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26화 (126/1,307)

# 126

1장 화끈한 복수

백두마트 서초점에 당도한 현수는 입구에서부터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을 구현했다. 아울러 플라이 마법도 사용했다.

곳곳에 위치한 CCTV로부터 피하기 위함이고, 북적이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함이다.

그리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보안실이 보인다. 개처럼 두들겨 맞고 끌려 들어갔던 치욕적인 장소이다. 그때의 분노가 새삼 전신을 휘감는다.

“으드득! 니들은 오늘 지옥을 미리 경험할 거야.”

나직이 이를 간 현수가 열린 문 사이로 들어갔다. 안에는 두 놈이 한참 잡담 중이다.

“그래서 그년을 어떻게 했는데?”

“어떻게 하긴? 그간 없어진 물건 값 내라고 했지.”

“돈이 있었어? 고딩인 것 같던데.”

“그래서 그년 에미에게 연락을 했지. 절도범으로 집어넣겠다고 하니까 돈을 주더군.”

“그래? 얼마나 받았어?”

“180만원!”

한 놈이 부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그 돈 어떻게 했는데? 혼자서 꿀꺽한 거야?”

“아냐! 실장님 드렸지. 그랬더니 절반을 뚝 떼어 주시더군.”

“그럼 90만원? 그걸로 뭐할 건데?”

“이따 괜찮은 데 가서 술 한잔 하려고. 너도 같이 갈래?”

“그럼, 당근이지. 요 앞에 붉은 장미라는 술집 있지? 거기 있는 계집애가 깔삼하던데 그리로 가자.”

“오케이!”

의기투합한 것이 즐겁다는 듯 웃는 두 놈의 얼굴을 보니 악몽이 되살아난다. 사정없이 걷어차던 놈들이기 때문이다.

“홀드 퍼슨! 홀드 퍼슨!”

“으읏! 이, 이게 왜 이래?”

“헉! 갑자기 내가 왜? 으으윽! 왜 안 움직여져?”

두 놈이 당황한 듯 소리를 낼 때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소리가 난다.

“일단 맞자!”

퍽! 퍼퍽! 퍼퍼퍽! 빡, 퍽!

“켁! 아악! 크으윽! 아악! 케엑……!”

갑자기 옆에 있던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자 곁에 있던 놈이 당황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무도 없건만 옆에 있던 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가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왜, 왜 그래?”

옆에 있던 놈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무지막지한 고통 때문이다. 아구창을 맞았는데 어금니가 부러져 입 밖으로 튀어나간다. 다음엔 옆구리에서 묵직한 고통이 느껴진다.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올 정도로 아프다.

다음엔 조인트를 둔기로 맞은 듯한 격통이 느껴진다. 정강이뼈가 으스러지는 것처럼 아프다.

그 다음엔 사타구니에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진다. 두 개의 알 중 적어도 하나는 터진 듯하다. 당연히 무시무시한 고통이 뒤따른다.

“아아아악! 케에엑! 크으으윽! 끄응……!”

털썩 !

드디어 기절한 듯 바닥에 쓰러졌다. 이때까지 공포에 질린 채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던 놈이 눈을 크게 뜬다.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때문이다.

퍽! 퍼퍽! 빡! 퍼억! 퍼퍽! 퍽!

“캑! 아악! 크윽! 아악! 케에엑! 끄으윽!”

현수는 매직 오토 김렛 마법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는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놈 모두 기절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10분이다. 완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 놈들의 주변엔 입과 코에서 흘러내린 선혈과 허연 이빨 조각들이 널려 있다.

일인당 최소 다섯 개씩은 부러진 듯하다.

“이거 갖고는 너무 약소하지, 니들이 그간 행한 악행에 비하면……. 안 그래? 그래서 특별히 평생토록 사람 구실 못하게 해주지. 먼저 앵키로우시스 오브 휭거(Ankylosis of Finger)!”

마법이 구현되자 손가락의 모든 관절의 연골 조직들이 변해간다. 그리곤 모든 뼈들이 하나로 이어졌다.

다시 말해 관절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이제 놈들은 평생 손가락을 오무릴 수도, 펼 수도 없는 몸이 된 것이다.

“자, 하나 더! 인크리스 더블링 그래피비(Increase Doubling Gravity)!”

이제 모든 사물의 무게가 두 배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본인의 몸무게가 80㎏이라면 평생 160㎏으로 실감하게 된다.

“가만, 이놈들 혹시 흉기를 가졌나? 메탈 디텍션!”

