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
현수는 눈알을 굴려 상황을 살폈다. 이때 강도식이 입을 연다.
“뭐하는 새끼냐고 물었다. 대답 안 해?”
상당히 고압적이다. 웬만하면 쫄겠지만 현수가 누구인가!
“오늘 고통이 뭔지를 알려주지.”
퍼억―!
“케엑!”
와당탕―!
주먹으로 자신을 제지했던 놈의 관자놀이를 가격하자 선 자세 그대로 쓰러진다. 단 한 방에 기절한 것이다.
흠칫하던 미꾸리와 칼새, 그리고 웨이터가 흉흉한 기세로 다가선다. 하지만 현수의 눈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인지라 놈들 셋이 거의 동시에 공격을 해도 모두 피하고 반격까지 할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죽엇!”
쉬이익―!
“이런 개새끼가! 이잇!”
쉐에엑―!
퍽! 퍼퍽!
“캑! 컥! 끅!”
와당탕―!
각기 한 방씩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헉! 넌 뭐야? 이 새끼야.”
강도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런 그의 눈에는 긴장의 빛이 흐르고 있었다. 미꾸리와 칼새는 평범한 조폭이 아니다.
미꾸리는 오랫동안 권투를 배워 그야말로 미꾸라지처럼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 반격하는 실력자다.
그런데 피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칼새 역시 칼 쓰는 것엔 이력이 붙은 자이다.
그렇기에 둘이 합공한다면 자신도 감당해 낸다는 장담을 못한다.
그런데 상대는 웨이터까지 합세한 공격을 단번에 피함과 동시에 반격하여 모두 기절시켰다.
어쩌면 질지도 모르는 고수라 생각했기에 긴장한 것이다.
“……!”
강도식은 긴장되는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현수는 아니다.
“강도식! 인신매매하여 사람들 신세를 망쳤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으니 죽어줘야겠다. 아! 물론 죽기 전까지 지독한 고통을 당할 거야. 기대해라. 죽기 전에 지옥 구경을 하게 될 것이니.”
“이런 쉬펄! 대체 뭐라는 거야?”
강도식은 함부로 달려들지 않았다. 잘못하면 단 한 방에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현수는 그런 그를 보곤 피식 웃었다.
“두목이라는 새끼가 쫄아가지고는……. 덤벼, 이 새끼야!”
격장지계는 언제든 통한다. 강도식이 빼어 든 칼을 휘두른 것이다.
“이잇! 죽엇!”
쒜에에엑―!
“스테츄!”
“허억! ……!”
칼을 휘두르던 그 자세로 멈춘 강도식의 두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때문이다.
천천히 다가온 현수는 놈의 손에 들린 칼을 쳐냈다.
챙그랑―!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그런데 여전히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눈동자도 못 움직이고 말도 할 수 없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러는 사이에 현수의 손에 들린 펜치(Pincers)를 보게 되었다.
“……!”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다며?”
강도식은 중학교 1학년 이전부터 불량했다.
동급생은 물론이고 하급생들도 때렸고, 돈을 빼앗았다. 그때 이미 술과 담배를 배웠고, 성폭력까지 행사했다.
피해자들이 쉬쉬해서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강도식은 중학생 때 스물한 차례나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고등학교 3년 동안엔 170여 명이 같은 일을 당했다. 그후 조폭의 졸개가 되었다. 그러다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어쨌거나 현수의 기준으로 볼 때 강도식은 용서받지 못할 자이다. 그렇기에 펜치를 꺼내 든 것이다.
현수가 펜치로 손톱을 잡는 느낌이 들자 강도식의 하의가 축축해진다. 어떤 짓을 하려는지 짐작한 것이다.
“으으! 으으으으! 으윽! 으으으으!”
현수가 왼쪽 엄지손톱을 뽑는다. 강도식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괴상한 소리만 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지독한 통증 때문에 오금이 저리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음은 검지 손톱이다.
일부러 단번에 뽑지 않고 천천히 뽑았다. 지독한 고통을 느끼라는 뜻이다. 남들에게 고통을 줄 땐 이런 걸 전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강도식의 손톱 열 개는 모두 빠졌다.
다음엔 눈알이 튀어 나올 정도로 극렬한 고통이 느껴진다.
정강이뼈가 부러진 것이다. 다음엔 손목이 도저히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였다. 관절이 망가진 것이다.
