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
대당 727억 3,500만 원이라는 소리이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미국은 한국에 이것 60대를 사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4조 3,641억 원어치이다.
물론 떠도는 풍문이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F―35를 도입하려 하면 얼마나 더 비싸질지 알 수 없다.
스텔스 기능이 없는 F―15K를 도입한 가격이 대당 1,400억 원 정도였기 때문이다.
미군은 같은 기종을 600억 원에 도입했다. 이것만 보면 한국은 말 잘 듣는 미국의 봉이나 다름없다.
아무튼 F―35는 분명 F―22에 못 미치는 기종이다.
그런데 그걸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도입할 가치가 있겠느냐는 의견이 비등하다.
그러면서 돈이 더 들더라도 F―22를 들여오자는 것이다.
현수는 군사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국민이다.
아니, 결코 평범하진 않다. 지구 유일의 마법사이며, 아르센 대륙에도 없는 7서클 마스터이니 조금은 특별한 국민이다.
하지만 군사 부문에 있어선 소화기에 대해 조금 안다는 것을 빼고 나면 평범한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우리의 과학 기술로 전투기를 왜 만들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의 합작이지만 이미 고등훈련기 T―50을 양산해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7년에 미 공군과 F―16 팔콘 100대의 성능 개선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또한 2011년엔 애틀랜타 소재 공군 기지에서 태평양 지역 미 공군의 F―15 전투기 성능 개량은 물론 창정비 수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렇듯 한국은 분명 전 세계가 인정하는 과학 기술을 가진 나라이다. K―Star가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이것은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의 약자이다. 2007년에 대한민국이 독자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핵융합 연구로를 지칭한다.
세계 최초로 300초 이상 고주파를 낼 수 있는 메가헤르
츠(MHz) 대역의 전자기파 가열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분명 한국엔 이런 첨단 기술이 있다.
또한 반도체 분야는 부동의 1위이다. 이밖에도 많은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럼에도 늘 미국에 무기를 의존해야 하는 것이 한심하다 여겼다.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던 현수의 뇌리로 스치는 상념이 있다.
“가만……! 마법을 무기에 도입할 수도 있잖아. F―15K에 인비저블 마법을 인챈트하고, 미사일에도 같은 마법을 구현시키면 혹시 레이더에 안 잡히는 거 아닐까?”
홀로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냐, 인비저블은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마법이니까 레이더에 잡힐 수도 있겠구나. 그럼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는 어떨까?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으나 그럴 것이라는 자신이 없다.
“제기랄! 시험해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니.”
평범한 민간인이기에 현수가 대한민국 무기 체계에 접근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다시 말해 능력이 있어도 마법을 무기에 인챈트할 방법이 없다.
“쩌업……!”
입맛을 다시곤 인터넷 뉴스를 확인해 보았다.
현지 상황은 기자들로서도 알 수 없기에 아까 보았던 TV 뉴스를 받아쓰기 해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분석 기사를 보니 일본이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독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내용들이다.
일전에 고이즈미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고, 오늘은 외상인 마쓰모토 다케야키(松本剛明)가 떠들었다. 일본 외상은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돼 숨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외고손자이다.
“니들 둘은 내가 반드시 목숨을 거둬주지.”
현수가 나직이 이를 갈았다. 이토 히로부미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저절로 치솟는 분노 때문이다.
그 자식 때문에 할아버지는 추운 만주를 누비며 독립군의 전령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동상에 걸려 발가락 두 개를 잘라야 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아버지가 인수해 온 할아버지의 시신을 본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졸도하셨다고 한다. 그리곤 사흘 만에 세상을 뜨셨다.
장례가 끝나기도 전 왜놈 순사들이 들이닥쳐 집안을 완전히 풍비박산 냈다고 한다. 돈 될 만한 것은 전부 강탈해 간 것이다.
그 결과 극빈자가 되었고, 아버지는 거의 교육을 받지 못했다.
친일파의 후손들이 호의호식하며 떵떵거릴 때 막노동으로 연명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를 갈며 반드시 죽일 것을 다짐한 것이다.
일본에서 천황이라 불리는 개자식이 사는 서거(鼠居)와 야스쿠니 신사를 지진으로 망가뜨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고도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데 두 놈이 속을 긁는다.
“최하가 더 팰러스 오브 마우스야! 기대해라, 고이즈미! 그리고 이등박문의 거지 같은 손자 녀석아!”
