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72화 (172/1,307)

# 172

하나 이젠 별다른 느낌을 주지 않는 액수가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마치 능숙한 도박꾼처럼 거액을 바꾼 것이다.

처음으로 자리를 잡은 곳은 블랙잭 테이블이다.

가슴 빵빵한 여자 딜러가 상냥한 웃음을 보여준다.

어서 와서 왕창 잃으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내들에겐 매혹적인 미소로 비춰질 것이다.

이 테이블의 하한은 5유로이고, 상한은 300유로이다.

현수는 처음 몇 판은 구경만 했다. 딜러는 웃음만 지을 뿐이다. 그렇게 대여섯 판이 돌아간 뒤 10유로를 걸었다.

첫장은 5이다. 다음 장을 받아보니 J이다. 합이 16!

다음 카드의 숫자가 5보다 크면 잃는다.

딜러는 다음 장을 받을 거냐고 묻는다.

“OK! One more.”

딜러가 내준 카드는 다이아몬드 3이다. 합이 19이다.

또 받을 거냐는 말에 손으로 그만이라는 제스처를 했다.

딜러가 자신의 카드를 펼쳤다. 18이다. 현수가 10유로를 딴 것이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5,000원쯤 된다.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현수는 120유로를 땄다. 딜러에게 10유로짜리 칩 하나를 던져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딜링을 하는 동안 몸매 구경을 실컷한 값이다.

다음에 간 곳은 바카라(Baccarat) 테이블이다.

바카라는 카지노 게임의 왕이라고 불리며, Banker와 Player의 어느 한쪽을 택하여 9 이하의 높은 점수로 승부하는 카드 게임이다. 이곳에서도 한 시간 정도를 놀았다.

결과는 ―80유로이다. 현수는 카드 카운팅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 즐기러 온 곳이기 때문이다.

자리를 옮기려 하니 위층으로부터 토끼 모자를 쓴 예쁜 무희들이 내려오면서 작은 공연을 시작한다.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즐겼다. 예쁜 여자들의 유혹적인 춤사위와 몸매에 시선을 준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자리한 곳은 포커 테이블이다. 다섯이 게임 중인 테이블이다. 현수는 자리에 앉으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그랬더니 모두들 자기소개를 한다.

40대 영국인 남자는 윌리엄, 30대 중반인 지나인 둘은 장과 왕이라는 성만 밝혔다. 호주에서 온 30대 초반은 알리사이고, 스물다섯 살쯤 된 미국 여자는 샐리라고 한다.

게임을 시작하고 난 이후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어졌다. 다들 돈 따려고 눈이 벌개진 것이다.

조금 전 이 테이블에 있던 독일인이 판돈의 절반을 딴 채 자리를 떠났다. 하여 모두가 돈을 잃은 상태였던 것이다.

현수는 포커가 처음이기에 조금씩 돈을 잃었다.

좋은 패가 뜨면 상대가 죽고, 그저 그런 패로 마지막까지 쫓아갔다가 거꾸러지길 반복한 때문이다.

이는 소위 말하는 포커페이스를 하지 못한 때문이다.

12장 잭팟을 터뜨리다!

A, A, A, 6, 6, 다시 말해 에이스 풀 하우스가 떴을 때 상대방은 여섯 번째 카드를 받고는 모두 꺾었다.

현수의 입가에 가득한 웃음을 보고 접은 것이다.

반면 클로버 J 플러시가 떠서 끝까지 같을 땐 다이아몬드 A 플러시를 가진 샐리에게 돈을 잃었다.

별거 아닌 줄 알고 따라갔는데 메이드였던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환전했던 5,000유로가 어느새 600유로로 줄어들어 있었다.

“미스터 킴! 포커 솜씨 별로네요.”

곁에 앉아 있던 샐리가 스트레이트로 판돈을 쓸어가면서 웃음 짓는다. 현수가 많이 잃어준 덕에 본전에 가까워지면서 여유를 되찾은 듯하다.

왼쪽에 앉은 알리사도 현수의 돈을 많이 따서 본전을 조금 넘겼다고 한다. 현수는 내심 약이 올랐다. 평생 처음 해보는 포커지만 돈을 잃은 때문이다.

‘확 마법을 써? 에구, 참자!’

한판을 더한 결과 현수의 수중엔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판에 끼어든다 해도 제대로 된 베팅을 할 수 없을 잔돈만 남은 것이다.

“잘 놀았습니다.”

“가시게요? 미스터 킴! 조금 더 환전해 오지 그래요?”

“그래요. 미스터 킴이 빠지면 판돈이 줄잖아요.”

아예 현수를 호구로 봤는지 알리사와 샐리가 웃음까지 지어 보인다.

“그래, 미스터 킴! 더 환전해 올 거지?”

윌리엄까지 현수를 호구로 생각하는 듯하다. 내심 약이 올랐으나 현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럼 그래 볼까요?”

