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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31화 (131/1,307)

# 131

뿐만 아니라 회사의 재무 상황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도 파악한 상태이다.

하여 박동현 사장이 말을 잇기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

“만일 울림 네트워크에서 매달 100대씩 생산해 주신다면 1년간 1,200대를 납품 받고 싶습니다.”

“네에?”

박동현 사장의 눈이 커진다. 기껏해야 서너 대일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이 너무도 크게 깨진 탓이다.

그로기 상태임에도 현수는 잔인하다.

“200대씩 생산하신다 하더라도 그 물량 전부를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끄으응!”

“어떻게… 그렇게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지금의 능력으론 그렇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

“자금이 문제라면 일부는 선금으로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가능한지요?”

“선금을……! 감사합니다. 마음 써주셔서.”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상부상조하자는 거지요.”

“네, 아무튼 생산설비 확충을 하게 되면 월별 20대는 가능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자금이 더 투입되면 더 늘어납니까?”

“네, 하나 저희 능력엔 한계가 있어서……. 한 달에 50대 이상은 어려울 듯합니다.”

“역시 김형윤 상무님 말씀이 옳군요. 김 상무님이 그러시더군요. 박동현 대표께선 잇속이나 따지는 얄팍한 장사꾼이 아니라구요. 우직하면서도 추진력이 있는 기업인이라 큰 성공을 거둘 인물이라 평하셨습니다.”

“에구…….”

면전에서 대놓고 하는 칭찬이 남세스러웠는지 박 대표가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우리 이렇게 했으면 합니다. 저는 납품 단가를 가지고 시간 낭비하며 네고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사장님이 납득할 만한 선에서 제시해 주십시오.”

“먼저 저를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생산량은 저희 실무진들과 의논하여 사장님께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말나온 김에 엘딕(Eldic)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요.”

엘딕은 울림 네트워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전기 자전거의 이름이다.

엘딕은 36V 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최고 시속은 35㎞, 일반 모드에서는 한 번 충전하면 약 2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자전거이다. 특히 속도 제어 장치엔 오토바이에도 없는 국내 특허가 적용된 것이다.

원래는 역삼륜 자전거로 개발되었던 것이다.

자동차에만 쓰이던 현가 장치, 자동 주행 장치, 자동 정속 주행 장치 등이 적용된 것으로 대당 250만원 정도한다.

“엘딕은 또 어떻게 아십니까?”

“그야 김형윤 상무님 블로그에 가면 아주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알지요.”

“아, 그런가요?”

“네, 애사심도 많고, 울림 네트워크에서 만드는 제품에 대한 자존감 내지는 애정도 큰 것 같습니다. 조만간 전무님으로 승진시켜주셔도 될 겁니다.”

“하하! 네에.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박동현 대표가 파안대소를 했다. 현수의 말이 웃겨서가 아니라 김형윤 상무의 애사심에 기분이 좋아서이다.

“엘딕의 제원도 제가 대강은, 아니, 이것 역시 납품 단가와 생산 가능 대수를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그러지요.”

박동현 대표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참, 러시아는 한국과 달리 시속 25㎞ 이하로 제한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최고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네. 오늘은 이만 가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회사를 방문해 주셔서……. 김 사장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품질로써 감사를 표시하겠습니다.”

“네에.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울림 네트워크 사무실을 나온 현수는 문득 은행 잔고가 궁금했다. 하여 은정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그런데 주식 매수를 하느라 여력이 별로 없다고 한다.

아공간에 담긴 금을 처분하면 되지만 한국에선 그러기 어렵다. 수연을 구하면서 얻은 엔화만으론 부족하다.

킨샤사의 왕가 약포에서 가져온 것은 1㎏짜리 금괴 400개 이외에 현금으로 200만 달러도 있다.

이것들을 처분하면 되지만 문제는 출처이다. 돈이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울림 네트워크에서 선금 운운 했기에 돈을 만들기는 해야 한다. 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이춘만 차장을 떠올렸다.

생각난 김에 전화를 걸었다. 웬일인지 단번에 연락이 된다.

“여보세요.”

“마투바? 나, 김현수야.”

“아! 미스터 김. 왜 안 오냐? 마투바 미스터 김이 보고 싶다. 빨리 와라.”

“그래, 조금 있으면 갈 거야. 근데 지사장님 계셔?”

“지사장? 지금 잔다.”

