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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23화 (123/1,307)

# 123

그런데 그 건설사가 도산하면서 받아야 할 공사비를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한창 때에는 1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일터였던 극동 솔라파워는 현재 여직원 하나밖에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간간히 일반 주택이나 소규모 공장 등에서 일감이 들어오면 예전 직원들 가운데 아직 취업 못한 사람들을 불러 공사해 주면서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현재 경쟁사들이 극동 솔라파워만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얻기 위해 인수합병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수진이 올린 보고서엔 극동 솔라파워는 다른 업체에 비해 공사비가 덜 든다고 한다. 기술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적정한 마진 이상을 욕심내지 않기 때문이라 되어 있다.

그래서 이곳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이다.

커피를 다 비우고도 10분이 지나도록 사장은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수는 일어서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 있을 것이다.

대출받은 사업자금의 만기 상환을 유예시키거나, 새롭게 대출을 받아야 할 사정 때문이다.

극동 솔라파워의 사정은 김수진이 올린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런 추측을 한 것이다.

하나 사장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극동 솔라파워는 공장의 절반을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자금난 때문에 팔았던 것이다.

아마도 상대는 담보대출에 동의해 주지 않을 것이다. 남이 돈 빌리는 데 내 재산을 담보로 내주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용대출이어야 하는데 현재의 극동 솔라파워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은행이란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없이 뱉는 곳이다. 따라서 대출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20분쯤 지났을 때 40대 사내가 들어선다. 작업장 인부들이 입는 낡은 작업복 차림이다.

여직원이 발딱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다녀오셨어요? 근데 아까부터 손님이 와 계셨어요.”

“아, 기다리시게 하여 미안합니다. 주윤우라 합니다.”

얼른 다가와 손을 내밀었기에 악수를 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김현수라 합니다.”

“아! 무역회사에서 오셨군요. 차는……?”

“네, 마셨습니다.”

“그러세요? 미스 김, 나도 커피 한 잔 부탁해.”

“저도 한 잔 더 주십시오. 커피 맛이 일품이더군요.”

현수는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 쇄신용이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을 넘었을 미스 김도 따라 웃는다.

“시간 약속을 해놓고도 은행에서의 일이 지연되어 조금 늦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주윤우 사장은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나이 어린 청년이지만 고개 숙여 정중히 사과했다. 주 사장의 인품이 괜찮다는 것을 의미하는 행동이다.

“아닙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금융권과의 일이 우선일 때가 종종 있지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저를 만나자고만 하셨는데 어떤 용무이신지요?”

“극동 솔라파워와 함께했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요.”

“공사와 관련된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어쩌면 상당히 큰 공사일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저는 작은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수는 사업자등록증 사본 및 무역협회에서 발행한 최근 수출 실적표를 내밀며 설명했다.

주윤우 사장은 25세로 보이는 현수가 실제는 30에 가까운 나이라는 것에 놀랐고,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실적에 경탄해 마지않았다.

대강의 설명이 끝나자 주윤우 사장이 잠시 표정을 굳혔다. 뭔가 고심한 것이다.

“저어, 아실지 모르겠지만 현재 저희 회사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물에 빠진 사람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이다. 당장 며칠 내로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하면 부도가 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단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생각을 가졌다면 이런 솔직한 고백 대신 현란한 말로 상대를 현혹시키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주윤우 사장은 처지를 솔직히 드러냈다.

이 순간 현수는 마음을 굳혔다.

주윤우 사장은 비록 모면하기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지만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피해를 입히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가까이 두면 언젠가는 해를 끼칠 사람이 있다. 그런데 주 사장은 결코 그런 범주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속내를 드러냈다.

“알고 왔으니 그 점은 개의치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길 들어볼까요?”

“네,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콩고민주공화국에…….”

길다면 긴 이야길 모두 들은 주윤우 사장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공사금액을 다 합쳐도 부족할 정도로 엄청나게 큰 공사였던 때문이다.

