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
“다행히 효과가 있구나. 좋아, 다시 한 번 컴플리트 힐!”
잠시 후 뇌파가 달라졌음이 확연하다.
“마나 디텍션!”
두 눈을 감은 현수는 마나의 움직임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하나 정상은 아니다.
“이상하네. 컴플리트 힐을 연속으로 시전했는데……. 뭔가 다른 문제가 있었나? 마나 디텍션!”
머리가 아닌 다른 부위를 살피던 현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심장에서의 마나 움직임이 정상적이지 않은 탓이다.
정상인의 심박수는 분당 70∼80회이다. 그런데 김상용 씨의 심장은 분당 150회 이상 뛰고 있었다.
조금 전엔 이러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엇인가 잘못되었나 싶은 생각에 등에서 진땀이 배어나왔다.
얼른 기억을 더듬어보니 여러 이유로 이런 빈맥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 많은 원인 가운데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인지 어찌 알겠는가!
“흐음, 이거야 원……! 본격적인 의학 공부를 하던지 해야지.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그나저나 어쩌지?”
현수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러다 마음을 굳혔다는 듯 입술을 다물었다.
“마나여, 이상이 있는 부위를 원상복원시켜라. 리커버리!”
서늘한 푸른빛 마나가 환자의 몸속으로 스며든다. 현수는 얼른 심박기로 시선을 돌렸다.
차도가 있는지 점차 심박수가 낮아진다.
“휴우……! 다행이군.”
괜히 나섰다가 목숨 하나 끊는가 싶었던 생각이었는지라 내쉰 안도의 한숨은 길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현수는 회복 포션 하나를 꺼냈다. 그리곤 환자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조심스럽게 넣어주었다. 그러자 병실 안에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향이 번져 나갔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군. 아저씨! 꼭 깨어나세요.”
현수가 병실 밖으로 나가려 문을 열 때 지금껏 감겨 있던 김상용 씨의 눈이 뜨였다. 그의 눈에 현수의 옆모습이 보였다.
하나 의식이 완전히 들어온 것이 아니라 흐릿한 형상만 보인 것이다.
잠시 후,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기 위해 병실 안에 발을 들여놓았던 간호사가 호들갑을 떨며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란 표정을 한 의사가 들어섰다.
그의 눈엔 소생 가능성 제로라 판단을 내렸던 환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른 다가가 김상용 씨의 뒤통수를 만져보았다. 그런데 움푹 들어가 있어야 할 환부가 멀쩡하다.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하여 이전에 찍었던 단층 촬영 사진을 꺼내보는 등의 소란이 빚어졌다. 하긴, 함몰되었던 두개골이 저절로 원상 복구되어 있으니 어찌 난리가 벌어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수선을 떨고 있는 사이에 앞치마조차 벗지 못하고 뛰어온 나윤이 병실에 들어섰다. 그리곤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물론 기쁨의 눈물이다.
같은 시각, 현수는 파친코 가게 뒤편 막다른 골목 안쪽에서 니시카와 슈사쿠라는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었다.
김상용 씨를 입원하게 만들었던 그 야쿠자이다.
홀드 퍼슨과 보이스 익스토션 마법에 걸린 놈은 고통에 겨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있는 현수의 주먹과 발엔 조금의 인정도 배어 있지 않았다.
자기밖에 모르는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기 때문이다.
퍽! 퍽! 으득! 퍼퍽! 퍽! 와드득! 퍼퍽! 퍽! 퍽! 퍽!
“우욱! 욱! 으윽! 크으윽! 켁! 끄윽!”
바닥엔 놈의 입에서 튀어나온 선혈이 낭자하다. 그 사이사이로 허연 것들이 여러 개 보인다. 부러진 이빨들이다.
하나 현수의 주먹과 발은 멈추지 않았다.
길이가 10㎝쯤 되는 송곳이 수없이 찔러대는 오토 매직 김렛 마법이 있다. 하나 이를 쓰지 않는 이유는 용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현수가 이놈을 찾았을 때 이놈은 파친코 가게 뒤편 골방에 있었다. 대낮임에도 질펀한 상황을 연출 중이었다.
현수는 문을 열면 민망한 장면이 보일 것이기에 잠시 기다렸다. 그런데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격분했다.
놈과 함께 있던 여인은 가정주부로 어느 날 이놈에게 성폭행을 당한 모양이다. 그를 빌미로 남편이 출근하면 수시로 불러 제 욕심을 채우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이웃집 여인까지 노렸고, 그녀를 유인해 내도록 강요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에게 알려 가정을 파탄 낼 것이며, 유흥가 주점에 팔려 나가는 신세가 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어찌 분노하지 않겠는가! 하여 여인은 재우고 놈만 끌고 나와 개 패듯 패는 중인 것이다.
퍽! 퍽! 퍼퍽! 으득! 퍽! 와드득! 퍼퍽! 퍽! 퍽! 퍽!
