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1화 (101/1,307)

# 101

1장 야스쿠니 신사에서

“내가 그랬지? 니들은 이런 걸 가질 자격이 없다고…….”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나머지 금화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히데요시가 감춰두었다는 금화를 모두 거둬들인 것은 갱도로 들어간 지 만 이틀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현대 기술보다도 더 뛰어난 마법이 있으면서도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금화와 금괴를 보관한 장소가 봉인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중간에 잠깐 휴식을 취한 시간을 빼고 나면 약 42시간 동안이나 이 갱도 저 갱도를 떠돌았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금괴와 금화를 거둬들이긴 했다.

아공간에 담으면서도 질리도록 많은 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흐음, 이제 스물한 군데 다 찾았으니 슬슬 나가볼까?”

처음 들어섰던 갱도로 되돌아 온 현수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틀 동안 계속된 이상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우글거렸던 것이다.

“제기랄, 이제 마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와 플라이 마법을 구현시킬 마나의 양을 가늠하던 현수는 또 한 번 이맛살을 좁혔다.

모든 이목을 속이려면 상당히 먼 곳까지 마법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기랄……! 하여간 쪽발이들은 도움이 안 돼.”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마지막으로 지나쳤던 갱도 쪽으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스며든 빗물로 인하여 작은 호수가 만들어진 곳이다. 당연히 엄청나게 깊다. 호수의 건너 쪽엔 또 다른 갱도가 있다.

안으로 들어오려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이곳까지 올 수는 없을 것이다. 수영으로 건너기엔 거리가 있고, 수온도 매우 차갑기 때문이다.

“마나여, 내 몸을 띄워다오. 플라이!”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얼른 호수 건너 쪽으로 날아갔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널찍한 곳이 나온다. 그곳에 결계를 치고 들어가 마나를 모을 생각을 한 것이다.

“앱솔루트 배리어. 타임 딜레이!”

전능의 팔찌에 마나를 불어넣자 원하던 결계가 쳐진다.

안으로 들어간 현수는 아공간에서 침대를 꺼내 일단 잠을 자두었다. 신체가 재구성된 후, 다시 말해 탈태환골한 후론 피로를 적게 느끼는 체질이 되었다. 그렇다 하여 한잠도 자지 않아도 되는 몸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몇 시간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현수는 식사를 했다. 메뉴는 샌드위치와 우유이다.

귀를 기울여 보니 시끄럽게 떠들며 들어온 쪽발이들이 얼마 전진도 못한 채 멈춰 있다. 워낙 갱목들이 오래된 것인지라 들어가기 겁이 나서 못 가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이쪽으론 아예 올 생각이 없다. 하여 마나 집적진 위에 올라 마나심법을 시전했다.

외부 시간으로 여덟 시간, 결계 내부 시간으로 따지면 60일이 지났을 즈음 원하던 만큼의 마나를 모을 수 있었다.

인공이 가미된 곳이긴 하나 외부에 비해 오염이 덜 되어 그런지 마나 밀도가 상당히 높았던 때문이다. 점검해 보니 단전과 심장 모두 마나가 빵빵하게 채워진 상태였다.

“흐음, 이제 슬슬 나가볼까?”

결계를 해제한 현수는 투명 은신 마법과 플라이 마법을 써서 밖으로 나왔다. 나오면서 보니 쪽발이들이 각종 첨단 기기들을 총동원하여 갱도 내부를 샅샅이 탐색하고 있었다.

‘요즘 일본 경제가 어렵다고 했지? 좋아, 돈 한번 써봐라.’

현수는 악동의 개구진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조사단이 있는 인근으로 다가갔다.

“콜랩스(Collapse)! 콜랩스! 콜랩스! 콜랩스!”

현수는 자신이 있던 곳을 기준하여 여덟 방위를 향해 붕괴 마법을 구현시켰다. 그러자 멀리로부터 둔중한 굉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우릉……! 우르르릉! 우르르르릉! 쿠쿵! 쿠쿠쿠쿵!

첨단 기기를 들여다보며 조금씩 전진하던 놈들이 화들짝 놀라며 호들갑을 떤다.

“아앗! 지, 지진이다. 어서 피해라!”

“지진이 일어났다. 여긴 지반이 약한 곳이니 모두 피해!”

놀란 메뚜기들이 산지사방으로 도주하듯 쪽발이들이 우르르 도망가고 약 2∼3분쯤 지났을 때이다.

우르르릉! 우르르르릉! 콰아아앙―!

탐사반들이 있던 인근 지반이 밑으로 푹 꺼져 버리면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곤 자욱한 먼지가 솟아오른다.

