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
그러던 중 하나의 규칙을 찾아냈다.
쏘아져 갔다가 되돌아오는 지점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하긴 섬전의 속도로 쏘아져 갔으니 방향 전환에 필요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확인해 보니 한국식으로 치면 약 50평 정도 되는 공간이 있어야 방향 전환이 된다.
“개만도 못한 자식들……! 오늘 모조리 죽여주지.”
방향 전환에 필요한 장소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금방 파악되었다. 현수는 곧장 신형을 날려 그곳에 은신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마리가 섬전의 속도로 쏘아져 온다. 그 순간 현수의 입술이 달싹였다.
두두두두두……!
“디그!”
“……!”
갑자기 눈앞의 땅이 푹 파였으니 직선으로만 쏘아져 다녔기에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꿀 수 없던 놈이 거칠게 나뒹군다.
와당탕탕―!
꿰에엑―!
운동에너지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중량이 많이 나갈수록, 속력이 빠를수록 운동에너지가 크다는 뜻이다.
쏘러리스들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오다 나뒹굴자 숲이 엉망으로 변했다. 어른 팔뚝 굵기의 나무들이 수없이 부러졌고, 사람 몸통만 한 것들도 여러 개 부러졌다.
그러다 결국 세 사람이 팔을 벌려야 간신히 둘러쌀 거목 밑동과 충돌하곤 멈췄다.
갑작스런 고통에 간신히 몸을 일으킨 놈은 당황한 듯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이때 놈의 전면에 현수가 나타났다.
“아이스 스피어!”
이것은 2써클 마법이다.
아르센 대륙의 보통 마법사들이 이 마법을 구현시키면 길이 1m, 직경 3㎝짜리 얼음창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현수가 만든 것은 길이 3m, 직경 8㎝짜리이다. 무지막지한 마나량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과연 7써클 마스터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어쨌든 얼음창은 곧장 놈의 머리를 꿰뚫었다.
퍼억―!
아무리 단단한 두개골이라 할지라도 7써클 마스터가 만든 마법 창에는 당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케에엑―! 쿵―!
8장 엘리시아 구출 작전
순식간에 뇌에 손상을 입음과 동시에 뇌 전체가 얼어붙자 나지막한 비명을 끝으로 그대로 쓰러졌다.
다음 순간, 현수는 또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마침 그곳으로 오는 놈이 있었다. 이놈 역시 아이스 스피어 한 방으로 꼬치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장소를 이십여 번 바꾼 결과 더 이상의 쏘러리스는 없었다.
현수는 자빠져 있는 쏘러리스들의 사체 모두를 아공간에 담았다. 일행이 보아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현수의 신형은 아까 엘리시아가 잡혀갔던 쪽으로 이동했다. 마법을 중첩시킬 경우 마나 소모량이 많기에 플라이 마법은 해제했다.
하지만 투명 은신 마법은 유지한 상태이다.
“와이드 센스!”
오감을 극도로 예민하게 하는 마법을 시전한 현수는 사방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언제 어디서 쏘러리스라는 놈이 튀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현수의 존재를 눈치챌 수 없을 것이나 상태는 몬스터이다.
그렇기에 주의를 기울인 것이다.
사사삭! 사사사삭―!
아무것도 보이지 않건만 무엇인가 수풀 헤치는 소리가 난다. 현수가 무릎까지 자라 있는 풀을 헤치며 전진하는 소리이다.
일행과 헤어져 이동한 거리는 벌써 10㎞가 넘는다. 이곳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네 시간 정도 된다.
울창한 정글도 있지만 온통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곳도 있었다. 정글보다는 암석지대가 더 위험하기에 그곳을 지나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서른다섯 마리나 되는 쏘러리스의 공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아공간에 담겼다.
이번은 울창하지 않은 초지이다. 문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풀벌레나 곤충들이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함은 무언가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쏘러리스의 영역이니 근처 어딘가에 은신 내지는 잠복해 있다. 그런데 와이드 센스 마법으로도 움직임을 찾아낼 수 없다.
굵은 나무들이 있는 정글이라면 위로 올라가 살필 수 있겠으나 이곳은 벌판 비슷한 초지이다.
“마나 디텍션!”
현수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곤 마법을 바꿔보았다.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든 탓이다.
역시 7써클 마법사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전방 100m 지점에 쏘러리스로 예상되는 생명체들이 웅크리고 있다.
마나 디텍션으로 검색할 때만 나타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진흙 뻘 같은 곳에 숨어 있는 듯하다.
세밀히 확인한 바에 의하면 놈들의 호흡은 가늘고 길다. 먹이를 노리고 있는 맹수의 그것과 닮았다.
