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43화 (143/1,307)

# 143

“소매치기다! 아저씨 바로 뒤에 있는 놈이 지갑을 훔쳤어요.”

“무어? 어……! 내 지갑. 이놈, 내 지갑 내놔라!”

“뭐야? 이 아저씨가 지금 뭘로 보고……?

아저씨가 현수를 바라보자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줬다.

“이놈! 내 지갑 내놔라. 어서!”

“아저씨! 증거 있어요? 증거 있냐구요!”

어느새 무고한 사람들이 썰물처럼 물러났다. 그 순간 현수의 마법이 구현되었다.

“스테츄! 스테츄!”

나직한 중얼거림에 이어 몸을 꼼짝할 수 없게 된 사내와 성추행을 당하던 아가씨만 남게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순간 현수의 강력한 발차기가 시전되었다.

물론 목표는 변태의 사타구니이다. 그 직전에 마법은 해제되었다.

“이런 변태 같은 새끼가……!”

퍼억―!

“으아아아악!”

고환을 걷어 채인 변태가 나자빠지며 데굴데굴 구른다. 적어도 하나는 터지라고 아주 세게 찬 때문이다.

“이봐요, 그 새끼 성추행 현행범입니다. 제압하세요. 그리고 아줌마, 얼른 112에 신고해요.”

“네……? 네에.”

곁에 있던 청년 둘이 변태를 찍어누르자 40대 아줌마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 순간 몸을 돌린 현수가 자신의 곁에 있던 사내의 관자놀이를 강력하게 가격했다.

퍼억―!

크윽……!

사내가 쓰러지자 그 곁에 있던 청커버를 걸친 놈이 다가온다.

이놈도 한패이다. 현수는 짐짓 모르는 척 한 발짝 떨어지는 척하다 되돌아서며 강력한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휘이익! 퍼어억―!

“케에엑!”

명치를 가격당한 놈이 엎어지며 신음을 토한다. 다음 순간 지하철의 손잡이를 잡은 현수가 가위차기를 시도했다.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흉기를 꺼내려던 두 놈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하나는 관자놀이를, 하나는 명치를 걷어 채인 결과이다.

“이런 씨벌……!”

최초의 소매치기가 흉기를 뽑아 들었다. 그 순간 사람들이 더 뒤로 물러서서 제법 넓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최소한 뼈 하나!’

흉기를 뽑은 죄로 오른쪽 팔목 뼈를 부러뜨릴 마음을 먹은 현수는 놈이 다가서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성추행 당하던 아가씨를 잡아당기더니 그녀의 목에 칼을 댄다.

“좋은 말로 할 때 그 칼 치우는 게 좋을걸?”

“지랄을 해라. 이년의 목을 따기 전에 모두 비켜!”

사내의 명령 아닌 명령에 사람들 모두 뒤로 물러났다. 이제 남은 것은 현수와 사내 둘뿐이다. 물론 그 사이에 아가씨가 있다.

‘관절 두 개!’

사내의 흉폭한 눈빛을 본 현수는 그냥 놔두면 사회악이 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스테츄!”

마법을 구현시키던 바로 그 순간 현수의 신형이 좌측으로 한 바퀴 회전했다. 다음 순간 강력한 발차기가 놈의 무릎에 가해졌다.

퍼어억! 빠지직―!

“케에에엑……!”

결코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다리뼈가 움직이면서 무릎 관절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다음 순간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누구도 견뎌내기 힘들 극심한 통증 때문이다. 마법을 해제하자 바닥에 엎어진다. 하나 회칼은 여전히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놈은 누구에게든 보복해야 한다는 듯 엎어진 상태에서 아가씨의 발목을 노리고 칼을 휘둘렀다.

그 순간 현수의 발이 또 한 번 움직였다.

퍼억! 뿌드득―!

“아아아아악……!”

오른쪽 팔이 팔꿈치를 기준으로 결코 움직여선 안 될 방향으로 꺾였다. 그와 동시에 칼을 놓쳤고 비명을 지른다.

현수가 다가가 칼을 치우려던 순간 누군가가 외친다.

“경찰이다!”

“모두 비켜주시오. 신고받고 왔습니다. 비켜 주세요.”

사람들이 비켜서자 양쪽으로부터 사내 여덟이 쇄도했다.

“저 사람은 성추행범이구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놈들은 전부 소매치기 일당입니다.”

누군가의 설명에 경찰들은 각자에게 달려들어 수갑을 채웠다.

“경찰 아저씨! 저 청년이 모두 제압했어요.”

또 누군가가 나서서 현수를 가리켰다.

“……! 제기랄!”

현수는 그냥 갈 수 없게 되었음에 나직이 투덜거렸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경찰이 다가왔다.

