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202화 (202/1,307)

# 202

폐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되어 폐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그런데 천식과 폐결핵 환자가 청향을 맡으면 일시적으로 완치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폐포(Alveoli, 肺胞)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양이 적기에 일시적인 효과만 난다.

그럼에도 두 환자들은 혈안이 되어 청향을 사들이려고 한다. 현대의 어떤 약품도 보여주지 못하는 탁월한 효능 때문이다.

나중에 밝혀지게 되지만 청향을 꾸준히 사용한 환자는 천식과 폐결핵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 * *

“사장님! 건의 드릴 사항이 있는데요.”

“건의요? 뭐죠? 말씀해 보세요.”

“네, 제가 일을 하면서 느낀 건데, 요즘 우린 보름마다 한 번씩 킨샤사로 항공화물을 부칩니다.”

“그래서요?”

당연한 걸 왜 이야기하느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무슨 이야길 할지 궁금하다는 듯 눈빛만 빛냈을 뿐이다.

“이걸 해상운송으로 전환하면 시간은 더 걸릴지 모르지만 금전적으론 세이브가 될 것 같아서요.”

“알아요. 하지만 항공운송도 그렇고 해상운송 역시 한국에서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직접 가는 항로는 없어요.”

2010년에 조셉 카빌라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방한했다.

그 결과 2004년부터 시작된 한국식 새마을 운동이 성공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한국이 낙후된 콩고민주공화국을 개발하는 롤 모델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활발한 교류가 적어 항공 및 해상운송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알아요. 그래서 민 실장님과 상의해 봤는데 사장님과 이야기하면 좋은 방안이 생길 거라고 하시던데요?”

“그래요? 무슨 좋은 방안이지?”

“동창 중에 해상운송 쪽 일을 하는 분이 있으시다고…….”

“아! 맞아요. 있어요. 그런 일 하는 친구.”

“사장님이 소속된 천지건설에서도 상당히 많은 화물을 보내야 한다면서요? 그렇다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곧장 가는 해상운송편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요?”

“그렇군요. 이지혜 씨가 무얼 말하는지 알았습니다. 바로 확인해 보죠.”

“네에.”

지혜가 머리를 숙이자 현수가 한마디 했다.

“회사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주어 고맙습니다.”

“어머, 아니에요. 당연한 일인 걸요.”

지혜가 나간 뒤 현수는 곧장 김상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재 ‘신세계마리타임’이라는 해운사를 운영하는 친구이다.

“어이, 친구! 잘 있었어?”

“이게 누구야? 너 김현수 맞아?”

“그래! 나 현수다. 너 시간 있냐?”

“시간……? 대낮인데 벌써부터 술 먹자고?”

“아니, 일 얘기 좀 하자고.”

“일? 무슨 일……? 너, 천지건설 다니잖아. 그런데 무슨……. 아! 맞다. 요즘 너희 회사 뭔가 큰 건수 있지?”

“그래! 근데 천지건설 일은 아니고, 다른 일로 널 좀 만났으면 해서. 바빠서 시간 없냐?”

“야……! 일 얘기라면 당연히 만나야지. 좋아, 너 지금 어디에 있는데? 내가 갈까? 아님 네가 올래?”

“내가 가마. 너 사무실 예전의 거기지?”

“그래, 중구 서소문동 57―9 한영빌딩 10층 맞다.”

“오케이. 지금 출발할게. 꼼짝 말고 있어라.”

“반갑다. 친구!”

“쨔식, 여전하구나. 부모님은 건강하시지?”

김상렬은 이 회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렇기에 젊은 나이에 해운사의 CEO2)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 너희 아버님은?”

“우리 부모님도 말짱하시다. 그나저나 웬 살이 이렇게 쪘냐?”

“밥 먹고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나저나 넌 보기 좋다.”

현수를 위아래로 훑어본 상렬은 내심 반성이 되었다.

자신은 아랫배가 불룩 나와 아저씨가 다 되었으나, 현수는 대흉근이 잘 발달된 젊은 총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 운동 좀 해라! 아직 장가도 안 간 녀석이 웬 배만 이렇게 나왔냐? 잘 하면 임신했다는 소릴 듣겠다.”

“그치? 운동 좀 해야겠지?”

“그래, 살이나 좀 빼야 장가를 가지.”

상렬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건 그렇고 날 보자고 한 일은 웬일이냐?”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 회사 하나 차렸다.”

