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45화 (145/1,307)

# 145

소리가 나면 안 되기에 인디케이터 먼저 무력화시켰다.

이번엔 지난번과 다른 방법을 썼다. 회로를 끊은 것이 아니다. 전선을 찾아 연결되어 있는 부분을 끊은 것이다.

“언락!”

촤르륵! 촤르르르륵! 촤르르르르륵!

덜컹―! 철컥―! 끼리릭―!

금고 세 개의 문이 거의 동시에 열린다.

첫째 금고엔 장부와 서류들이 수북하다. 펼쳐 보니 세정파가 관장하는 모든 업소의 장부들이다.

이외에도 고리대금업체인 세정캐피탈의 서류가 많았다. 상당히 많은 양이다. 그만큼 많은 이득을 챙겼다는 뜻이다.

“이런 십장생들이―!”

현수의 입에서 욕지기가 튀어 나왔다.

어쨌든 이것들 모두 아공간에 쓸어 담았다.

두 번째 금고엔 1㎏짜리 골드바 300개가 있다. 1g당 6만원씩 계산해도 180억 원어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 엔짜리 지폐 뭉치만 100여 개이다. 14억 8천만 원 정도 된다.

달러 뭉치도 있었다. 100달러짜리 지폐뭉치는 50개 정도 된다.

원화로 5억 7천만 원 정도 된다.

5만원짜리 뭉치가 어찌 없겠는가! 10억 가까운 돈이 있다.

모든 것을 아공간에 담은 현수는 세 번째 금고에서 찾던 것을 보게 되었다.

조경빈의 이름이 쓰인 것 이외에도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름 여섯이 쓰인 앨범이 일곱 권 있다.

펼쳐 보니 날짜별로 대략 열 개 정도 되는 머리카락들이 수집되어 있다. 즉시 아공간에 넣었다.

나머지 공간에 있는 것들은 고려청자, 이조백자 이외에 금동미륵반가사유상 같은 골동품들이다.

진품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아공간에 담았다.

이뿐만 아니라 스미스&웨슨의 M&P 권총 다섯 자루와 실탄 2,000발도 있었다. 당연히 아공간에 담겼다.

금고를 닫은 후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인디케이터의 연결선까지 손을 보곤 혹시 흔적이 남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다시 거친 숨소리가 들리던 방으로 다가간 현수는 어찌할까를 잠시 망설였다.

온갖 나쁜 짓을 한 유진기를 징치할까 말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현수가 룸으로 되돌아오자 나세희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너무 오래 걸려 뭔 일이 났나 싶었던 것이다.

“오셨네요. 이제 괜찮으세요?”

“네에, 심호흡을 했더니 많이 낫네요. 오래 걸렸어요?”

“네, 혹시 쓰러지신 건 아닌가 싶어 나가봤네요. 근데 어디 계셨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근처에 안 계시던데.”

“아! 그랬구나. 그냥 취기가 올라 아무 데나 쏘다니다 왔네요.”

“술 더 드실 거예요? 너무 많이 드신 거 같던데.”

“많이 마셨어요?”

“네, 큰 거 하나 반 정도 드셨어요.”

“그럼 그만 마셔야겠네요. 계산하게 마담 좀 불러줄래요?”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 마담이 왔다. 현수는 조금 전 위에서 가져온 5만원 짜리로 술값을 지불했다. 호구로 여겼는지 바가지를 씌웠지만 모르는 척했다. 세희의 팁 역시 달라는 대로 지불해 줬다.

“안녕히 가시고 나중에 또 오세요.”

제 뜻대로 된 것에 기분이 좋은지 간드러지는 음성이다.

또 혼자 오면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소리였지만 현수는 술에 취한 척 손을 흔들며 웃음까지 지어줬다.

* * *

늦은 밤 귀가한 현수는 세정빌딩에서 가져온 장부들을 꺼내 들었다. 이전과 달리 200여 권이나 되었다.

이전에 못 보던 것 위주로 읽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펼친 것은 세정캐피탈의 이중장부들이다.

외부로 보여질 장부에는 법정 최고 이자율인 연 39%만 받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제목이 똑같은 다른 장부에 기록된 이자율은 최고 600%로 되어 있다.

자세히 읽어보니 연체 이자율은 무려 1,200%이다.

장부엔 대출받아 간 사람의 이름, 나이, 거주지, 직업, 연락처뿐만이 아니라 신장, 외모, 몸무게까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어떤 방식을 취할지도 써져 있다.

남자들의 경우는 대부분 신포라 쓰여 있다.

