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206화 (206/1,307)

# 206

현수는 가장 왼쪽의 응시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2155번 응시자에게 묻겠습니다. 본사에서 새 차 열 대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조달하시겠습니까?”

“자동차 영업소를 돌면서 견적을 받아 그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에서 계약하겠습니다.”

“모든 영업소가 똑같은 견적을 낸다면 어쩌겠습니까?”

“담당 영업사원마다 서비스가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일일이 접촉해서 최상의 조건을 제시하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현수는 시선을 돌렸다.

“2156번 응시자에게 묻겠습니다. 이 건물 옥상에 파고라 공사를 하려고 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업자를 선정하겠습니까?”

“설계도면을 보고 견적을 받아 최종단가가 낮은 업체를 선정하겠습니다.”

“업체의 시공 능력은 논외입니까?”

“시공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입증된 곳에서만 견적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논외가 될 것입니다.”

“그럼 우리 같이 신설되는 회사는 기회가 없는 겁니까?”

“네……? 그, 그건…….”

응시자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얼버무렸다. 현수는 가차없이 시선을 돌렸다.

“2157번 응시자에게 묻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상품을 판매했는데 하자 보수 건으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즉시 A/S 센타와 연결하여 처리되도록 하겠습니다.”

틀에 박힌 상투적인 답변이었지만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2158번 응시자이지만 흘깃 바라만 보고는 가장 좌측의 2155번 응시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2155번 응시자, 붉은 벽돌 한 장이 있습니다. 집 짓는 데 쓰는 겁니다. 이걸로 할 수 있는 일 다섯 가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첫째는 집을 짓는 데 사용합니다. 둘째는 그걸로 어떤 물건을 받치는 데 씁니다. 셋째는 벽돌과 널빤지를 이용하여 책장을 만듭니다. 그리고 넷째는…….”

S대 출신 응시자는 빨리 답변해야 하는 것으로 여겼는지 나머지 두 개도 댔다.

넷째는 화장실의 물을 절약하기 위해 변기에 담는다는 것이고, 마지막은 언덕길에 주차해 놓은 자동차가 밀리지 않도록 바퀴를 고이는 데 쓰겠다고 하였다.

2156번과 네 가지를, 2157번에겐 세 가지를 대라고 하였다. 그런데 선수를 빼앗겼다는 듯 같은 질문에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수는 마지막에 남은 2158번에게 시선을 돌렸다.

“2158번 응시자, 앞에 분들이 많은 예를 들었습니다. 이걸 제외하고 두 가지만 말씀해 보십시오.”

“첫째는 벽돌을 갈아 가루로 만든 다음 이를 물에 타서 붉은 빛을 내는 물감처럼 사용하겠습니다. 둘째는 조각용 칼로 다듬어서 장식품을 만들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분! 결과는 온라인으로 개별 통보될 것입니다. 오늘 응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장 좌측으로 나가시면 면접비가 제공될 것입니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현수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고개를 꾸벅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휴우∼! 이제 끝인가?”

“아냐, 아직 멀었어. 오늘은 면접번호 2500번까지 봐야 해.”

“끄으응……!”

현수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점심 먹는 시간 30분을 제외하곤 꼬박 면접에 임했던 때문이다.

“근데 방금 전 면접자 중 왜 2158번은 질문을 빼먹은 거야?”

민주영은 전문대 출신 응시자가 자기 순서를 기다렸는데 현수의 시선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이 순간 정승준은 이번 면접에서도 물 먹었다는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합격이니까 물어볼 필요가 없어서이지.”

“합격……? 그 사람은 학력도 낮고, 사회 경험도 없이 나이만 많았잖아.”

“너 같으면 아무런 보장도 없는 10년간 도만 닦을 수 있니?”

“……!”

“자신이 목표 삼은 일을 이루기 위해 그 긴 세월을 투자했어.”

“그래, 그런데 소득이 없었지.”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게 새로운 목표를 부여할 생각이야.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믿어. 그래서 합격이지.”

“그럼 S대 출신은? 학력도 좋고, 토익도 만점이잖아.”

“그 친구는 불합격이야.”

“이유가 뭔데?”

“너무 고지식해! 우리는 새로 기업을 일구는 거야. 따라서 창조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해.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불합격이야.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영어를 쓰지 않아. 토착어와 불어를 주로 쓰지.”

“그럼 나머지 둘은……?”

“그들도 모두 불합격이야.”

“이유는 뭔데?”

“S대 출신부터 말하자면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사원과 계약하겠다고 했지?”

“그래.”

