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
하지만 끝끝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 인비저블 마법은 과학으로는 깨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스피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기 시작한다. 당연히 울림네트워크는 점점 더 큰 회사로 발돋움 된다.
그 과정에서 엔진 공급업체가 교체된다. 현수가 100% 투자한 회사이며 대표이사는 김형윤 선배가 맡는다.
이 회사에서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제작하는 상황이 되자 부품업체들이 서로 납품하겠다고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한때 울림네트워크에게 부품 공급을 거절했던 회사들은 이 대열에 끼지 못한다. 그래줄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현수는 지인들에게 시중에 풀려 있는 울림네트워크의 주식을 매입하게 한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162원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은정과 수진, 그리고 지혜는 또 한 번 대박의 꿈을 안고 각기 2억씩 투자한다. 민주영과 고강철도 2억 원어치씩 사들인다.
이들 둘에게는 현수가 전액 대출해 준다.
킨샤사의 이춘만 지사장은 현수의 말만 믿고 2억을 투자하고, 군대 후임 이현우는 1억, 대구의 권지현은 8,000만 원, 최장혁 경사도 5,000만 원이나 투자한다.
민주영이 가르쳤던 곽호균의 엄마 조연순 여사는 가게를 처분한 돈 전부인 3,000만 원을 보낸다.
병석에 누워 있던 곽인겸이 이실리프 상사의 정직원으로 취업하였기에 더 이상 억척을 부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수는 시중에 풀려 있는 주식 거의 대부분을 매집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20억 원어치이다.
이것들은 울림네트워크 주식 전체의 약 32%에 해당된다.
이는 경영권을 압박할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안정적인 경영을 돕기 위한 매집이다. 다시 말해 울림네트워크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투자자로 남는다.
아무튼 162원하던 주가는 불과 1년 만에 29만 6,500원까지 급상승한다. 무려 1,820배나 오르는 것이다.
은정, 수진, 지혜, 강철, 이춘만 지사장은 3,640억 원을 가진 대자본가가 되고, 이현우는 1,820억 원, 권지현은 1,456억 원, 최 경사는 910억 원, 조연순 여사는 546억 원을 보유하게 된다.
현수 역시 엄청난 수입을 거두게 된다.
보유한 주식 가치가 무려 3조 6,400억 원이 된다.
엄청난 수익이 발생할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조경빈과 민윤서가 빠진 까닭은 하나는 재벌 3세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가진 재산이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주가는 이보다 훨씬 많이 올라야 한다.
워낙 연료비가 비싸 리터당 연비 112㎞짜리 차를 생산하는 업체라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식 상한가 행진이 중간에 멈춘 것은 다른 자동차 회사 전부가 도산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이다.
그렇기에 울림네트워크의 박 대표는 눈물을 머금고 다음과 같은 발표를 한다.
<전 세계에 알립니다>
저희 울림네트워크를 사랑해 주시는 고객님들께 먼저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당사의 사세가 크게 나아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저는 상당한 제약이 될 만한 내용을 발표하려 합니다.
이는 자동차 산업 전반의 지속적인 발전과 동반 성장을 위함입니다. 당사는 향후 10년간 매년 1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분발하여 고성능 자동차를 개발하기 바랍니다.
울림네트워크 대표 박동현.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465만 6,762대였다.
이중 118만여 대는 외국계 자동차 회사가 생산한 것이다.
2011년 한 해 동안 수입된 외국 자동차는 10만 5천여 대이다.
울림네트워크는 연간 생산량 100만 대 가운데 70만 대는 국내에 공급하고 나머지 30만 대만 수출한다.
이중 10만 대는 드모비치 상사가 수입해 간다. 나머지 가운데 10만 대는 이실리프 상사에 의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간다.
나머지 10만 대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로 팔려 나가는 것이다.
그 결과 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영업소 앞에 장사진을 치게 된다. 선착순 판매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업소 앞이 너무 혼잡하게 되어 울림네트워크에서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아 판매한다. 그럼에도 서로 먼저 사려는 아귀다툼이 일어나 볼썽사나운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된다.