“지하철수사대 허인구 수사관입니다. 저분의 말씀이 사실입니까?”

“네, 우연히 소매치기하는 장면과 성추행 장면을 보게 되어 제압했습니다.”

“큰일을 하셨습니다. 진술을 위해 서까지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서라면 어떤 경찰서죠?”

“저희 본부는 왕십리역에 있습니다만 너무 머니 가까운 강남경찰서까지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지요. 그리고 저 청년이 지닌 핸드폰엔 성추행 장면이 찍혀 있습니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청년은 기꺼이 동영상을 제공하겠다는 듯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내린다.

잠시 후, 역사를 벗어나니 경찰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강남경찰서에 당도하여 진술을 하였다. 한 번 해본 경험이 있기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진술서에 사인을 하고 일어서려는데 누군가가 다가온다.

“안녕하십니까? 강남경찰서 형사과 김 경위입니다.”

“네에, 반갑습니다.”

“대단한 활약을 하셨더군요. 운동을 열심히 하신 모양입니다.”

“아, 네에. 뭐 조금……. 그나저나 현장을 찍은 동영상은 삭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조금 어렵겠습니다.”

“왜죠?”

“그게 없으면 선생님께서 모처럼 좋은 일을 하셨지만 거꾸로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잉진압으로…….”

진술을 하는 동안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소매치기 주범은 오른쪽 팔꿈치와 무릎이 박살났다. 현재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상으로 되돌아오긴 어렵다고 한다.

현행범이고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너무 과한 진압이라는 의견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부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영상은 현수의 행위가 정당방위였다는 결론을 내리게 할 결정적인 증거라 한다.

따라서 동영상 삭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이 끝나서 형이 확정되면 그때 삭제해 드리겠습니다.”

“흐음, 할 수 없네요.”

현수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누군가가 다가온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김현수 씨 맞죠?”

“아, 네에. 전에 뵈었던 이현준 경위님이시죠?”

“하하, 네에. 반갑습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곁에서 듣고 있던 김 경위가 끼어든다.

“이 경위가 아는 분이야?”

“네, 일전에 탤런트 이수연 씨 실종사건 있었잖습니까?”

“그래. 있었지.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었잖아.”

김 경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런 실종으로 항간에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때 이수연 씨 언니의 남자친구 혹시 기억하세요?”

“아! 그래서 낯이 익었군요.”

김 경위가 이제야 이해된다는 듯 웃음 지었다.

사실 현수가 처음 왔을 때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나지 않자 수배자 전단을 뒤적였던 것이다.

“근데 조금 전에 무슨 동영상 이야길 하던데 그건 뭡니까?”

“그거……? 이거야.”

김 경위가 재생시킨 동영상을 본 이 경위가 입을 딱 벌린다.

“이건 뭐, 펄펄 날아다녔네요. 우와, 그리고 보니 무술 유단자인가 봐요, 김현수 씨?”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호신용으로 몇 가지 배운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정말 대단합니다.”

동영상을 여러 번 리플레이 시킨 이현준 경위가 계속해서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강력한 한 방으로 범인들을 잠재운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수가 경찰서 정문을 나서려는데 누군가가 다가선다.

“고맙네.”

“고맙습니다.”

“아! 두 분은……!”

성추행 당하던 아가씨와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던 아저씨이다. 이들 둘은 본 현수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어떤 사연 하나를 읽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해주었다. 그리고 본인은 힘이 다해 익사했다. 장례식을 치르는 날까지 구함을 받은 학생과 그 부모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고맙다는 인사조차 없었던 것이다.

졸지에 과부가 된 익사자의 부인이 화가 나 경찰서를 찾아 그 학생과 부모의 주소를 물어보았다는 내용이다.

아가씨는 그냥 가버릴 수도 있었다. 성추행 당한 것이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그럼에도 감사의 뜻을 전하려 여태 기다렸다는 것이다.

“고맙다는 뜻으로 술 한잔 사겠네.”

“네……? 아, 아닙니다.”

현수가 손사래쳤다.

“같이 가셔요. 저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요.”

현수는 역삼동에 소재한 락희를 찾아가던 길이다. 맨 정신에, 그것도 혼자서 룸살롱을 찾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여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근 생맥주집으로 들어갔다.

술을 마시려는데 아저씨가 수표 한 장을 꺼내 놓는다. 언뜻 보니 색깔이 푸르다. 100만 원짜리 수표인 것이다.

“오늘 아파트 중도금을 치르려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았네. 이걸 잃어버렸다면 애먹을 뻔했는데 자네 덕에 무사했네. 약소하지만 감사의 뜻이니 받아주게.”