“극동 솔라파워는 현재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부도날 지경입니다. 그런데 왜 저희 회사와…….”

주윤우 사장은 뜻밖의 행운에 혹시 감춰진 더 큰 불행이 있을까 싶은 표정이다.

“경험은 일천하지만 왠지 사장님이라면 믿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 때문입니다. 같이 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주윤우 사장은 대꾸할 말을 잃었다는 듯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대신 현수와 시선을 맞췄다.

대체 왜 이런 친절을 베풀려고 하느냐는 무언의 물음이다. 현수는 싱긋 미소 짓고는 말을 이어갔다.

“아직 정확한 공사 규모가 산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극동 솔라파워가 회생할 자금 규모를 알고 싶습니다.”

“네……?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극동 솔라파워의 밀린 급여, 은행에 상환해야 할 금액, 그리고 돌아올 어음 총액이 얼마냐는 말씀입니다.”

“그, 그건 왜……?”

“거래 상대에 대한 것을 알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미스 김, 장부 좀 가져다줄래?”

“네, 사장님!”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귀를 기울이던 미스 김이기에 어떤 장부라는 말이 없었음에도 사장이 원하는 것을 가져왔다. 미스 김은 현재 넉 달째 월급이 밀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윤우 사장이 장부를 뒤적이며 무언가를 메모하는 동안 현수는 조금 식은 커피를 마저 비웠다.

“저어, 커피 더 드릴까요?”

미스 김의 친절에 현수는 싱긋 미소 지었다. 그리곤 고개를 흔들었다.

“두 잔이면 충분해요. 그리고 커피 맛있었어요.”

잠시 후 주윤우 사장이 메모지를 탁자 위로 전하며 입을 열었다.

현수는 쪽지를 보고 주윤우 사장을 다시 보았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자기 살길을 먼저 찾는다. 직원들의 급여는 관심 밖이 될 수도 있다.

외국으로 도주하는 자들이 이런 유형이다.

그런데 극동 솔라파워는 어려워지기 시작한 지 꽤 되었다는 회사치고는 미지급 급여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는 직원들을 우선으로 생각했다는 뜻이다. 또한 거래처에 발행한 어음 액수도 생각보다 적다. 자신과 거래한 상대에게 최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 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가계약서 작성을 마치면 계약금으로 20억 원을 드리지요. 그걸로 갚아야 할 것은 모두 갚으십시오.”

“네에……? 이, 이십억 원이요?”

화들짝을 넘어 대경실색하는 표정이다.

“그 정도는 있어야 회사가 다시 정상화될 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 그야……!”

주윤우 사장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짐작한 현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계약금은 전액 현금으로 송금될 겁니다.”

“저, 전액 현금이요?”

“네, 직원들 밀린 급여를 지불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그렇지요.”

“저희 회사는 현금 거래 이외엔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공사비는 전액 현금으로 결제될 겁니다.”

“……!”

지금껏 단 한 번도 어음이 아닌 현금으로 결제를 받아본 적이 없는 주윤우 사장은 또 다시 할 말을 잃었다.

물론 너무 좋아서이다.

“참, 직원들을 다시 불러들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그렇습니다.”

“공사할 곳이 콩고민주공화국이니 비자 신청부터 해주십시오.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니 서둘러야 할 겁니다.”

“네! 무, 물론입니다.”

“참, 구체적인 도면이 없으니 계약서 작성은 원칙에 합의하는 내용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이의 없으시죠?”

“그, 그럼요.”

주윤우 사장의 얼굴은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 아침, 은행 문 열리기 무섭게 대부계 직원을 찾아가 통사정했다. 빌리려던 금액은 800만 원이다.

당장 돌아올 어음을 막기 위한 금액이다.

그것 막지 못하면 거래처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무작정 나섰던 것이다.

물론 아무런 담보도 없기에 쌀쌀맞은 대접만 받고 터덜터덜 걸어왔다. 버스 탈 돈조차 없기 때문이다.

