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230화 (230/1,307)

# 230

“봐주라, 응? 그건 안 돼! 진짜 안 된단 말이야.”

“허어, 이 짜식이 내 말을 콧구멍으로 들었나? 시끄러, 지금 당장 가져와. 가져오면 봐줄 거고, 아니면 오늘 여기서 죽어야 할 거야.”

“진짜 안 돼! 우리 아빠 알면 나 진짜 죽는단 말이야.”

“그건 네 사정이고. 지금 당장 가서 가져와.”

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 귀를 기울였던 현수의 이맛살이 꿈틀거린다. 불량배들이기 때문이다.

“안 가져오면 네 창자를 뽑아서 목에 감아 죽인다. 가서 가져와.”

나지막하게 으르렁대는 듯한 소리를 낸다.

“안 돼! 진짜 안 돼. 아니, 못해. 나 그러면 진짜 죽어. 그거 없어진 거 우리 아빠가 알면 나 죽는단 말이야.”

“이 새끼가……! 안 되겠군. 야!”

퍼억―! 퍽! 퍼퍽! 퍼퍼퍽!

“아악! 악! 컥! 으윽! 케엑! 아아악!”

“씨방새야 그러니까 가져오랄 때 순순히 가져와야지. 이래도 안 가져올 거야?”

“으으으! 안 돼! 절대 안 돼!”

“안 되겠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야! 밟아.”

퍼퍽! 퍼퍼퍼퍼퍽! 퍼퍼퍽! 퍼퍽!

“아악! 악! 컥! 으윽! 케엑! 아아악!”

서너 명이 우르르 달려들어 사정없이 짓밟는 소리가 들린다.

현수가 안 되겠다 싶어 골목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불량스런 놈의 음성이 있었다.

“가, 서, 가, 져, 와! 비, 밀, 번, 호, 도, 알, 아, 오, 고!”

말을 할 때마다 짓밟는 모양이다.

“아악! 윽! 으윽! 윽! 컥! 케엑! 큭! 아악! 억! 아, 알았어.”

놈이 말을 할 때마다 쓰러진 녀석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짜식, 그러게 좋은 말로 할 때 말을 듣지. 지금 당장 가서 가져와. 오늘 이 형님이 술 한잔 빨아야 하니까. 알았어?”

“으으, 알았어. 그, 그만! 이제 그만. 가져올게. 으으윽!”

구타를 당한 녀석이 반대쪽 골목으로 비틀거리면서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현수는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의 모습이 골목 밖으로 꺾어져 나갈 때 불량배가 입을 연다.

“병신 같은 새끼! 하여간 저런 새끼들은 개잡듯 두들겨 패야 말을 들어. 퉤에! 안 가져오기만 해라.”

“야! 안 가져오면 어쩌려고?”

“어쩌긴, 개 패듯 패야지. 그리고 이 건물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떨어뜨리지.”

“그것 갖고 되겠냐? 지나가는 버스 밑에 밀어 넣기 어때?”

“야! 그럼 해골 깨질 때 소리 엄청나겠다. 안 그래? 크크크!”

“그것도 괜찮은 아이디언데? 그나저나 그 새끼가 통장 가져오면 돈은 어떻게 찾냐? 요즘 은행마다 CCTV 설치되어 있잖아.”

“그걸 왜 걱정해? 그 새끼더러 찾아오라고 하면 되지. 안 그래?”

“오! 좋은 방법. 나도 내일 다른 새끼들한테 써먹어야지.”

“그나저나 돈은 좀 될까?”

“로또 1등에 당첨되었으니 좀 되겠지.”

“근데 그 새끼 아버지가 알고 쫓아오면 어쩌지?”

“어쩌긴? 등판에 칼 한번 꽂아주면 되지.”

이쯤 되면 단순한 불량배가 아니라는 소리이다.

현수는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떤 처벌을 할 것인지 가늠하기 위함이다.

“……!”

“근데 그 계집애들은 오늘 안 온대?”

“누구? 아, 민지하고 효린이?”

“그거 깔쌈한 게 좀 맛있게 생기지 않았냐?”

“그래, 괜찮아 보이더라.”

“맛있을 거야. 근데 그것들 팔면 얼마나 받을까?”

“왜? 저번처럼 도식이 형님 조직에 팔게?”

“그럼 데리고 살 거냐? 저번처럼 한 년당 한 200씩만 줬으면 좋겠는데……. 인물이 괜찮아서 그 정도는 주겠지?”

“뭐야? 저번에 그 계집애들 팔고 200씩 받았어?”

“응! 그래서 600 받아가지고 한 닷새 잘 먹고 잘 놀았잖아.”

들어보니 이놈들은 인신매매까지 하는 듯하다.

현수는 천천히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놈들은 누군가의 출현에 놀라는가 싶더니 하나라는 걸 알고는 안심하는 듯하다.

놈들 근처에 당도했을 때 입을 먼저 연 것은 놈들이다.

“어이, 형씨!”

“……!”

“돈 가진 거 있으면 좀 내놓고 가지.”

“그래, 그런 건 좀 나눠 써야 하는 거 아냐?”