‘흐음! 네놈들이 감히 나를 노려?’
현수는 체내의 마나량을 확인했다. 이곳까지 이동하는 동안 30% 정도가 소진된 듯하다.
‘흐음, 이 정도 마나량으로도 충분하지.’
현수는 눈빛을 형형히 빛내며 천천히 전진했다. 놈들에게 자신이 알아차렸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의 속력이다.
그렇게 몇 발짝을 떼는 동안 현수는 마법 수식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물의 기운이 느껴진다.
현수는 아이스 스피어보다 라이트닝 계열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그리곤 속력을 높여 놈들의 정면으로 다가갔다.
“야아아아아앗!”
갑작스레 속력을 높이자 놈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그리곤 현수를 향해 섬전의 속도로 쏘아지려던 찰나이다.
“기가 라이트닝!”
신형을 띄워 올린 현수의 두 손 끝에서 엄청난 벼락이 뿜어졌다.
콰쾅! 콰콰콰콰쾅―!
찌직! 찌지지지지지지지직―!
두두두두두……! 케엑! 끄윽! 크악! 캑……!
제 아무리 빠른 쏘러리스라 하더라도 어찌 섬전의 속도를 능가하겠는가!
또한 제 아무리 탄탄한 몸을 가졌다 하더라도 어찌 벼락의 강렬함을 이겨내겠는가!
수십 마리가 동시에 단말마 비명을 터뜨렸다.
하지만 현수는 재차 마법을 구현시켰다. 모두 죽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가 라이트닝!”
콰쾅! 콰콰콰콰쾅―!
찌직! 찌지지지지지지지직―!
케엑! 끄윽! 크악! 캑……!
쏘러리스들 입장에서 보면 엎친 데 덮치는 것이고, 까진 데 찔리는 것이며, 눈 내린 데 서리가 내린 것이다.
습지에 웅크리고 있었던 탓에 뇌전의 그물을 피해간 놈은 단 하나도 없다. 졸지에 몰살당한 것이다.
“쨔식들! 감히 누굴 노려……?”
싸늘한 시선으로 살펴보니 무려 서른여섯 마리이다. 현수는 갈 길 바쁘기에 놈들의 사체를 얼른 아공간에 담았다.
벼락을 연달아 두 번이나 맞고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던 놈이 있다면 그곳에서 질식하게 될 것이다.
이후엔 별다른 위험이 없었다. 그럼에도 경각심을 늦추지 않은 채 사방을 살폈다.
아델과 엘리시아, 그리고 줄리앙이 쏘러리스들에게 능욕당하기 전에 구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5㎞를 더 전진한 결과 드디어 놈들의 은신처를 찾을 수 있었다. 도끼로 깎아지른 듯 수직에 가까운 절벽 아래 뚫려 있는 동굴들이 그곳이다.
동혈의 수효는 대략 30여 개 정도 된다.
어떤 것은 구멍의 크기가 사람 하나 간신히 비집고 들어갈 정도로 작은 것도 있었지만 어떤 것은 대형버스 두 대가 동시에 들어갈 정도로 큰 것도 있었다.
투명 은신 마법으로 신형을 감춘 현수는 가장 큰 동혈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또 다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하지만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왼쪽에서 세 번째 통로로 들어갔다.
와이드 센스 마법으로 확인해 본 결과 쏘러리스들 대부분이 그쪽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오올 아이!”
갈수록 어두워졌으나 올빼미의 눈처럼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꿰뚫어볼 수 있는 마법을 시전하니 훤히 보인다.
현수는 천천히 전진하며 사방을 살폈다. 현재 진입하고 있는 동굴의 안에는 모두 71개의 생명체가 존재한다.
아델과 엘리시아, 그리고 줄리앙이 있다면 쏘러리스만 68마리가 있다는 뜻이다.
물기 없는 동굴이기에 아까처럼 한 번에 몽땅 제압하긴 힘들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 여인이 있기에 기가 라이트닝은 쓸 수 없는 마법이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먹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300m를 전진한 현수는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오감이 예민한 몬스터들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돌멩이를 잘못 밟아 옆으로 튀어가며 소리를 낸다.
파직―! 똑, 또르르르―!
‘헉! 제기랄……!
등에서 식은땀이 솟는다. 놈들이 한꺼번에 공격을 하면 분명 곤란한 지경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현수는 고개를 들어 놈들을 살폈다. 다행히 뭔 대단한 구경거리가 있는지 한쪽으로만 시선이 쏠려 있었다.
꿰에에에! 꿰에에! 꿰이이익! 꿰이이익……!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구경하던 놈들이 두 다리를 번쩍 들고 환호 비슷한 소리를 낸다.
