무 많이 지었어. 하나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 평생 한쪽을 절면서 살아봐. 마나여, 이놈들을 마비시켜라. 퍼랠러시스 오브 라이트 레그 엔 핸드(Paralysis of right leg & hand)!”

마나가 스며들자 놈들은 잠깐 꿈틀했다. 하나 잠에서 깨어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중풍이라고도 칭하는 뇌졸중에 걸리게 되면 대부분 몸의 왼쪽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현수는 방금 오른쪽을 마비시켰다. 현대의학은 물론이고 한의학으로도 진단조차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는 짓 봐서 풀어줄 만하면 풀어주지.”

말을 마친 현수는 투명 은신 마법과 플라이 마법을 써서 숙소로 되돌아왔다. 또 한 놈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깊은 밤, 조용히 다가오는 사내 하나가 있다.

진가로부터 살인 청부를 받고 온 놈이 분명하다. 한 손엔 휘발유 통, 다른 한 손엔 권총이 들려 있기 때문이다.

살금살금 걸으면서 주위를 살피는 걸 보니 긴장한 듯하다.

그런데 너무 어두워서 그런지 현수가 서 있는 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놈은 현수 앞으로 점점 다가왔다.

그렇게 열 발자국 정도 가까이 다가오자 마법을 걸었다.

“홀드 퍼슨!”

“으윽! 뭐, 뭐야? 으윽! 근데 왜 이러지?”

사내가 당황할 때 권총을 먼저 챙겼다.

베레타 9㎜ M9 권총이다. 벨기에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놈이다. 탄창을 보니 15발이 그대로 다 들어 있다.

아공간에 권총을 넣으며 놈을 노려보았다. 갑작스레 움직일 수 없어 그런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빌어먹을 놈! 돈 몇 푼에 사람 목숨을 끊으러 오다니…….”

“무슨 소리냐? 사람을 죽이러 오다니……?”

시치미를 떼려는 듯하다.

“헛소리하지 마. 다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널 보낸 놈은 이미 죽었어. 그러니 잔금은 지옥에 가서 받도록!”

“왜, 왜 이러느냐?”

“긴말할 거 없다. 텔레포트!”

현수와 살인 청부업자가 나타난 곳은 현장 조사를 나갔다가 처음 사슴을 사냥했던 그곳이다.

갑작스레 정글 한가운데로 이동하게 되자 어리둥절하면서도 겁먹은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놈을 편평한 초지 위에 세워놓았다.

“재수가 좋으면 살 것이고, 아니면 죽겠지.”

인적이라곤 완전히 끊긴 곳이기에 어느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베풀지 못할 것이다.

“사, 살려줘! 아니, 살려주세요!”

“지랄을 한다. 살면서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죽을 때까지 반성해라. 텔레포트!”

아무리 발버둥쳐도 마법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7써클 대마법사의 마법이기 때문이다.

목소리마저 봉인한 것은 아니니 계속해서 소리를 지를 것이다. 그건 굶주린 짐승들을 불러들이는 소리가 된다.

아무튼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기력이 떨어지면 숨이 멎을 것이다. 그럼 곤충이나 짐승들의 먹이가 된다.

재수없으면 죽기 전에 짐승들이 올 수도 있다. 그럼 맨 정신에 놈에게 뜯어 먹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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