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8화 (118/1,307)

# 118

“백작님! 저흰 내일 아침에 떠나고자 합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베세른 산맥까지 가려면 제법 먼 길인데 그만한 기력이 남아 있습니까? 당장 강 건너 올테른으로 가도 테리안 왕국의 병사들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

“으으음……!”

“기력이 회복될 때까지 이곳에 머무십시오. 그런 후에 떠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백작님의 뜻에 따르지요.”

방을 나선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니스 백작이 엘프들을 가둬만 놨다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특히 막내인 하일라는 못 먹어서 말라 있음에도 대단한 미녀였다. 호색한인 데니스 백작이 그런 미녀를 그냥 뒀다는 게 이해되지 않은 것이다.

만일 조금 더 대화를 나눴다면 그들이 목에 건 목걸이를 보고 그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적은 마나로도 용모를 감출 수 있는 이미지 체인지 마법이 인챈트된 아티팩트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데니스는 하일라가 되게 못생긴 여자인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현수가 하일라 등의 본모습을 본 것은 이들이 마법을 해제시켜 둔 때문이다. 그것은 은공에 대한 예의였다.

어쨌든 현수는 나머지 방도 모두 돌아보았다.

그중 심각한 환자 여섯이 있었다.

하여 회복 포션 여섯 개를 사용했다. 보는 눈이 있기에 컴플리트 힐이나 리커버리 마법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모두 곡창지대에서 농사짓던 농노들이다.

데니스 백작의 폭정을 피해 로니안 자작에게로 탈출하다 잡혀서 고문당하고, 투옥되었던 것이다.

이들의 외상은 회복포션 덕에 깨끗이 나았다. 하나 기력마저 회복된 것은 아니다.

현수는 로니안 자작과의 돈독한 관계를 위해 이들 역시 충분히 머물러도 좋다는 뜻을 밝혔다.

깊은 밤, 현수는 테세린의 외곽으로 가서 결계를 쳤다.

그리곤 차원이동을 할 충분한 마나가 모일 때까지 마나심법을 운용했다.

다음 날 아침, 그러니까 아르센력 4월 19일 현수는 지구로 귀환했다.

“마나여, 나를 지구로 데려다 다오. 날짜는 6월 16일. 트랜스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

마나가 현수의 신형을 감쌈과 동시에 그 모습이 사라졌다.

마치 동화 속 요정 팅커벨이 뿌리는 별가루처럼 희미하지만 영롱한 빛을 발하는 순간 차원이동한 것이다.

* * *

“날짜는……? 흐음, 성공이군.”

서둘러 노트북을 꺼내 날짜를 확인한 현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로시아 등을 위한 마나 포션을 제조하기 위함이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어머니는 여느 때처럼 반색을 하며 맞아주셨다. 현수는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래도 집이 제일 편하군. 이실리프여, 열려라!”

스르르르릉!

허공에 둥실 뜬 마법서를 본 현수는 눈빛을 빛냈다.

“일단 마나 포션 제조법부터 확인하자.”

색인을 찾아 손가락을 갖다 대니 삽시간에 페이지가 바뀐다.

“스승님은 지구에 사셨어도 성공하셨을 거야.”

현수는 하이퍼링크 기능을 가진 마법서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를 만드느라 심력을 소모했을 멀린을 추모한 것이다.

“흐음, 어디 보자. 마나 포션 제조법! 먼저 양질의 만드라고라를 깨끗한 물에 씻은 후 표피 제거 마법인 필 리무벌(Peel Removal)을 시전하고…….”

찬찬히 이실리프 마법서를 읽은 현수는 깊은 밤임에도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곳엔 기업 연구실 또는 화학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는 기구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일전에 회복 포션을 제조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다.

10장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계획

현수는 이실리프에 기록된 대로 만드라고라의 표피를 제거한 후 그것을 원료로 마나 포션을 제조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여섯 병이다. 만드라고라 두 뿌리당 하나의 포션이 제조되는 것이다.

마법서엔 제조 과정에서 실패 확률이 매우 높아 잘해야 서너 뿌리에 하나씩 성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덧붙이길 세심한 손길을 유지하지 못하면 열두 뿌리당 하나씩 만들어질 수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는 성취를 얻었다. 이는 정밀한 현대 화학기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여섯 병? 이걸 누구 코에 붙이나? 흐음, 아르센 대륙에 가면 더 많이 구해와야겠군.”

투덜거린 현수는 이번엔 트롤의 피를 꺼냈다. 세 마리분이다. 이걸 원료로 정제기구를 이용한 회복 포션을 제조했다.

