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3화 (93/1,307)

# 93

그 결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에서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신문의 1936년 1월 1일자를 보면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으로서 천황 폐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것이 1면 톱기사이다.

또한, 1938년 1월 1일판을 보면 독도 인근 해역을 일본해라 표시해 놓았다.

그렇기에 현수는 이 신문을 그냥 줘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 정도로 싫어한다.

그리고 이 신문에 실리는 어떠한 기사도 신뢰하지 않는다.

사실을 교묘히 왜곡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언론사이다. 또한 편파적인 보도로 국론을 호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걸 들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빠진 현수는 사장실을 나섰다.

“이은정 씨! 이 신문 넣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 그거요? 네, 그랬는데도 막무가내로 넣네요.”

“사절이란 쪽지 써서 붙여 놓으세요. 그리고 다시는 우리 사무실에 이 신문을 들여놓지 않도록 하세요.”

“네에. 알겠습니다.”

현수는 스승인 멀린을 만나기 전에도 호불호가 분명했다. 그렇기에 음성에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이은정 역시 이 신문이 어떤지를 알기에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그저 죄송하다는 표정만 지었다.

“지금 당장 지국에 전화해서 다시는 넣지 말라고 하세요.”

“네에.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이은정은 난감했다.

이 빌어먹을 신문은 넣지 말라고 해도 계속해서 넣는다. 지금껏 열 번 이상 전화를 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표정을 읽은 현수는 직접 지국에 전화를 했다. 그리곤 쓰레기 같은 신문 넣지 말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하나 다음날에도 이 신문은 또 배달된다.

화딱지가 난 현수는 그 길로 지국으로 찾아갔다. 그리곤 배달원과 지국장 모두 벙어리와 절름발이로 만들어 버렸다.

친일파도 나쁘지만 그런 놈들 곁에 빌붙어 이득을 취하는 놈들 또한 나쁘다 판단하였기에 이렇게 한 것이다.

“에이, 기분이 상하네.”

지국에 가서 친일파의 떨거지들을 처벌하고 돌아왔음에도 계속해서 불쾌한 기분이 든다. 하여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곤 춘천 쪽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 저녁 신입사원 환영회는 셋이서만 하라고 하였다.

원래의 계획은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2차로 나이트클럽에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2차는 가기 곤란해진 것이다. 여자 셋만 갔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 없다면서 나중을 기약했다.

10장 인생의 항로를 정하다!

현수가 신입사원 환영회마저 포기하고 훌쩍 떠난 것은 강원도의 어느 폐교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가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다.

소나무에 관한 한 대한민국 최고의 동양화가이다.

그리고 나이가 제법 많음에도 다양한 사람과의 소통을 즐기는 소위 정신이 깨어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현수는 대학교 졸업반일 때 그곳으로 MT를 갔었다.

그때 살기 힘든 현실을 어찌 해야 현명하게 헤치고 나아갈 수 있는지를 그 화가가 조언해 주었다.

헤어질 땐 언제든 마음 복잡하면 다시 놀러오라던 마음씨 푸근한 분이기에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차를 몰고 가는 동안 라디오를 켜지 않았다. 앞으로 어찌 살 건지를 생각하기 위함이다.

현실에서도 돈을 벌고, 이계에서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대전제는 변함이 없다. 지금껏 어렵게 살아왔으니 이제 잘 살아볼 때도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돈 버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컴플리트 힐 마법 하나만으로도 떼돈을 벌 수 있다.

만일 트롤의 피만 많이 구할 수 있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빌 게이츠를 우습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르센 대륙에선 아공간에 담긴 1,400만 봉지에 달하는 라면만 팔아도 재벌 소리를 듣게 된다.

또한 마트 세 개 분량의 각종 생필품은 단번에 거부로 만들어줄 보물 중의 보물일 것이다.

그런데 왠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뭔가 덜 채워질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하여 운전하는 내내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문득 재수없는 언론사 생각이 났다.

지국장과 배달원을 벙어리에 절름발이로 만들어 버렸다.

