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
어떤 녀석들이 같은 학교 학생에게서 돈을 빼앗는 모양이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아이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물론 돈 빼앗기고 얻어터진 애들이다.
이들에게 당한 아이들 중 하나는 며칠 전에 목숨을 끊었고, 몇몇은 아예 다른 학교로 전학 갔다.
그런 아이들은 그쪽 학교 일진들에게 소식을 전해 처절한 응징을 당하도록 했다고 한다.
경찰에 신고했던 아이들은 잔인하게 보복당해 입원 중인 아이들도 있다. 광대뼈 골절, 흉골 골절, 쇄골 골절 등등 평상시엔 상상조차 못할 용어들이 튀어 나왔다.
계속 들어보니 이놈들은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녀석들이다. 그리고 이곳은 제법 큰 학원으로 가는 길목이다.
여기서 죽치고 있다가 지나치는 학생들을 때리거나, 용돈을 빼앗는 재미에 사는 녀석들이다.
그런데 좋은 말로 할 때 돈을 내놓지 않으면 온갖 패악을 저지른 모양이다. 치욕감을 느낄 정도로 때리는 것은 기본이다.
좋은 옷이나 신발이 있으면 빼앗았다.
예쁜 여학생들이 걸리면 성추행은 물론이고, 성폭행까지 일삼았다. 그럴 때마다 경찰에 신고할 수 없도록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것은 여학생들로부터 삥을 뜯는 빌미가 되었다.
언제까지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인터넷에 올려놓겠다는 협박까지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빼앗은 돈은 100% 유흥비로 탕진되었다.
학교는 할 수 없이 다니는 녀석들이다.
현수는 놈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랬더니 조금 전의 학생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한다.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렸지만 놈들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짓밟는다.
듣다 못한 현수가 나섰다.
“야, 이놈의 자식들아! 멈추지 못해?”
갑작스런 현수의 등장에 잠깐 멈췄던 놈들은 상대가 하나라는 것이 만만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어쭈? 뭐하는 새낀데 감히 우리 일에 끼어들어?”
“그래, 괜히 폼 잡으려다 망신당하지 말고 꺼져, 씹새야!”
“에이, 나이 좀 처먹었다고 괜히 같잖은 게 나서네.”
“야!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꺼져라. 낫살이나 처먹었다고 깝죽대다 얻어터지지 말고. 알았어?”
보아하니 중고등학생들이 섞여 있는 듯하다. 중학생이 여섯, 그리고 고등학생이 둘인 듯싶다.
자신들은 여덟이고 현수는 혼자라는 것이 만만했는지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녀석들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거리를 좁혔다.
그러면서 놈들의 면면을 살폈다. 불과 수초이지만 단 한 놈도 선량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야! 씨방새야! 괜히 얻어터지려고 가까이 오냐?”
“씨블, 그러다 맞으면 덜 아프냐?”
“병신 같은 게 뒈지려고……. 어이, 개새꺄!”
녀석들은 하나같이 욕을 입에 달고 있었다. 불과 이십여 걸음을 걷는 동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욕을 들었다.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현수는 행동하기에 앞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눈치 빠른 놈이 있는 모양이다.
“병신아! 여긴 CCTV 같은 거 없어.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꺼져! 터지기 전에!”
놈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현수에게 던졌다.
그 순간 현수의 눈에 피해를 당한 학생이 보인다. 맞다가 기절을 했는지 움직임이 없다.
“이런 나쁜 놈들……! 너, 일루 와!”
현수가 기절한 아이를 밟고 있는 녀석을 손짓으로 불렀다. 그런데 피식 웃고는 한마디 한다.
“웃기시네. 야! 저 씨블놈 조져!”
놈이 두목이었는지 나머지 놈들이 일제히 다가선다.
어찌 되었든 현수는 어른이다. 하나하나 덤비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두 녀석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그 칼은 지금껏 수많은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이것을 본 순간 현수의 신형이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글자 그대로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이다.
휙! 퍽―! 케엑!
휘익! 빡―! 아악!
“야! 저 새끼 죽여!”
“이런 개새가……! 죽엇!”
칼을 휘두르며 다가왔으나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이른 현수가 어찌 그런 것에 구애를 받겠는가!
돌려차기로 다가서는 놈의 관자놀이를 강력하게 타격했다.
