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9화 (99/1,307)

# 99

“네에. 사장님!”

자리에 앉아 스케줄을 확인했다. 오사카에 도착한 이후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지를 확인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기에 정보를 얻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음엔 정치면 기사들을 훑어보았다. 요즘 정치판이 어떤지 알아본 것이다. 한마디로 정의를 내렸다.

개판이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놈도 있고, 제정신이 아닌 듯한 놈들도 수두룩하다.

“이놈들은 절대 말로는 설득이 안 되는 놈들이지. 기다려라.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해주마. 개자식들!”

사회면도 뒤져서 얻고자 하는 정보를 얻었다. 그러던 중 문득 깨달은 바가 있다.

혼자 힘으론 7써클 아니라 10써클 마스터가 되어도 사회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회구조 자체가 잘못된 데다가 벌받아 마땅한 놈들이 널리고 널린 세상이기 때문이다.

“흐으음, 무엇을 해서 믿을 만한 세력을 가질 수 있을까?”

아르센 대륙에선 나쁜 놈들을 죽여 버리면 된다. 살인이 싫으면 잡아다 몬스터 소굴에 떨궈놓아도 된다.

후환도 없는 완전한 처벌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선 그래선 안 된다. 살인범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여 솜방망이 처벌을 가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선 정신 차릴 놈 없기 때문이다.

하여 한참을 고심했다. 이것은 이후의 행동을 결정하는 일종의 전환점이 되는 생각이었다.

13장 니들은 이런 거 가질 자격 없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 진짜 잘못된 세상이야.”

유진기가 들어간 집은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저택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큰 집이다.

폭력으로 남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조폭이 살기엔 너무 좋은 집이기에 투덜댄 것이다.

살펴보니 담장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다.

“개자식들! 남들 돈으로 살면서 도둑이나 강도 들어오는 건 싫은 모양이지? 그래 봤자다, 이놈들아!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그리고, 플라이!”

현수의 신형은 투명화되었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잠시 후 유진기가 머무는 방의 창가에 도착하였다.

안을 살피니 등을 돌린 채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CCTV가 비추지 않은 곳이기에 투명 은신 마법을 해제했다. 대신 엿듣기 마법을 구현시켰다.

“마나여, 대화를 엿듣게 하라. 이브즈드랍(Eavesdrop)!”

“그래, 그러니까 조금 더 기다리라는 거야? 근데 내가 왜 기다려야 하는데?”

유진기의 짜증 섞인 말에 누군가가 대답한다.

“그년 스케줄 때문에 그렇습니다. 형님!”

“좋아, 언제까지인지 시한을 정해.”

“형님, 늦어도 닷새만 기다려 주십시오.”

“좋아, 기다려 주지. 단, 계집애 몸에 손을 대면 알지?”

“어이구, 형님! 저희가 어찌……. 걱정 마십시오. 깨끗한 상태로 데려가겠습니다.”

“좋아, 그건 그렇고 이번 물건은 언제 들어와?”

“네, 4일 후 새벽 세 시 반입니다.”

“도착지가 안면도 앞 공해상이라고 했지?”

“네, 형님!”

“차질없이 물건 넘겨받아라.”

“걱정 마십시오, 형님!”

“그리고 그건 어떻게 되었지?”

“그거라니요……? 아,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몇 명이라고?”

“우리가 넘겨받는 건 35명이고, 넘겨주는 건 42명입니다.”

“놈들에게 전처럼 인물 빠지는 것들 들여오면 안 된다고 확실히 말했지?”

“네, 걱정 마십시오. 이번 건 이메일로 미리 얼굴 확인 다 된 겁니다. 제가 봤는데 모두 괜찮았습니다.”

“좋아, 그 일도 차질없이 진행해. 내일은 이번 달 수입 보고 하는 날이다. 잊지 않았지?”

“네에, 걱정 마십시오. 확실히 보고 드리겠습니다.”

“좋아. 특이사항 있나?”

“네, 어제 애들 몇이 이상해져서 돌아왔습니다.”

“이상해져?”

“네, 동대문 쪽 애들인데 힘을 못 씁니다. 쥐약 먹은 병아리처럼 비실거려서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비실거려……? 술을 너무 많이 퍼먹은 거 아냐?”

“그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오늘 통화는 끝내자.”

“네, 형님! 좋은 밤 되십시오.”

“야! 너, 내가 그런 말 쓰지 말라고 했지? 짜식, 여관 기도 출신 아니랄까 봐……. 좋은 밤은 무슨 말라비틀어진…….”

“헉,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유진기는 샤워를 했다. 그러는 동안 현수는 지붕에 올라가 생각에 잠겼다.

통화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밀수 내지는 마약에 손을 대는 것 같다. 사람들을 넘겨주고 넘겨받는 것도 이상하다.

‘이놈들 대체 뭐하는 거지?’