하나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신경에 마비와 수축을 걸어둔 일시적인 장애이다. 그래도 최소 몇 달은 고생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신문 배달하여 번 돈을 모두 써야 간신히 치료가 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신문사 문제는 원천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사주라는 놈이 어느 동네엔가 아파트 단지만 한 땅에 아방궁을 지어놓고 떵떵거리며 산다고 했지? 흐음, 그건 나중에라도 검색해 보면 알겠지.”

현수가 기억하는 그 신문사 사주는 약 3,750평짜리 땅에 집을 짓고 산다. 대통령 관저가 약 920평이니 충분히 비교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이라는 S그룹이나 H그룹 총수가 사는 집도 1,000평이 안 되는 땅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넓은 집에서 산다. 무슨 짓을 했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보다도 넓은 집에서 살까? 그 많은 재산의 기초가 된 것은 아마도 친일행위로 얻은 것일 것이다.

“먼저 퍼머넌트 플라토닉 커스(Permanent Platonic Curse) 마법으로 영구히 거세시켜 후손을 볼 수 없도록 하고, 일가족 모두 백치가 되도록 하면 될까?”

현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것 가지곤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냐, 그걸론 부족해! 더 팰러스 오브 마우스(The Palace of Mouse) 마법 정도는 추가되어야겠지?”

멀린이 창안한 이것은 상대에게 지상최고의 고통을 안겨주면서 서서히 말려 죽이는 정신 계열 마법이다.

멀린이 알렉산더 폰 카이엔을 도와 카이엔 제국을 건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 반란이 벌어졌다.

이때 반란을 부추겼던 흑마법사 무리가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성취를 위해 삼십만 명에 가까운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실험을 했다.

힘줄을 뽑고, 선혈을 모았으며, 눈알을 적출하고, 척추를 가루 내어 마계를 열려고 했다.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든 마법이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시전되면 시커먼 쥐 떼가 달려들어 온몸을 물어뜯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환상이다.

하나 본인은 이를 실제인 것으로 착각한다.

두뇌가 느끼는 고통이 실제로 물렸을 때와 같기 때문이다.

산 채로 온몸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장기마저 쥐들이 파헤치는 느낌이 어떻겠는가!

살아 있지만 조금도 반항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무방비로 당하는 것이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겠지만 애석하게도 모기 날아다니는 소리조차 낼 수 없다.

장기마저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면 다음은 쥐들이 뼈를 갉아먹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다 결국은 죽게 된다.

물론 환상이다. 쥐들이 달려들기 시작한 것부터 따지면 꼬박 세 시간짜리 고통이다.

문제는 이것이 매 여섯 시간마다 반복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루에 네 번 똑같은 고통을 받는다.

당연히 식욕도 없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비명도 못 지르는 무시무시한 고문에 시달린다.

서서히 말라감과 동시에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하루 네 번의 고문은 계속된다. 그러다 결국 죽음에 이른다.

이때의 사망은 실제 상황이다.

이실리프 마법서에 기록되어 있기를 더 팰러스 오브 마우스는 너무도 극악무도하여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자에게만 시전하라는 당부가 달려 있다.

또한 시전하기 전에 최소한 두 번은 적절한 처벌인지를 따져보라는 주석도 붙어 있다.

한번 시전되면 그때의 정신적인 충격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마법은 시전자만이 해제할 수 있다. 마법의 조종이라는 드래곤조차 풀어줄 수 없는 지독한 저주인 셈이다.

“앞으로 친일파와 그 후손들을 대할 땐 이게 좋겠군.”

조상의 친일행위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라도 쥐 죽은 듯 지내야 한다. 그런데 정부를 상대로 빼앗겼던 부동산을 되돌려 달라는 재판을 거는 놈들을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는가!

현수의 생각엔 흑마법사보다도 더 나쁜 놈들이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다. 그렇기에 이걸 떠올린 것이다.

이 마법의 장점은 상대의 육체가 아닌 정신을 착란시키는 것이기에 마나 소모가 적다는 것이다.

또한 외형적으로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기 때문에 법으로 처벌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최소한 석 달 열흘은 고생하게 놔둬야지. 후후, 그 기간이면 좋다는 의료기관들은 전부 다 돌아보겠지?”

현수의 얼굴엔 개구진 웃음이 배어 있었다.