어쨌거나 분석 기사의 내용은 일본이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가 강화되었다는 것과 군사 부문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한국과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내놓고 야욕을 부린다는 것이다.
현수는 새삼 화가 났지만 어쩌겠는가!
평범한 민간인으로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열이 뻗는다. 이럴 땐 마나 심법이 최고이다. 하여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나를 모았다.
이런 상황이 되면 외부의 변화에 상당히 민감해진다. 다시 말해 마나 심법을 운용하는 동안엔 오감의 기능이 향상된다.
그 결과 모텔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양쪽 옆방에서 들리는 야릇한 소음 때문이다.
“제기랄……!”
결국 현수는 바람 부는 밤거리를 정처없이 걸었다. 밤새 양쪽 방에서 들리는 소음에 시달리기 싫어서이다.
걷는 동안 앞으로의 일들을 정리했다.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 중이다.
천지약품과 드모비치 상사라는 아주 든든한 거래 상대가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이다.
드모비치로 보내는 품목 가운데 항온 기능을 가진 동복은 비싼 값에 수출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득은 고스란히 현수의 주머니에 들게 될 것이다. 중간 유통이 아니라 생산자가 되기 때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 개설된 이실리프 농산에는 시원해지는 작업복과 더불어 상당량의 생필품이 수출될 것이다.
이실리프 농장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이실리프 축산에는 의복뿐만 아니라 각종 동물약품이 대량으로 보내질 것이다.
별도 법인이므로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제법 쏠쏠할 것이다.
콩고에서의 사업을 총괄하게 될 이실리프 상사는 직원 모집이 끝남과 동시에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다.
당장은 수출 위주이지만 향후엔 커피와 바나나, 그리고 야자와 파인애플, 돼지고기, 닭고기 그리고 쇠고기와 각종 유제품 등을 수입하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 덕에 대한민국 국민은 광우병 위험이 없는 쇠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이며,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돼지고기 및 닭고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민윤서 사장과 동업이 된 대한약품에서는 쉐리엔을 이용한 다이어트 식품을 취급하게 될 것이다.
효능이 입증되기만 하면 없어서 못 팔 물건이 될 것이다.
또한 회복 포션을 복제한 신약이 만들어져 전 세계 의료계를 긴장시킬 것이다. 농도 및 색깔, 그리고 양을 조절하여 여러 용도로 출시할 것이다.
이는 의학계에 일대 센세이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껏 다루기 어렵던 고질병 및 만성 질환이 치료되는 획기적인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동물의약품은 이실리프 축산에서 사용할 각종 동물 약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전량 수출될 것이므로 전망이 밝다.
이실리프 어페럴도 조만간 본궤도에 올라 순항하게 될 것이다. 군납만 되어도 상당한 이익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은 시간 날 때마다 차차 연구하면 언젠가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오토미션도 마찬가지이다.
“참! 에티오피아에 전염병이 창궐해 있지? 콜레라와 홍역 백신을 준비해 달라고 해야겠구나.”
핸드폰을 꺼냈지만 도로 넣었다. 연락하기엔 너무 깊은 밤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재고가 있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많은 양이 필요할 것이므로 대한약품은 또 한 번 몸살을 앓아야 할 것이다.
“후후, 그러고 보니 마법으로 상당히 많은 것들을 이뤘군.”
희미한 웃음을 베어문 현수는 즐거운 기분으로 밤거리를 걸었다.
바디 체인지 이후 피곤을 모르는 몸이 되었기에 밤새 걸었지만 컨디션은 최상이다.
현수는 새벽이슬이 풀잎에 맺힐 즈음 걸음을 멈추었다. 저도 모르게 집 앞까지 걸어온 때문이다.
“이런! 김유신은 말을 죽였다는데 나는……. 아니지, 우리 집은 술집이 아니니……. 흐음, 그나저나 배가 고프군.”
현수는 걸음을 되돌렸다. 그리곤 인근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른 새벽이지만 이 집은 등산객들을 위해 영업을 하는 모양이다.
“어서 오세요.”
예상대로 손님은 하나도 없다. 갓 잠자리를 나왔는지 머리카락이 부스스한 사내가 의례적인 인사를 한다.
“아침식사 되죠?”
“그럼요. 뭘 드시겠습니까?”