“짜식들……! 이제부터 고생 좀 해봐라.”

물러섰던 사람들이 현장으로 다시금 모여들 즈음 현수는 그곳을 떠났다. 더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 정부가 이곳에서 할 일은 금괴를 찾기 위한 갱도 탐사가 아니라 생존자 구출이다.

현수는 마법을 시전할 때 붕괴 반경을 조절했다. 하여 탐사하러 들어왔던 놈들은 모두 안전하다.

이들의 목숨을 거두지 않은 이유는 일본 정부가 많은 돈을 쓰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서 히데요시의 황금을 찾을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갱도가 쉽게 무너진다면 어느 누구도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상당히 먼 곳까지 이동한 현수는 마법을 해제했다. 그리곤 택시를 타고 터미널까지 갔다.

“돈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지.”

다음 목적지는 동경이다.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향후 행보를 고심했다. 그 결과 야스쿠니 신사와 황거(皇居)를 붕괴시킬 생각을 했다.

그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이다.

현수가 동경에 당도한 것은 깊은 밤이다. 터미널로부터 택시를 타고 먼저 이동한 곳은 야스쿠니 신사이다.

입구에 도착해 확인해 보니 면적이 약 9만 9,000㎡에 달한다. 한국식으로 계산해 보면 약 3만 평이다.

이곳엔 약 246만 명의 전몰자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

또한 대형 함포 등 각종 병기, 전함 야마토의 특대형 포탄 등이 전시되어 있다.

뿐만이 아니다. 군마와 군견의 위령탑, 제로센 전투기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쟁 유물과 전범의 동상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전시되어 있다.

신사의 상징인 흰 비둘기는 평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전시되어 있는 것들은 이와 반대로 온통 전쟁과 전투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들이다.

“이게 뭐야? 신사야, 아님 전쟁 박물관이야? 하여간 쪽발이들은……. 어쨌거나 이곳은 오늘로 끝이다. 플라이!”

야스쿠니 신사 전체가 한눈에 보일 정도까지 올라간 현수는 눈대중으로 마법의 범위를 설정했다.

그리곤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마법을 구현시켰다.

“마나여, 온 땅을 헤집어라. 어스퀘이크(Earthquake)!”

우르릉! 우르르르릉! 우르릉! 우르르릉―!

땅속으로부터 진동이 전해져 옴을 느꼈는지 신사 내부에 있던 놈들이 일제히 밖으로 튀어나온다.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도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강도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현수의 몸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마나가 뿜어져 나가는 동안 신사 내부의 기물들이 떨어지고, 엎어졌으며, 쓰러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강력한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지금껏 응축되었던 마나가 폭발적으로 뻗어 나가면서 만든 파격적인 위력을 뿜어낼 지진이다.

지진파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P파는 종파이며 빠르다. 그리고 고체, 액체, 기체를 모두 통과한다.

반면 S파는 횡파이며 느리다. 그리고 고체만 통과한다.

이 둘이 있기에 지구 내부 구조를 알 수 있는 것이다.

L파(Love Wave, 러브파)는 표면파이다.

진행 방향에 수평으로 표면을 따라 진동하기 때문에 파괴력이 크다. 속도는 느리며, 매질의 밀도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다.

R파(Rayleigh Wave, 레일리파) 역시 표면파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전파 속도는 L파와 비슷하다.

하지만 진행 방향에 대하여 역회전 원운동을 하기 때문에 매질의 밀도 변화를 수반한다.

그래서 현대식 고층 건물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한다.

현수가 시전한 어스퀘이크는 L파에 해당된다.

아르센 대륙의 7써클 마법사가 있어 어스퀘이크를 시전하면 이보다 훨씬 덜한 위력을 보일 뿐이다.

멀린의 독창적인 마나 배열식 때문이다.

현수가 나중에 9써클 대마법사가 되면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R파와 같은 위력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르르르! 콰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앙!

이 소리는 신사 내부에 있던 모든 건축물이 일시에 무너지는 소리이다.

가미카제 특공대원의 동상이 앞으로 엎어지면서 세 동강이 났다. 일본 육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무라 에키지의 동상은 뒤로 자빠졌다. 그 결과 목이 부러져 데굴데굴 굴러갔다.

몸체는 네 동강으로 부서진 상태이다. 나머지 동상들도 거의 모두 엎어지거나 자빠져 산산조각 났다.

놀라서 밖으로 대피했던 사람들은 난리법석이다. 소중히 여기던 것들 거의 전부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 현수의 입가엔 냉정함이 배어 있다.

