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46화 (146/1,307)

# 146

“그건 입지가 결정되면 생각할 일이 아닌가?”

“아닙니다. 외국인 투자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지 않으면 현재로선 토지 불하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외국인이 우리 영토에서 농장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까.”

“벨기에인들이 몇 있지 않은가!”

“그들을 우리가 독립하기 전부터 있었던 자들이니 그렇다 치지만 미스터 킴이 새로운 농장을 개설하려면 그에 대한 법안이 있어야 합니다.”

“흐음, 알겠네. 자세한 내용은 서면으로 보고하게. 대통령님과의 오찬이 있어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네.”

“네, 장관님!”

죠셉 투윙크가 나간 후 가에탄 카구지는 방탄차를 타고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흐음, 그렇게 큰 커피농장과 축산단지를 개설한다면 우리로선 여러 가지 이득이 있겠군.”

가에탄 카구지는 점심을 먹으면서 현수가 만들려는 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며 세세한 부분까지 물었다. 결국 조셉 투윙크가 호출되었고, 이춘만 차장까지 불려 왔다.

그 자리에서 답변할 수 없던 내용은 현수와 직접 통화했다.

상대가 너무 적극적이기에 현수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차분히 생각하던 바를 피력했다.

말이 나온 김에 커피와 바나나, 그리고 야자수가 심어질 이실리프 농장의 규모는 약 2,000만 평으로 이야기했다. 작황이 좋고, 수요가 늘면 더 늘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실리프 축산단지의 규모 역시 2,000만 평 정도를 예상한다고 했다.

당연히 엄청난 규모의 우사와 돈사, 그리고 계사들이 줄지어 지어지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 대부분은 콩고민주공화국 국민이 되며,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른다 하였다.

현재 대통령궁의 경호를 맡고 있는 경찰의 경우 월 수입이 한국돈으로 10만 원 정도 된다. 이것을 감안한 페이를 지불하겠다고 했다.

농장에는 가축들의 분뇨를 재처리하여 유기질 비료를 만드는 공장도 지어질 것이며, 각종 축산물을 생산해 낼 도축장 역시 조성된다.

뿐만 아니라 축산물 가공 공장도 지어지게 될 것이다. 당연히 냉장 및 냉동 창고도 지어진다.

이것들에 필요한 에너지는 가급적 태양광발전을 이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우사, 돈사, 축사의 지붕뿐만 아니라 모든 건축물들의 지붕을 단열 효과가 있는 발전 설비로 할 것이다.

종업원들이 거주할 주거단지는 농장의 중앙부에 위치하게 될 것이며,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 형태로 제공된다.

이것들은 자연보호를 위해 콘크리트가 아닌 목재로 지어질 것이다.

또한 복지를 위해 각종 병원도 지어질 것이며, 도서관, 학교, 극장, 쇼핑센터 등도 마련될 것이다.

대통령과 내무장관은 하나의 도시를 건설하려는 현수의 배포에 깜짝 놀랐다. 정부도 할 수 없는 일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를 위한 한시적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현수는 반둔두 지역에 농장 개설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즉각 지형도가 반입되어 토론이 벌어졌다.

그 결과 수로를 이용한 운송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런데 현수가 원한 곳은 현재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인 데다 개발이 전혀 되지 않은 곳이다.

정글도 있고, 각종 맹수들도 돌아다닌다. 하여 그곳을 개발하는 조건을 걸어 토지를 무상으로 불하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수만에 달하는 고용효과가 있는 데다 수익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하게 될 것이므로 정부로선 전혀 손해 볼 일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현수가 콩고민주공화국에 입국하는 대로 면담을 하자면서 전화를 끊었다.

현수는 계획하던 일들이 순풍에 돛을 단 듯 진행되는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아뿔사라는 표정을 지었다.

‘일의 진척은 순조로운데 정작 거기서 일할 사람이 없잖아.’

즉시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시작했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사원 모집 사항

당사는 사세 확장을 위해 다음과 같이 신입 및 경력사원을 모집합니다. 적극적인 지원을 바랍니다.

국내직

1. 총무부:행정 제반 업무 유경험자 및 신입사원.

2. 경리부:경리 제반 업무 유경험자 및 신입사원.

3. 건설부:건설 제반 업무 유경험자 및 신입사원.

4. 조달부:조달 제반 업무 유경험자 및 신입사원.

국외직(콩고민주공화국 근무)

1. 총무부:행정 제반 업무 유경험자 및 신입사원.