벽에 붙어 있는 차림표를 살핀 현수는 우거지 해장국을 주문했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쟁반에 담아 내온다.
“맛있게 드십쇼.”
먹음직한 해장국을 내려놓으며 주인이 한마디 했다. 그런데 의례적이라 그런 건지 왠지 기운이 없는 음성이다.
“잠을 잘 못 주무셨나 봐요.”
숟가락으로 국물을 뜨면서 현수가 한 말이다. 주인은 이런 말을 기다렸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쉰다.
“휴우∼! 잠도 잠이지만…….”
주인양반이 말꼬리를 흐렸기에 현수가 시선을 들었다.
“마누라가 아파서……. 흐흑!”
“……!”
순간적으로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주인을 보곤 그 생각을 접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아침부터 처음 보는 사람의 별 의미 없는 한마디에 눈물을 쏟고 있는 것이다.
웬만큼 애가 타서는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뜨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런 상황을 느꼈는지 주인은 얼른 내실 쪽으로 가버린다.
현수는 조용히 식사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자책을 한다.
‘에구, 괜한 말을 해가지고……. 근데 무슨 일로 저럴까? 부인이 아픈 모양인데 불치병인가?’
이 식당의 안주인은 현재 크론병(Crohn’s disease)이라는 생소한 병을 앓고 있다.
이것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腸) 질환이다.
발병 원인을 모르기에 치료약은 없으며, 마땅한 치료법조차 없다. 그저 자가면역기능에 의한 자연치유를 기대할 뿐이다.
이 식당의 안주인은 어느 날부터 조금씩 무기력해지는가 싶더니 주기적으로 복통을 겪었다.
더불어 설사, 혈변, 구토, 직장 농양, 직장 누공, 직장 주위의 치열, 영양 결핍, 체중 감소, 관절염, 피부의 결절을 겪었다.
현재의 상태는 하루하루 쇠약해져 꺼져 가는 촛불처럼 언제 숨을 거둘지 모르는 상태이다.
남편은 부인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곤 몸에 좋은 음식으로 체질 개선을 시키기 위해 이 식당을 차렸다.
하지만 남편의 이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내일하는 상황이다. 아이들 셋은 이모네 집으로 보내 그곳에서 돌본다.
남편은 어제, 부인 몰래 장례절차를 알아보았다.
나날이 쇠약해져 미이라에 가까울 정도로 바싹 마른 모습을 보면 산 사람이라고 말하기에 어폐가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부인이 세상을 뜨는 날이 오늘 아니면 내일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현수의 가벼운 한마디에도 눈물을 쏟은 것이다.
“미안합니다. 식사하시는데 아침부터 괜한 눈물을 보여서……. 이거 드십시오. 몸에 좋은 겁니다.”
주인이 내온 것은 차가버섯6)을 달인 물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던 내용이 떠오른다. 이것은 항산화 효과, 면역력 증진, 그리고 암세포의 자가 사멸 유도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아내의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달인 이 물을 현수에게 내놓은 이유는 미안해서가 첫 번째이다.
두 번째로 아내는 이제 이 물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용을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쏟아내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사모님이 많이 편찮으신가 봐요.”
“휴우∼! 네에. 오늘내일합니다.”
“병원엔 안 가보셔도 됩니까?”
“병원에선 진즉에 손을 놓았습니다. 그래서 집사람을 위해…….”
이야길 들어보니 참으로 딱하다.
주인의 본래 직업은 기술직 공무원이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유용미생물을 이용한 인삼의 안전성 향상과 친환경 재배기술 개발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 좋은 직장을 버리고 식당을 차렸지만 운영은 본전치기도 안 된다고 한다. 이곳 아차산은 등산객이 많은 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대형 병원 가까이에 있으면서 공기가 맑기 때문이다.
주인은 나이가 38살이라고 한다. 그런데 48살은 되어 보인다. 그간의 마음고생 때문에 늙어 보이는 것이다.
“휴우, 큰 애가 이제 겨우 6살인데…….”
6살, 4살, 3살짜리 아이들을 모두 떼어놓고 산 지 2년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식 나이이니 만으로 따지면 5살, 3살, 2살이다.
막내를 낳자마자 병에 걸린 것이다.
그리고 아내의 병수발을 하느라 재산을 거의 탕진했다. 남은 것이라곤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작은 식당 하나뿐이라고 한다.