자세히 살펴보니 가운데서 소싸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두 놈이 짝을 지어 참호 비슷한 구덩이 속에서 다른 놈을 밀어내는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짓인가 싶어 살펴보았다. 세 군데서 군대에서 경험했던 참호격투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밀려 나가면 지는 것이다.
놈들의 경각심이 흐트러져 있다고 판단한 현수는 아델과 엘리시아, 그리고 줄리앙을 찾았다.
놈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보다 약간 위쪽 평탄한 곳에 있다.
참호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기준으로 보면 단상 비슷한 곳이다. 여인들의 곁에는 육중한 도끼를 든 반인반우 미노타우르스 네 마리가 서 있다.
도주할 수 없도록 지키는 모양이다.
쏘러리스끼리 교미하여 낳은 새끼는 쏘러리스가 된다.
이종인 인간의 여인을 취할 경우에 태어나는 일종의 혼혈이 바로 미노타우르스이다.
물론 인간 여자와 미노타우르스는 교배가 어렵다. 워낙 덩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수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으로 따져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마법과, 엘프가 있으며, 드래곤도 존재하는 세상이다.
인간 여자가 쏘러리스와 교미하여 미노타우르스를 낳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여인들 모두 발가벗겨진 상황이다.
아델과 엘리시아는 그렇다 쳐도 늘 당당하던 줄리앙마저 겁에 질린 듯 바들바들 떨고 있다.
하긴 잠시 후면 몬스터에게 겁탈당한 위기인데 도주할 방법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엘리시아의 미모가 상당하다. 전성기의 힐러리 더프 같아 보인다.
아델 역시 상당히 예쁘다. 바네사 허진스 정도는 되어 보인다. 그래서 안젤리나 졸리와 힐러리 더프, 그리고 바네사 허진스가 모여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동넨 웬 미녀들이 이렇게 많아? 우즈베키스탄인가?”
현수가 피식 실소를 지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선 김태희가 밭 갈고, 한가인이 소를 몰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른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놈들의 경기가 거의 끝나가는 듯 함성 소리 비슷한 이상한 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
한 군데에선 경기가 끝난 모양이다. 쏘러리스 한 마리가 의기양양한 몸짓을 하고 있다.
놈은 단상에 올라 엘리시아의 뒤쪽에 섰다. 이 암컷을 차지하겠다는 몸짓이다. 그러는 사이에 또 다른 승자가 가려졌다. 놈은 지체없이 줄리앙의 뒤로 갔다.
잠시 후, 마지막 승자가 가려졌다. 이놈은 몹시 지친 듯 헐떡이며 아델에게 다가갔다.
나머지 쏘러리스들이 무어라 소리를 지른다. 환호성은 아니고 뭔가 기원하는 듯한 소리이다.
현수는 이들의 습성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렇기에 대체 무슨 상황인지 고개만 갸웃거렸다.
쏘러리스들은 참호전투 비슷한 경기를 통해 인간 암컷을 차지할 우선순위를 정한다.
최종 우승자는 암컷을 석 달간 차지할 기회를 얻는다. 그럼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재차 참호전투가 벌어진다.
그리고 승자가 암컷을 석 달간 차지한다. 이번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같은 행위가 반복된다.
그러다 임신이 되면 그때부터는 해산할 때까지 놔둔다.
미노타우르스를 낳은 후 석 달이 지나면 또 다시 경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여자들은 새끼를 낳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쏘러리스들이 동족인 쏘러리스가 아닌 인간 암컷을 취하는 이유는 미노타우르스 때문이다.
덩치도 훨씬 크고 힘도 세다. 이놈들을 주변에 배치하여 다른 몬스터들의 침입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꿰에에에! 꿰에에! 꿰이이익! 꿰이이익……!
족장 비슷한 놈이 나서서 소리를 지르자 경기에 참여하지 못했거나 진 놈들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악! 사람 살려!”
“아아아악! 누구 없어요? 아아아악!”
“아악! 이 괴물! 이거 놓지 못해? 아아악!”
B급 용병 줄리앙의 완력이 아무리 강해도 쏘러리스를 제압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발가벗은 채 끌려간다.
그러는 사이에 현수는 스콜론의 독액을 꺼냈다.
“아이스 스피어! 아이스 스피어! 아이스 스피어!”
마법으로 구현된 얼음창에 독액을 묻힌 현수는 그것들을 힘껏 던졌다.
쒜에에에엑! 쑤아아앙! 쉬이이익!
세 자루 창이 경기에서 이긴 놈들에게 쏘아져 갔다.
……? 케엑! ……! 캑! ……! 꿰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