당연히 엄청난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강도식이 경험해야 할 고통은 아직 많이 남은 상태이다.
“여자들은 어디에 있지?”
“으으! 으으으으!”
말을 하고 싶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호오! 이렇게 아픈데도 말하지 않겠다고? 좋아, 그럼 조금 더 아프게 해주지.”
손톱이 뽑혀 피가 나는 손가락을 펜치로 강하게 찝어버렸다.
강도식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눈동자가 위로 넘어가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다.
“큐어(Cure)!”
삽시간에 고통이 사라지자 강도식의 의식이 돌아온다.
“여자들이 어디에 있다고?”
“으으! 으으으으!”
“좋아, 말하기 싫다 이거지? 그럼 또 한 번 당해봐. 이잇!”
또 다시 펜치로 손가락을 강하게 찝었다. 강도식의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참회의 눈물이 아니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흘리는 눈물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눈빛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놈들이 그간 행한 악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강도식과 미꾸리, 그리고 칼새와 망치 등은 아공간에 담기기 직전까지 그야말로 생생한 지옥을 일대일 과외했다.
나중엔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했다. 그러고도 두 시간 더 고통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마법이 실험적으로 사용되었다. 더 스크림과 오토 김렛 마법은 수시로 사용된 마법이다.
더 팰러스 오브 마우스 마법이 구현되자 온몸을 뒤틀면서 비명을 질렀다. 하긴 전신을 굶주린 쥐새끼들이 뜯어먹는 고통이 어찌 평범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간 저지른 악행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 생각한 현수 때문에 놈들이 느낀 고통은 길고도 길었다.
현수는 현장을 정리하곤 여자들이 갇혀 있는 곳을 찾았다. 유흥주점 뒤쪽의 살림집 창고 안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여고생이 둘, 여대생이 하나, 그리고 가정주부도 있었다.
보아하니 칼새와 미꾸리, 그리고 망치와 웨이터 등에 의해 이미 여러 차례 성폭행 당한 듯하다.
마법으로 상처를 치유케 하고, 기억을 지워 버렸다.
큐어와 메모리 일리머네이션 마법이 사용되었다. 트라우마 때문에 평생을 불안과 고통 속에 살게 될 것이기에 배려한 것이다.
금고를 열어보니 제법 많은 돈이 있다. 8억 6,200만 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팔아서 만든 돈인지는 알 수 없다.
모두 아공간에 담았다. 그리곤 현장을 정리했다. 클린과 워싱을 반복해서 사용했기에 지문은커녕 먼지조차 남지 않았다.
유흥주점의 밖에는 폐점했다는 팻말을 달아놨다. 당분간 아무도 드나들지 않을 것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현수는 정처없는 걸음을 걸었다. 가다가 눈에 뜨이는 모텔 같은 데서 잘 생각이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취객들이 택시를 잡겠다고 도로 한복판까지 나가 있는 것을 보고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고 저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나서려는데 취객의 동료들이 먼저 보도로 잡아당기며 뭐라고 한다.
길을 걷다보니 가전제품을 모아놓고 파는 마트가 보인다. 그곳을 지나치려던 순간 현수의 걸음이 멈췄다.
홍보용으로 켜놓은 텔레비전 화면에 ‘긴급 속보’라는 굵고 붉은 글씨가 보였기 때문이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나운서가 발표하는 내용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자막으로 흐르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 산하 제14호위대의 함정과 해경이 대치하는 상황이며, 해군이 급파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 또 그러는가 싶다.
화면이 바뀌면서 일본 외상의 담화문 발표 장면이 보인다. 자막은 한글로 번역되어 나오고 있었다.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이며, 이곳에 머물고 있는 자들은 즉시 섬을 비우라는 내용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아나운서의 표정이 비장해진다.
해군이 가고 있는 중이지만 현장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전화로 연결하여 현지 사정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자막이 바뀐다.
일본 해자대 함정들이 대치하고 있던 제민 10호에 포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제민 10호는 1,500톤급 해경함정이다.
현장엔 3,000톤급 태평양 7호와 5,000톤급 삼봉호가 있다.
반면 일본 해자대는 제14호위대의 DD―124 미네유키, DD―126 하마유키, DD―130 마츠유키 등 모든 함정들이 포진해 있다.
모두 3,000톤급 구축함이다.
방송에 언급되지 않아서 그렇지 물 밑에는 잠수함도 세 척이나 있다.