“아마 그래 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걸? 후후, 나중에 반성의 기미가 보이면 그때 풀어주면 되겠지.”

하나 그냥 마법을 해제해 줄 생각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의료기관이 치료를 포기한 뒤일 것이니 대가를 어마어마하게 받아낼 계획이다.

그 돈으로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는 데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흐음, 친일파 놈들은 그렇다 치고, 다음은 어떤 놈들을 솎아낼까?”

출발할 때와 달리 괜스레 신이 나는 느낌이다. 하여 운전대를 톡톡 두드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처벌할 놈들을 분류한 것이다.

첫째가 친일파와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 후손들이다.

왜정시대 때 기미가요를 부르더라도 큰 목소리로 부른 놈과 마지못해 부른 사람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친일을 했더라도 적극적이었느냐 여부를 따져 그런 놈들에겐 가차없는 처벌을 내리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친일파 본인은 더 팰러스 오브 마우스 마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다.

후손들 가운데 반성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자들은 놔두겠지만 후안무치한 놈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둘째는 서민들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는 일본계 자본에 대한 처벌이다.

이들은 현재 신용 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악용하고 있다. ‘

돈 빌릴 데가 마땅치 않음을 빌미로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서민을 등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처벌은 국내 재산 전부에 대한 몰수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한 것은 아니지만 단 한 푼도 일본으로 가져갈 수 없도록 할 생각이다.

셋째는 고리대금업자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서민들의 약점을 잡아 고혈을 빠는 놈들이다.

당연히 그냥 놔둬선 안 된다. 전 재산을 몰수하고, 그간의 악행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때 현수는 홍길동을 떠올렸다.

이들의 재산 역시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위한 재단에 익명으로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넷째는 사회악인 조폭들에 대한 제재이다.

이미 많은 악행을 저지른 결과 두목 급이 된 놈들은 중증 근무력 마법으로 다스릴 생각이다.

평생 벌레처럼 기어다녀야 할 것이다. 사람으로서 살아갈 가치를 잃은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두목 급은 아니더라도 폭력으로 재물을 갈취하거나, 성폭행, 인신매매, 마약밀매 등에 연루된 놈들은 2G∼4G 마법을 걸 생각이다.

그러면 늙어죽을 때까지 현재보다 2∼4배나 되는 중력을 받게 된다. 당연히 걷는 것조차 힘들 것이므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애로사항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백두마트의 보안요원들을 잊고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몇 달이 흘렀다.

따라서 지금쯤이면 처절한 보복을 한다 하더라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개 패듯이 패놓고 겨우 5만 원어치 상품권을 주며 희롱했던 보안실장을 비롯한 요원들 전원은 결코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현수는 조만간 이들을 찾아갈 생각을 하며 이를 갈았다.

‘으드득! 지구 유일의 마법사를 두들겨 팬 놈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지. 두고 보자!’

다음은 썩어빠진 정치인들에 대한 처벌을 생각해 보았다.

부정이나 비리에 연루된 자, 또한 국가관 희박한 자들에겐 브레인 서킷 브레이크(Brain Circuit Break) 마법이 적용된다.

이 마법에 걸리면 소위 CRPS4)라 부르는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아침엔 한쪽 팔이 용광로에서 타들어 가는 듯한 지독한 고통을 30∼40분간 받게 될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220V쯤 되는 전기가 온몸을 돌아다니는 느낌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저녁이 되면 양쪽 다리를 누군가 계속해서 도끼로 찍는 듯한 작열감 때문에 비명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자는 동안엔 매일 밤 지옥의 악귀가 밤새도록 쫓아다니는 악몽을 꾸게 된다.

아침이면 눈을 뜨겠지만 아마도 세상을 사는 것 같지 않을 것이다. 이 증상은 일요일도 없고, 공휴일도 없기 때문이다.

치료를 하기 위해 수많은 병원을 전전해야 할 것이다.

하나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7써클 마스터 이상이 된 마법사뿐이다.

다시 말해 현수만이 고칠 수 있다.

적당한 때가 되면 부정하게 모은 재산 전부와 그간의 이자를 합친 금액을 내놓아야 간신히 치료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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