“네, 기다릴게요.”

“호호, 빨리 바꿔와요.”

알리사와 샐리가 끝까지 놀린다. 하나 현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그리곤 카지노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쪽으로 가야 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슬롯머신인 Super Mega―Bucks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코인 세 개를 넣어야 잭팟이 가능하다.

현수는 남은 돈마저 털리면 나갈 생각으로 칩을 코인으로 바꿔왔다. 그리곤 그중 세 개를 밀어 넣었다.

딸랑! 딸랑! 딸랑!

버튼을 누르자 릴이 돌면서 각종 문양이 지나친다.

촤르르르르르―!

7, 3바, 2바, 1바, 체리, 골든벨, 수박이 보였다.

첫 번째는 꽝이다!

두 번째도 꽝이다. 세 번째 역시 꽝이었다.

이제 남은 코인은 열한 개이다. 세 번 더 게임을 할 수 있다. 나머지 두 개는 넣어도 잭팟이 터지지 않는다.

나직이 한숨을 쉬곤 코인을 밀어 넣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도 꽝이었다.

이제 수중에 남은 건 딱 다섯 개뿐이다.

한 번만 더 하면 손 털고 일어나야 할 상황이다.

이 슬롯머신은 잭팟 확률이 거의 로또 당첨 확률 정도 된다. 어쩌면 더 낮을지도 모른다. 런던의 모든 카지노와 연계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현수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

그렇기에 바싹 약이 오른 상태가 되었다.

“빌어먹을! 네놈이 내 돈을 먹고도 토해내지 않아? 좋아, 누가 이기나 보자. I’m your master. Take out all of yours!”

현수가 중얼거린 말은 분명 마법의 구동어가 아니다.

이실리프 마법서에도 이런 마법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현수가 순간적으로 마법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그저 의지를 발현시킨 것뿐이다.

아무튼 코인 세 개를 넣은 현수는 슬롯머신을 노려보며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체내의 마나 가운데 일부가 기계로 흘러들었다. 그리곤 회로 안으로 들어가 현수의 의지를 확실하게 알렸다.

손을 떼자 릴이 돌기 시작한다.

잠시 후, 가운데 줄 첫째 자리에 7이 멈춘다. 두 번째 자리도 7이고, 세 번째 역시 7이 자리를 잡는다.

네 번째 자리에 7이 멈췄을 때 현수의 시선은 여전히 돌고 있는 마지막 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물론 7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 순간 수퍼 메가벅스 내로 잠입한 마나는 현수의 의지에 따라 7이 가운데 멈추도록 힘쓰고 있었다.

물론 기계는 가운데에 7이 멈추길 전혀 바라지 않는다.

“어어……! 여기 좀 봐!”

“어라? 7이 넷이네? 하나만 더 멈추면 잭팟……?”

누군가가 곁에 있다 본 모양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금방 쏠린다. 수퍼 메가벅스의 상단에는 당첨금액이 기록되어 있다.

누적당첨금 1,215만 2,765유로!

당첨되기만 하면 엄청난 돈을 받게 된다.

마지막 릴은 멈추지 않으려는 듯 끝없이 회전하는 듯하다. 물론 현수의 생각이다.

끼리리리리리리리리릭―!

수박에서 멈추려던 놈이 결국 7을 넘겼다. 다음은 체리였다. 누구나 체리가 멈출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릴의 회전이 느려졌다. 하나 마지막으로 멈춘 것은 체리 다음의 7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여기, 잭팟이다. 잭팟이야!”

빰빠라빰! 빰빰빰빰∼!

요란한 잭팟음과 더불어 사람들의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조금 전 현수에 앞서 메가벅스에 코인을 투입했던 50대 사내의 눈에는 아무런 빛도 감돌지 않는다.

몇 번만 더 돌렸으면 자신의 돈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 순간 현수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가운데 한 줄로 자리 잡은 다섯 개의 7이 보인다. 그런데 그게 신기루처럼 느껴진 것이다.

“어머! 미스터 킴!”

“어머머머! 미스터 킴! 우와아……!”

포커 게임을 하다 사람들의 환호성에 놀라서 튀어나온 샐리와 알리사는 눈을 비비고 있다.

그녀들 역시 센터에 자리 잡은 다섯 개의 7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잭팟음은 무려 10분간이나 울려 퍼졌다. 현수는 카지노 안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무한한 축하 메시지를 들었다.

한편 샐리와 알리사는 현수의 곁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듯 찰싹 달라붙은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215만 2,965유로는 약 1,584만 달러이다.

지난 1년간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간신히 영국 여행을 온 알리사와 샐리에게는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잠시 후, 현수는 카지노 직원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향했다. 당첨금을 어찌 수령할지 의논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미국과 달리 당첨금에 대한 세금이 없다. 당첨금액 자체가 세금이 공제된 것으로 표기되기 때문이다.