확인해 보니 두 놈 다 회칼 한 자루씩을 품고 있다.

“그럼 그렇지. 페인 리플렉스(Pain Reflex)!”

자신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할 경우 그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마법이다. 멋 모르고 악행을 저지를 경우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의식을 잃고 있는 두 놈을 바라본 현수의 눈에는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죽여서 없애 버리는 것이 사회를 위해 더 좋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아르센 대륙이 아니라는 걸 다행으로 알아! 거기였다면 트롤의 먹이가 되었을 거니까.”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CCTV에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 지하 4층으로 내려온 것이 보인 때문이다.

1시간 30분쯤 지났을 때 보안실엔 스물네 놈이 자빠져 있게 되었다. 모두들 똑같은 마법으로 처벌을 받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현수는 이번에 내려오는 놈을 눈여겨 보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보안실장 놈이기 때문이다.

땡―!

“휘 휘휘, 휘휘휘휘 휘휙! 휘휘휘! 휘휘휘휘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건들거리며 다가오는 보안실장은 영화 황야의 무법자 메인 테마를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다.

그런 놈의 손가락엔 열쇠 고리 하나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

보안실로 곧장 다가올 것이라 생각했던 놈이 방향을 튼다. 그리곤 주차되어 있는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뭔가를 살피더니 나온다.

일제 렉서스 LS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풀 옵션일 경우 가격이 무려 1억 7천만 원짜리이다.

보안실장이 은색 렉서스를 쓰다듬는 폼을 보니 새로 뽑은 지 얼마 안 되는 모양이다.

놈이 뒤돌아 보안실로 오려는 순간 현수의 입이 달싹였다.

펑―! 콰앙!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뭔가 터지는 소리에 이어 강력한 타격음이 들렸고, 곧이어 경보음이 요란하게 터져 나온다.

보안실장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과 입이 크게 벌어졌다.

“으아아아아! 아아악! 설비팀 이 개새끼들……! 아아악! 개새끼들 모조리 죽여 버린다. 아아아악!”

보안실장이 발악하듯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는 이유는 금쪽같이 여기는 렉서스 LS 위로 쏟아져 내리는 똥물 때문이다.

지하 4층의 천장 부위에는 오수배관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렉서스 위에 소제구가 있다.

소제구란 배관의 굴곡부나 갈라지는 부위에 설치하는 것으로 유사시 이것을 열고 청소를 하게 된다.

수평구간에도 매 15m마다 하나씩은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아무튼 소제구의 재질은 단단한 플라스틱이다. 이것이 현수의 마법에 의해 열렸다. 그리곤 압력에 의해 폭발하듯 밑으로 쏘아져 갔다. 물론 마법의 영향이다.

이것이 보닛1)을 강력하게 때리자 시끄러운 경보음이 요란하게 터져 나온 것이다.

그와 동시에 마트 전체에서 모아진 똥물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뽑은 지 겨우 이틀밖에 안 되어 아직 임시번호판을 단 차에 똥물 세례가 퍼부어진 것이다.

보안실장이 발악하듯 고함을 지를 때 현수의 입술이 다시금 달싹였다. 그러자 보안실장이 서 있는 반대편 유리창 두 개가 스르르 내려간다. 그와 동시에 상당량의 똥물이 차 안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방방 뛰면서 소리치던 보안실장이 점점 번져오는 똥물을 피해 자리를 바꾸다가 이를 보았다.

“아아악! 아아아악! 이 병신, 어쩌자고 창문을 닫지 않은 거야! 아아악! 으아아아악!”

자신이 실수로 창문을 닫지 않은 것으로 오인한 보안실장은 머리털을 몽땅 뽑아버리겠다는 듯 제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그의 발 아래까지 똥물이 번졌다.

“그리스!”

콰당―!

“으윽! 헉! 퉤에, 퉤에!”

또 다시 방방 뛰려던 보안실장은 마찰력이 순간적으로 제로가 되는 순간 균형을 잃고 자빠졌다. 그때 보닛 위에서 튀긴 오물이 그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열심히 뱉어내며 일어서려던 순간 현수의 입술이 또 다시 달싹인다.

“매직 캔슬! 스테츄!”

“……!”

보안실장의 몸이 완전히 굳었다. 입을 다물지 못한 상태였기에 그의 입안으로 상당량의 똥물이 튀겨 들어간다.

“흐음, 더러워서 때리지도 못하겠군! 오토 매직 김렛!”