현수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

“사장님!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이네요.”

“오늘 날씨 너무 좋죠?”

이은정 실장을 비롯한 김수진과 이지혜의 인사를 받은 현수는 사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은정이 커피잔을 들고 따라 들어온다.

‘크으……! 또 사약이군. 저걸 계속 먹으면 위장에서 쿠데타라도 일으키겠어.’

아주 잠깐 인상을 찌푸린다 생각했는데 은정은 그것도 보이는 모양이다.

“치이, 사장님! 이건 커피믹스거든요.”

“커피믹스?”

“네, 저 포기했어요. 아무리 해봐도 제가 탄 커피는 맛이 너무 없어요. 그래서 오늘부터는 커피믹스예요.”

‘그래?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휴우, 살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현수가 빙그레 웃음 지었다.

“그냥 계속해 보지 그래요? 좋은 마루타 있잖아요.”

“엄마가 그러셨어요. 이런 걸 어떻게 사장님 마시라고 갖다 드리느냐고. 차라리 사약을 드리래요. 그게 더 달 거라고. 쳇!”

이은정이 타오는 커피에 문제가 있는 이유는 설탕을 너무 조금 넣기 때문이다. 그걸 먹으면 살이 찐다는 강박관념이 박혀 있어 눈곱만큼 넣기에 그토록 썼던 것이다.

프림 또한 매우 적게 넣었다. 프림의 중성지방이 혈관 내부에 침착된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보았던 때문이다.

명색이 커피이기에 그것만은 듬뿍 넣었다. 그러니 사약처럼 썼던 것이다.

“어머니가 그러셨다면 그래도 됩니다.”

현수는 한마디 더 하려다 말았다. 다시 도전한다고 하면 끔직한 맛을 또 봐야 할 것만 같아서이다.

“죄송해요.”

“참, 별게 다 죄송한 일입니다. 그건 그렇고 문제 발생된 거 없지요? 이 차장님으로부터도 연락 온 거 없어요?”

“아뇨, 있어요. 아침에 팩스가 한 장 왔어요. 이겁니다.”

은정이 결재판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건넨다.

손으로 글씨를 써서 보낸 건데 워낙 악필인 데다 글씨까지 뭉개져 있어서 판독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여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에 은정이 나갔다.

친애하는 동업자에게!

오늘로서 소매약방의 숫자가 2,500군데를 돌파했다네.

추세대로 된다면 내년까지 5,000군데로 늘어날 듯하네.

덕분에 이번에 보내준 약품들도 거의 대부분 팔려 나갔지.

주문 물량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만 같으이. 물량이 늘어나게 되면 더 번거롭고 힘들겠지만 계속 수고해 주게.

지난달 이익금 중 절반 정도는 여전히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데 사용하고 있네. 많이들 고마워해 줘서 흐뭇하네.

다음 주엔 대통령이 표창장을 준다고 오라고 하더군.

모든 관리들이 협조적인지라 땅 짚고 헤엄치는 기분이네.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이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일을 찾아보게. 나야 이곳에 늘 있어서 문제점을 찾기 힘드니 멀리 떨어진 자네가 혜안으로 살펴보게.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발생된 이익금은 자네 계좌로 송금했네. 확인해 보게. 그리고 놀라지 말게.^^

마투바가 자네 언제 오냐고 계속 성화군.

설마 얘한테 책임질 일 해놓고 한국으로 간 건 아니겠지?

조만간 휴가가 끝나니 곧 보겠군.

올 때 김치랑 소주를 왕창 가져오게. 내가 가져온 건 마투바 이 몹쓸 술꾼이 다 먹어치웠네. 제엔장……!

그게 어떤 건데…….

하하하! 웃자고 하는 소리네.

돈은 많이 벌고 있으니 건강하게.

―킨샤사에서 동업자가.

“후후, 역시 좋은 사람이군.”

번 돈의 일부를 환원하자고 하여 동의해 주었다.

그걸로 무료 급식 사업을 하여 대통령 표창까지 받는다니 이제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는 사업이 될 것이다.

현수는 법인의 공동대표이기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흐음,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일?”

현수는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거기 상황은 어떤지를 자세히 알고자 함이다.

그러다 김이 솟는 커피잔을 들고 조금 들이켰다.

후루루룩―!

“흐으음!”

달착지근하면서 쌉쌀한 맛이 오묘한 조화를 일으킨다.

마우스로 눈에 뜨인 구절을 클릭하려던 순간 현수의 손이 멈춘다.

“그래, 커피……!”