“지금이 몇 신데 자?”

시계를 보니 오후 2시이다. 하여 고개를 갸웃거렸다. 낮잠을 자나 싶었던 것이다.

“여기 시각은 현재 아침 6시다. 지사장 어제도 술이 떡이 돼서 아직 안 일어났다.”

“아! 시차를 깜박했다. 그럼 지사장님 일어나시면 내게 전화하시라고 전해줄래?”

“전화? 아, 잠깐만! 지사장 일어났다. 잠깐만 기다려라.”

마투바의 어설픈 한국어에 현수는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그 상태로 5분 정도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아! 김 과장. 잘 있었지? 어제 과음을 해서 오줌 싸느라 조금 늦었네. 그런데 웬일인가?”

“지사장님! 저 돈이 좀 필요한데 꿔주실 수 있습니까?”

“돈……? 돈을 꿔달라고?”

“네, 돈이 없습니다. 있는 대로 좀 꿔주세요.”

“아니 이 사람아! 그 많은 돈을 벌써 다 써?”

“많은 돈이라니요?”

“여기서 발생된 이익금! 내가 그거 자네 통장으로 송금했는데 그 많은 걸 다 썼단 말이야?”

“네? 무슨 통장이요?”

현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생긴 이득금 가운데 자네 몫을 보냈잖아, 우리은행 계좌로……. 근데 계좌 확인도 안 해본 거야?”

4장 통장 확인 안 해보고 살아?

“잠깐만요. 제 통장으로 돈을 보내셨다고요?”

“그래. 하나도 안 빼고 다 보냈네.”

이춘만 차장은 천지약품에서 발생된 이득금 가운데 정확히 40%를 현수의 통장으로 보내주었다.

그런데 그 액수가 상당하다.

이 이유는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 때문이다.

한창 소매약방 개설 때문에 공무원 및 군인들로부터 시달리던 때에 이춘만 차장은 내무장관 가에탄 카구지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천지약품에서 소매약방으로 넘기는 가격의 20%를 올리라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박리다매를 원칙으로 했기에 이 차장은 그럴 수 없음을 통보했다.

그랬더니 내무장관실로 출두하라는 명령서가 날아왔다.

힘이 없는데 어쩌겠는가!

다음 날 오후 2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흰색 양복을 걸치고 내무장관을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장관은 가격 인상을 요구한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천지약품은 수입 및 지출을 투명화하여 발생된 이득금에 대한 법인세를 한 푼도 빼지 않고 내는 회사이다.

그렇기에 이득 금액이 늘어나면 그에 대한 세금 또한 늘어난다. 내무장관으로서 세수 확충이 첫째 이유이다.

둘째, 천지약품은 벌어들이는 수익금의 절반을 무료 급식 시설 운영에 투입한다. 따라서 이득금이 늘면 더 많은 혜택이 콩고민주공화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정부가 해줄 수 없는 복지 혜택이 늘어나게 되므로 가격 인상을 명령한 것이다.

셋째, 천지약품 법인은 이차장과 현수가 60대 40 지분으로 되어 있다. 이득금이 늘면 현수에게 가는 금액이 늘어난다.

어펜시브 참 마법의 결과로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은 현수의 수입을 늘려주려는 기특한 생각을 한 것이다.

이춘만 차장으로선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여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그러면 소매약방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어느 날 갑자기 20%나 값을 올리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더 좋아한다. 소매가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이익이 더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차장은 추가로 발생된 현수의 이득금은 전액 송금했다.

하나 본인의 늘어난 이득금은 전액 무료 급식 시설 운영에 투입했다. 역시 착한 사람이다.

전화를 끊은 현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우리은행 양재북지점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 대기번호표를 뽑아 들고 잠시 기다렸다.

“456번 손님 3번 창구로 와주세요.”

현수가 번호표를 내밀자 상냥히 응대한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어, 통장이 없는데 잔액을 알 수 있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본인이시라면 신분증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신분증 있으세요?”

“네, 여기!”

은행원 아가씨가 키보드를 조작하더니 비밀번호를 눌러달라고 한다. 하여 번호를 눌렀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곤 전화를 들어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저어, 손님! 죄송하지만 이쪽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네? 뭐가 잘못 되었습니까?”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시면 자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여행원의 안내로 안쪽으로 들어가니 ‘Two Chairs’라는 팻말이 보인다. 팻말 아래엔 책상 하나가 있고, 그 앞에 회전의자가 놓여 있다.