2. 경리부:경리 제반 업무 유경험자 및 신입사원.

3. 건설부:건설 제반 업무 유경험자 및 신입사원.

4. 조달부:조달 제반 업무 유경험자 및 신입사원.

5. 설비부:각종 설비 실무 유경험자 및 신입사원.

6. 농무부:커피, 바나나, 야자수 재배 유경험자.

7. 축산부:육우, 비육우, 양돈, 양계 유경험자.

8. 비료부:축산분뇨를 이용한 유기질 비료 공장에서 일할 분.

9. 도축부:도축 유경험자.

10. 가공부:축산물 가공 유경험자. 우유가공 유경험자.

11. 의료부:내과, 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소아과, 방사선과, 영상의학과 의사 및 간호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면허증 소지자.

12. 통역부:프랑스어 스와힐리어 회화 가능자.

쓰다 보니 한이 없을 것 같아 일단 멈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직원을 뽑아도 제공할 업무 공간이 없는 것이다. 하여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지하철역 인근 빌딩들의 임대 상황을 알아보았다.

보증금도 만만치 않지만 월세 및 관리비 부담이 상당하다. 이럴 바엔 차라리 건물 전체를 전세로 얻거나 사는 편이 나을 듯싶다.

문득 떠오르는 상념이 있었다.

역삼동에 소재한 세정빌딩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축 빌딩이다. 그런데 소유자가 조직 폭력배이다.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돈과 방법으로 매입했을 것이다.

언젠가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조폭들도 충분한 자금만 마련되면 야쿠자나 마피아 같은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놈들의 재산을 줄여주는 것은 사회 전체에 이득이 되는 일이다.

현수는 지갑에서 일전에 받았던 명함을 찾았다.

우리은행 양재북지점 투 췌어 담당 김영신 과장의 명함이다.

“여보세요.”

“네, 양재북지점 투 체어 담당 김영신 과장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김현수라고 하는데요. 혹시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어머, 김현수님! 제가 왜 잊었겠습니까? VVIP이신데요.”

“고맙습니다, 기억해 주셔서.”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는 건가요?”

“네, 제가 건물 하나를 매입하려고 하는데요. 얼마까지 대출이 가능한 지 알고 싶습니다.”

“그래요? 혹시 건물 주소 아세요?”

“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번지, 세정빌딩이에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현수는 잠시 통화대기를 했다. 그렇게 약 2분쯤 지났을 때 김영신 과장의 음성이 들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확인해 보니 세정빌딩은 저희 은행에서 이미 담보 대출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요?”

“네, 지하 4층, 지상 12층짜리 건물이지요? 현재 공시지가는 230억 원이고요. 182억 원이 담보 대출되어 있습니다.”

“지하 4층이요?”

“네, 지하 1층엔 유흥주점, 지하 2∼4층은 주차장 용도네요.”

현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달라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하 1층엔 현재 락희라는 유흥 주점이 입주해 있네요.”

“네, 그 건물 맞네요.”

대꾸를 하면서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알고 있는 사실과 달랐던 때문이다.

“담보 대출된 182억 원은 최고로 대출된 거라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수는 얼른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230억에서 182억을 빼면 48억 원이다. 이중 상가들의 임대보증금들을 빼고 나면 우리은행에 있는 돈만으로도 매입이 가능할 듯하다.

울림 네트워크에 지원하기로 한 돈은 유진기의 금고에서 빼온 것으로도 충분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출은 제가 매입할 때 승계가 가능한 건가요?”

“네, 담보 대출된 것이라 당연히 가능합니다. 승계를 원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네, 그러지요.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친 현수는 곧장 차를 몰고 역삼동으로 향했다. 그리곤 세정빌딩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았다.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사무실이 필요하십니까? 아니면 상가가 필요한 겁니까?”

현수의 나이 이제 스물다섯으로 보이기에 물은 것이다.

“건물을 하나 샀으면 해요. 오다 보니까 세정빌딩이라는 건물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혹시 그런 거 매물로 나온 거 있습니까?”

“네에……?”

기껏해야 보증금 2,000만 원짜리 사무실 임대라 생각했던 손님이다. 그런데 2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빌딩을 통째로 사러 왔다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요 앞 세정빌딩 같은 걸 사고 싶다고요. 매물 나온 거 없어요?”

“자, 잠깐만요.”