얼굴은 보니 고등학교 2, 3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녀석 넷이다.

발육이 좋아 어른 못지않은 몸집이다. 눈빛도 불량하고 건들거리는 모습도 불량해 보인다.

현수는 CCTV가 있는지를 살폈다. 이를 겁먹고 튀려는 것으로 오인했는지 얼른 둘러싼다.

“어이, 형씨! 튀려고……? 좋은 말로 할 때 지갑만 놓고 가셔. 괜히 돈 뺏기고 얻어터지지 말고.”

“그래! 지갑만 꺼내 놓고 갈 거지?”

현수는 어이가 없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니들 이러는 거 부모님도 아시냐?”

“부모……? 그거 먹는 거야? 우린 그딴 거 신경 안 써!”

“하여간 낫살 처먹은 놈들은 전부……! 야, 그냥 조지고 끝내자.”

가운데 있던 놈이 한마디 하자 놈들의 눈빛이 변한다. 굶주린 이리나 늑대의 그것처럼 흉포한 빛을 내는 것이다.

“많이 아플 거다. 어금니까지 분질러 줄 테니 기대해.”

“크흐흐, 난 이럴 때가 제일 좋아. 쉬펄, 주먹이 근질근질했는데 잘됐어. 형씨! 갈비뼈 부러지면 그거 내가 분지른 거야. 알았지?”

이놈들은 폭력을 장난처럼 휘두르는 놈들인 것이다.

한편, 포위망을 좁혀오듯 서서히 다가서는 놈들을 살핀 현수는 용서의 여지가 없다 판단했다.

“이런 싸가지 없는……! 오냐, 임자 한번 만나봐라.”

현수가 한마디 하자 어떤 놈이 이죽거린다.

“하여간 입만 살아가지고. 나중에 울면서 빌지나 마라, 개새꺄!”

“이런 씹새는 그냥 조져 줘야 해. 이잇!”

한 녀석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든다. 현수는 슬쩍 피하면서 놈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바디 체인지를 하면서 현수의 골격은 티타늄 합금에 버금갈 정도로 단단해졌다.

게다가 근력 또한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겉보기엔 약간 빠른 걷어차기이지만 당하는 녀석은 1톤이 넘는 쇳덩이로 갈긴 것 같은 충격이 느껴질 것이다.

퍼억! 빠각―!

“아아악……!”

단번에 정강이뼈가 부러진 놈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뭐야……? 야, 왜 그래?”

“아악! 다리가,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

“뭐어……? 이런 쓰벌! 야, 이 새끼 죽여.”

한 녀석이 품속에 있던 칼을 꺼내 들더니 그대로 찔러온다.

찔리면 최하가 중상이다. 하여 살짝 뒤로 물러섰던 현수는 방향 바꿔 자세를 잡고는 놈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내리쳤다.

“팍! 빠득―!

“아악! 내 팔, 아악! 내 팔!”

손목이 도저히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인 채 덜렁거린다. 당연히 엄청난 통증이 느껴질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두 녀석이 거의 동시에 현수의 전면과 후면으로 쇄도했다.

두 녀석 모두 시퍼렇게 날을 세운 칼을 빼 들고 있었다. 평범한 과도가 아니다. 일식집에서나 쓸 회칼이다.

“죽엇!”

“야! 이 개새꺄!”

“어림도 없다. 이놈들아!”

전면으로부터 쇄도하는 놈의 칼을 빼앗아 그대로 가슴팍에 박아버렸다. 그리곤 허리를 숙여 뒤에서 공격하던 놈을 피하고는 발뒤축으로 바닥을 쓸었다.

퍼억! 푹―! 꽈당―!

“아악! 으으윽!”

찰나지간에 일어난 일이다. 쓰러지던 놈은 제가 들고 있던 칼에 제가 찔렸다. 간이 있음 직한 오른쪽 옆구리이다.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한 현수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먼저 두목 노릇을 하던 놈이다.

현수에 의해 가슴팍이 찔려 신음하고 있었다.

툭, 툭―!

“아악! 아아아악!”

두어 번 칼끝을 차니 손잡이만 남긴 채 모두 박힌다. 칼날의 길이가 20㎝ 정도 되었는데 그게 모두 박힌 것이다.

칼이 박힌 지점은 오른쪽 폐 부분이다.

오른쪽 옆구리를 칼로 찔린 놈도 손잡이만 남긴 채 모두 박히도록 걷어찼다. 아마 간이 꿰뚫렸을 것이다.

다음은 정강이뼈가 부러진 놈이다. 현수는 놈의 부러진 부위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짓밟아 버렸다.

우드드득! 빠지직―!

“아아악! 아아아아악!”

고통에 겨워 부들부들 떤다. 하지만 현수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곤 곁에서 울먹이는 팔뼈 부러진 놈을 밟았다.

빠각―! 빠드득!

“아아아악! 자, 잘못했어요. 아아아아악!”

길고 긴 비명을 질렀지만 그 소리는 밖으로 번지지 못한다. 논 노이즈 마법을 걸어놓은 탓이다.