“투 췌어스? 뭐하는 데지?”

“안녕하세요? 투 췌어 담당 김영신 과장입니다.”

중년 은행원이 건네는 명함을 받아 든 현수가 어정쩡하게 있자 상냥하게 웃는다.

“저어, 자리에 앉으세요.”

“그런데 왜 저를 이리로 부른 겁니까? 무슨 문제 있나요?”

“어머, 아니에요. 그런 거. 보통예금 통장에 너무 많은 돈을 넣어두고 계셔서 재무 설계를 해드리려고 모신 겁니다.”

“네?”

“김현수 고객님은 저희 은행 VVIP세요. 앞으론 창구에서 업무를 보지 마시고 어느 지점이든 투 췌어 담당자를 찾으시면 편하게 업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근데 지금 제가 알고 싶은 건 잔고인데 그거 알 수 있을까요?”

“물론이에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김영신 과장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니 인쇄하는 소리가 들린다.

“자아, 여기 있습니다.”

김 과장이 넘긴 종이를 받아 든 현수는 깜짝 놀랐다. 예상할 수 없던 거금이 잔고로 찍혀 있었던 때문이다.

“48억 9천만 원……?”

“고객님, 일반 계좌에 넣어두기엔 너무 큰돈이에요. 그러니 당장 써야 할 돈이 아니라면 정기예금으로 넣어두시는 건 어떨까요? 단기 자금이라면 MMF도 괜찮고…….”

김영신 과장이 무어라 한참 설명했지만 현수의 귀로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물론 엄청난 거금 때문이다. 전혀 예상치 못하던 거금이기에 현수의 놀람이 컸던 것이다.

어떤 사람의 팔자를 고치고도 남을 돈이 통장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이 돈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그것들을 어찌할 것인지를 생각하느라 김 과장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잘 생각하셔서 자금을 운용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지요.”

“네, 언제든 저희 도움이 필요하시면 전화 주세요.”

현수는 김영신 과장의 배웅까지 받았다. 그리곤 곧장 사무실로 들어왔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약품과 스피드, 그리고 엘딕만으론 5천만 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로 수출할 품목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던 중 국내기업이 만든 화장품에 눈이 갔다.

EGF가 다량 함유된 듀 닥터라는 것이다.

EGF는 Epidermal Growth Factor의 이니셜로 ‘상피세포 성장인자’라는 뜻이다.

이것은 피부 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되어 새로운 상피세포가 촉진되도록 한다. 이렇게 될 경우 피부의 탄력이 유지되며 보습이 되고, 노화가 억제되는 결과를 야기시킨다.

하여 화상으로 인한 흉터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것이다.

이 제품을 써본 누군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처음엔 뛰어난 효능에 대한 이야기이다.

말미에는 제품은 너무나도 뛰어난 효과를 보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는 내용이다.

즉시 듀 닥터를 제조하는 회사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듀 닥터입니다. 말씀하세요.”

“여기는 무역회사인데 귀사의 제품을 수출하려고 합니다. 담당하시는 분을 바꿔주시겠습니까?”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대기음이 들린다. 그리곤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네, 듀 닥터 판촉실장 이예원입니다.”

“저는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김현수라 합니다.”

현수가 뒷말을 잇기도 전에 저쪽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

“네, 김현수 사장님! 이실리프 무역상사라면 콩고민주공화국에 약품을 수출하는 회사지요?”

“어라! 우리 회사를 어찌 아십니까?”

“호호, 사장님! 저 태을제약 영업차장으로 있던 이예원이에요. 저 기억하세요?”

“그래요? 물론입니다. 이예원 차장님, 아니, 이젠 실장님이시군요. 근데 듀 닥터를 생산하는 회사가 태을제약의 계열사인 겁니까?”

“네, 이번에 새로 화장품 업계로 진출했어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 주신 거죠?”

“듀 닥터의 효능이 소문난 대로인지 확인해 봐서 괜찮으면 수출하려고 합니다.”

“물론이에요. 효능은 확실히 뛰어나지요.”

“그럼 저희 여직원들을 상대로 시연회를 해주실 수 있는지요? 다른 사람들의 말보단 저의 여직원들의 말을 들어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물론이에요. 지금이라도 오셔요. 여기 위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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