처음엔 이게 무언가 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읽어보니 신체 포기 각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 높은 이자율이기에 원금의 몇 배나 되는 돈을 갚고도 장기 적출을 당한 기록이 눈에 뜨였다.

부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리 크지 않을 금액에 신장의 한쪽을 잃거나 간이 베어졌고, 안구를 잃었다.

그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솟는다.

여자들의 경우엔 나이와 인물을 기준으로 등급이 나뉘어 있다.

A급 판정을 받은 여인은 일본에, B급은 국내에, C급은 지나로 팔려 나갔다. D급과 E급은 태국과 베트남 등지로 보내졌다.

마지막 F급은 사내들과 마찬가지로 장기 적출을 당했다. 돈 몇 푼 때문에 창창하던 미래가 절망과 암흑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일본 쪽은 야마구치구미가 거래선이고, 지나 쪽은 삼합회와 손을 잡고 있었다. 일전에 이수연을 어쩌려고 했던 히로야마는 야마구치구미 쪽 인신 매매 담당이다.

이밖에도 마약 밀거래 담당이 따로 있고, 무기 밀매 담당 역시 별도이다. 또한 캐피탈에 자금을 투자한 담당도 따로 있었다.

현수는 밤새도록 장부를 읽었다.

다음날 아침, 집을 나서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갔다.

때르르릉! 때르르릉!

“네에. 박새롬입니다.”

“거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과죠?”

“네, 금융조세과 맞습니다.”

“제보할 사항이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아닙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그래요? 그럼 제보하실 내용을 기록한 서류와 증빙 자료들을 보내주시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요?”

“민원인이 직접 제보하러 오지 못할 경우엔 지검에서 인지한 사건으로 분류하여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그래요? 그럼 주소를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어느 분께 보내 드리면 되겠습니까?”

“네 주소는 서울 ……고요. 정문부 검사장님 이름으로 보내주세요.”

박새롬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 능숙하게 일처리를 했다.

현수는 세정캐피탈의 장부 가운데 일부를 복사하여 우편발송했다. 발송인의 주소와 성명은 모두 가짜이다.

중앙지검에도 놈들에게 포섭당한 인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이쪽의 신원만 노출되기에 취한 조치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현수는 나머지 장부들을 읽어보았다.

읽을 때마다 화가 났지만 꾹 참았다. 그러던 중 문화재 반출에 관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세정파에는 세정무역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주요 업무는 일본과 한국의 중개무역이다. 겉보기엔 작지만 건실한 회사이다.

하나 이 회사의 장부를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포섭한 문화재 절도범들을 이용하여 사업을 벌였다. 그들로 하여금 국보급 문화재를 바꿔치기 하도록 했다.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교묘한 위작을 놓고 진품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국에선 가짜가 전시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때론 백주대낮에 폭력을 휘둘러 강탈한 경우도 있다. 또는 왕릉 등을 도굴한 경우도 있었다.

현수의 아공간에 담겨 있는 고려청자, 이조백자,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등이 이렇게 해서 수집된 것이다.

세정파는 이걸 수출 상품으로 위장하여 일본으로 보낸다. 그러면 야마구치구미의 관계자가 경매를 통하여 팔아치웠다. 제반 경비를 제외하고 세정파가 7, 야마구치구미가 3을 나누어 먹어왔다.

돈만 생기면 무슨 일이든 해왔던 것이다.

“으으음!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놈들이군. 유국상, 유진기! 네놈들은 반드시 더 팰러스 오브 마우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현수는 눈빛을 빛냈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사는 놈들에게 어떤 형벌을 줄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마구치구미의 야쿠자들과 삼합회 조직원들 역시 그냥 놔둘 생각이 없다. 언제고 눈에 뜨이기만 하면 다시는 사람으로 살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장님, 나오셨어요?”

“그래요. 할머니 모시고 병원은 다녀왔어요?”

“네, 건강검진 다녀오셨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거예요.”

“특이사항 있어요?”

“네, 킨샤사의 이 차장님이 연락 달라셨어요.”

“그래요?”

사장실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운이 좋았는지 이 차장 본인이 전화를 받는다.

“이 차장님!”

“아, 김 과장……! 이제 휴가 얼마 안 남았지?”

“네, 한 달 안에 뵙게 될 겁니다. 한데 전화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 사흘 전에…….”

이 차장은 현수로부터 팩시밀리 한 장을 받고는 잠시 고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커피농장이 입지할 곳을 골라달라는 내용이었던 때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 온 지 꽤 되었지만 킨샤사 밖으론 가본 적이 거의 없다. 당연히 콩고민주공화국의 지리에 대해 알 리가 없다.

