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49화 (149/1,307)

# 149

시선을 돌려보니 여자들 둘만 블루스를 추고 있다.

13장 클럽 제이에서 생긴 일

“오빠……! 현수 오빠!”

“응……? 아, 수정 씨, 그리고 수연 씨!”

“치이, 수정 씨가 뭐예요? 그냥 수정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요.”

“쳇! 나도……. 그냥 수연이라고 불러요.”

조인경 대리는 두 여자가 누군지 깨달았다.

톱 탤런트 겸 가수인 이수연과 그녀의 언니 이수정이다. 얼마 전 의문의 실종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자매이다.

그때 현수는 자신이 이수정의 남친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진짜 그런 듯 너무도 스스럼없다.

“오빠, 앞에 계신 분은 누구예요?”

수연의 물음에 조 대리가 현수의 품에서 빠져나간다.

“응……? 우리 회사 조인경 대리님이야.”

“그래요? 회식 오셨구나? 근데 오빠는 어떤 룸이에요? 우리끼리 놀기 너무 심심해요. 우리 같이 놀아요. 네?”

수정의 말에 현수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여자친구 만들기에 실패한 유민우가 다가왔다.

“허억! 이, 이수연 씨……? 진짜 이수연 씨입니까?”

“오빠, 이 사람 알아요?”

수연의 물음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 친구도 우리 회사 직원이야.”

“과, 과장님……!”

유민우는 대체 어찌된 일이냐는 표정이다.

이수연 실종사건 때 민우는 예비군 동원훈련 중이었다. 그렇기에 그 사건을 모르는 것이다.

“민우 씨, 이 숙녀분들이 같이 놀자고 하는데 어쩌지?”

“같이 놀아요? 우리랑……? 그, 그럼 일생의 영광이죠. 가요, 어서! 두 분은 저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민우가 앞장서고 수연과 수정이 뒤를 따랐기에 현수와 조 대리 역시 룸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곽 대리는 술이 얼큰해졌는지 콧구멍에 담배 한 개비를 꼽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수연과 수정, 그리고 조 대리는 박장대소하며 배를 움켜쥐었다.

난데없는 미인들의 출현에 어리둥절해하던 곽 대리는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이수연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른 넥타이를 풀었다.

하나 미녀들의 웃음보는 그치지 않았다. 여전히 콧구멍에 끼워져 있는 담배 때문이다.

현수가 자리에 앉자 조 대리가 오른쪽에 붙어 앉았다.

이에 질세라 수정이 왼쪽에 앉으며 팔짱을 낀다. 잠시 후 수정이 화장실로 가자 수연이 그 자리를 냉큼 차지해 버렸다.

유민우는 거의 넋이 나간 얼굴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까지 지었다.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의 로망인 이수연이 현수의 오른팔에 붙어 앉아 아양을 떨고 있었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잠시 후 돌아온 조 대리는 이수연에게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하는 눈빛을 빛냈다. 그게 제법 강렬했는지 슬그머니 일어난다.

그리곤 마이크를 잡았다.

“오빠! 제가 오빠에게 노래 하나 불러 드릴게요.”

인기 절정 톱 가수가 노래는 부른다니 시선이 쏠린다. 익숙한 솜씨로 리모컨을 조작했다. 감미로운 발라드의 전주가 흐른다.

날 사랑해 줘요.

오늘 그대 마음을 갖고 싶어요.

그대 사랑 내게 준다면 난 그대의 천사가 될 거예요.

오, 그대여!

오늘 그대 마음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난 이 세상 어떤 여자보다도 행복할 거예요.

날 사랑해 줘요.

미치도록 그대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어요.

그대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짓는 날 기대하면서…….

난 그대의 사랑을 바라고 있어요.

아! 그대여. 날 사랑해 줘요.

내 마음 당신에게 드렸으니 당신의 맘 내게 줘요.

날 사랑해 줘요. 영원히!

노래가 계속되는 동안 곽 대리와 유민우는 현수의 얼굴을 살폈다. 수정과 조 대리라 하여 크게 다를 바 없다.

현수는 몹시 난감했다. 설마 이렇듯 노골적으로 구애를 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때문이다. 노래가 끝났고, 점수는 100점이다. 하지만 민우는 벌금을 요구하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은 수연 혼자이다. 마음의 뜻을 전달했으니 답을 해달라는 표정만 지었을 뿐이다.

“어허험, 잠시 화장실 좀…….”

어색한 분위를 깨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온 현수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안 되겠어. 이러다 모두의 마음만 다치게 돼. 그러니 고맙지만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고 말해야 돼. 근데 뭐라 말문을 열지?’

복도의 벽에 기대어 어떤 말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데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어쭈, 안 비켜? 너 죽고 싶어?”

짝! 짝! 퍽!

“으윽, 윽, 으윽!”

와당탕, 와장창창! 우당탕! 와르르! 챙그랑!

누군지 모르지만 술 취한 개가 개판을 치는 중이라 생각한 현수는 자리를 뜨려 했다.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린다.