휘잉! 퍼억! 크윽!
현수는 조금의 사정도 두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
그러는 동안 피가 튀고 부러진 이빨이 사방으로 흩어졌으나 현수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놈들의 손마다 흉기가 들려 있었던 때문이다.
휘익! 빠악―!
“케에엑!”
휙! 퍼억―!
“크으윽!”
퍼억! 퍼퍼퍼퍽!
“아악! 살려……! 케에엑! 끄으윽! 사, 살려…… 아악!”
조금의 인정도, 사정도 두지 않은 그야말로 무자비한 폭행이 지속되는 동안 여덟 놈은 살려달라는 비명을 질렀다.
하나 일대엔 논 노이즈 마법이 구현된 상태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없다.
그런 상태에서 현수는 놈들의 모든 뼈마디를 자근자근 밟았다.
발목, 종아리, 장딴지, 무릎, 허벅지, 고관절은 물론이고 손가락, 손목, 팔뚝, 팔꿈치, 그리고 어깨뼈까지 모조리 부러뜨렸다.
다음엔 얼굴이 두 배 정도로 부풀 정도로 갈겼다.
한 놈당 최하 이빨 열 개씩은 부러뜨렸다.
그러는 동안 지독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한 놈 두 놈 기절했다. 하지만 분노의 발길질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울면서 용서해 달라고 했지만 현수는 결코 중지하지 않았다. 남들에게 폭행을 일삼던 놈들에게 베풀 자비란 없기 때문이다.
이십여 분 후, 골목 안엔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여덟 놈들이 기절한 채 쓰러져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이다.
자리를 뜨려던 현수는 아공간에서 펜치(Pincers)를 꺼냈다. 그것으로 놈들의 손톱 열 개를 모조리 뽑아버렸다.
당연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바늘을 꺼내 그 자리에 하나씩 박아주었다. 남들에게 가했던 처절한 고통을 실감하라는 친절한 배려의 결과이다.
싹수 노란 놈이 자라서 무엇이 되겠는가!
남들 괴롭히는 양아치 또는 조폭이나 안 되면 다행이다.
그렇기에 골목 입구에 환상 마법을 걸어버렸다.
이 마법은 지속 시간이 한 시간짜리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죽으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현수는 피해 학생에게 힐 마법을 걸어 상처를 치료해 줬다. 그리곤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마법으로 이곳에서의 기억을 지웠다.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잠시 후, 현장으로 되돌아온 현수는 여덟 놈 전부에게 ‘더 팰러스 오브 마우스’ 마법을 걸었다.
한 놈씩 놈들의 기억을 읽어본 바 사람으로 살아갈 가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온갖 폭행은 기본이고, 협박, 강도, 절도, 성폭행 등이 그야말로 부지기수였던 것이다.
다음 날, 조간신문엔 이들에 관한 기사가 났다.
누군가의 폭행에 의해 학생 여덟이 사경을 헤맨다는 것이다.
이들과 관련된 기사를 쓰기 위해 놈들의 학교를 찾았던 기자들은 후속 기사 쓰기를 거부했다.
인간 말종이라는 하나같은 증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행한 악행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렇기에 동정 여론이 통쾌하다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아무튼 피해 학생들의 염원 때문인지 여덟 놈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목숨을 잃는다.
하긴 전신의 모든 뼈마디가 부러지고, 3시간에 한 번씩 쥐들이 달려들어 살점은 물론이고 뼈까지 갉아먹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 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놈들이 죽었지만 슬퍼하는 이는 일부 가족 이외엔 없었다.
어떤 녀석의 가족은 맨날 속이나 썩이던 녀석이니 차라리 잘 되었다는 후련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간 누구나 치를 떨 만큼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네티즌들에 의해 밝혀진 때문이다.
현수는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출국하는 전날까지 시간 날 때마다 싹수 노란 놈들을 정리한다.
처벌하기 전엔 반드시 놈들의 기억을 하나하나 읽었다.
강요에 의해 할 수 없이 악행에 끼어든 놈들은 상당한 고통과 더불어 겁주는 것으로 끝냈다.
그렇지 않은 놈들, 그러니까 주도적으로 악행을 일삼던 놈들 가운데 상당수는 병신이 되었다.
그렇다 하여 팔다리를 잘라 버린 것은 아니다.
