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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222화 (222/1,307)

# 222

국가 발전을 위해 일익을 담당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 세바스티앙의 시선은 계속해서 현수에게 머물고 있었다. 뭔가 더 주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을까 하는 표정이다.

흘깃 바라보니 베아트리체가 강전호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계약을 하여 거래 상대가 되었으니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것이다. 어쩌면 국제적인 가연이 맺어질지도 모른다.

“나중에 내게 양복 한 벌은 해주겠지?”

현수 홀로 나직이 중얼거리며 즐거워했다.

“김현수 씨 덕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에이, 감사는요. 제가 뭐 한 거 있어야죠.”

“아닙니다. 저 싸가지없는, 아니, 이젠 그렇게 욕하면 안 되죠? 아무튼 세바스티앙 부회장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수 씨가 나서서 말을 한 거잖아요.”

“맞아! 근데 정말 대단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별로 한 말도 없어요. 근데 어떻게 세바스티앙이 그처럼 순순히 사인을 한 거죠?”

“현수 씨, 설마 마법사인 것은 아니죠?”

강전호의 말에 현수가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느닷없이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놀래요? 설마 진짜 마법사인 거예요?”

강전호는 얼굴 가득 농담이라는 표정이다.

“에구, 감추려고 했는데. 눈치챈 거예요? 맞아요. 저 마법삽니다. 제 이름은 알버스 퍼시발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

어(Albus Percival Wulfric Brian Dumbledore)랍니다.”

“엥……? 덤블도어? 아!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그 교장이군요.”

“하하! 맞습니다.”

현수가 웃음 짓자 강전호가 한마디 한다.

“근데 덤블도어 교장은 세베루스의 저주 때문에 죽었잖아요.”

“맞아! 스네이프한테 죽었지요.”

우정훈이 끼어들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두 분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전 마법사죠. 죽자마자 이 모습으로 부활했답니다. 리절렉션이란 마법 아시죠?”

“뭐야, 해리포터 시리즈를 안 읽은 사람은 끼어들 수도 없는 대화를 하는 중이야?”

박창민의 한마디에 강전호와 현수 모두 웃음 지었다.

“아무튼 제가 부활한 건 볼드모트에겐 비밀입니다. 그리고 해리포터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그 녀석 찾아오면 귀찮거든요.”

“하하! 하하하! 네에, 걱정 마십시오. 한국인으로 환생했다고 절대 말 안 하겠습니다. 하하하!”

강전호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현수는 셋과 기분 좋게 한 잔을 했다. 고국을 떠나 먼 곳에서 국익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태백조선소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만 크게 보면 국익이 맞다.

현수는 이제 들어가게 될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날 아침, 킨샤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스터 킴! 나빠. 그동안 전화도 잘 안 하고……. 마투바는 보고 싶었는데 미스터 킴은 여자친구 만나느라 내 생각 안 했지?”

“안 하긴? 마투바가 잘 있을까 여러 번 생각했어. 그런데 여긴 전화가 잘 안 되잖아.”

현수의 말에 마투바가 기다렸다는 듯 대꾸한다.

“뻥 치시네.”

“으응……?”

완벽한 한국어였기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지건설 직원들이 작업해서 적어도 여기 전화는 잘 되거든.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해.”

그러고 보니 마투바의 한국어는 눈부시게 발전되어 있었다.

“참, 이건 선물!”

현수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자 마투바의 팔짱이 풀어진다. 선물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피식 실소를 지은 현수는 몇몇 물품을 주었다. 화려한 꽃무늬가 들어간 원피스들이다.

또한 마투바의 동생들을 위한 옷과 신발들도 있었다.

먹는 것은 천지건설에서 모두 제공해 준다. 그렇기에 선물로 옷과 신발을 사온 것이다.

한바탕 패션쇼가 벌어지려 하자 현수는 밖으로 나갔다.

멀지 않은 곳에 긴 줄이 형성되어 있다. 천지약품에 약을 사러 온 사람들의 줄이다.

‘무슨 약을 줄서서 사가지?’

그간 영업을 했으니 여전히 이런 상황일 것이라곤 상상치 못했다.

그런데 마치 처음 약을 접한 사람들처럼 긴 줄을 서 있기에 놀란 것이다. 눈대중으로 보니 최소 500m는 되는 줄이다.