“알아, 주영이한테 대강 들었어.”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는데 자세히 아는 것 같지는 않다.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지만 매달 콩고민주공화국이라는 데로 의약품을 수출한다. 그거 운송 얘기 좀 하자.”

“그래? 그건 그렇고, 너희 회사 일 먼저 얘기해 보자.”

“무슨 소리냐?”

“요즘 천지건설 일 따려고 해운사들마다 난리다.”

“그건 우리 회사가 공사를 수주해서 그런 거다.”

“야! 너 아직 신입사원이지? 근데 힘 좀 못 써주냐?”

“무슨 소리야?”

“너희 회사 일 내가 좀 따게 해주라.”

“……!”

말은 했지만 상렬은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하긴 신입사원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너네 회사 일을 따기만 하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배 보내는 거 어렵지 않다. 듣기론 컨테이너가 수천 개라던데.”

“어쩌면 수만 개가 될지도 모르지.”

현수의 말에 상렬은 바싹 당겨 앉는다.

“뭐야? 너 뭐 좀 아는 거 있냐? 있으면 소스 좀 주라. 우리 회사에서 그 일을 따게 되면 너한테도 섭섭지 않게 해줄게.”

“됐다, 인마! 그건 그거고 우리 일부터 먼저 얘기하자.”

“그래, 알았다.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매달 화물을 보내는 거 말하는 거지? 양은 얼마나 되는데?”

의약품은 부피도 크지 않고 무게도 많이 나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소 시큰둥했다. 있지도 않은 항로를 컨테이너 한두 개로 개설하라는 소리를 할 것 같아서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따지면 컨테이너 스무 개 정도 될 거다.”

“흐음, 그것만으론 조금 부족한데…….”

“지금 그렇다는 거야. 차츰 물량이 늘어날 거야.”

“차츰……? 그러다가 서른 개 되고 마흔 개 된다는 소리냐?”

“아니, 지금 당장은 스무 개 정도지만 몇 개월 후엔 매달 수백, 수천 개도 될 수 있다.”

“그거 희망사항인 거지?”

“아닌데? 거의 확정적인 거야.”

“……!”

상렬은 현수가 농담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의약품 수출을 하는데 컨테이너 수천 개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더 나중이 되면 거기서 한국으로 보내는 물량도 많을 거야.”

현수가 너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생각한 상렬이 피식 웃음 지었다.

“짜식,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지?”

“아니! 진담이야.”

“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의약품 수출한다며? 근데 전 세계로 수출하는 것도 아니고, 아프리카의 후진국 하나에 컨테이너로 수천 대를 보낸다는 게 말이 되냐? 그것도 매달!”

“약품만 수출하는 게 아냐. 거기에 커피 농장이랑 축산 단지를 조성할 생각이야.”

“커피 농장? 축산 단지?”

“그래, 일단 5천만 평 규모다.”

“에라! 이놈아. 그냥 술 사달라고 해라. 가자, 사줄게.”

상렬은 지금껏 한 이야기 전부를 농담으로 결정 지은 것이다.

“인마, 농담이 아냐. 콩고민주공화국 정부하고 이미 이야기 끝난 거야. 속고만 살았냐?”

상렬은 현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진짜인 거냐?”

“그래! 거기에 주택 3만 호를 지을 거다. 종업원들을 위해서. 거기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들을 한국에서 실어가야 해.”

“……!”

“농장이 완성되면 각종 축산물 등을 국내로 반입할 거야. 그러려면 배가 필요해. 나중엔 배를 사겠지만 지금 당장은 너희 같은 해운사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저, 정말인 거야?”

“그래, 정말이다. 그러니 제발 내 말 좀 믿어라. 이 화상아!”

“끄으응……!”

상렬이 할 말을 잃었다는 듯 소파에 털썩 기댄다.

“콩고민주공화국은 그렇다 치고, 러시아로의 운송편은 있지?”

“그래, 그건 상설되어 있다. 거기도 뭐 보낼 거 있냐?”

“물론 있지. 매달 의약품과 화장품, 그리고 자동차 등을 수출한다. 그것도 너한테 맡길 테니 알아서 준비해라.”

“양은 얼마나 되는데?”

“전부 합쳐서 5천만 달러어치이다.”

“뭐어……? 5천만 달러?”

“그래! 앞으로 2년간 매달 그만큼씩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노보로시스크로 보내야 한다.”

“……!”