당연히 안쪽이 보인다. 여자 하나가 거의 발가벗은 채 탁자 위에 엎드려 울고 있다.

바닥엔 깨진 술잔, 쏟아진 음식 등으로 엉망이다.

그리고 하얀 와이셔츠 위에 붉은 조끼를 걸친 사내를 덩치 큰 사내들이 양쪽을 잡고 있다.

안쪽에서 누군가가 나오더니 아구창을 갈긴다.

퍼억―!

“크으윽!”

입술이 찢어졌는지 선혈이 튄다. 하나 쓰러지진 않았다. 양쪽에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당하는 사람은 웨이터 보조인 듯싶다.

“건방진 새끼! 웨이터 보조 주제에 누구더러 감히……!”

사내가 웨이터 보조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하나 비명도 지르지 않는다. 이미 혼절한 듯 헝겊 인형처럼 흔들리기만 할 뿐이다.

또 때리려 한다. 그냥 두었다간 큰일이 날 것 같다. 하여 나서지 않을 수 없어 나섰다.

“이봐요! 거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넌 뭐하는 십장생이야? 왜 남의 일에 끼어들어? 이 개 같은 새끼야. 너도 죽고 싶어?”

눈을 보니 취기는 있지만 대취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 한데 핏발이 서 있다.

“뭐요? 지금 뭐라고 한 거요? 개 같은 새끼라고 한 거요?”

“그래, 이 십장생아! 내 눈앞에서 사라져. 알짱거리지 말고……! 내 앞에서 까불면 뒈지니까. 알았어?”

대놓고 욕을 먹는데 기분 좋을 사람 누가 있겠는가!

현수도 사람이다. 당연히 기분이 나쁘다.

“나아 참, 뭐 이런…….”

“야, 이 씨벌 놈아! 내가 아가리 닥치고 꺼지라고 했지?”

휘이익! 퍽! 챙그랑!

컵 하나가 날아와 벽에 부딪치더니 산산조각이 난다.

“어쭈? 피해? 니 까짓 게 감히 내가 던지는 걸 피해……? 죽엇!”

휘이익! 퍼억! 챙그랑! 퍽! 챙그랑! 퍼억! 챙강!

연달아 세 개의 컵을 던졌지만 이에 맞을 현수가 아니다.

놈은 컵 따위론 안 되겠다는 듯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이 개새끼를 내가……. 이이잇!”

놈이 휘두른 주먹이 현수의 왼쪽 귓가 1㎝쯤 허공을 스쳤다. 그 순간 현수의 강력한 주먹이 놈의 왼쪽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퍼어억―!

“케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그대로 허물어진다.

전성기의 마이크 타이슨의 주먹보다도 다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주먹에 가격당한 때문이다.

놈이 쓰러지자 안쪽에 있던 두 놈이 성난 황소처럼 뛰어나왔다. 그리곤 그 기세 그대로 주먹과 발길질을 했다.

주먹은 피하고 발길질은 손으로 쳐서 무산시켰다. 그리곤 곧장 어퍼컷과 로우킥으로 두 놈의 턱과 허벅지를 갈겼다.

퍼억! 파악―!

“케엑! 아아악!”

꽈당! 우당탕탕!

두 놈이 큰 소리를 내며 나자빠진다.

현수는 놈들을 내버려 두고 룸으로 들어가 보았다.

기절한 웨이터 보조의 몸에서 선혈이 흘러나온다. 몸을 뒤집어보니 깨진 술잔에 여러 군데 찔린 모양이다. 서둘러 복도로 끌어냈다.

다음엔 탁자 위에 엎어져 있는 여인에게 갔다. 벌써 험한 일을 당한 듯하다. 얼마나 반항을 했는지 손톱이 다 부러져 있다.

그럼에도 놈들의 완력을 당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주변을 보니 찢겨진 옷가지들이 널려 있다.

어찌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나마 온전한 옷을 골라 덮어주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주먹이 날아든다. 쓰러져 있던 놈이 고통을 견뎌내고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 개새끼야. 죽엇!”

휘이익!

사내의 주먹을 피해 다시 복도로 나갔다. 그러자 놈이 깨진 양주병의 병목을 쥐고 쫓아나온다. 그리곤 거칠 것이 없다는 듯 다가왔다.

“죽어, 이 개새끼야!”

휘이이익―!

허리를 숙여 깨진 병을 피한 현수는 상체를 세우며 발로 놈의 손목을 강하게 걷어찼다.

퍼억―! 빠각!

“으아아아악!”

인정을 싣지 않은 발길질이기에 놈의 손목이 뚝 부러졌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가까이 다가온 웨이터 보조들이 피 흘리는 동료를 흔들고 있다.

“상렬아! 상렬아, 정신 차려. 상렬아!”

“이런 피 좀 봐! 상렬아! 정신 차려. 응?”

“형, 혹시 죽은 거 아니에요?”

“이봐요, 손님! 누가 이런 겁니까?”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자 누군가 현수에게 물었다.