스피드를 보유하는 순간부터 비싼 유가(油價)와는 별 관계 없는 사이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환경오염이 대폭 감소된 차이기에 구매를 권장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할 경우 유류세 수입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현수는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 이익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식을 매입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배당해 주지 않기 위해 주식을 보유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주식을 처분하게 되는 은정, 지혜, 수진, 지현 등은 현수에게 전량 매각한다.
아무튼 이 모든 일은 나중에 일어날 일이다.
당장의 현수는 엔진만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에이,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거야?”
엔진과 책을 번갈아 살펴보던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다.”
사무실을 나온 현수는 어디로 갈 것인지를 잠시 고민하다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곤 곧장 세정빌딩으로 향했다.
“누구십니까?”
세정상사가 있던 12층에 올라서니 청소하고 있던 늙수레한 아저씨가 묻는 말이다.
“그러는 아저씨는 누구십니까?”
“나요? 난 용역회사 직원인데……. 여긴 청소 중이오.”
“그러세요? 저는 이 건물을 산 사람이에요. 전 주인이 이사 나갔다고 해서 확인하러 온 겁니다.”
“아! 그러세요. 네, 오늘 아침에 다 이사 나갔습니다.”
“둘러봐도 되죠?”
“물론입니다.”
현수는 사무실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상 등 집기들이 그대로 있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여보세요.”
“네, 유진깁니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빌딩을 구매한 사람인데요.”
“네, 말씀하십시오.”
유진기의 음성은 무뚝뚝했다.
하긴 그 많은 돈을 다 잃어버리고 핀치에 몰린 상황이 되었으니 어찌 살갑게 통화할 경황이 있겠는가!
“오늘 확인해 보니 사무실 이사는 가셨는데 집기들이 그대로 있어서요. 이걸 언제 빼주실 건지 알아보려고 전화했습니다.”
“그 집기들은……. 봐서 알겠지만 멀쩡한 것들입니다. 김 사장님이 그냥 쓰셔도 되고, 버리셔도 됩니다.”
“네……?”
“건물은 팔았는데 아직 사무실을 얻지 못해서 집기들을 놔둘 공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웬만하면 그냥 쓰십시오.”
“……!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고맙습니다.”
어차피 사야 할 집기들이다. 그리고 남겨놓은 것들 모두 제법 품질이 괜찮은 것들이다. 그렇기에 사의를 표했다.
천천히 사무실을 둘러본 결과 서류는 다 가져갔다.
집기들만 남긴 것이다. 관제실에 가보니 그곳에 있던 CCTV 관련 기기들은 모두 해체된 상태였다.
하긴 지하 1층 락희는 계속해서 영업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상태이다. 그래서 제거한 듯싶다. 현수가 락희를 내보내지 않은 것은 세정파의 몰락을 지켜볼 요량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아도 몇 번 있었던 귀신 소동은 락희를 망하게 할 것이다. 귀신 나오는 집에서 술 먹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바닥의 카펫과 창호의 블라인드 등을 보니 인테리어를 새로 할 필요가 없다. 마치 최상급 호텔의 그것처럼 최고급 재질이었고, 잘 관리된 덕분이다.
현수는 유진기가 쓰던 집무실 뒷방을 둘러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샤워실과 주방, 그리고 침실과 옷방 등이 갖춰져 있다.
상당히 괜찮은 20평짜리 원룸이 있는 것이다.
“좋군! 하지만 침대는 바꿔야겠군.”
나머지 방들도 다 괜찮았다. 서류만 빼간 것이기에 청소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참, 이 건물에 지하 4층이 있다고 했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3층이 끝이다. 밖으로 나가니 지하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불편하게 왜 이렇게 만들었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지하 4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삐이꺽―!
철문을 열고 들어서 전등을 켜는 순간 현수는 발걸음을 멈췄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 때문이다.
“세상에……!”
지하 4층은 온통 운동기구들로 가득 차 있다.
웬만한 헬스클럽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많은 운동기구들이 있다. 심지어 권투 스파링을 위한 링까지 있다.
당연히 라커룸이 있고, 샤워실과 사우나 설비까지 있다.
사방의 벽에는 이국적인 풍경을 찍은 실사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천정엔 맑은 하늘이 있다.