잠시 상념에 잠겨 있는 사이에 열한 명의 사내들이 현관을 통해 저택 안으로 들어온다. 중심에 서서 걷고 있는 자는 나이가 60 정도 되었다.

유진기의 부친인 유국상일 것이다.

“아버님, 다녀오셨습니까?”

“오냐. 회사는 다닐 만하더냐?”

“샌님 같은 놈들만 있어서 좀이 쑤셨습니다,”

“허허, 그랬어? 알았다. 잠시 후에 보자.”

“네,”

유국상이 방 안으로 들어간 이후 열 명의 사내들은 밖으로 나가 사방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침입자에 대비하는 듯하다.

현수는 열린 창문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곤 와이드 센스 마법으로 실내를 확인했다.

유국상과 유진기 그리고 세 명의 여자들이 있다. 여자들 가운데 하나는 유국상의 애첩인 듯하다.

나머지 두 여인은 음식과 청소를 한다.

유국상은 애첩의 목욕 시중을 받으며 샤워를 했다. 지가 무슨 제왕이라도 된 듯 손가락 하나 까딱도 않는 모양이다.

유진기는 부친이 목욕하는 동안 노트북을 펼쳐 들었다. 그리곤 뭔가 작업을 한다. 잠시 후 프린터가 용지들을 토해냈다.

부자가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애첩과 음식 담당이 시중을 들었다. 식사 후, 소파에 앉자 보고가 시작된다.

그러는 동안 현수는 유진기의 이 층 방들을 샅샅이 뒤졌다.

이 층엔 일곱 개의 문이 있는데 하나를 열어보니 침실이다.

중앙엔 스위치만 누르면 진동하는 물침대가 있고, 천장엔 거울이 붙어 있었다. 무슨 용도인지 뻔하다.

“변태 같은 새끼!”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마법까지 사용하여 방을 뒤졌다. 하나 유진기의 수집품은 없었다.

다음 방은 영화 감상을 위해 만든 방인 듯하다. 72인치 텔레비전과 홈시어터 설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한쪽 벽면엔 각종 DVD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반대쪽엔 소파 겸 침대가 있다. 그 곁엔 이동식 홈 바(Home Bar)가 있다. 이 방도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세 번째 방은 체력단련실이다. 운동기구들이 즐비하다. 이곳 역시 원하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네 번째 방은 조폭에겐 어울리지 않는 서재이다.

책장을 보니 유진기가 읽었을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장서들이 꽂혀 있다. 모르긴 몰라도 서점에 가서 ‘여기부터 저기까지 주세요’ 했나 보다.

창문과 출입구 부분을 빼곤 바닥부터 천장까지 최소한 몇 만 권은 될 만한 책들이 꽂혀 있다.

만약 수집품을 책들 사이에 꽂아 놓았다면 찾기 힘들다. 하여 일단 이 방은 패스했다.

다섯 번째 방은 자쿠지7)가 설치되어 있으니 욕실이라 해야 한다. 그런데 단순한 욕실이 아니다. 냉장고와 홈 바가 있다.

물에 젖어도 괜찮은 침대 비슷한 것도 있다. 무어라 정의 내리기 어려운 방이다.

한쪽의 문을 열면 샤워부스와 변기, 세면기가 별도로 있다.

아무튼 이곳을 뒤졌다. 물론 찾는 물건은 없었다.

여섯 번째 방문을 열었다. 크고 작은 금고 세 개가 있다.

드디어 목표물을 찾았다 생각한 현수가 언락 마법으로 금고를 열려는 순간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현수의 신형이 사라지는 순간 문이 열린다.

“응……? 뭐였지? 뭔가 있었는데?”

들어온 놈은 유진기이다. 현수의 신형이 사라지던 그 순간 문을 열면서 이상한 기척을 느낀 듯하다. 하나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고개만 갸웃거렸을 뿐이다.

스르르르륵! 스르륵! 촤르르르륵! 촤르륵!

다이얼을 돌려 큰 금고를 연다. 그리곤 장부 비슷한 것을 꺼내곤 다시 닫았다.

쿵―!

방문 닫치는 소리에 이어 멀어져 가는 발걸음이 느껴진다. 현수는 마법을 해제했다. 마나 소모를 줄이기 위함이다.

“언락!”

아까 보았기에 다이얼을 돌려도 된다. 하나 장갑을 준비하지 않아 지문이 남을 것을 우려하여 마법을 쓴 것이다.

스르르르륵! 스르륵! 촤르르르륵! 촤르륵!

어쨌든 다이얼이 저절로 돌아갔다.

철컥―!

금고를 연 현수는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장부는 20여 권이고 나머진 모두 금괴와 현금 다발이다.

“흐음, 어떻게 한다? 이걸 다 볼 수도 없고……. 참, 마트에서도 장부를 팔지?”