“……!”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보안실장은 자빠지면서 뒤통수에 충격이 가해져 전신마비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이다.

그런데 전신을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엄청난 격통이 느껴지자 비명을 지르며 발광했다. 하나 여전히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매직 캔슬! 힐!”

오토 매직 김렛은 시전되고 불과 5분 만에 멈췄다.

너무 많은 상처가 생기면 똥물 속의 수많은 세균들에 의한 감염으로 쉽게 죽을 수 있기에 마법을 중단했다. 통증을 느낄 만큼 느꼈을 것이란 생각을 한 때문이다.

상처를 대강 치유시키고는 현수의 입이 다시 달싹였다.

“앵키로우시스 오브 휭거! 인트리스 더블링 그래비티! 페인 리플렉스! 퍼머넌트 브레인 믹싱! 퍼머넌트 플라토닉 커스!”

생각나는 대로 마법을 중첩시켜 주었다.

이제 보안실장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을 것이다.

손가락은 꼼짝도 안 할 것이고, 사물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느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건드리면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게다가 모든 기억이 뒤죽박죽이 되어 거의 바보가 되고,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색욕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

현수는 보안실의 나머지 놈들도 렉서스 근처로 이동시켰다.

보안실로 들어가 보안요원 수를 확인한 현수는 아직 하나가 남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 놈은 남겨두었다. 대신 지나가던 고양이 한 마리에게 패밀리어 마법을 걸었다.

보안요원 복장을 한 놈이 나타나면 놈을 미행하도록 시킨 것이다. 세정파의 근거지를 찾기 위함이다.

지하 4층을 떠나려던 현수는 하나의 마법을 더 구현시켰다.

더 스크림(The Scream)!

누군가 귓가에 대고 끊임없이 귀청이 찢어질 듯한 고함을 지른다는 착각을 느끼게 하는 마법이다.

이것 때문에 놈들 모두 청신경이 극도의 피곤을 겪게 될 것이고, 결국엔 귀머거리가 된다.

그 사이를 견디지 못한 자는 정신착란을 겪어 미치광이가 되거나, 너무도 고통스러워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될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이제 놈들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귓가의 고함보다 더 큰 소리라곤 천둥소리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복수의 완성이 이루어졌다.

하나 현수의 마음은 통쾌하지 못했다. 쓰레기 같은 사회악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밖으로 나오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이 없기에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따끈한 커피 한 잔을 하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뉴스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KBC 뉴스의 오원석 기자입니다. 여기는 백두마트 서초점 지하 4층에 위치한 곳입니다.”

마이크를 든 기자의 뒤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자 천장으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누런 것들이 렉서스의 지붕에 떨어진 후 사방으로 번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 누런 액체는 이십여 명의 사내의 신체를 골고루 적신 후 어디론가 흘러간다.

그곳엔 수십여 명의 사람이 마스크를 쓴 채 겨울에 눈 내렸을 때 사용하는 가래로 오물들을 모으고 있다.

“보시다시피 하수관의 소제구가 원인 미상의 폭발을 일으켜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화면이 바닥에 나뒹구는 소제구의 마개를 보여주었다.

다시 화면이 돌아오자 오원석 기자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크으으! 죄송합니다. 냄새가 너무 심해서……. 잠시 자리를 이동하여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이 흔들거리더니 다시 오원석 기자의 얼굴이 보인다.

“오늘 이곳에서 일어난 원인 미상의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이십오 명의 백두마트 직원이 동원된 듯합니다. 하지만 모두 혼절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화면은 119 구급대원이 똥물에 범벅이 된 보안요원들을 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들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고,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다.

본인 역시 오물 범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절 원인은 가스 질식 내지는 냄새 때문이라는 잠정적인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뉴스에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 KBC 뉴스 오원석 기자였습니다.”

화면이 바뀌어 스튜디오가 나왔다. 앵커가 한마디 한다.

“오늘 사고로 119 구급대원들의 노고가 새삼스럽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현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으로 인해 애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밖을 보니 내리던 비가 멈춘 듯하여 얼른 귀가하였다. 그리곤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시간만 나면 동양과 서양 의학서적들을 읽게 된 것은 새로 생긴 습관이다. 인체의 신비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2013년 6월 21일 금요일.

“이 실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네, 사장님! 상쾌한 아침이에요. 아침 식사 하셨지요?”

생활이 안정되고 마음의 부담이 사라져서 그러는지 은정은 피어오르는 꽃처럼 나날이 화사해지는 미소를 짓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