아무튼 이들 외에도 다수의 함정들이 언제든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절대적으로 한국 해양경찰의 펀치력 열세이다.
해군이 당도한다 해도 문제이다.
해자대에서도 추가로 함정을 파견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잠수함도 더 올 것이다. 그러면 확실한 열세가 된다.
아나운서가 계속해서 무어라 말을 하고 있는데 소리를 죽여놓아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자막도 없어 더욱 그러했다.
어찌 되었든 좋은 내용은 분명 아니다.
“흐음! 쪽발이 새끼들…….”
현수는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다. 그렇기에 눈빛을 빛내며 치솟는 울화를 다스렸다. 혼자서 화를 내봐야 좋을 거 없기 때문이다.
화면이 바뀌더니 긴급으로 연결된 군사전문가와의 통화 내용이 자막으로 흐른다.
제민 10호가 포격을 당했으나 반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울화가 치밀지만 지금 반격하면 우리 함정들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일본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아나운서가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경계만 하되 직접적인 전투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나운서조차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화가 나는지 낯을 붉히고 있었다.
다음 내용은 조금 전의 것이 반복되는 것뿐이었다.
이미 깊은 밤이고, 현수는 갈 곳이 없다. 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모텔들이 즐비하다. 대체 관광지도 아닌 서울에 왜 이렇게 많은 모텔들이 있어야 하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몸을 누이기는 해야겠기에 가까운 모텔로 갔다.
인터넷이 된다 하기에 들어온 곳이다.
아니라면 PC방으로 갔을 것이다. 현수가 그곳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담배 냄새를 맡기 싫어서이다.
어쨌거나 카드키를 받아 5층으로 올라가 샤워부터 했다. 그리곤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4장 일본의 자극
먼저 한일간의 전력 차에 관한 것들을 검색해 보았다.
알고 있던 대로 해군과 공군은 열세이다.
육군은 당연히 한국군이 훨씬 더 강하다.
하지만 육군과 육군이 붙으려면 우리가 일본으로 가던지, 아니면 놈들이 와야 한다.
그러려면 해전은 필수가 된다.
육군 전체를 비행기에 태워서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분명 조선(造船) 대국이다.
조선해운조사기관 클락슨4)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2011년 12월 기준으로 수주 잔량 805만 CGT5)를 기록했다.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위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703만 CGT), 3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581만 CGT)이다.
4위는 STX 진해조선소(370만 CGT)이며, 5위와 6위를 차지한 현대 삼호중공업과 현대 미포조선을 합칠 경우 현대중공업 계열은 수주 잔량 1,256만 CGT로 삼성중공업을 제친다.
세계 10대 조선소에 한국이 최상위 1∼6위를 싹쓸이한 것이다.
어쨌거나 7∼9위는 지나의 조선소들이고, 10위는 경남 통영에 있는 성동조선소이다.
현수가 물 먹인 일본의 오시마(大島) 조선소는 13위이고, 태백그룹 계열사인 태백조선소는 14위이다.
CMA 오머런 사에서 발주한 선박들을 태백조선소에서 가져갔으니 내년엔 순위가 바뀌게 될 것이다.
이처럼 조선 강국이지만 세종대왕함이나 광개토대왕함 같은 함정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낼 능력은 없다.
솔직히 그럴 만한 예산도 없다. 이번에 들어선 정부는 전력 향상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미사일 전력을 살펴보니 이것은 한국이 우세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쟁을 끝낼 만큼 미사일이 많은 것은 아니다.
설사 그만큼 있다 하더라도 북한과 지나가 곁에 있는 이상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우리 공군이 사용하는 F―15K는 분명 F―15J보다 우수하다. 하지만 한국은 39대, 일본은 200대이다.
일단 숫자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 역시 열세이다.
F―15K 하나가 F―15J 다섯을 압도할 만큼 확실한 성능 차를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조기경보기까지 갖추고 있다.
E―767이 4대, E―2C 13대나 있다. 반면 한국은 실전에 배치된 조기경보기가 단 한 대도 없다. 공군 역시 열세임이 분명하다.
“쓰벌! 미국 놈들이 쓰는 F―22 랩터 같은 스텔스기 10대만 있어도 괜찮을 텐데.”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스크롤을 내려 F―35 라이트닝을 살펴보았다. 아쉬운 대로 이런 놈이라도 있으면 나을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미국은 F―35 라이트닝 대당 가격을 6,500만 달러로 책정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