아공간에 손을 넣어 장부를 꺼냈다.

“좋았어, 퍼펙트 카피(Perfect Copy)!”

이실리프 마법서엔 잡다하다는 표현이 옳을 별의별 마법이 다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금 시전된 7써클 마법, 퍼펙트 카피이다.

이 마법은 완벽하게 똑같은 문서 또는 스크롤을 제작할 때 사용된다. 재질은 비슷하기만 하면 된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마법사답게 반복되는 작업을 하기 싫을 때 사용하는 마법이다. 멀린은 이 마법으로 똑같은 아티팩트를 제조하는 데 사용했다.

20여 권의 장부를 복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2분이다. 원래의 위치에 넣고는 금고를 닫았다. 그리곤 작은 금고문을 열려고 했다.

“언락!”

스르륵! 스르르르르륵! 촤르륵!

“으응……?”

금고가 열리려는 찰나 누군가가 황급히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다.

“매직 캔슬!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플라이!”

나갈 곳이 없기에 황급히 투명화 마법과 비행 마법을 펼쳤다.

벌컥―!

“……!”

“형님, 아무도 없는데요?”

“아냐, 분명 뭔가 있어.”

“형님이 봐도 아무것도 없잖습니까?”

“그래, 근데…….”

유진기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 금고를 닫고 내려갔다. 그리고 아버지와 조직에 관한 이야길 하던 중 금고문이 열렸다는 불이 들어왔다.

집 안엔 다섯 명뿐이다. 아버지와 본인, 그리고 한쪽에서 장식장 정리를 하는 아주머니, 멜론을 깎아온 아주머니가 있다. 그리고 저쪽에서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드라마에 몰두하고 있는 아버지의 애첩뿐이다.

동생들은 전부 밖에 있다. 그런데 금고문이 열렸다는 불이 들어왔던 것이다. 즉시 동생들을 불렀고, 금고가 있는 방으로 왔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끝에 있는 방금 지나친 복도가 아니면 나갈 곳이 없는 방이다. 그렇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님, 혹시 인디케이터가 오작동한 건 아닐까요?”

“그, 그래.”

유진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섰다.

쿠웅―!

문이 닫혔으나 현수는 마법을 풀지 않았다. 밖에 있던 놈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2∼3분쯤 지났을 때 문이 열린다.

벌컥―!

“거 보십시오, 아무것도 없잖습니까?”

“형님, 정 의심스러우면 금고를 열어보십시오. 저흰 밖에 있겠습니다.”

“그래, 그래 보자.”

사내들이 나가자 문을 닫은 유진기가 금고를 열었다. 당연히 아무런 변화도 없다. 유진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요즘 신경과민인가?”

홀로 중얼거릴 때 현수는 망설이고 있었다.

지금 스테츄 마법으로 놈을 꼼짝 못하게 하면 경빈의 머리카락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꾹 참았다.

대체 무슨 짓을 획책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던 때문이다.

쿠웅―!

다시 문이 닫혔고, 놈들이 멀어졌다.

“언락!”

스르륵! 스르르르르륵! 촤르륵! 촤르르르르륵!

덜컥!

작은 금고라 했지만 사람 어깨 높이 정도 오는 것이다. 이것이 열리자 한눈에 봐도 국보급 골동품들이 보인다.

국사 책에 나오는 금등미륵반가사유상 비슷한 것들이 여럿 있다. 뿐만 아니라 고려청자나 이조백자로 보이는 것도 있다.

“문화재 애호가는 아닐 거고, 이걸 대체 무슨 용도로 보관하고 있는 거지?”

금고를 닫고 다음 것을 열어보았다. 비슷한 크기이다. 안에는 금괴와 현금 다발로 가득했다.

“개새끼!”

욕부터 나온다. 이만한 돈을 모으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을지 충분히 짐작된 때문이다.

마지막 금고를 열었다. 잡다한 것들이 들어 있다. 그중 사진첩처럼 생긴 게 있다.

펼쳐보니 머리카락을 테이프로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

“빙고!”

나머지 것들도 파악했다. 그런데 이런 게 하나가 아니다.

“이건 또 뭐야?”

머리카락을 수집해 놓은 사진첩은 여섯 개나 더 있었다.

이것들을 아공간에 넣은 현수는 와이드 센스 마법으로 밖을 살폈다. 어느새 네 놈이 다가와 있었다. 나머지 금고도 문이 열리면 불이 들어오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제기랄!”

꺼냈던 사진첩들을 다시 원상태로 넣었다. 그리곤 투명화 마법과 플라이 마법으로 천장에 붙었다.

벌컥―!

“아무도 없는데요. 형님!”

“끄응, 이상하네.”

조금 전 아래층으로 내려갔던 유진기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재개하려는 순간 또 다시 금고가 열렸다는 신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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