“그건 그 영업사원이 자동차를 팔아서 얻는 이득을 빼앗겠다는 거야. 남이야 어찌 되었든 내 이득만 취하겠다는 녀석은 고용할 수 없어.”

“그럼 Y대 출신의 불합격 이유는?”

“공사를 맡길 때 가장 낮은 값을 제시한 건설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 하도급 과정에서 부실 공사가 되기 쉬워. 그럼 추후에 재공사를 해서 더 많은 비용이 들지도 몰라. 그래서 불합격이야.”

“세 번째 K대 출신이 불합격한 이유는?”

“아까도 말했잖아 너무 고지식하다고……! 소비자가 불만족하여 전화를 했을 경우 A/S 센타에 연결하는 것으로 끝내선 안 돼.”

“그럼?”

“소비자는 전화 한 통으로 일을 끝내고 싶어. 그러니 다른 데로 돌려서 똑같은 말을 다시 하게 하면 안 되지.”

“그럼 그걸 다 받아 적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거야?”

“네가 고객이라면 그게 편하지 않겠니?”

“하긴… 그렇긴 하다.”

주영은 납득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에 새로운 네 명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의 면면을 살피던 현수는 낯이 익은 아가씨를 발견했다.

“자, 2159번부터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159번 김나윤입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고, 잠시 교편을 잡았었습니다.”

“2160번…….”

자기소개가 끝난 후 현수가 물었다.

“김나윤 씨의 현재 국적은 어딘지요?”

“한국으로 영구 귀국을 하여 현재는 한국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요? 조달부에 지원하셨는데 어떤 일을 맡고 싶은가요?”

“저는 한식 및 일식 음식을 잘 만듭니다. 조리 업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흐음, 이력서를 보니 불문학 전공인데 통역부가 아니라는 말씀이죠?”

“네, 불어를 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음식 만드는 게 더 재미있어서…….”

“알겠습니다. 다음 2161번 응시자에게…….”

김나윤 등이 나가자 민주영이 묻는다.

“야, 너 저 아가씨에게 관심있냐?”

“왜?”

“다른 사람들에겐 묻지 않던 걸 물었잖아.”

“짜식, 눈치 한번 빠르네. 오냐, 김나윤 씨는 합격이다. 일본에서 생활 기반을 버리고 영구귀국 했으니 도와줘야 하니까.”

“너, 뭔가 있지?”

“있기는 개뿔이 있냐? 자, 다음 조 들어오라고 하세요.”

“네, 사장님!”

지혜가 밖으로 나가자 주영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야! 그런 거 아니니까 면접이나 잘 봐. 나 출국하고 나면 나머지 직원은 네가 뽑아야 하니까. 내가 어떤 기준으로 뽑는지 이제 대강 알지?”

“그래! 학벌보다는 일하겠다는 의욕이 있는지 여부를 보면 되잖아. 안 그래?”

“오냐! 아니 다행이다.”

하루 종일 면접을 본 현수는 바디 리프레쉬로 지친 몸을 새롭게 하고는 일진 사냥에 나섰다.

그 결과 성폭행 당할 뻔한 여학생 둘을 구해냈다.

이 일에 가담했던 놈 가운데 주동자는 죽기 직전에 이를 정도로 두들겨 패고 모든 관절을 망가뜨렸다.

또한 친절하게도 더 스크림 마법을 걸어주었다.

옆에서 낄낄대며 동조하던 놈들도 처벌 받았다.

주동자와 마찬가지로 퍼머넌트 플라토닉 커스 마법을 걸었다. 영원히 자식을 볼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또한 속내를 전혀 감출 수 없는 얼웨이즈 텔 더 트루스 마법도 걸어주었다. 진짜 선량한 사람으로 바뀌기 전엔 사회생활 하기 엄청나게 힘들게 만든 것이다.

그리곤 당연한 수순으로 피눈물이 나도록 두들겨 팼다.

돈 뜯기던 학생 여섯을 보았는데 이들을 위협하던 놈들에겐 페인 리플렉션 마법과 쿼드러플 그래비티 마법을 걸어주었다.

그리곤 최소 세 군데 이상의 뼈를 분질러 주었다. 물론 간단히 치료될 수 없는 복합골절이 되도록 했다.

남들에게 자신들의 뒷담화를 했다는 이유로 팔뚝과 허벅지를 담뱃불로 지지던 계집애 일곱을 찾아냈다.

이것들의 기억을 검색해 보니 악질도 보통 악질이 아니다. 친구들의 돈을 뜯는 것은 일상사였다.

돈이 없다고 하면 끌고 나가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했다. 그렇게 해서 피해 입은 학생 수만 무려 서른두 명이다.