잠시 후, 현수는 가슴에 칼이 박힌 채 헐떡이는 두목에게 다가갔다. 그 와중에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더불어 보복을 다짐하고 있었다. 곧장 정강이뼈를 분질러 버렸다. 다음은 팔목뼈이다.

그러자 비명을 지르며 잘못했다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현수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다음엔 간이 찔려 신음하는 놈이다.

이놈도 팔다리 뼈가 모두 부러졌다. 그 과정에서 기절해 버렸다. 그럼에도 고통을 느끼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현수가 현장을 떴을 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약 30분에 걸쳐 지옥에서나 경험할 고통을 선사하고는 놈들을 아공간에 넣어버린 것이다. 아공간은 중력도 없지만 공기도 없다. 따라서 네놈 모두 목숨을 잃었다.

지금껏 많은 악행을 저질렀고, 장차 사회악이 될 네놈을 과감하게 지워 버린 것이다.

현수는 찝찝한 기분이 되었다.

어찌 되었든 살인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호프집에 들어가 맥주 한 잔을 들이키곤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냥 놔뒀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놈들에게 고통 받았을지 모른다. 또 많은 여자들이 신세를 망칠 수도 있다. 그런 놈들을 없앤 것이니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던 것이다.

맥주집을 나선 뒤 찾아간 곳은 아까 네 녀석이 여자애들을 팔아넘겼다는 도식이 형님이라는 놈이 있는 유흥주점이다.

놈들을 아공간에 넣기 전에 추궁해서 알아낸 것이다.

입구에 당도하니 흰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맨 웨이터 비슷한 녀석이 보인다. 하지만 현수의 눈에는 조폭 행동대원으로 보였다.

팔뚝에 그려진 문신 때문이다.

“어서 옵셔!”

나름대로 공손한 인사를 한다. 하지만 현수의 눈에는 그저 고개만 슬쩍 숙인 것으로 느껴진다.

“도식이 있냐?”

“……?”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게 보스를 찾는다. 하여 웨이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자신이 얼굴을 못 알아본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도식이 있냐고 물었다.”

“저어,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나……? 도식이 만나러 온 사람이지.”

“아니, 그거 말고 신분이 뭐냐는 겁니다.”

그냥 들여보냈다가 엄한 사람이면 호되게 깨진다는 것을 알기에 무리해서 물어본 것이다.

“그건 알고 없고, 가서 도식이 나오라고 해라.”

“……!”

웨이터는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만 갸웃거린다.

“왜? 안에 없냐?”

“아, 아닙니다. 계십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아무래도 상부 조직에서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후다닥 안쪽으로 뛰어 들어간다.

현수가 찾은 이곳은 강도식이라는 놈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이다. 삐끼를 고용하여 취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파는 양주의 절반은 가짜이다. 술에 취해 해롱거리면 엄청난 액수를 내라고 강요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 잘못 들어와 술을 마시면 하룻밤에 술값만 500만 원이 넘을 수도 있다. 카드 한도 금액 거의 전부를 긁는다.

그래도 이것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함이다.

강도식의 진짜 돈벌이는 인근 불량배들로부터 매입한 여자들을 섬의 술집에 넘기면서 차익을 먹는 것이다.

죽은 녀석들이 말한 대로 계집애들 하나당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200만 원을 주고 산다. 물론 인물에 따른 차이이다.

그렇게 해서 인원이 조금 모이면 봉고차에 태워 섬으로 간다. 그리곤 그곳 술집에 일인당 500만 원 정도에 팔아치운다. 돈을 받아 좋겠지만 팔려 나간 여자들의 일생은 완전히 끝장나는 것이다.

아무튼 한 달에 적게는 다섯 명, 많을 땐 스무 명까지도 인신매매했다.

가기 전에 수치심 때문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도록 수없이 능욕한다. 돈 몇 푼을 벌고자 애꿎은 여자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다.

현수는 기다리지 않고 웨이터의 뒤를 따라갔다. 가장 안쪽 룸으로 들어가기에 따라갔다.

“아! 여긴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발을 들여놓자 누군가가 제지를 한다.

안에는 네 놈이 있었다. 얼굴에 칼자국 난 놈이 강도식이고, 그의 좌우에 있는 놈들은 미꾸리와 칼새라는 놈일 것이다.

현수를 제지한 놈은 행동대원인 망치일 것이다.

“형님, 저분이 형님을 찾았습니다.”

웨이터의 보고를 받은 강도식이 오만한 표정으로 현수의 위아래를 훑는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리고 조직에 몸담은 얼굴 같지는 않다.

“넌 누구냐?”

“그건 알고 없고, 며칠 전에 사들인 여자애들은 어디 있냐?”

“……! 너, 누가 보낸 거냐? 짭새냐?”

모두 경계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강도식은 앉아 있지만 미꾸리와 칼새, 그리고 망치는 각기 자신의 연장을 꺼내 들고 있었다.

미꾸리는 너클을, 나머지 둘은 새파랗게 날 선 회칼이다.

“그건 알 거 없고. 흐음! 니들 넷만 있는 거냐?”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어느새 웨이터도 칼을 뽑아 들고 있다.

감히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 때문인지 독기 서린 눈빛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