오른손잡이는 오른쪽 마비가 되었고, 왼손잡이는 왼쪽이 마비되었다. 이 세상의 어떤 의사도 치료할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귀머거리와 벙어리가 되도록 했다.
말할 자격도, 남들의 말을 들을 자격도 없기 때문이다.
이 밖의 처벌은 모든 관절을 으스러뜨린 것이다. 그간의 악행에 대한 처벌이다.
조금 더 악질은 벙어리와 장님까지 되도록 했다. 아주 아주 답답한 세상을 살아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이들 모두에겐 남들에게 가한 고통이 본인에게 고스란히 느껴질 페인 리플렉션 마법을 걸었다.
다시는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편, 심성 자체가 나쁘거나 너무 많은 악행을 저지른 녀석들은 더 팰러스 오브 마우스 마법을 걸었다.
전신을 서서히 붕괴시키는 멘탈 브레이크다운 마법 또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일으키는 컴플렉스 리저널 페인 신드롬 마법 정도로는 부족했다 느꼈기 때문이다.
때문에 죽을 때까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끓은 녀석들이 상당수이다.
장차 사회악이 될 놈들을 미연에 제거한 것이다.
교육청에서는 학생인권조례라는 것을 만들어 나쁜 짓을 하는 놈들조차 처벌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나 현수는 선생이 아니다. 그리고 나쁜 짓 하는 놈들을 너그럽게 용서할 이유도, 마음도 없다. 그리고 놈들이 교화되어 올바른 사회인이 되도록 지켜볼 마음도 없다.
그럴 가치조차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간이 없어 악질들을 일소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출국한다.
아무튼 출국 직전까지 현수의 처벌을 받은 연놈들은 350여 명에 달한다.
시간이 널널했다면 전국을 돌며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무리들을 모두 청소했을 것이다. 그런 놈 하나가 나머지 99명을 두고두고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휴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여 서울 일부 지역만 돌았던 것이다.
아무튼 이들 중 6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지독한 고통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290여 명은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게 된다.
현수는 사회악에 대해 조금의 관용도 베풀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의 부모에게 조금도 미안한 마음을 품지 않았다.
자식을 낳았으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보살피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의 자식이 어찌 되든 내 자식만 소중하다 여기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경종을 울려놓고 떠난 것이다.
일련의 사건이 벌어진 이후 일진이라는 놈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한다. 언제, 어느 곳에서 치가 떨릴 만큼 잔인한 보복을 당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 *
“자, 217조 들어오세요!”
지혜의 호명이 있자 대기석에 있던 사람들 넷이 일어선다. 그리곤 지혜의 안내에 따라 면접장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이실리프 빌딩 12층이다.
“2155번부터 자기 소개해 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저는 최종현이라 합니다. 서울 S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토익은 만점을 받았습니다.”
“저는 2156번입니다. Y대학 경영학부 석사입니다. 토플은 저도 만점을 받았고, 워킹홀리데이와 교환학생, 그리고 석 달에 걸친 어학연수를 받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157번 간근식입니다. K대학 출신이고, 전 학년 평점은 4.5 만점에 4.3점을 받았습니다.”
사전 지시에 따라 면접자들은 간단한 프로필을 이야기했다. 면접관들이 누구인지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제출된 이력서에 사진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상사는 경력직 및 신입사원을 뽑음에 있어 생김새를 보지 않는 것이다. 일할 의욕이 있는 인재가 필요한 거지 미남이나 미녀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158번 정승준입니다. D전문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면접장에 있던 현수는 2158번을 바라보고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본 적이 있는 사내이기 때문이다.
“2158번 응시자에게 묻겠습니다. 졸업하신 지 10년이 넘는데 그간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 산에서 도를 닦았습니다.”
현수의 곁에 있던 주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네? 뭐라고요?”
“계룡산에 올라 10년간 입산 수도를 했습니다.”
“크크! 쿡쿡쿡! 크흐흐흐!”
면접장이라 내놓고 웃을 수는 없었지만 웃기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나머지 응시자들이 고개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인다.
“그래서 어떤 도를 닦았습니까?”
“그냥 몸만 건강해져서 하산했습니다.”
“그럼, 도술 익힌 건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정승준은 떨어져도 그만이라는 듯 편안한 안색이다. 나머지 응시자들은 경쟁 상대 하나가 줄었다는 듯 흡족한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