중개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매물장부를 펼쳤다. 이런 거래는 사무실을 차려놓고 한 번도 성사시켜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떨기까지 한 것이다.

장부엔 당연히 그런 매물이 없다. 이런 대형 거래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변호사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소, 손님!”

“왜요? 있어요? 얼마랍니까? 250억 원이 넘으면 못 사요.”

“네에? 이, 이백오십억 원이요?”

중개사는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느낌이다. 상상조차 못해본 엄청난 금액을 들은 때문이다.

“네, 제가 지불할 능력이 얼마 안 돼서요.”

“서, 설마 농담하는 건 아니죠?”

이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듯하다. 현수는 대답 대신 우리은행 통장을 보여주었다.

“가져온 통장이 이것밖에 없네요.”

“흐미, 이게 얼마야?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일억……!”

중개사는 잔고가 48억 9천만 원을 조금 넘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통장을 돌려주었다.

이런 금액이 들어 있는 통장조차 만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지금 당장 매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연락주십시오. 제가 원하는 건 저기 보이는 세정빌딩 정도 되는 겁니다. 장소는 이 근방이어야 하고요.”

“네, 네. 손님!”

중개사는 현수의 명함을 받아 들고 허리를 굽신거렸다. 거래가 성사되기만 하면 중개수수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250억 원에 거래가 성사되면 최고 1,000분의 9를 중개 수수료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양쪽 모두에게서 받는다.

2억 2,500만원씩 4억 5천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다.

하나 이렇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최하 1억씩은 받게 될 것이다. 그럼 2억 원이란 수입이 생긴다.

그렇기에 자동적으로 허리가 숙여진 것이다.

‘근데 새파랗게 젊은데 재벌집 손잔가?’

멀어져 가는 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중개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편, 현수는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전화가 진동을 한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아, 미스터 드미트리.”

“김현수 사장님! 드디어 화물 선적 일정이 잡혔습니다. 오셔서 확인해 주십시오.”

“그래요? 언제지요?”

“네, 7월 8일 월요일입니다. 장소는 노보로시스크(No

borossiysk)입니다. 7일 오후까지 모스크바에 도착하면 저희가 모실 겁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왕복 항공권 및 체류 비용은 저희가 부담하겠습니다.”

“고마운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출국 전에 전화드리지요.”

“네.”

전화를 끊고 노보로시스크가 어디에 있는 곳인지를 확인해 보았다.

흑해에 연한 러시아의 항구도시이다.

“흐음, 흑해를 지나 지중해를 건너겠다는 뜻이군.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는 항로가 되겠구나.”

항도를 따라 시선을 돌리던 현수는 좌측 상단의 영국을 보았다.

“이번에 나가는 김에 강 대리를 만나봐야겠어. 그나저나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지. 제기랄……!”

차를 몰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현수는 핸들을 틀었다. 오랜만에 천지건설 본사로 향한 것이다.

12장 과장님! 존경합니다.

“어머, 김현수 과장님! 오랜만이네요.”

사장 비서실의 꽃 조인경 대리가 반색하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하하! 네에, 조 대리님도 그간 안녕하셨지요?”

“네, 덕분에요. 근데 무슨 일로 오셨나요?”

“사장님 혹시 뵐 수 있을까 해서요.”

현수가 곧장 사장실을 찾은 이유는 인사부를 가봤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 근데 어쩌지요? 사장님 지금 독일 출장 중이세요. 급한 일 있으면 제가 연락해 드릴게요. 그렇게 해드려요?”

조 대리는 신형섭 사장이 김현수 과장을 얼마나 챙기려 하는지를 잘 안다. 그렇기에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아, 아닙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지나는 길에 그냥 인사 드리러 온 거거든요.”

“네에. 그래도 그냥 가지 마세요. 제가 차 한잔 대접해 드릴게요.”

“아! 네에, 고맙습니다.”

현수가 면담 대기자를 위해 마련해 놓은 소파에 앉자 조 대리는 탕비실로 들어간다.

몸에 착 달라붙는 투피스와 하이힐인지라 걸을 때마다 육감적인 둔부가 실룩이는 모습이 보였다. 민망함을 느낀 현수는 얼른 시선을 돌려 벽면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독특한 화풍의 그림들이 걸려 있다. 누구의 작품인가 싶어 살펴보니 SHS라는 이니셜이 보인다. 신형섭 사장이 취미로 그린 듯하다. 미술엔 문외한이지만 상당히 보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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