이곳이 지하 4층이라는 것을 충분히 잊게 할 정도이다.
10여 대의 런닝머신 앞에는 텔레비전이 한 대씩 있다.
천천히 둘러보던 중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 그리고 각목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대기하면서 몸을 단련했다는 거군.”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를 짐작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는 건물 전체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새 건물인지라 아직은 멀쩡했다. 그러는 사이에 외근 나갔던 민주영이 왔다.
3장 법보다 가까운 주먹
“현수야!”
“그래, 어서 와라.”
“이게 네 건물이야?”
“오냐! 괜찮지?”
“이게 괜찮은 거냐? 끝내준다. 근데 왜 불렀냐?”
“전에 내가 치료해 드렸던 분 있잖아.”
“호균이 아빠?”
“그래, 그분 곽인겸 씨라고 했지?”
“그래, 맞아. 근데 갑자기 호균이 아빠는 왜?”
“이 건물 관리인으로 채용하려고……. 연락해 봐라.”
“혀, 현수야!”
주영은 현수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다.
“야……! 아는 사람이 관리를 해야 믿고 맡기지. 안 그래?”
“그, 그럼. 그건 그렇지.”
“빨리 연락해서 이리로 오실 수 있다면 와서 둘러보시라고 해. 그리고 오늘부터 세정빌딩, 아니, 이실리프 빌딩 관리인으로 채용되었다고 말씀드려.”
“고맙다.”
“고맙긴, 네가 채용된 것도 아닌데. 안 그래?”
“그래도.”
주영은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품었다.
“나 조만간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가야 하는 거 알지?”
“그래, 이야기 들었다.”
“나 없는 동안 네가 여기 총괄 책임자다.”
“내가……?”
주영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내가 너 말고 누구한테 맡기냐?”
“야! 그래도…….”
“걱정 마! 자주 왔다 갔다 할 거니까.”
“그, 그래? 그렇다면…….”
현수는 갑작스레 부담스런 일을 맡게 된 주영을 보며 웃어주었다. 어떤 마음인지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현수는 주영에게 앞으로 총괄하게 될 이실리프 빌딩을 둘러보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부는 저녁 무렵이다.
자동차는 주차장에 있지만 현수는 정처없는 산책을 시작했다.
제법 먼 곳이기는 하지만 선릉역을 조금 지나면 괜찮은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자재과 곽 대리와 한번 갔던 곳이다. 거기서 파는 샤브샤브의 맛이 제법 괜찮았다는 것을 기억하기에 가려는 것이다.
술이라도 한잔 곁들이게 되면 자동차는 거추장스럽게 된다. 그렇기에 걸어갈 마음을 먹은 것이다.
퇴근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주점을 찾아 들어간다.
“오늘은 나도 한잔할 거야.”
전혀 부럽지 않다는 듯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주변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뒷골목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ㄴ’ 자로 꺾어서 가는 것보다는 가로질러 가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골목을 지나는데 누군가의 음성이 들린다.
“어쭈! 너 센타 까서 돈 나오면 10원에 한 대인 거 알지?”
“없어, 정말 없어!”
“이런 씨방새가……! 괜히 감추려다 걸려서 터지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있는 거 다 내놓는 게 좋다는 거 몰라?”
음성만으로도 양아치라는 것이 확연했다. 그리고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대구지청에서 보았던 싸가지없는 녀석의 면상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분노가 느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골목 안에서는 지나가는 애 붙잡아놓고 삥 뜯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정말이야. 진짜 없어.”
“진짜야? 너, 지난주에 여기서 너처럼 있으면서 없는 척하다 걸려서 얻어터지고 질질 짜다 뒈진 놈 알지?”
“뭐어? 그, 그럼! 김형주가 너희들에게……?”
“그래, 병신 같은 게 우릴 만만히 보기에 몇 대 패줬지. 그랬더니 쪼다처럼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거야.”
“맞아! 그 새끼 진짜 병신이었어.”
“개새끼! 그 새끼 때문에 우리가 괜히 도망쳐 다녀야 했다고.”
“……!”
화가 났지만 그냥 지나치려던 현수는 놈들이 하는 말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잠시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