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61화 (161/1,307)

# 161

“계집애도 마찬가지야. 하필이면 냄새나는 노랭이랑 붙어 다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맛을 보여주라고.”

줄 서 있던 남녀들이 줄을 흐트리는가 싶더니 현수와 이리냐, 그리고 머리를 박박 깎은 세 녀석 주위를 감쌌다.

한편, 현수는 놈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법으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그간 익혔던 온갖 체술을 쓸 것인지를 생각했다.

상대는 세 녀석! 제법 몸집이 크다.

이런 놈들을 어설프게 제압하려 할 경우 구경하던 놈들이 가세할 수 있다.

따라서 강력한 한방으로 쓰러트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야 추가로 덤비는 놈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양 놈들이 겉보기엔 세지만 엄청 겁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리냐이다. 겁도 없이 세 녀석을 상대하겠다는 듯 버티고 서 있다. 사내로서 어찌 여자를 앞에 둘 수 있겠는가!

“이리냐, 뒤로 물러서, 내가 상대할게.”

“어머!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이래 봬도 코만도 삼보10)를 배웠거든요.”

“코만도 삼보?”

“네, 아빠가 군인이셨거든요.”

“코만도 삼보를……? 그럼, 스페츠나츠……?”

“네, 그거 비슷해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이리냐는 진짜로 사내들과 겨뤄내겠다는 듯 눈빛을 빛냈다.

현수는 그런 이리냐를 보면서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좋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여자에게 당하는 것도 좋은 볼거리가 되겠군.’

“꺼져! 이 계집아!”

“어쭈! 계집애 주제에 감히 우리를 상대하겠다고? 좋아, 아주 피박살을 내주지.”

사내들은 이리냐가 여자라 하여 봐줄 마음이 없다는 듯 다가섰다. 그들 중 선두에 있던 자가 침을 뱉는가 싶더니 주먹을 휘두른다. 녀석이 노린 곳은 이리냐의 관자놀이다.

한방에 기절할 수 있는 급소를 노린 것이다.

주먹이 쇄도하는 순간 이리냐는 가볍게 상체를 숙였다. 그리곤 용수철처럼 일어섰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홀드 퍼슨!”

대상 마법이 구현되자 사내의 몸이 순간적으로 멈춘다.

이때 이리냐의 주먹이 놈이 턱에 작렬했다. 체중을 실은 강력한 어퍼컷이 들어간 것이다.

퍼억―!

“케엑!”

와당탕탕―!

“뭐야? 이고르! 이고르 정신 차려! 이런 건방진 계집이……?”

두 번째 사내의 발이 이리냐의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든다.

그대로 놔두면 강력한 타격으로 자궁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데 이리냐의 허리가 순간적으로 꺾인다.

두 다리가 오무라들면서 방향을 튼 것이다. 사내의 발은 이리냐의 무릎쯤에서 미끄러지며 바깥쪽으로 향했다.

실로 절묘한 한수였다. 그 순간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스테츄! 매직 캔슬!”

놈의 다리가 허공에 떠서 잠시 멈춘 순간 이리냐의 발이 놈의 사타구니 아래에서 위로 치솟았다.

“퍼억―!”

“아아아아악……!”

콰당탕탕―!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타격이 사타구니 사이에 작렬하자 그곳을 쥐고 뒹군다. 사내라면 다 아는 너무도 강렬한 아픔이 엄습한 때문이다.

이 순간 나머지 하나의 주먹이 이리냐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었다.

“이런 건방진 계집이……! 죽엇!”

강력한 한 방이 후두부를 강타하려는 순간 현수의 마법이 또 한 번 구현되었다.

“스테츄! 매직 캔슬!”

깜짝 놀란 이리냐의 몸이 순간적으로 아래로 내려간다.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그 순간 사내가 주먹을 회수하려는 듯 멈칫거렸다. 마법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다음 순간, 자리에서 일어서는 이리냐의 팔꿈치가 사내의 명치 어림을 강력하게 타격하고 있었다.

퍼억―!

“크으윽!”

콰당탕―!

순식간에 세 녀석이 나뒹굴자 구경하던 놈들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거구들을 너무도 깔끔하게 처리한 모습에 놀란 것이다. 하나 놀라는 것은 잠시이다.

세 녀석을 쓰러뜨린 이리냐가 어떠냐는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자 뒤에 있던 녀석 하나가 소리쳤다.

“이런, 건방진 년이……!”

“야……! 저년 조져!”

“이런 빌어먹을 년이……? 좋아, 넌 오늘 밤 지옥이 뭔지 체험하게 될 거야. 뭐해? 나서지 않고. 저년을 그냥 놔둘 거야?”

“당연히 아니지. 퉤에! 아주 잘근 잘근 씹어줘야지.”