“우욱! 욱! 으윽! 크으윽! 켁! 끄윽!”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코뼈가 부러졌는지 그 부분이 괴상하게 변해 있다. 입과 코에서 선혈이 낭자하게 흘러내렸지만 현수의 주먹과 발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내상을 입어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다 생각했기에 현수의 주먹과 발은 매서웠다.
소위 진기를 머금은 폭력이 진행 중인 것이다.
퍼어억―!
“끄으윽!”
현수의 주먹이 놈의 아구창에 작렬하는 순간 놈의 눈에서 검은자가 사라졌다. 혼절한 것이다.
잠시 놈을 노려보던 현수는 방으로 가서 놈의 소지품들을 꺼내왔다. 지갑을 열어보니 10만 엔이 조금 넘는 돈이 있어 이를 꺼냈다. 신용카드도 있지만 써선 안 될 듯하다.
전화기를 열어보니 단축 다이얼 1번이 형, 2번은 Boss라 되어 있다. 2번을 길게 눌렀다.
“니시카와. 이 시간에 웬일이냐? 긴급히 보고할 것 있나?”
잔뜩 무게를 잡은 굵직한 저음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할 말만 했다.
“네가 두목이냐? 니시카와 슈사쿠라는 놈을 잡고 있다. 여긴 치요다구 마루노우치 3―3―2 파친코 가게 뒷마당이다. 몸값은 200만 엔이다. 앞으로 한 시간을 준다. 몸값을 가져와라.”
“뭐야? 넌 누구냐?”
“아! 그건 알 것 없고. 한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으면 이놈의 시체를 보게 될 것이다.”
전화를 끊고 꼼꼼하게 지문을 지웠다. 그리곤 방으로 갔다.
여인은 여전히 민망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깨울 수도 없기에 진땀 흘리며 옷을 입혔다.
“허억! 누, 누구세요? 그, 그 사람은요?”
잠에서 깨어난 여인은 얼른 몸을 사리며 뒤로 물러앉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을 훑어본다. 조금 전까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하세요. 놈은 갔습니다.”
“누, 누구세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자신을 겁탈하려는 것으로 오인했는지 잔뜩 긴장한 표정과 말이다.
긴말할 필요 뭐 있겠는가!
“마나의 힘이여, 이곳에서의 기억을 삭제하라. 메모리 일리머네이션! 그리고 잠들게 하라. 슬립!”
샤르르르릉―!
보라빛 마나가 여인의 몸을 감싸자 여인의 표정이 변한다. 그리곤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현수는 잠든 여인을 인근 건물 계단까지 들고 갔다. 그리곤 계단 아래에서 마법을 구현시켰다.
“어웨이크!”
잠에서 깬 여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는 사이에 현수의 신형은 사라졌다.
잠시 후, 골목으로 들어서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여섯 놈인데 모두 검은 양복을 걸치고 있다.
모두들 0.1톤짜리들이다. 다시 말해 나는 야쿠자라는 표를 내는 놈들이 온 것이다.
놈들의 눈에 벌거벗겨진 채 기절해 있는 니시카와 슈사쿠가 보이자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때 현수가 앞을 가로막았다.
“왔냐……? 누가 두목이냐?”
“웬놈이냐? 네가 니시카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
인상 더럽게 생긴 놈이 째려보자 현수는 피식 실소 지었다.
“누가 두목이냐고 물었다.”
“보스는 아직 안 오셨다. 넌 누구냐?”
“그럼 긴말할 것 없지. 일단 맞고 이야기하자.”
“뭐야? 어디서 이런 놈이……?”
여섯이 우르르 달려들자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그리스(Grease)!”
“으윽! 앗! 어어어어! 이, 이게 왜 이래?”
갑작스레 미끄러워진 바닥에 놀란 놈들이 균형을 잡으려 애를 썼으나 어찌 견뎌내겠는가!
0.1톤 거구들이 엎어지고 자빠지자 육중한 소리가 난다.
와당당탕, 쿠쿵! 와당탕!
그 순간 현수의 입술이 또 한 번 달싹인다.
“쿼드러플 그래비티(Quadruple Gravity)!”
“으윽! 끄으응! 허억! 왜? 왜 이래? 으윽!”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놈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일그러진다.
0.1톤이던 몸이 갑자기 0.4톤으로 늘어난 것 같은 엄청난 중압감이 느껴진 때문일 것이다.
“홀드 퍼슨! 홀드 퍼슨! 홀드 퍼슨!”
“으윽! 갑자기 왜……?”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자 놈들의 얼굴에 당황했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 순간 현수의 발길질이 시작되었다.
퍽! 퍽! 퍼퍽! 퍼퍽! 퍽! 퍽!
“아악! 악! 끄윽! 켁! 으윽! 커억!”
어디가 부러지든 말든, 이빨이 부러지든 말든, 장기에 손상을 입히든 말든 그건 관심 밖이다.