신음하고 있는 세 녀석들을 가리켰다.

“저 새끼들이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덩치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양주병을 왼손으로 잡는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때 뒤쪽에 있던 웨이터 보조가 놈의 뒤통수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에이, 개새끼야!”

퍼어억―!

“크으윽! 어떤 개새끼가 감히…….”

일어서려는 걸 걷어찼기에 뒤통수가 아닌 등을 가격한 웨이터 보조는 놈의 손에 들린 깨진 양주병을 보고 겁먹은 듯 물러섰다.

“너, 이 개새끼……! 너 오늘 죽었어.”

놈이 양주병을 휘둘러 웨이터 보조를 찌르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섰다. 그 역시 웨이터 보조 가운데 하나이다.

재빨리 놈에게 다가가 이단 옆차기를 날린 것이다.

퍼어억―!

“아아악……!”

하필이면 오른쪽이다. 현수에 의해 손목이 부러졌는데 그쪽을 가격 당하자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는 듯 비명을 지른다.

그 순간 나머지 웨이터 보조들이 일제히 덮쳤다. 그리곤 짓이기기 시작했다. 동료가 놈들의 손에 죽었다 생각한 때문이다.

놈이야 죽든 말든 정신을 잃은 웨이터 보조에게 다가간 현수는 그의 상태를 살폈다.

관자놀이 부근이 퉁퉁 부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강력한 가격에 의한 뇌진탕인 듯싶다.

하여 머리 부위를 살피려는데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달려온다.

맨 앞엔 검은 정장을 걸친 장년인이, 그리고 그 뒤로는 파란색 조끼를 입은 웨이터들이다.

이제 더 이상의 위험은 없다 판단한 현수는 재빨리 머리를 살폈다.

“마나 디텍션!”

잠시 눈을 감고 상태를 살펴보니 뇌출혈 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경우 뇌혈관에서 흘러나온 피가 고여 두개골 내의 압력을 증가시키게 된다. 만일 뇌압이 너무 높아지면 수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선 두개골을 절개하여 피를 뽑아내야만 한다.

이 시기가 늦어지면 사망에 이르거나 식물인간, 빈신불수,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을 겪게 된다.

현수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아공간 속의 절개침을 꺼내 들었다. 출혈되고 있는 부위가 뇌의 중심부였다면 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웨이터 보조의 뇌출혈 부위는 관자놀이 부근이었다. 그 부위를 절개한 현수는 룸으로 들어가 얼음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곤 그걸 녹여 워터 드릴 마법을 구현시켰다.

직경 2㎜쯤 되는 구멍이 뚫리자 예상했던 대로 피가 나온다.

“119……! 119로 연락해 주세요. 이 사람 뇌출혈 상태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누군가 대답을 했고 곧이어 119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현수는 다른 상황엔 관심없다는 듯 환자의 상태만을 살폈다.

고여 있던 피가 서서히 빠진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이다.

“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 뒤를 돌아보니 웨이터 보조 가운데 하나가 피를 뿜어낸다. 기어코 깨진 양주병으로 찌른 모양이다.

그 순간 욕지거리와 더불어 덩치가 짓밟히는 모습이 보인다.

“선생님! 선생님! 환자 좀 봐주세요.”

현수가 상렬이라 불린 웨이터 보조의 머리에서 피를 뽑는 모습을 본 웨이터 가운데 하나가 의사인 것으로 착각한 듯하다.

“아아악! 사, 살려줘!”

피가 뿜어지자 웨이터 보조가 비명을 지른다. 겁에 질린 표정이다.

얼른 다가가 상처 부위를 압박했다. 서둘러 지혈시키지 않으면 119가 당도하기도 전에 사망할 상황이다.

압박 붕대가 없기에 곁에 있던 웨이터의 와이셔츠를 벗겨 붕대처럼 찢도록 했다. 연후에 상처 부위를 강하게 누르면서 감았다.

많은 사람 사람들이 보는 중이기에 마법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잠시 후, 후문을 통해 119 구급대원들이 들어왔다.

현수에게 상황을 설명 듣고는 긴급 구호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라 한 뒤 환자들을 이송했다.

상렬과 양주병에 찔린 웨이터 보조, 그리고 반쯤 짓이겨진 덩치와 보디가드 둘, 마지막으로 성폭행당한 아가씨까지 실려갔다.

검은 양복을 걸친 장년인은 예상대로 지배인이다. 그는 직원들로 하여금 엉망이 된 현장을 빨리 수습하도록 했다.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에 더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되었네요. 어떤 룸을 쓰고 계시는지요?”

“아, 뭐 별일 아닙니다.”

“아이고, 그래도 그게 아니지요. 덕분에 큰 소란이 없어 업소가 입을 피해가 최소화되었습니다. 룸을 알려주시면 오늘 주대는 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현수는 할 수 없이 룸 번호를 알려주었다. 술값을 안 내기 위함이 아니라 장년인의 고집스런 표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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