이번엔 다섯이다. 현수는 이리냐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나섰다.

“이리냐. 지금부턴 내가 할게. 물러서!”

“네에. 하지만 조심하세요.”

이리냐는 자신의 능력으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음을 알기에 순순히 물러섰다. 둘러싸고 있는 사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차하면 달려들 기세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중앙에 나선 현수는 다가서는 다섯 사내들을 기다렸다.

놈들이 완전히 에워싼 채 포위망을 좁히려는 순간 현수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퍼억! 퍼퍽! 퍼퍽! 퍽―!

“윽! 캑! 큭! 케엑! 크윽……!”

다섯 번의 발길질에 녀석들이 나자빠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3∼4초였다. 앞차기에 이어 옆차기와 돌려차기 기술이 현란하게 시전된 결과이다.

이것들은 멀린의 아공간에서 찾았던 아르센 대륙 체술의 역사라는 책에서 보았던 것이다. 마치 태권도와 택견의 기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처럼 보인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난 놈들은 일곱이다. 이리냐에게 낭심을 걷어 채인 놈을 제외한 놈들까지 모두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뒤쪽으로부터 10여 명이 더 가세하려 나서고 있다.

“눈 찢어진 놈이 제법이군. 하나 거기까지야. 넌 오늘 여기서 살아나갈 수가 없어.”

머리를 박박 깎은 두 녀석이 품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말로만 듣던 스킨헤드족인 듯하다.

스킨헤드족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소련이 와해되자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사회 범죄 단체로서 시작되었는데 일본과 한국의 경제 성장을 질시하여 동양인만 테러한다.

이들의 테러 방식은 악랄하기로 유명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감금, 폭행하고 발가벗긴 채 시베리아 벌판 연못에 처넣기도 한다. 죽으라는 뜻이다.

현수는 러시아에 오기 전 나름대로 사전 검색을 하였기에 이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하나 추호의 두려움도 엿보이지 않았다. 시전할 마법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던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눈빛을 반짝인다. 원하던 마법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곧 구현될 마법의 결과가 뻔했기 때문이다.

“죽엇!”

휘이이익―!

박박 깎은 놈이 칼을 휘두르는 순간 현수의 신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입술을 달싹였다.

“홀드 퍼슨!”

퍼억―!

“케에엑!”

“바이브레이션 오브 콜론(Vibrations of Colon)!”

뿌직! 뿌지지직―!

비명과 함께 나자빠진 놈의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하나 그 소리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 심한 냄새는 났다.

순식간에 창자를 비워버리는 마법이 구현된 때문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그 어떤 관장약보다도 강력하다. 그렇기에 창자 안에 담고 있던 것들을 단번에 쏟아낸 것이다.

그 순간, 또 다른 칼 하나가 현수의 명치 어림을 노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하나 오른 발을 내디디며 몸을 돌리자 현수의 신형은 칼의 영향권 밖으로 벗어났다.

대신 놈의 몸이 현수의 주먹 범위 안에 들어섰다.

이 순간 다시 입술이 달싹였다.

“홀드 퍼슨!”

빠각―!

“아아아아악!”

“스트롱 다이어리어(Strong Diarrhea)!”

뿌직! 뿌지직―!

또 이상한 소리가 난다. 그리고 심한 냄새가 풍긴다. 강력한 설사 마법이 구현된 때문이다.

하나 이번에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다음 순간, 두 개의 주먹이 각기 다른 쪽에서 쇄도하여 현수의 얼굴과 몸통을 노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입술을 달싹이며 몸은 피한 현수는 한 녀석이 아구창을 갈김과 동시에 다른 녀석의 낭심을 걷어찼다.

그리곤 또 입술을 달싹였다.

“디피케이션(Defecation)! 디피케이션(Defecation)!”

뿌직! 뿌직! 뿌지직! 뿌지지직―!

이번에 시전된 마법 역시 배변 마법이다.

이실리프 마법서엔 배설에 관한 세 가지 마법이 기록되어 있다.

첫째는 아르센 대륙의 다른 마탑 마법사도 시전할 수 있는 바이브레이션 오브 콜론이다. 대장의 일부분인 결장 부위에 강력한 진동을 일으켜 배설토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시전된 스트롱 다이어리어 역시 다른 마탑에서 만든 것으로 강력한 설사를 야기시킨다.

세 번째로 시전한 디피케이션은 글자 그대로 배변 마법이다. 멀린이 만든 것이다. 창자 속의 모든 것을 몽땅 내놓게 한다.

현수는 이 와중에도 셋 중 멀린의 것이 가장 탁월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마법을 고른 이유는 가장 확실하게 상대의 전투 능력을 제거하는 마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녀석이 쓰러진 직후 나머지가 일제히 달려든다. 이들을 바라보는 현수의 시선엔 냉정함이 배어 있었다.