분노한 현수는 서로가 서로의 몸을 담뱃불로 지지는 형벌을 가하도록 했다.

옷을 벗길 순 없어서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지졌다.

얼굴은 열 군데, 그리고 팔다리엔 50군데씩 지지도록 했다. 그리곤 머리털을 모조리 잘라냈고, 눈썹까지 밀어버렸다.

다음은 성장 억제 마법인 인히비션 오브 그로스(Inhibition of growth) 마법을 걸었다.

이제 10년에 1㎜쯤 머리카락과 눈썹이 자라게 될 것이다. 따라서 모두들 결혼하긴 힘들 것이다.

계집애들은 살이 지져지는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고, 용서를 빌었지만 현수는 전혀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당연히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팼고, 다리뼈 및 손목뼈도 분질러 주었다. 당연히 더 팰러스 오브 마우스 마법을 걸었다. 그래서 일곱 중 다섯이 자살한다.

4장 이자가 연 300%라고?

누군가 소변을 본 양변기에 빵을 떨어뜨려 놓고는 그걸 꺼내서 먹으라고 강요하던 놈들도 여섯이나 있었다.

이놈들은 정화조 뚜껑을 열고 그 속에 처박았다.

그리곤 헤어나올 만하면 다시 처박았다. 모르긴 몰라도 오물을 한 그릇쯤 들이켰을 것이다.

이놈들에겐 페인 리플렉션 마법을 걸어주었다.

또한 컴펄시브 스킨(Compulsive skin) 마법도 걸었다.

너무도 가려워 하루에 최소한 열 시간을 긁어야 하는 피부병에 걸리게 한 것이다.

물론 의사들은 이 병을 치료할 수 없다. 아무리 긁어도 가려움이 가시지 않는 지독한 고통을 겪으며 살게 된다.

이밖에도 폭행을 가하던 놈들은 상당히 많았다.

이놈들 모두 페인 리플렉션 마법에 걸렸고, 지독한 고통에 자지러지도록 만들었다.

겁에 질려 오줌을 싼 녀석도 있고, 생똥을 싼 놈들도 있었지만 현수의 가혹한 손길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정형외과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번다.

워낙 뼈 부러진 놈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것도 곱게 부러진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 복합골절이다.

복합골절이란 골조직뿐만 아니라 주변의 혈관, 신경, 근육 또는 내장이 동시에 손상을 받는 경우를 총칭하는 것이다.

당연히 치료 기간이 길기에 의사들만 좋은 것이다.

다음 날, 시내 곳곳에서 벌어진 이 사건들이 기사가 되었다. 이번엔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후에 쓰여진 기사이다.

누군가 사회악이 된 녀석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간 피해를 당하던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악행을 일삼던 놈들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폭력사건이기에 경찰이 나섰지만 증거는 전혀 없다. 현수를 만난 기억조차 지워 버렸기 때문이다.

* * *

“사장님! 죄송한데 제 급여를 가불해 주실 수 없는지요?”

“왜요? 또 급한 돈이 필요해요?”

“네에, 죄송합니다.”

현수는 면목없다는 듯 고개 숙이는 은정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학자금 융자 받은 것까지 모두 갚아줬다.

그리고 마음 편히 살라고 전셋집까지 얻어주었다. 게다가 남들보다 많은 월급을 지급받는다.

집안의 환자였던 할머니의 고혈압과 당뇨도 말끔히 치료되어 큰 돈 들어갈 일이 전혀 없다. 엄마도 돈을 벌고 있다.

그런데도 돈이 급하다니 의아한 것이다.

“얼마나 필요한데요?”

“이, 이천만 원이요.”

“네에? 무슨 빚이 그렇게 많아요? 전에 다 갚은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이 실장님! 이천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아시죠?”

잠시 입술을 깨물던 은정이 고개를 든다.

“그래도 가불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은정은 애절한 눈빛으로 시선을 맞췄다. 현수는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궁금했다.

“좋아요. 어떤 사정인지 말을 해봐요.”

“사장님! 제 친구 가운데…….”

은정에겐 수진과 지혜만큼 단짝인 친구가 있다. 중고등학교 동창인 임소희이다.

소희에겐 남동생이 하나 있다. 임동현이다.

이 녀석은 학창시절에 공부를 게을리 했다. 아니, 게을리 한 게 아니라 아예 등한시했다.

오전 수업 시간엔 멍하니 앉아 있거나 공상 속에 빠졌다. 그러다 쉬는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장난에 열중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활개를 치며 운동장을 누볐다. 하지만 오후 수업이 시작되면 곧장 엎드려서 잤다.

한마디로 공부엔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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