임진왜란과 한일합방 과정에서 왜놈들이 저지른 일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고, 지극히 혐오하기 때문이다.

“흐음, 이 정도로는 안 되지. 복구하면 그만이니까. 그럼 이제부터 모두 불살라 볼까? 파이어 스톰(Fire Storm)!”

화염의 폭풍은 6써클 화계 마법이다. 하나 위력은 8써클 블레이즈 템페스트(Blaze Tempest)에 버금간다.

물론, 멀린의 독창 마법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글이글거리는 화염이 폭풍처럼 쏟아져 들어간 곳은 야스쿠니 신사 본관이다. 목조인지라 쉽게 불이 붙는다. 그리곤 글자 그대로 활활 타올랐다.

휘발유라도 뿌린 듯 시뻘건 화염이 넘실거려 사방이 환해졌다. 당연히 안에 있던 전몰자의 위패들 역시 한줌 재가 되고 있을 것이다.

건물 밖에서는 발을 동동 구르는 놈들이 보인다. 현수는 피식 비웃어주었다.

“짜식들아! 그러니 평소에 이웃에게 잘 하지. 좀 겸손하게 살고……. 니들은 그걸 전혀 못하는 개 같은 놈들이잖아.”

현수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파이어 스톰을 시전했다. 거의 모두 목조 건물인지라 어마어마한 화염을 뿜어낸다.

그 결과 야스쿠니 신사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후후후, 통쾌하군……! 총리 새끼들이 여기 와서 참배하는 꼴 보기 싫었는데. 특히 고이즈미라는 개새끼가 여기 왔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빴어. 크크, 이젠 어디서 참배하지? 그나저나 소식 한번 빨리도 전하네.”

멀리서 다가오는 소방차와 구급차들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웨에에에엥! 삐뽀삐뽀! 웨에에에엥! 삐뽀삐뽀!

“저것들도 확……! 에이, 아니다. 어라, 이건……!”

밖으로 나오려던 현수가 멈칫했다. 정문이 아직 붕괴되지 않은 까닭이다.

“너라고 멀쩡하면 안 되지. 여기 있는 건 다 무너져야 하니까. 안 그래? 파이어 스톰!”

화르르륵! 쑤아아앙!

시뻘건 화염이 야스쿠니 신사의 정문으로 향했다. 잠시 후, 또 하나의 불꽃이 사방을 밝혔다.

“으음, 조금 피곤하군. 마나 소모가 너무 많았나 보다.”

문득 피곤함을 느낀 현수는 그 자리에 서서 체내 마나량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거의 모두 소진된 상태이다.

신사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하는 동안에도 투명 은신 마법은 해제하지 않았다.

일말의 증거도 남기지 않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늘의 붕괴와 화재는 신이 내린 징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가에 당도한 현수는 골목을 따라 정처없이 걸었다. 결계를 칠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함이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중 저택 한 채를 볼 수 있었다.

“뭔 집이 이렇게 커?”

나직이 중얼거리며 저택의 담을 따라 걸었다. 수목이 우거져 있는 집이다. 경비견이 몇 마리 있는 것 같고, 경비원도 있다.

“재벌 회장집인가? 아무튼 여기가 괜찮겠군.”

마나의 양을 확인한 현수는 플라이 마법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곤 저택의 지붕 가운데 움푹한 부분을 골라 그곳에 내렸다.

외부에선 결코 보이지 않을 곳이다.

“앱솔루트 배리어. 타임 딜레이!”

결계 안으로 들어간 현수는 마나 집적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나심법 삼매경에 빠졌다.

결계 안 시간으로 180일, 외부 시간으론 24시간이 지났을 즈음 현수의 눈이 뜨였다.

“휴우∼! 소모된 마나가 엄청났었어. 일단 마나를 채우긴 했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해? 되게 귀찮고 번거롭네. 다음에 아르센 대륙으로 가면 만드라고라를 꼭 가져와야겠어.”

현수는 마나 포션 제조 방법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현대의 실험 기구가 모두 있으니 제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판단되었다.

“흐음, 이제 황거를 망가뜨릴 차례인가?”

현수는 어젯밤 자신이 벌인 일로 말미암아 오늘 일본과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른다.

일본에선 모든 방송사들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일제히 폐허가 된 야스쿠니 신사 앞에 집결하였다. 그리고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단 앵커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방송에 임했다.

야스쿠니 신사의 유래 및 의미 등을 되짚어본 것이다.

이걸 보고 많은 일본인의 가슴에도 검은 리본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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