타고 다니던 승용차는 진즉에 팔아서 없고, 다 썩은 화물차 한 대가 있지만 현재 고장 난 상태라 서 있다.

그런데 2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계약금으로 준다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하여 입이 찢어질 것만 같은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내일 오전 9시에 저희 회사를 방문해 주십시오. 계약서는 제 사무실에서 쓰는 것으로 하지요.”

“네, 시간 맞춰 방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수는 극동 솔라파워 사무실을 나선 직후 뒤에서 들리는 환호성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누군가와 할 계약이다. 기왕이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과 거래를 할 생각을 애초부터 품고 있었다.

남들에게 희망과 기쁨이 되는 기분 좋은 환희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극동 솔라파워는 더 이상 은행 신세를 지지 않는다.

절절 매면서 대출해 달라는 소리를 할 필요도 없고, 직원들에게 지급할 급여를 제 날짜에 지급해 주지 못하는 괴로움을 겪지 않는다. 그리고 극동 솔라파워와 거래하는 거래처들은 모든 납품 대금을 현금으로 받게 될 것이다.

현수와의 거래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이다.

시화공단을 떠난 현수는 향남 제약 단지로 향했다. 나선 김에 대한약품을 둘러볼 생각을 한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김 사장님!”

“네에,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이구, 무슨 말씀을……! 미스 최, 아침에 내가 가져온 거 있지? 그거 좀 내와요.”

“네, 사장님!”

미스 최라는 비서는 사장이 청년을 이처럼 반길 줄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비서가 내온 것은 인삼을 갈아서 만든 음료이다.

“제약회사에 오니까 몸에 좋은 걸 대접받는군요.”

“하하, 그런가요? 좋아하시니 다행입니다.”

민윤서 사장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잇는다.

“납품 건으로 오신 건 아닌 듯합니다.”

“네, 맞습니다.”

“하면 어떤 용무로……?”

“대한동물약품의 기술력이 궁금해서 왔습니다.”

“동물 약품에 관심있으십니까?”

“네. 주셨던 브로셔만으로는 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서요.”

“그렇다면 우리 연구진들을 만나보셔야겠군요. 연구실로 가보시겠습니까?”

“바쁘지 않으시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에. 그럼요. 가시지요.”

대한동물약품의 연구실은 생각보다 단출했다.

인원도 다섯밖에 없었는데 40대 중반 연구원 하나와 30대 초반 여성 연구원 넷이 있을 뿐이다. 이전엔 약 30명이 있었는데 회사가 기울자 모두 나간 때문이다.

현수와 민 사장은 이들이 무언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을 때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김지우 박사님!”

“아, 사장님!”

“이분이 궁금한 것이 있다 하여 모시고 왔습니다. 귀한 손님이니 잘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사장님!”

김지우 박사가 현수에게 시선을 돌리자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김현수입니다. 동물 약품에 관하여 몇 가지 궁금한 사항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네, 김지우 소장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이곳에서 생산되는 동물 약품이 아프리카 같이 더운 곳에 사는 동물들에게도 효과가 있는지요?”

“물론 있지요. 약이란 게 어디선 효과가 있고, 장소를 바꾸면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이곳에서 생산되는 약품이 국제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인지요?”

“질문의 요지가 모호하여 무엇이 궁금한지 알 수는 없지만 어디 내놔도 빠지진 않으리라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현수의 질문에 김지우 박사는 막힘없는 대답을 해주었다. 덕분에 궁금하던 것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13장 난, 당한 건 잊지 않아!

현수는 민윤서 사장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그러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우연히 콩고민주공화국에 조성할 대단위 축산단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우를 길러 국내로 수입할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다.

아울러 젖소의 젖을 짜서 유제품으로 가공하고, 돈육과 닭고기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였다.

보존 마법이 그려진 마법진과 마나석 몇 개만 있으면 굳이 냉동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어쨌거나 한국과 미국은 한미 FTA를 체결했다. 이로 인하여 축산 농가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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