현수는 기분이 좋았다. 거의 절반쯤 떼어가는 미국과 달랐던 것이다. 하여 신원을 확인하고는 은행 계좌를 묻는다.

1,215만 유로는 송금될 것이라 한다. 나머지 2,965유로는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미스터 킴! 나하고 결혼할래요? 나 미스터 킴의 노예가 될 준비가 되었어요.”

샐리의 농담에 현수는 웃음만 지었다.

“미스터 킴! 우리 엄마는 어때요? 1,000유로만 내면 우리 엄마를 차지해도 좋아요.”

알리사에 농담에도 현수는 웃음만 지었을 뿐이다.

윌리엄과 장, 그리고 왕은 악수를 하면서 행운이 함께함을 축복했다. 이런 면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쿨함을 느꼈다.

잠시 후, 현수는 포커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얼마간의 돈을 잃어줄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좋은 패가 계속해서 뜬다.

자리에 앉자마자 Ace four card(에이스 포 카드)가 떴다. 윌리엄은 7 풀 하우스를 잡고 끝까지 따라왔다가 많은 돈을 잃었다.

두 번째 판에서는 K, K, K, Q, Q가 떴다.

당연히 이 판도 휩쓸었다. 왕과 샐리 역시 많이 잃었다. 각기 10 풀 하우스와 8 탑 클로버 플러시를 잡은 결과이다.

세 번째 판에서는 A, K, Q, J, 6 스페이드 플러시가 떴다.

6 대신 10이 떴다면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되었을 것이기에 상당히 아쉬웠다.

어쨌거나 알리사는 A, K, J, 8, 3 다이아몬드 플러시이고, 샐리는 A, K, 10, 9, 2 클로버 플러시였다. 장은 K, Q, J, 7, 5 하트 플러시이고, 왕은 6, 5, 4, 3, 2 스트레이트였다.

넷은 올 인을 했고 현수는 모든 돈을 땄다.

알리사와 윌리엄, 그리고 장과 왕은 현수의 운을 이길 수 없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은 것은 샐리 혼자이다.

현수는 판을 깨려했지만 샐리는 끝까지 가자면서 우겼다. 하나 샐리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세 판째에 올인을 했던 때문이다.

샐리가 가진 패는 Q, Q, Q, 10, 10이다. 하나 현수의 패는 2, 2, 2, 2, 6이었다. 결국 샐리 역시 빈털터리가 되었다.

“미스터 킴! 오늘 밤 잘 곳이 없는데 재워줄 수 있어요?”

카지노를 나설 즈음 늘씬한 샐리가 한 말이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샐리가 자신에게 잃은 돈만 족히 2,000 유로는 되기 때문이다.

“나도 재워줘요.”

알리사 역시 빈 지갑임을 알기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결국 알리사와 샐리는 한 침대를 썼다.

물론 현수는 다른 호텔, 다른 방에서 잤다.

다음 날 아침, 현수는 샐리와 알리사에게 아침 식사를 샀다. 그리곤 3,000유로씩을 빌려주었다. 받을 생각이 없는 돈이다.

하지만 알리사와 샐리는 반드시 갚겠다면서 현수의 주소를 물었다. 전화번호까지 받고야 물러났다.

아침 식사를 마친 현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맨체스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곤 다섯 시간 동안 영국의 풍광을 즐겼다.

오후 3시 30분, 현수는 드디어 맨체스터에 당도하였다.

현수는 오후 4시경에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맨체스터 호텔에 당도하였다. 도착 즉시 데스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님 중 강연희 씨를 찾아왔는데 혹시 남긴 메모 있나요?”

“아! 강연희 씨가 남긴 메모는 여기 있습니다.”

데스크 직원이 넘긴 메모지를 받아 펼치는 현수의 손은 가늘게 떨고 있었다.

현수 씨!

이 메모를 보고 있는 현재 시각이 오후 5시를 넘겼다면 맨체스터 성당 근처로 오세요.

주변에 카페도 많고 노천식당도 많아요. 저를 찾지 못하시면 아무 데나 앉아 계세요. 제가 찾을 테니까요.

만일 만나지 못하면 오후 7시에 호텔 지하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만나요.

―연희.

손으로 쓴 아주 예쁜 글씨였다.

현수는 끝까지 읽지도 않고 데스크 직원에게 물었다.

“저어, 여기서 맨체스터 성당까지 멉니까?”

“택시를 타면 금방입니다.”

“그래요? 택시를 불러주시겠습니까?”

잠시 후, 현수는 택시를 타고 성당까지 달려갔다. 1분이라도 빨리 강연희를 만나기 위함이다.

성당 근처엔 연희의 말대로 카페도 많고 노천식당도 많았다. 모든 곳을 꼼꼼하게 돌아보았으나 동양에서 온 천사 강연희를 보았다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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