“그리스!”

콰당! 콰당탕! 쿵! 쾅! 콰당!

“시비어 헤드에이크(Severe headache)!

“아악! 아아아악! 아아악! 아아아악!”

엎어지거나 자빠진 고통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두통을 느낀 놈들을 제 각기 머리를 쥐고 발버둥치고 있다.

어떤 놈은 벌써부터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

하나 현수는 본체만체했다. 마법이 해제되지 않는 한 이 고통은 최소한 30분은 유지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지들끼리 달려들다 한 놈이 엎어지면서 나머지가 걸려 엎어지거나 자빠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로 인한 통증 때문에 나뒹구는 듯한 상황이다.

어이없는 일이다. 하나 어쩌겠는가!

더 이상 달려드는 놈이 없자 현수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린다. 자칫 시선이 마주쳐 손해볼까 싶은 모양이다.

이번엔 관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이, 노랭이! 그래 봐야 소용없어. 걸레 같은 네 계집 데리고 소세지 생산공장으로나 가버려!”

“우우우! 우우우우……!”

“노랭이는 가라!”

“눈 찢어진 놈은 썩 사라져라.”

“걸레 같은 년은 반성해라!”

줄 서 있던 남녀 전부가 일제히 야유하는 소리를 낸다.

어이없었으나 어쩌겠는가! 여긴 한국이 아니다.

현수는 나직이 한숨을 쉬곤 이리냐를 바라보았다.

“이리냐! 클럽이 여기만 있는 거 아니잖아. 그리고 들어간들 뭐하겠어? 기분은 이미 잡쳤는데. 그러니 다른 데로 가자.”

“그래요! 다른 데로 가요.”

이리냐는 한심하다는 듯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얼른 현수의 곁으로 다가와 보란 듯이 팔짱을 끼웠다.

주변에 있는 남녀는 모두 이마를 찌푸린다.

이리냐 같은 러시아 미녀가 눈 찢어진 동양인의 품에 안기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둘은 신형을 돌려 몇 발짝쯤 걸었다.

콰앙―!

“미스트르 킴―!”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이어 누군가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시선을 돌려보니 말쑥한 정장 차림 사내이다.

밖의 상황이 의외인지 잠시 인상을 찌푸린 사내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다시 소리쳤다.

“미스트르 킴! 미스트르 킴이 누구십니까?”

“여기에요.”

이리냐가 소리치자 사내의 시선이 현수에게 쏠린다. 그러더니 황급히 다가와 허리를 직각으로 꺾는다.

“미스트르 킴! 저희 업소에 와주셔서 대단한 영광입니다. 메트로를 대표하는 세르게이 블라디미르입니다.”

이 순간 입구 관리인의 턱이 빠진 듯하다. 너무도 놀라 입을 딱 벌리고 서 있었던 것이다.

유흥주점의 대개가 그러하듯 메트로 클럽 역시 암흑가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메트로 클럽 지분의 60%는 레드 마피아의 것이다.

따라서 메트로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세르게이 블라디미르는 마피아가 파견한 조직원이다.

그렇다 하여 머릿속에 똥만 든 멍청한 주먹은 아니다.

러시아 최고 수재들만 다닌다는 국립 모스크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인재이기에 맡긴 것이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메트로 클럽의 월 매출액은 웬만한 기업보다 많다. 한국으로 치면 잘 나가는 중소기업 정도 된다.

아무튼 세르게이는 조금 전 하늘같은 보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현수에게는 다소 허술해 보였지만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모스크바의 지배자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귀빈인 미스트르 킴이 그곳으로 간 모양인데 자그마한 실수도 하지 말고 잘 모시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최고로 대접하되 일체의 비용은 청구하지 말라고 했다. 당연히 걱정 말라는 대답을 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내려오려는데 마침 지배인이 와서 반입할 주류에 대한 결재를 부탁한다.

늘상 있는 일이기에 수량을 파악하고 서명했다. 불과 2분 정도 걸린 일이다. 그때 문밖에서 소란이 빚어진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것 역시 거의 매일 있는 일이다.

클럽 정문에 문지기를 배치한 것엔 이유가 있다.

물이 흐려지면 손님이 떨어진다. 따라서 늘 최상의 수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게 클럽 수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여자의 경우엔 뚱뚱해도 출입 금지, 못 생겨도 출입 금지이다.

남자는 딱 한 가지 기준이 있다. 돈이 없어 보이면 무조건 출입 금지이다. 그리고 동양인과 흑인 역시 금지이다.

문지기는 원칙에 따라 출입해선 안 된다 판단되는 사람들을 걸러낸다. 지금껏 이 원칙은 잘 지켜져 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