그럼에도 동업자가 알아봐 달라는 것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하여 콩고민주공화국 내무부 건설국장인 죠셉 투윙크를 찾았다.

국내 지리에 대해 정통한 인물이고, 소매 약방을 무려 80여 개나 개설해 달라고 압력을 넣었던 인물이다.

물론 그 80개 모두 개설되었다. 그렇기에 이춘만 차장을 아주 살갑게 맞이하였다.

이 차장은 현수가 보낸 팩시밀리를 내놓으며 커피농장에 적합한 곳을 추천해 달라는 청을 했다.

현수가 조셉 투윙크에게 시전한 참 어펜시브 마법은 아직 효력을 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알아봐 주겠다는 답변을 했다. 그리곤 부하 직원들을 총동원하여 현수가 요구한 입지에 적합한 곳을 골라냈다.

그리고 오늘 두 군데를 추천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왔다.

킨샤사 기준으로 동북부에 위치한 오자이르(Hauzaire) 주의 비날리아 지역과 남동쪽에 위치한 카사옥시덴탈(Kasaoccidental) 주의 일레보 지역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이중 비날리아 지역 인근엔 커피농장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통화를 하며 현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지도를 살펴보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이기는 하다. 하지만 교통이 문제이다. 마타디 항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차장님! 이곳 말고 킨샤사 인근엔 없답니까?”

“반둔두(Bandundu) 주도 추천 대상이었네. 문제는 거기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있지 않다는 거야.”

“반둔두요? 킨샤사에서 얼마나 먼데요?”

지도를 살펴보니 반둔두 주의 크기가 상당히 컸던 것이다.

“약 200㎞이네. 거의 전 구간에 도로가 없다네.”

현수는 이 차장이 말하는 곳이 어딘지를 대강 감 잡았다.

커피농장은 산지 아래 부분이다. 축산단지 역시 목초지가 필요하므로 평야와 산지가 접하는 곳으로 골라달라고 했었다.

정글 사이를 지나는 200㎞나 되는 도로는 개인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현수는 잠시 고심했다.

그러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강이 보였다. 수로를 이용한다면 도로 개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차장님! 반둔두 쪽 지형을 제대로 알 수 없어서 그러니 조금 더 알아봐 주십시오. 인근에 강들이 있습니다. 수로를 이용하여 마타디 항까지 갈 수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그러려면 도로를 얼마나 개설해야 하는지도 알아봐 주시구요.”

“오케이! 알아보고 바로 전화 줄게. 그나저나 별일 없지?”

“네! 그리고 참, 저한테 너무 많이 보내주신 거 아닙니까?”

“아냐! 딱 40% 계산해서 보냈네. 돈이 더 필요해?”

“아뇨. 돈은 됐어요. 근데 액수가 너무 커서…….”

“다음 달엔 더 많을 텐데? 하하, 이제 자넨 부잘세.”

“네에, 알았습니다.”

기분 좋게 통화를 마친 현수는 지도를 보며 골똘한 생각에 잠겼다.

같은 시각, 죠셉 투윙크는 가에탄 카구지와 면담 중이다.

“그러니까 미스터 킴이 우리 땅에 대단위 커피농장과 축산단지를 만든다는 것인가?”

“네, 천지약품 이춘만 대표의 말에 의하면 커피농장과 축산단지를 각각 6,600여 헥타르(2,000만 평) 정도 조성할 계획이랍니다.”

현수가 구상한 것의 딱 두 배로 보고된 이유는 이춘만 차장이 잘못 들었던 것 때문이다.

“휘유∼! 엄청나군. 그런데 미스터 킴이 그렇게 부자였어?”

가에탄 카구지가 예상 밖이라는 듯 탄성을 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천지약품에서 발생될 수익을 운용하려는 것 같습니다.”

“무어? 천지약품의 수익이 그렇게 많아?”

“상당한 액수가 매달 생기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건 나도 아네. 그래도 그 금액 가지고 농장 운영이 될까?”

가에탄 카구지는 자신이 아는 바와 별반 다르지 않다 판단했다.

하긴 천지약품의 수익은 빤히 보인다. 통관된 가격과 소매 약방에 넘긴 가격의 차를 계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성실한 세금 납부를 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예상 가능하다.

“그거야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그래, 미스터 킴이 무엇을 어찌해 달라고 했나?”

“농장이 입지할 만한 곳을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것뿐인가? 농장을 하려면 토지를 매입해야 하지 않나?”

“아직은 그런 요청이 없었습니다. 오늘 제가 장관님과의 면담을 청한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흐음, 말해보게.”

“입지가 결정되면 토지 불하를 해줘야 하는데 가격이 문제입니다.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인지라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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