그것도 구불구불한 상태이니 쭉 펴면 아무리 안 되도 800m는 넘는 줄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지친 표정으로 줄서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국민들을 본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똑같은 사람인데 한쪽에선 음식이 남아 음식물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다른 한쪽에선 굶어 죽는 이가 있다.

나누기만 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데 욕심만 부려 그렇게 되는 것이다. 현수가 상념에 잠겼을 때 누군가 어깨를 친다.

“김 과장! 이 사람……!”

“아! 지사장님!”

“아이구, 이 사람아. 정말 오랜만일세.”

불과 두 달쯤 되었는데 얼마나 바삐 살았는지 이춘만 지사장이 너무나 반가워한다.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그럼, 아주 펄펄 날면서 살았지. 자넨? 자네도 괜찮은 거지?”

“물론입니다. 휴가를 아주 징글징글하게 즐겼지요.”

“하하! 그래. 아무튼 돌아와서 반갑네.”

“온 김에 맥주 파티라도 해야죠.”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당연하지. 자, 가세! 오늘, 코가 삐뚤어지도록 한잔하세.”

이 지사장이 어깨동무를 하며 끌어당기려는 순간 마투바가 한마디 한다.

“너희 둘, 마투바 빼고 가면 나쁜 거다.”

“마투바! 내가 가르쳐 줬잖아. 존댓말을 쓰라고……!”

“마투바는 존댓말 어려워서 안 배운다. 아무튼 나도 파티에 낀다. 니들 둘만 술 마시면 내일부턴 국물도 없다. 알지?”

“끄응! 내가 괜히 한국말은 가르쳐 줘가지고.”

이춘만 지사장이 혼내줄 수도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입안의 혀처럼 일을 잘하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의사소통이 더 잘 되잖아요. 그치, 마투바?”

“그렇다. 역시 미스터 킴이다. 근데 나 술 고프다. 어서 가자. 오늘 다 같이 한잔 빨자!”

“어휴! 이건 뭐…….”

이 지사장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더 말해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근데 지사장님! 저 사람들 왜 저렇게 긴 줄을 섭니까? 아직도 약이 부족해서 저런 겁니까?”

지사장은 뒷주머니의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냈다.

“요즘 콩고민주공화국에 가뭄이 들어서 그래.”

“가뭄이요?”

“그래! 비가 안 와도 너무 안 와서 탈이야.”

물이 부족하다 보니 식물들이 견뎌내질 못한다.

이곳에서는 카사바5), 옥수수, 쌀, 사탕수수 등을 재배한다. 그마나 물이 부족하여 전국토의 3%만이 농지이다.

수리시설이 없어 농업용수를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손은 넘쳐 나지만 제대로 된 농기계조차 없다.

여기에 가뭄까지 들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 결과 사람 역시 좋지 못하다.

먹을 게 부족하니 영양실조가 된다. 이는 면역력 저하를 야기시켰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전염병이 창궐한 상태이다.

콜레라, 페스트 등이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전과 다른 종류의 의약품을 구매하려 긴 줄을 선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현수는 가장 시급한 것이 물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곡괭이로 땅을 팠을 때 솟아난 약간의 흙탕물을 식수로 사용하여 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천지건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정 시추 기구들을 서둘러 도입하는 중이라 하였다.

“일단 깨끗한 물이 많이 필요한 거군요.”

“그렇네. 하지만 이곳의 기술로는 어렵지.”

“그렇군요.”

현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현수는 내무장관인 가에탄 카구지를 방문했다.

“아니, 이게 누군가! 반갑네. 오서 오시게.”

“네, 장관님! 그간 별일 없으셨지요?”

“하하! 물론이네. 듣자하니 두 계급 승진했다고……? 축하하네.”

“네에, 모두 장관님 덕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현수가 새삼 고개 숙여 사의를 표하자 장관의 입가에 흐뭇하다는 미소가 어린다.

도움을 받고도 그것 잊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이 청년은 고마워할 줄 안다.

“조만간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 들었네.”

“네, 그렇게 될 겁니다. 원하시는 품질 이상의 결과물을 얻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이건 약소하지만 제 선물입니다.”

“선물……?”

현수가 건넨 선물을 받은 장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무겁다 느낀 때문이다.

“으응? 뭐가 이렇게 무겁나?”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10㎏은 되는 듯하다.

“회사에서 상금을 좀 받았습니다. 장관님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고심 끝에 준비한 겁니다.”