“자동차는 지금은 50대씩 보내지만 상황 봐서 대수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 내 목표는 매달 500대로 늘렸으면 한다.”

“끄으응! 너 대체 뭐냐?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건데? 로또에 당첨되기라도 했냐?”

상렬의 말에 현수가 피식 실소를 지었다.

“로또 당첨금이 얼만데? 요즘은 한 10억씩밖에 안 되는데?”

“그건 그렇지.”

“러시아엔 매달 650억 원어치, 콩고민주공화국엔 매달 130억 원어치 수출을 한다. 로또 갖고 되겠냐?”

“그러게. 쩝……!”

상렬은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우리 회사 건 있잖아.”

“그래! 천지건설!”

“그것도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울게.”

“신입사원이 무슨 힘으로……!”

“나 신입사원 아니다. 얼마 전에 특별 진급해서 과장 됐다.”

“뭐어? 과장? 네가 천지건설 과장이라고?”

“그래, 인마!”

“야! 고작 스물아홉 살인데? 정말이야? 근데 어떻게?”

“그건 말하자면 길다. 이따 술 마시면서 이 형이 얘기해 줄게.”

“……!”

상렬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때 현수가 결정타를 먹인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우리 회사에 공사를 줬거든.”

2장 마법을 실생활에 적용했더니

“공사? 무슨 공사?”

“농장에서 일할 사람들을 위한 주택 3만 호 건설을 의뢰했다.”

“뭐어……? 3만 호? 그럼 조금 전에 말한 그거?”

상렬은 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20평짜리로 3만 호를 지어달라고 했다. 그밖에도 농장에 필요한 모든 건축물들도 의뢰했고.”

“……!”

“그리고 우리 회사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딴 공사도 사실은 내가 수주한 거야. 그래서 진급한 거고. 그러니 내가 말하면 어쩌면 천지건설 일 몽땅 네가 할 수도 있어.”

“저, 정말……?”

상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해운사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일이 먼저다. 할거냐, 말거냐? 한다면 돕지만 아니라면 꽝이다.”

“고, 고맙다. 친구야!”

상렬이 현수의 손을 꽉 잡는다.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하지만 짐짓 모르는 척했다.

“아,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짜식! 그걸 몰라서 묻냐? 당연히 하지. 컨테이너 두 개만 되어도 해주려고 했다, 이놈아!”

“그랬냐? 하하, 알았어. 그럼 일단 스무 개부터 시작하자.”

“오냐! 스무 개라도 좋다. 하자!”

현수가 돌아가고 난 후 신세계마리타임 사장실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로또 복권이 100번 연속으로 당첨된 것처럼 너무도 기뻤기 때문이다.

* * *

“이은정 실장님!”

“네, 사장님.”

“오늘 이지혜 사원이 아이디어를 내서 우리 회사의 이익이 조금 늘어날 것 같습니다. 연말이 되면 그 수익을 계산해서 25%를 보너스로 지급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은정은 지혜로부터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길 들었던 터라 연유를 묻지 않았다.

“앞으로도 회사의 업무를 개선하여 이번처럼 이득이 생기면 25%를 보너스로 지급하겠다는 말을 김수진 씨와 민주영 실장에게도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은정이 나가자 현수는 곧장 울림네트워크로 향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업무를 보던 이 비서가 반색하며 인사를 한다.

“네에, 안녕하셨지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사장님께 말씀드릴게요.”

용무도 말하지 않았건만 이 비서는 싹싹하게 먼저 나선다.

잠시 기다리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라는 손짓을 하며 환히 웃는다. 회사에 드리워졌던 암운을 거둬준 고마운 사람이기에 보이는 친절이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박동현 대표도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쁘시죠?”

“하하! 그럼요. 김 사장님이 주신 일감을 해결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지요.”

“하하! 네에. 바쁜 만큼 기쁨도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될 겁니다. 자, 자리에 앉으시죠.”

자리에 앉자 이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 음료수를 내온다.

울림네트워크 박 대표는 그간 속을 썩이던 자금 문제에서 숨통이 트였기에 지난 며칠 아주 행복했다.

현수가 그 행복을 제공한 사람이기에 아주 살가운 표정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전에 얼핏 듣기로 스피드의 엔진은 자체 개발품이 아니라 A 자동차에 장착되던 것이라고 했지요?”

“네, 이제는 단종된 모델에 장착되던 겁니다.”

“그거 재고는 충분합니까?”

현수의 말에 박 대표는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현수의 물음이 싫어서가 아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