폭력으로 남들을 위협하여 제 뱃속을 채우는 놈들이다.
이런 놈들에겐 인정을 베풀 필요가 없다 생각하였기에 걷어찰 만한 곳이 보이면 가차없이 갈겨댔다.
여섯 놈이 기절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10분이다. 흰자위만 남겨놓고 눈을 뜬 놈도 있고, 입에 거품을 문 놈도 있다.
현수는 놈들의 지갑을 모두 털었다.
다 합쳐서 88만 엔에서 조금 빠지는 돈이 모였다. 이걸로는 김상용 씨의 병원비로 부족하다. 하여 전화를 들었다.
“니시카와! 풀려났나?”
여전히 잔뜩 무게 잡은 저음이다.
“병신! 니시카와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뭐……! 누, 누구냐? 아까 그놈이냐?”
“오라는 놈은 안 오고 부하만 보냈더군. 앞으로 30분 준다. 그리고 이제 몸값이 늘었다. 500만 엔을 들고 오도록!”
전화를 끊은 현수는 기절한 일곱 놈의 다리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마법을 걸었다. 이제 이놈들은 현수가 매직 캔슬을 하기 전엔 평생토록 제 발로 걷기 어려울 것이다.
중증 근무력 마법인 마이어시니어 그래비스를 쓰지 않은 것은 마나가 아깝기 때문이다.
“병신 같은 놈들……! 지 몸이 무슨 도화지인 줄 아나? 뭘 이렇게 그렸어?”
놈들의 몸에 그려진 문신이 흉측해 보여서 현수는 인상을 잔뜩 구겼다.
이십 분쯤 지났을 무렵 골목 어귀에서 자동차 멈추는 소리가 연달아 들린다.
끼익! 쿵! 쿵! 끼이익! 쿵! 쿠쿵!
“다섯 대, 열일곱 명……? 좋아, 아주 작살을 내주지.”
나직이 중얼거리는 사이에 새로운 무리가 나타났다.
막다른 골목을 등지고 선 현수의 뒤에 동료들이 포개져 있자 놈들의 인상이 사납게 변한다.
“누가 두목이냐?”
“나다!”
“긴말하지 않겠다. 네놈의 부하가 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다. 이놈들 지갑을 열어보니 88만 엔이 조금 안 되더군. 412만 엔을 더 내놔야겠어.”
“너, 어느 조직 소속이냐? 설마 야마구치구미는 아니겠지?”
“네 눈엔 내가 쓰레기 같은 야쿠자로 보이냐? 콩 까는 소리 하지 말고 돈이나 내놔.”
“이런, 미친 놈! 뭐하냐? 놈을 조져 버려!”
“예, 보스!”
보스를 뺀 열여섯 놈이 골목을 꽉 채운 채 다가섰다.
그들의 손엔 전문용어로 연장이라 불리는 회칼, 너클, 일본도, 체인 등이 들려 있었다.
“호오, 니들이 오늘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연장을 들고 다가서는 폼을 보아하니 한두 번 이런 게 아닌 듯하다.
3장 잘생긴 오빠!
“악터플 그래비티(Octulpe Gravity)!”
“으윽! 허억! 으헉! 으흑! 갑자기 몸이……!”
열여섯 놈이 일제히 엎어지면서 경악성을 토해놨다. 중력이 여덟 배로 늘었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뭐, 뭐야? 니들 왜 그래?”
“두, 두목! 갑자기 몸이…….”
“홀드 퍼슨!”
“으윽! 왜, 왜 이래?”
너무 놀라 뒤로 물러서려던 두목 또한 경악성을 토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은 때문이다.
“일단 맞고 시작하자.”
퍼억 !
“으으윽!”
퍽, 퍼퍽! 퍼퍼퍼퍽!
“켁! 끄윽, 헉! 으윽! 아악!”
두목이라는 놈의 얼굴이 엉망이 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이다. 눈, 코, 입은 물론이고 곳곳이 찢겨져 선혈이 낭자해졌다. 그러는 동안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던 놈들에게도 가차없는 발길질이 가해졌다.
15분쯤 지난 후 골목 안에는 스물네 명의 야쿠자들이 보기 민망한 모습으로 엎어지거나 자빠져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멀쩡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놈들의 곁에 지갑들이 수북하다.
놈들이 타고 왔던 차의 문도 모두 열려 있다. 샅샅이 뒤져 현금이란 현금은 모두 챙긴 때문이다.
“흐음, 예상보다 조금 많네.”
두목이 타고 온 듯한 차 트렁크에는 자루 하나가 있었다. 그 안에 제법 많은 현금이 있었던 것이다.
주민들의 신고가 있었는지 멀리서 경찰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기에 현수는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러기 전에 기절했던 놈들을 모두 깨웠다. 그리곤 이곳에서의 기억을 지웠다. 아울러 모두가 하반신 근육을 쓸 수 없도록 만들어주었다. 이제 폭력으로 밥 먹고 살기는 틀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