장관이 포장을 풀자 목함 하나가 나타난다. 뚜껑을 여니 은수저 세트들이 들어 있다.

금보다 싸기는 하지만 은 역시 귀금속이다.

은으로 만든 수저 한 벌당 무게는 112.5g이다. 그리고 이것의 구입 가격은 27만 원씩이다.

“여기 있는 것은 장관님 가족을 위해 쓰시라고 골라놓은 겁니다.”

“호오, 그래요?”

장관은 케이스 하나하나를 열며 내용물을 감상했다.

장수를 뜻하는 거북, 학, 구름 문양들이 매우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연화문, 운학문 등도 보인다.

어른용과 청소년용, 그리고 소아용으로 구비되어 있다.

“은으로 만든 수저는 독성분과 만나게 되면 검게 변합니다. 한국에선 고대로부터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이것으로 검사했습니다.”

“아! 그래요?”

가에탄 카구지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듯 고개를 번쩍 든다. 정적도 많고, 반군들도 있어 독살의 위험을 느끼고 있었던 때문이다.

“마음에 드십니까?”

“하하, 물론입니다. 정말 좋아 보입니다. 정교한 문양도 예쁘구요.”

진심으로 감탄해하는 기색이다. 하긴 딱 알맞은 선물이다.

“아랫사람들에게도 많이 베푸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랫사람들……?”

“네, 내무부 산하 국장이나 과장들은 장관님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

“그래서 밖에 조금 더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래요? 얼마나……?”

생각보다 부하들이 많다는 생각에 물은 것이다.

“장관님께 드린 것 이외에 1,000세트를 가져왔습니다.”

“헐……! 보너스를 얼마나 받았기에…….”

가에탄 카구지는 국정을 이끄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직장인이 받을 수 있는 보너스의 규모를 대강 짐작한다.

하여 너무 큰 선물이라는 뜻을 표한 것이다.

“솔직히 제가 받은 보너스의 60%를 들여서 산 겁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조금 무리했습니다.”

“흐으음……!”

“제 성의이니 받아주십시오.”

“고맙네. 직원들도 좋아할 것이네.”

돈이라면 이미 넘치도록 쟁여놓은 가에탄 카구지이다. 국가 개발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하다 보니 콩고물이 많이 떨어진 결과이다.

남들은 모르지만 비밀이 보장되는 외국 은행에 상당한 액수를 예치해 두고 있다. 그렇기에 은수저 1,000벌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표정을 짓는다.

상대의 마음이 읽혔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 구현시킨 어펜시브 참이라는 마법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 커피 농장과 축산 농장의 진척 상황은 어떤가?”

“먼저 정글 개간부터 해야지요. 그를 위해 현재 한국에서 기술자들을 뽑고 있고, 장비를 이쪽으로 보내려는 중입니다.”

“대통령께서도 관심을 가진 일이네. 물론 나도 그렇고. 뭐든 불편하거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하게. 적극적으로 돕겠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도움을 물리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최고 권력자들의 도움이다. 웬만한 공권력으로는 이제 현수를 건드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천지약품도 장사가 잘 된다고 들었네.”

“네, 그것 역시 장관님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내가 뭘……! 아무튼 도움이 되었다니 나도 기쁘네.”

“네에, 그건 그렇고 오늘은 다른 일을 상의하고 싶습니다.”

“뭔가?”

가에탄 카구지는 현수를 도울 일이 또 생겼나 싶어 눈빛을 반짝인다. 때로는 잔혹한 명령을 내려야 하는 정치인의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뭔가 신기한 장난감을 받아든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눈빛이다.

“어제 와서 보니 가뭄 때문에 피해가 상당한 모양입니다.”

“흐음! 그렇네. 심각하지. 이번엔 건기가 너무 길었어.”

“네에, 그래서 알아보니 콩고민주공화국은 전국토의 3% 정도만이 농지라고 하더군요.”

“아, 네. 마땅한 수리시설이 없어 농업용수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지.”

장관의 말에는 어폐가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만년설과 결빙된 물을 제외한 세계 담수의 33.2%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널린 게 물인데 이걸 끌어다 쓸 능력이 되지 않아 헛되어 바다로 흘러들게 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수는 아직 이러한 사실을 모르기에 생각한 바를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농지로 쓸 땅을 불하받고 싶습니다.”

“농지를……? 이제 농사도 지으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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