“아이고, 아닙니다.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그리고 액수가 너무 커서 받을 수가 없습니다.”

“아닐세! 이걸 받아주게.”

“저도 아닙니다. 이렇게 맥주 한잔 사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넣어두세요.”

현수는 거듭해서 고사를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흐뭇했다. 두어 잔을 더 마시고는 갈 데가 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곧장 역삼동으로 향했다.

즐거울 락, 아가씨 희!

락희에 당도한 현수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딛자 웨이터 보조가 다가온다.

“어서 옵셔!”

“혼자와도 되죠?”

“물론입니다. 안으로 드십시오.”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은 긴 탁자와 디귿 자 소파가 있는 방이다.

“손님, 술과 안주는 뭐로 드릴까요?”

“열일곱 살짜리 하고 과일 안주, 그리고 마른안주를 주세요.”

열일곱 살짜리라는 것은 17년된 양주를 뜻하는 말이다. 곽 대리를 따라다니면서 배운 걸 써먹은 것이다.

“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주문 받은 웨이터가 세팅을 마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도 되지 않았다. 영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춰 있었던 모양이다.

“손님,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팁을 받은 웨이터가 허리를 90。로 숙이고 나갔다. 잠시 후 요염하게 생긴 30대 여인이 들어왔다.

현수의 곁에 앉더니 다짜고짜 술부터 따른다.

“안녕하세요? 홍 마담이에요. 아가씨는 어떤 취향이신지요?”

“아, 아가씨요……? 뭐, 그냥 조금 예쁘기만 하면 됩니다.”

“호호, 네에. 알아서 모실게요.”

말을 마친 마담이 문을 열고 밖에다 대고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했다. 그리곤 다시 들어와 곁에 앉았다.

“근데 혼자 오셨나 봐요.”

“네에.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요. 혼자 와서 이상한가요?”

“어머, 아니에요. 혼자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근데 너무 젊으시다.”

“하하, 제가 동안이란 소리는 조금 듣습니다.”

똑똑똑!

“그래, 들어와!”

마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린다. 그리곤 아가씨 넷이 들어왔다. 모두들 상당한 미모였다.

“어떤 아이가 마음에 드시는지요?”

“흐음……!”

현수는 아가씨와 노닥거리기 위해 온 손님처럼 면면을 살폈다.

“좌측에서 두 번째 아가씨가 마음에 드네요.”

“네에, 알겠습니다. 세희만 남아라.”

“네에.”

아가씨 셋이 찍소리 않고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웃는 낯이다.

보아하니 손님이라고 온 놈이 새파랗게 젊다. 팁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러난 것이다.

“안녕하세요? 나세희예요.”

긴 머리를 찰랑거리는 아가씨가 인사를 하자 마담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호호,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넌 손님 잘 모시고……!”

마담이 나가자 나세희가 현수의 곁에 다가앉았다. 그리곤 술병을 들어 술을 따른다.

쪼르르륵!

세희가 술병을 내려놓자 현수가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돼요.”

“네에. 그럴게요.”

세희는 현수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았다. 이곳에 온 손님 가운데 아가씨가 마시는 술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가끔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혼자 오는 손님 가운데에는 변태가 있다. 싫다고 하든 말든 짓궂은 짓을 한다. 아프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가끔은 어디 이상한 데서 보고 들은 치욕스런 신고식을 강요하는 놈들도 있다.

그럴 땐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팁을 포기했다.

그런데 현수는 아닌 듯하다. 전작이 있는지 술 냄새를 풍기기는 한다. 하지만 취한 정도는 아니다.

나이는 젊지만 그렇다 하여 재벌가의 자식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놈들을 늘 여럿을 거느리고 와서 온갖 생색을 다 내기 때문이다.

“이런 데서 술 마시기에는 상당히 젊으시네요.”

“하하, 그래요? 내가 조금 동안이죠?”

“스물셋? 넷? 그쯤 되신 거죠? 학생이에요?”

“후후, 학생이라……! 학교 졸업한 지는 오래되었고, 군대도 갔다 왔습니다. 직장 생활 2년차이지요.”

“네에? 그럼 나이가……?”

“스물아홉이에요.”

“어머나, 전혀 그렇게 안 보여요.”

“그러는 세희씨는 몇 살이에요? 스물둘? 셋?”

“호호, 저도 동안이에요. 스물다섯이거든요. 어머, 이런 거 얘기하면 안 되는데…….”

“그러네요, 세희씨도 동안인 거 인정합니다. 사실은 스물하나나 둘쯤으로 봤었거든요.”

현수가 세희를 선택한 이유는 들어왔던 여자들 가운데 가장 어려 보여서이다. 영계를 밝힌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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