현수는 재빨리 커피를 검색했다. 커피벨트라는 구절이 보여 이를 클릭했다.

커피벨트란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25。, 그리고 남위 25。 사이를 일컫는 말이다.

이 지역에는 약 80개 열대국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커피는 기온이 따듯하고 강수량이 풍부한 곳에서 잘 자란다.

연중 강우량보다는 월간 강우량이 중요한데 지나치게 강한 햇빛과 열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키가 큰 바나나 나무와 야자수를 같이 심기도 한다.

평지보다는 표토층이 두터운 경사면이 좋으며, 물 보유 능력이 좋은 토양이 재배하기에 유리하다.

아프리카 지역의 커피는 신선한 과일을 연상케 하는 달콤한 과일향을 지닌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11만 7천 톤의 커피를 수입했다.

성인 1인당 연간 312잔 정도를 마실 양이다. 금액으로는 4억 2,000만 달러, 한화로 약 4,380억 원어치 수입한 것이다.

내친 김에 바나나도 확인해 보았다.

바나나는 약 6만 6,000톤 정도, 파인애플은 약 1만 4,000톤을 수입한다. 이밖에도 열대 과일 수입량이 급격하게 많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흐음, 이걸 잘 이용하면 한국과 콩고민주공화국 양쪽에 좋은 일이 되겠군.”

기사를 검색하던 중 바나나 같은 과일을 장거리 운송할 경우 방부제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발생된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 이 문제는 아주 쉽게 해결된다.

“운반선 창고 바닥에 보존 마법진을 그려 넣으면 되겠군. 후후! 방부제 하나 없는 바나나라고 광고하면 잘 팔리겠지?”

현수는 오래전 어떤 책에서 보았던 구절을 떠올리고는 웃음 지었다.

왜놈들이 한반도를 점거하고 있던 왜정시대 때의 일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물이 싱싱한 생선이 비싼 값에 팔렸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어부들은 생선들이 죽지 않은 상태로 항구까지 옮겨오고 싶어했다.

하나 청어, 준치, 오징어 같은 생선들은 잡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대부분이 죽었다.

그런데 어떤 배에선 유난히도 살아서 온 놈들이 많았다. 당연히 비싼 값을 받았기에 돈을 많이 벌었다.

다른 어부들이 대체 어떻게 했기에 그랬느냐고 물었지만 빙그레 웃음만 지었다고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드디어 그 비법이 공개되었다.

그 어부는 잡힌 물고기를 넣어두는 물칸에 작은 상어 한 마리를 넣어두었던 것이다.

잡힌 물고기는 물칸에 있던 상어에게 잡혀 먹힐까 싶어 죽어라고 헤엄쳤던 것이다. 다시 말해 물고기들이 죽기 싫어 헤엄친 결과 살아서 항구에 당도한 것이다.

알고 보니 참으로 간단한 해결책이었다.

보존 마법 또한 아주 간단한 해결 방법인 셈이다.

“흐음, 근데 포도도 재배될 수 있을까? 그러면 타임 패스트 마법으로 100년쯤 숙성된 포도주를 만들 수 있을 텐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현수는 즐거운 마음으로 검색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메모했다.

머릿속에만 넣어두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메모가 가끔은 다른 것과 연결시키는 데 더 요긴하기 때문이다.

똑, 똑, 똑!

문득 들린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사장님, 들어가도 되나요?”

“흐음,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여직원 셋이 다 들어온다.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요? 설마 노조를 결성했다는 건 아니겠죠?”

“어머, 그런 거 아니에요.”

은정이 펄쩍 뛴다. 오해받기 싫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사장님, 이수연 씨 실종사건……. 그거 사장님 맞죠?”

“……!”

가타부타 대답이 없자 은정과 수진, 그리고 지혜가 눈빛을 반짝이며 빤히 바라본다.

“네에, 텔레비전에서 본 그대롭니다.”

“그럼 여자친구가 있었던 거예요? 이수연 씨 언니가 사장님의 여자친구예요?”

“그건…….”

현수는 말을 끊었다.

여자들의 수다는 지구를 멈추게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말을 끊은 사이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려 한 것이다.

“네, 맞습니다. 톱스타 이수연 씨의 언니를 우연히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장래를 약속했다든지 뭐 이런 건 아니니까 괜한 오해로 소문 만들지 말아요.”

“호호, 네에. 알겠습니다.”

“대신 이수연 씨 사인 받아다 주세요. 싸장님!”

이지혜가 애교 띤 눈빛으로 바라본다.

‘에구, 어쩌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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